Description
F코드가 된 사람들의 애인으로 산다는 것
- 김여여 시집 『F코드라는 애인』
- 김여여 시집 『F코드라는 애인』
2024년 『사이펀』으로 등단한 김여여 시인이 제목부터 남다른 첫 시집 『F코드라는 애인』(달아실 刊)을 펴냈다. 달아실시선 90번으로 나왔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이십여 년 동안 재직 중인 김여여 시인의 이력이 이번 시집 『F코드라는 애인』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단초를 제공한다고 할 것이다.
김여여 시인은 자신이 일하는 공간(정신건강의학과)을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장소”라고 명명하고, 자신을 “그곳에 사는 특별한 주민”이라고 소개한다. 그리고 이번 시집은 그곳에서 만난 “봄을 품고 먼 곳을 흔드는 당신(들)”과 “걸음걸음 꽃으로 터지는 당신(들)”과 나눈 “별 같은 달 같은 이야기들”이라고 한다. F코드(질병진단분류체계에서 정신과에 관련된 코드)로 분류된 당신들을 세상 사람들이 편견과 선입견의 눈으로 대할 때, 김여여 시인은 오히려 “당신들이 늘 옳다”고 이야기한다.
어쩌면 현대인이라면 누구도 F코드를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너나없이 모두 같은 F코드 중 어떤 것이든 앓고 있고, 선입견과 편견 대신 서로 함께 치유하고 치유받아야 하는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김여여 시인의 시집 『F코드라는 애인』는 정신적으로 치유가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일종의 길라잡이가 될 수 있겠다.
권애숙 시인은 김여여 시인과 그의 이번 시집에 관해 이렇게 얘기한다.
“F코드가 된 사람들의 애인으로 살기! 김여여 시인의 시는 삶 그 자체이다. 섬세하고 따신 마음이 흘러든 그녀의 시는 세상 행간마다 촉촉하게 스며들어 아픈 생명을 토닥인다. 생의 대부분을 ‘특별한 곳의 주민’으로 살고 있는 시인은 늘 ‘미열을 앓’으며 타자의 삶을 내 삶으로 품어 기꺼이 함께 살아낸다. ‘뭉친 어깨를 회복하기엔 부족했던 밤/ 슬픔이 차올라 시체처럼 다녀도/ 정면은 늘 웃었다’(「영이야」). 죽음 같은 이면을 견디며 모든 정면을 귀하고 소중하게 안는 시인. ‘여’는 바다 속 바위를 이른다. 해양 생물들의 서식지인 ‘여’를 두 개씩이나 품었으니 ‘F코드 주민’들은 그런 시인과 시인의 시 곁에서 안심하고 ‘별 같은 달 같은’ 꿈을 꿀 것이다. 고래가 되어 수평선 위를 날 것이다.”
한편, 김여여 시인의 첫 시집 『F코드라는 애인』은 제목만큼이나 시집의 형식도 독특하다. 시집 뒤에 해설을 따로 싣지 않고, 특별한 상담(해설)이 필요하다 싶은 시편들의 경우에 한해 신상조 문학평론가의 시평(‘시읽기’)을 싣고 있다. 시집을 읽는 독자 입장을 고려한 맞춤 해설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가족 사용 설명서」라는 시를 신상조 문학평론가는 이렇게 읽는 것이다.
앉아 엎드려 손 발 기다려 먹어
생존언어 몇 개만 알아들어도
평생이 컹컹 봄날인 짐승에게
찰지도록 멕이는 사람 말이 있다
돌아서면 아득해 애태우는 말
귀 쫑긋 세우고 때 없이 기다리는 말
그 어디에도 사용법이 없어
먼지 한 톨 없이 보관되었던 말
장례지도사가 마지막 인사를 강요하던 그 새벽
모르는 말 쥐고 주물럭거릴 때조차
천천히 세상을 끌며 떠났을 당신,
때를 놓친 그 말이 자라
여러 해 가을이 지났습니다
상실을 차려입은 식구가 모두 모인 가운데
평생을 모아 고백합니다
사랑합니다
- 「가족 사용 설명서」 전문
[신상조의 시읽기] ‘사랑한다’는 고백은 말의 깊숙한 곳에 자리한, 말의 은밀한 속살입니다. 그래서 키우는 짐승에게는 “찰지”게 “멕”일 수 있을망정 사람에게 들려주기 힘든 말이 ‘사랑한다’지요. 사용하지 않은 채 “먼지 한 톨 없이 보관”만 하던 이 말을, 세상 떠나는 사람한테까지 입안에만 넣고 굴렸던 이유입니다.
제대로 익혀놓지 않은 ‘사용설명서’는 정작 필요한 순간에 무용지물입니다. “천천히 세상을 끌며” 떠나는 사람일지라도 죽음의 사자를 무작정 세워둘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이제라도 사랑한다는 말을 선반에서 꺼내 먼지를 털고 사용합시다. 사용설명서에 이렇게 적혀 있군요. “미루지 말고 당장 사용하시오!”
