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를 믿다 (양장)

야수를 믿다 (양장)

$16.80
Description
붉게 물든 시베리아 평원, 찢어진 상처를 파고드는 차가운 바람
곰에게 물어뜯기던 순간에서 그 이후의 삶으로
인류학자 나스타샤 마르탱이 기록한 몽환적 다큐멘터리
프랑스의 젊은 인류학자 나스타샤 마르탱은 시베리아 캄차카 반도의 화산 지대를 홀로 탐방하다가 곰에게 습격을 당한다. 그는 평원에 새빨간 피를 흩뿌리고 쓰러져 있던 순간부터 러시아와 프랑스 병원을 거쳐 다시 캄차카 반도로 떠나기까지의 여정을 독특하고도 몽환적인 스타일로 재구성한다. 생사의 기로를 오가는 강렬하고 생생한 체험을 기반으로 문명과 비문명,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다시 쓰는 도발적인 사유를 이끌어 “의미의 붕괴를 수용하는 이야기, 장르를 초월한 회고록”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에 비견된다” 등 언론과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2020년에는 문학과 저널리즘의 경계에서 현실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주는 작품에 수여하는 ‘리브르 뒤 레엘상’과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심도 있게 파헤치는 작품에 수여하는 ‘프랑수아 소메르 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자

나스타샤마르탱

저자:나스타샤마르탱
1986년프랑스그르노블에서태어났다.파리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에서인류학을전공하고,2009년알래스카에서그위친인들과생활하며박사논문을집필했다.그위친인들과동고동락한2년여간의시간을바탕으로2016년《야생의영혼들Lesamessauvages》을출간했다.
2015년나스타샤마르탱은시베리아북동부에거주하는에벤인을대상으로인류학연구를진행하던중캄차카화산지대에서곰의습격을받는다.얼굴전체와오른쪽다리가찢기고턱일부마저사라지는극한의위기속에서등반용얼음도끼를휘둘러가까스로곰을쫓아낸후,러시아클리우치의군사기지병원으로이송되어인공턱을삽입하는대수술끝에살아남는다.그리고이전의삶을송두리째앗아버린곰의습격과그이후의삶을담아2020년에세이《야수를믿다》를펴냈다.회복할수없는상흔을마주하고다시모험의땅으로나서는인류학자의격정적인사유가담담하고도이지적인문체와어우러져깊은울림을선사한다.같은해“경계를뛰어넘고한계를지우는파격적인이야기”라는평을받으며리브르뒤레엘상을,“곰과의폭력적인만남과타자성에대한심오한성찰을펴냈다”는평과함께프랑수아소메르문학상을수상했다.2022년《꿈의동쪽에서Al'Estdesreves》를출간했으며,영화감독마이크매깃슨과다큐멘터리〈트바이안TVAIAN〉을공동제작했다.
현재소르본법철학연구소ISJPS에서교수로일하는한편기후위기를알리는환경운동가로활동하고있다.

역자:한국화
2020년프랑스에서소설집《도시에사막이들어온날》을출간하며소설가로데뷔했다.현재독일베를린에거주하며소설창작과번역을병행하고있다.황정은의《백의그림자》를프랑스어로공역했고,모니크비티그의《오포포낙스》,에두아르르베의《자살》,올리비아로젠탈의《적대적상황에서의생존메커니즘》등을우리말로옮겼다.

목차


가을11
겨울57
봄109
여름173

옮긴이의말179

출판사 서평

“캄차카에서왔군요…산에서추락했나요?”
나는잠깐의침묵을만끽한후에대답한다.
“아니요,곰과싸웠어요.”

평원을뒤덮은새하얀눈,살갗을에는차가운바람.시베리아캄차카반도.이곳에서에벤인을연구하던인류학자나스타샤마르탱은혼자화산지대를걷다가곰의습격을받는다.광대뼈와턱,얼굴전체가찢기고오른쪽다리까지물리는절체절명의위기속에서그는등반용얼음도끼를휘둘러가까스로곰을쫓아내고,함께생활하는에벤인에게극적으로발견되어러시아클리우치의군사기지병원으로이송된다.
열악한환경에서인공턱을삽입하는대수술을받고간신히회복하여마침내가족들과고국으로돌아가지만,그는여전히평온을찾지못한다.시베리아곰에게서생존한사람을구경하러모여드는사람들,자신을연구대상으로대하는의사와의대생들,더는함께일상을공유할수없는친구들.게다가이전과는너무도달라진삶에신음하는그에게의료진은러시아의수술이잘못되었다며‘프랑스식’으로다시수술받아야한다고진단한다.또다시고통의시간을지나며그는자신의내면에서살아숨쉬는곰의존재를느끼고다시캄차카반도로떠나겠다고다짐한다.수많은생명체와호흡하는법을아는이들과소통하기위해.피해자로남는대신,인류학자로서다시서기위해.


