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기

식물기

$14.00
Description
호시노 도모유키만의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식물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구축한 『식물기』가 출간되었다. 일본에서 호시노 도모유키는 권력과 제도의 부조리를 작품으로 비판하는 몇 안 되는 작가로 꼽히며, 오에 겐자부로상, 요미우리문학상, 미시마 유키오상, 다니자키 준이치로상, 문예상, 노마 문예상 등을 수상했다. 오에 겐자부로는 호시노가 “국가를 뒤흔드는 규모의 소설을 쓴다”면서 자신의 소설적 후계자로 칭하기도 했다. 국내에는 『인간 은행』으로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호시노 도모유키, 『식물기』는 그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나는 내내 식물과 함께 소설을 써 왔습니다. 식물을 언어로 삼아 소설 속에 살고, 늘어나는 대로 두었습니다. 이 작품집은 그 식물들을 모아 심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호시노 도모유키의 『식물기』에는 모두 열한 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아니, 열두 편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남은 씨앗-에필로그」는 말 그대로 에필로그이기에 맨 마지막에 자리해야겠지만, 마지막 작품 「샤베란」 앞에 놓여 있다. 에필로그 성격을 띠면서 또 하나의 단독 작품으로 읽히는 「남은 씨앗-에필로그」에 대해 옮긴이 김석희는 “호시노의 이런 실험적인 시도 자체가 책이라는 콘텍스트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고, 대단히 흥미로운 제안”이라고 평가한다.

저자

호시노도모유키

(星野智幸)
1965년미국로스엔젤레스에서태어나세살때일본으로귀국,도쿄인근을옮겨다니며살고있다.대학을졸업하고2년6개월간신문사기자로일했고,1990년대초멕시코로유학을떠났다.1995년에귀국해자막번역가등으로활동하다가1997년에『마지막한숨』으로문예상,『판타지스타』로노마문예신인상,『오레오레』로오에겐자부로상,『밤은끝나지않는다』로요미우리문학상,『호노오(焔)』로다나자키준이치로상을받았다.대표소설집『인간은행』이국내출간되었다.다시태어나면난초가되고싶다.

목차

한국어판서문

피서하는나무
디어프루던스
기억하는밀림
스킨플랜트
고사리태엽
식물전환수술을받기로한전여자친구를설득하는편지
인형초
시조독말풀
춤추는소나무
벚꽃낙원
샤베란

남은씨앗-에필로그

옮긴이의글

출판사 서평

호시노만의독창적인세계관과
현실의관념과규범을훌쩍뛰어넘는실험과상상으로가득한식물소설집

「피서하는나무」에서“개와사람이나뉘지않았던시대의기억”을공유하는유리오와나쓰소는반은사람이고반은개의정체성을가진인물로등장한다.개(오노농)와나무(오노나무)와나무의씨앗과꽃과열매를퍼뜨리는사람(유리오와그의가족,나쓰소)은서로독립된개체가아니라“공식(共食)”으로연결된존재들이다.유리오의반쪽이었던오노농이죽은뒤땅에묻은자리에심어자란오노나무는유리오의감정이머무는유일한곳이되고,유리오와나쓰소는개의언어로둘이서이야기하면그걸로충분하다.

비틀즈의곡‘디어프루던스’에서영감을받아쓴「디어프루던스」는코로나펜데믹시대를겪은우리모두에게호시노의유쾌하고아름다운상상력으로전하는위로의작품이다.전염병의시대를견디기위해애벌레가되어자신이살던집정원에서풀을갉아먹으며지내는예순일곱아줌마.고립과외로움속에틀어박힌옆집소녀시리고미짱에게애벌레아줌마가말을걸기시작하고,시리고미짱이민들레씨앗이되어꽃으로피어올라고립으로부터벗어나기까지필요했던건오로지절박한상상의힘.“상상하는내가존재하는한,항상똑같은자신으로존재하는것같지만끊임없이나는변화하고있다.”는작가의메시지를전하는작품이다.