다시 말하거니와 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모두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 돌아보면 차마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마음의 병을 혼자 끙끙 앓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이다. 당신도 만약 그중 한 사람이라면 김여여 시인의 시집 『F코드라는 애인』을 읽어보시라. 당신이 만약 아직도 편견과 선입견으로 마음이 병든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다면 역시 『F코드라는 애인』을 꼭 일독할 것을 권한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이십여 년 동안 재직 중인 김여여 시인의 이력이 이번 시집 『F코드라는 애인』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단초를 제공한다고 할 것이다.
김여여 시인은 자신이 일하는 공간(정신건강의학과)을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장소”라고 명명하고, 자신을 “그곳에 사는 특별한 주민”이라고 소개한다. 그리고 이번 시집은 그곳에서 만난 “봄을 품고 먼 곳을 흔드는 당신(들)”과 “걸음걸음 꽃으로 터지는 당신(들)”과 나눈 “별 같은 달 같은 이야기들”이라고 한다. F코드(질병진단분류체계에서 정신과에 관련된 코드)로 분류된 당신들을 세상 사람들이 편견과 선입견의 눈으로 대할 때, 김여여 시인은 오히려 “당신들이 늘 옳다”고 이야기한다.
어쩌면 현대인이라면 누구도 F코드를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너나없이 모두 같은 F코드 중 어떤 것이든 앓고 있고, 선입견과 편견 대신 서로 함께 치유하고 치유받아야 하는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김여여 시인의 시집 『F코드라는 애인』는 정신적으로 치유가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일종의 길라잡이가 될 수 있겠다.
권애숙 시인은 김여여 시인과 그의 이번 시집에 관해 이렇게 얘기한다.
“F코드가 된 사람들의 애인으로 살기! 김여여 시인의 시는 삶 그 자체이다. 섬세하고 따신 마음이 흘러든 그녀의 시는 세상 행간마다 촉촉하게 스며들어 아픈 생명을 토닥인다. 생의 대부분을 ‘특별한 곳의 주민’으로 살고 있는 시인은 늘 ‘미열을 앓’으며 타자의 삶을 내 삶으로 품어 기꺼이 함께 살아낸다. ‘뭉친 어깨를 회복하기엔 부족했던 밤/ 슬픔이 차올라 시체처럼 다녀도/ 정면은 늘 웃었다’(「영이야」). 죽음 같은 이면을 견디며 모든 정면을 귀하고 소중하게 안는 시인. ‘여’는 바다 속 바위를 이른다. 해양 생물들의 서식지인 ‘여’를 두 개씩이나 품었으니 ‘F코드 주민’들은 그런 시인과 시인의 시 곁에서 안심하고 ‘별 같은 달 같은’ 꿈을 꿀 것이다. 고래가 되어 수평선 위를 날 것이다.”
한편, 김여여 시인의 첫 시집 『F코드라는 애인』은 제목만큼이나 시집의 형식도 독특하다. 시집 뒤에 해설을 따로 싣지 않고, 특별한 상담(해설)이 필요하다 싶은 시편들의 경우에 한해 신상조 문학평론가의 시평(‘시읽기’)을 싣고 있다. 시집을 읽는 독자 입장을 고려한 맞춤 해설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가족 사용 설명서」라는 시를 신상조 문학평론가는 이렇게 읽는 것이다.
앉아 엎드려 손 발 기다려 먹어
생존언어 몇 개만 알아들어도
평생이 컹컹 봄날인 짐승에게
찰지도록 멕이는 사람 말이 있다
돌아서면 아득해 애태우는 말
귀 쫑긋 세우고 때 없이 기다리는 말
그 어디에도 사용법이 없어
먼지 한 톨 없이 보관되었던 말
장례지도사가 마지막 인사를 강요하던 그 새벽
모르는 말 쥐고 주물럭거릴 때조차
천천히 세상을 끌며 떠났을 당신,
때를 놓친 그 말이 자라
여러 해 가을이 지났습니다
상실을 차려입은 식구가 모두 모인 가운데
평생을 모아 고백합니다
사랑합니다
- 「가족 사용 설명서」 전문
[신상조의 시읽기] ‘사랑한다’는 고백은 말의 깊숙한 곳에 자리한, 말의 은밀한 속살입니다. 그래서 키우는 짐승에게는 “찰지”게 “멕”일 수 있을망정 사람에게 들려주기 힘든 말이 ‘사랑한다’지요. 사용하지 않은 채 “먼지 한 톨 없이 보관”만 하던 이 말을, 세상 떠나는 사람한테까지 입안에만 넣고 굴렸던 이유입니다.
제대로 익혀놓지 않은 ‘사용설명서’는 정작 필요한 순간에 무용지물입니다. “천천히 세상을 끌며” 떠나는 사람일지라도 죽음의 사자를 무작정 세워둘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이제라도 사랑한다는 말을 선반에서 꺼내 먼지를 털고 사용합시다. 사용설명서에 이렇게 적혀 있군요. “미루지 말고 당장 사용하시오!”
다시 말하거니와 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모두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 돌아보면 차마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마음의 병을 혼자 끙끙 앓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이다. 당신도 만약 그중 한 사람이라면 김여여 시인의 시집 『F코드라는 애인』을 읽어보시라. 당신이 만약 아직도 편견과 선입견으로 마음이 병든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다면 역시 『F코드라는 애인』을 꼭 일독할 것을 권한다.
F코드라는 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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