회복할수없는상흔을딛고일어나새로운탄생으로나아가는숭고한여정
문명과비문명,인간과비인간의경계를파훼하는도발적사유

사람보다곰이더많다고알려진캄차카반도.이곳에거주하는사람들은곰의흔적을지닌자를경외하는듯두려워했다.곰에게서살아남은나스타샤를‘반은인간,반은곰’이라는의미로‘미에드카’라고호명하는에벤인,‘얼굴훼손은정체성의상실’이라며끊임없이기분을묻는심리치료사,자신의몸을매개로끝없는의료냉전을벌이는동구권과서구권의의료진등그는치명상을회복하며마주한일련의시간속에서혼돈에사로잡힌다.그리고마침내자신을규정하는어떠한세간의시선도거부한다.인간세계와곰의세계사이,바로그중간지대에서거주하기.그는의미적공백에두려움을느끼는인간중심사고에서벗어나내면의곰과공존한다는불확실한상태를있는그대로받아들이고,사건은그저지나간비극이아닌새로운삶의막을올리는‘탄생’으로격상한다.
레비스트로스가《슬픈열대》에서서구문명의우월성을해체한지점에서한발짝더나아가《야수를믿다》는선주민사회를어떠한해석없이포착하고,곰과의조우라는개인적체험을바탕으로자연속인간중심의위계에대한근원적인물음을길어올린다.본작은이러한도발적인사유와뛰어난작품성을인정받아2020년“경계를뛰어넘고한계를지우는파격적인이야기”라는평을받으며‘리브르뒤레엘상’을,“곰과의폭력적인만남과타자성에대한심오한성찰을펴냈다”는평과함께‘프랑수아소메르문학상’을수상했다.

선주민과함께호흡한인류학자의역동적인생존기
에세이의문법을깨뜨리는독창적인논픽션

저자나스타샤마르탱은2009년알래스카에서2년여간그위친인과생활했으며,곰에게물린2015년엔시베리아캄차카반도의숲에서에벤인과동고동락했다.애니미즘을숭상하는선주민의영향때문인지그는곰과만나기전부터곰의꿈을자주꿨다며,어떤의미에서자신이이미그사건을준비하고있었다고말한다.그가이토록선주민의사고방식까지온전히받아들일수있었던것은프랑스의저명한인류학자필리프데스콜라의밑에서수학하며일찍이선주민의삶과애니미즘을깊이연구한결과다.학자로서의집요하고도풍부한성찰,동등한위치에서선주민과함께생활한모험가정신.한사람을파괴할수도있었을충격적인사건을극복하고오히려인류학적고찰을개진할수있었던것역시어쩌면그의삶에서이미예견되어있었던게아닐까.
《야수를믿다》는사건시점과서술시점이혼재하는현재형문체를구사하고,회상과기록속에꿈과환상을개입시키는독특한스타일을보여준다.이는저자가겪은혼란과사유의전환을밀도깊게전달할뿐만아니라,작품에시적인색채까지가미한다.“몽환적이고시적인동시에깊은울림을준다”는〈레쟁록〉의평가처럼,본작이예리하고묵직한통시를보여주면서도인류학자의이론적인리포트나단순한에세이가아닌한편의문학작품으로생동감있게읽히는이유가여기에있다.

책속에서

짧게자란풀들로뒤덮인평원은붉고,내손도빨갛고,부풀고찢긴얼굴은더는전과같지않다.신화의시간처럼불분명함이지배하고,나는얼굴에벌어진틈으로인해윤곽이사라진,체액과피로덮인모호한형상을하고있다.이는하나의탄생이라고할수있다.결코죽음은아니기에.
13p

꿈은꾸는지?어떻게설명할까.네,항상요,하지만꿈을꾸기전에다른것을해요,나는기억해요,나는매일밤,잠에들기전에그장면을,내삶이전복되기전의시간들을다시떠올려요.
65p

나는오늘중요한것을이해했다.이전투에서치유된다는것은단지자기중심적인변화만을뜻하지않는다.이는정치적인행위이다.내몸은서구의의사가시베리아의곰과대화하는영역이되었다.더욱정확히말하자면대화를시도하는영역이.내몸으로현화한이작은나라의심장부에서형성되는관계는불안정하고연약하다.이나라에는화산이있기때문에언제든지모든것이뒤집힐수있다.의사와나,그리고곰이내몸깊숙이두고간정의할수없는무엇인가가할일은이제‘이소통을유지’하는데있다.
곰에맞서생존한다는것은이세계에서‘다가올일’에맞서생존하는것과마찬가지로구조적인변화의재개를받아들인다는뜻이다.우리를매료시키는단일성은결국그것의본래모습인환상으로판가름난다.형태는그것만의고유한도식을가지고재구성되지만,그것에사용되는요소는모두외부에서온다.
90-91p

우리는의미론적인공백에,모든공동체와관련이있고그들을공포에질리게만드는보이지않는영역을마주하고있다.누군가는바로이러한이유로서둘러사건에이름을붙이고,정의하고,경계를짓고,형태를부여한다.사건에불확실성을남겨두지않는것은그것을기어코인간집단의영역에집어넣으려고규범화하는것이다.그런데도.곰과나는경계에있는상태에대해말하고,그것이아무리끔찍할지라도아무도이를바꾸지못할것이다.내뒤로나뭇가지가부러지는소리가난다.누군가다가온다.나는결심한다.그들은그들마음대로말할것이다.하지만나는이중간지대에거주할것이다.
129-130p

숲에서사는어떤면에서는다음과같다.수많은생명체중의하나가되는것,그들과함께동요하는것.
16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