「기억하는밀림」은영화배우히스레저의죽음에충격을받아히스언덕으로떠난위로여행에서만난소라히코와나의이야기.가까운사람이세상을떠날때마다화분을하나씩사베란다에서키우고있는소라히코,열번째화분은소라히코자신의것이되고나는소라히코의히스화분을가지고와히스밀림을이루려고한다.소라히코의기억을축적하고있는히스의초롱같은꽃등이켜질때마다소라히코를출현시켜줄것이기에.

「스킨플랜트」는호시노의첫단편집인『인간은행』을통해소개되어독자들에게강한인상을심어주었는데,번역을좀더다듬어『식물기』에재수록한작품이다.생식기능을포기하고꽃을선택함으로써새롭게탄생한인류,‘행복한꽃의아이들,플라워즈’의이야기는즐겁고기발한상상력과읽는것만으로환상적인이미지를연상시키는묘사가탁월한작품이다.

「고사리태엽」은생명공학기술의발달로식물전환수술이가능해진시대를배경으로하는SF소설이다.식물전환수술대상자를모집한다는전단을보자마자바로신청한호시노(저자와이름이같다!)가식물전환수술을받은직후로이야기는시작한다.심장은유리디캔터안에서뿌리와잎으로자라고,호시노의가슴속텅빈공간에는고사리태엽이돌아가고있다.고사리태엽아래로는꽃의태엽들이복잡하게얽혀도는데...인간에서식물로전환을감행한호시노의결말은어떻게될지기발하고흥미로운이야기가펼쳐진다.식물이되기로마음먹은호시노의이야기다음작품은「식물전환수술을받기로한전여자친구를설득하는편지」다.「고사리태엽」을읽으면서일말의안타까움이나걱정을품을지도모를독자들을위해호시노가마련한재치있는엽편소설이다.

이어지는두작품「인형초」와「시조독말풀」은인간세계를향해반란을일으키는식물들을제압하는네오가드너들의이야기다.“식물의혼에감응할수있는신세대가운데서극비리에선발”된네오가드너들은식물의반란을제압하는데성공하지만,결국은식물에게조종당하거나식물이되어버리고만다.네오가드너리더로서식물반란진압을훌륭하게성공시켰던기코는식물쪽으로돌아선다.“인간으로있어도자유의지따위환상이고,뭔가에조종당하는건마찬가지니까.그런것보다나는이제그냥그곳에자라는풀이니까줄기로이어져있는커다란풀의일부야.”기코의선택을이해하지못하는동료들을향해기코는다시이렇게말한다.“인간을멸망시키기위한게아니야.인간이더살아남기위해.너도풀이돼보면알수있어.”라고.“인간은이미식물을모시는쪽이되었다.혁명은이미이루어졌다.”고「인형초」와「시조독말풀」은식물기라는새로운시대의시작을선언한다.

「춤추는소나무」는새해기도를하러간신사에서친구들이행방불명된사건을계기로호기심을가진친구넷이사건이벌어진신사를찾아떠나는이야기다.그신사의이름이‘춤추는소나무’라는뜻의오도리마쓰신사.찾아가는길에서만난‘케일아주머니’를통해“솔방울의비늘하나하나가신이고,너희넷도모두각각의신이란다.모든게신이라는것과신이어디에도없다는건어떻게다를까?”라는이야기를듣는친구들.그들에게바람의신이나타나모두함께빙빙돌면서춤추는소나무와하나가되어가는이야기는“영혼의존재방식이다를뿐”존재하는세상만물이신이라는메시지를전한다.그런데모두가신이라는건과연무슨의미일까.친구넷중하나인가사마쓰는이렇게말한다.“그러니까서로협력해서희망사항을이루어주자는거야?모두가신이란건그런뜻아니야?”라고.

「벚꽃낙원」은벚꽃이만발한시절이면누구나꽃구경을갔다는이야기를믿을수없는나와미쓰야가가모가와선생님의권유를받고벚나무숲을만나러가는작품이다.벚나무는결국사람의화신임을확인하게된나는미쓰야벚나무에달린달콤한열매를먹고그씨앗을삼켜자신의몸에벚나무싹을틔우고새로운장소에자신을심겠다고결심한다.“언제나사람의기척으로일렁이는...새로운벚나무숲의시작”을기다리며.

「남은씨앗-에필로그」에서호시노는『식물기』의핵심배경으로등장하는‘가라시야(시든꽃집이라는뜻)’에서의경험을통해자신이어떻게식물들의대화를듣게되었는지,그것을이야기의감각으로재현해보고싶었던작가로서의속엣말을한편의작품으로만들어전한다.

마지막작품「샤베란」은방울벌레의울음소리에서시작해‘노래하는억새’가탄생하고뒤이어등장한‘말하는난초(샤베란)’에게인간의말이잠식당하는이야기다.“난이중얼거리는소리를들어버린”호시노는“인간의말은무너져버렸기때문에...영원히쓸수가없다.”고「남은씨앗-에필로그」에서고백한뒤「샤베란」을마지막작품으로전하는데,『식물기』전체를관통하는작가의세계관을읽을수있다.“억새에대해내가할수있는건없어요.내가관계되어있다고생각하는건주제넘은생각이에요....식물은자기내키는대로살아있는것입니다.내덕에살아있는게아니에요.내가보살피는것도아니고요....멋대로살아있는데도,내가숨을불어주면아름다운소리가울려퍼지고,바람이부는곳에내놓으면음을연주하죠.억새의생각과관계없이요.그러니까나는단지바람과같은겁니다.자신이단순한바람이라든가햇볕이라든가그런현상과같은수준이라고느끼면,굉장히편해져서기분이좋아지지않나요?”“노래하는억새는인간의욕망으로만들어진게아니라,지구의환경이라는힘에의해태어났고그에의해땅의생물들도조금씩달라지기시작했기때문이라는걸나는이해했습니다.그것은의미가아니라,균형의작용이라는걸.”

인간이절대적으로기대어살수밖에없는식물에게
소설로바치는찬가

「샤베란」에서호시노가말하듯이거대한자연의세계에의미는없다.여러힘들이이루는균형의작용만이있을뿐이다.의미를따져묻고가치의우열을가리는일은뇌와심장을가진인간만이하는일이다.그런인간은많은것을이루었다고자존감이높아져있지만,존재의근간인생태계를파괴하고동족을살상한다.인간이저지른폭력은부메랑이되어인간문명을위협한다.인간이란대체무엇인가.무엇이어야만하는가.식물은인간이없어도잘살수있지만,인간은식물이없다면금세죽고말것인데과연인간은식물과어떻게관계맺고있는가.인간이기를그만두고식물이되고싶다는호시노의말은단순한수사가아니다.“인간인채로식물이되어”살아갈수있는경지를향한절박한호소이고,『식물기』는호시노만의독창적이고환상적인서사와그로테스크하면서도유쾌한유머코드를통해그절박한호소를아름다운문학의언어로만들어전하는것이다.

식물기라는제목에대하여

이소설집의제목을들으면『파브르곤충기』처럼식물의이야기를기록한것이라거나,식물의시대를뜻하는게아닐까짐작할것이다.물론식물의이야기와식물의시대를알리는이야기도이소설집에들어있다.그러나실제제목은죽은자를기리는의미를가진한자‘忌’를쓰고있다.일본에는‘문학기’라는것이있는데,작가가죽고나면그의기일에대표작이름을붙여기리는것이라고옮긴이김석희는말한다.그러니이소설집의제목‘식물기’는어느작가의기일을의미하는것이고,그것은어쩌면『식물기』전체에걸쳐여러번등장하는인물‘호시노’를의미하는것일수도있을것이다.어째서하필이면‘호시노’일까,그대답은독자들을향해열어두고싶다고옮긴이김석희는덧붙인다.

저자호시노도모유키와옮긴이김석희

두사람의인연은십년이넘었다.호시노가한국에머물던시절알게된인연으로김석희는그의소설을접하게되었고,“전자동상상력과문학의깊이”에매료되어호시노의첫단편집『인간은행』을엮어옮기기도했다.이전에도호시노의소설이출간되기는했으나,아마도『인간은행』출간이호시노의이름을국내독자들에게널리알린계기가되었을것이다.이번『식물기』번역도기꺼이맡아준김석희는화가로도활동하는데,『식물기』의표지그림을그리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