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데란 - 미래의 문학 11

모데란 - 미래의 문학 11

$20.38
Description
뉴웨이브 SF의 고전이자 SF계의 혁명선언문
데이비드 R. 번치의 『모데란』 한국어판 정식 출간!
현대문학-폴라북스의 과학소설 총서 ‘미래의 문학’은 문학사적인 의의뿐만 아니라 작품 본연의 재미에도 충실한 해외 걸작을 소개하고 있다. 미래의 문학 열한 번째 도서는 뉴웨이브 SF의 고전이자 SF계의 혁명선언문으로 꼽히는 데이비드 R. 번치의 『모데란』이다. 이 책은 ‘모데란Moderan’이란 하나의 세계관을 중심으로 쓰인 쉰일곱 편의 단편을 엮은 연작소설로 유토피아가 파멸, 곧 디스토피아라는 역설을 드러내며 물질문명과 인간성 상실의 비례성을 비유한 작품이다. 20세기 물질문명의 눈부신 발전과 거대하고 참혹한 전쟁, 대량 학살이 보여준 인간성의 말살, 냉전 시대의 부조리 등을 목도한 번치는 “필립 K. 딕의 천재적 착상, E. E. 커밍스의 기이한 시문을 한데 모아 자신만의 방식으로” 참극의 궤도에 오른 당시의 세태를 경고한다. 전쟁과 쾌락, 공포와 증오, 감시와 통제의 디스토피아를 예견한 그의 통찰은 동시대 어떤 작가보다도 첨예하다.
핵전쟁으로 파괴된 지구를 무대로 한 ‘모데란’의 단편들은 대부분 1960년대에서 70년대에 걸쳐 과학소설 잡지의 선구격인 『판타스틱Fantastic』과 『어메이징Amazing』에 발표되었고, 이후 일부 단편을 추가하여 1971년에 단편집 『모데란』으로 출간되었다. 그 이후로도 번치는 사망하기 전까지 장르와 주류 문학의 경계선상에서 ‘모데란’ 단편을 꾸준히 발표하며, 평생에 걸쳐 모데란의 세계관을 구축했다. 그만큼 『모데란』은 작가 필생의 역작이자 정치적, 역사적, 철학적 성찰이나 다름없다. ‘시대를 앞선 예언자이며 소외된 선구자’ 데이비드 R. 번치 탄생 100주기를 맞아 비로소 국내 처음으로 소개되는 『모데란』의 출간은 “우리가 그의 업적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시점에 도달했다”는 문학적 진보의 증거다. 오랫동안 번역본을 기다려온 국내 SF 독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저자

데이비드R.번치

저자:데이비드R.번치DavidRoosveltBunch
1925년8월미국미주리주라우리시티에서태어났다.센트럴미주리주립대학에서과학을공부하고,세인트루이스워싱턴대학에서영문학석사학위를받았다.이후아이오와주립대학에서영문학박사과정을밟던중아이오와작가워크숍에서2년을수학하고학업을중단했다.1973년전업작가의길을걷기전까지세인트루이스의미국방성지도국에서지도제작자이자지도차트편집자로근무하며소설집필을병행했다.1957년『이프IF』지에첫SF단편을수록하고이때부터1997년까지100여편이넘는단편을다양한잡지에기고했다.작가로서의주목을받기시작한것은1967년에출간된할란엘리슨의단편선『데인저러스비전DangerousVisions』에작품두편이수록되면서부터였고,이후발표한단편집『모데란』(1971)과『번치!』(1993)는평단의호응을얻었다.두번째작품집인『번치!』는1994년로커스상과필립K.딕상후보에오르기도했다.작품활동을꾸준히이어가다가2000년5월29일75세의나이에심장마비로사망했다.마지막작품인시집『마음을앓는자와창고지기TheHeartacherandtheWarehouseman』가출간되고한달후의일이다.

역자:조호근
서울대학교생명과학부를졸업하고과학책및SF,판타지,호러소설등장르소설번역을주로해왔다.옮긴책으로필립K.딕의『마이너리티리포트』『도매가로기억을팝니다』,레이브래드버리의『화성연대기』『레이브래드버리단편선』,제임스그레이엄밸러드의『헬로아메리카』『콘크리트의섬』『밀레니엄피플』,프레드릭브라운의『아마겟돈』,로버트A.하인라인의『너희모든좀비는』등이있다.

목차


서문제프벤더미어

모데란
서론

제1부태초
과거를돌아보며(우리의신은만사를도우시니!)
주름도처짐도없는
그날나비는독수리만큼컸다네
새왕은웃음거리가아니니
한때붉은양탄자가
승리한전투
병사길들이기
신금속애인의시간
그리하여하얀마녀의계곡이생겼으니
모데란의새인간
반구형거품주택
실책
생존꾸러미
신금속
망치와인간에관하여
성채
2064년또는그언저리에서
모데란의참회일
성채안의기묘한그림자
일상으로의귀환
걷고말하며신경안쓰는남자

제2부모데란의일상생활
영원을마주하며
권위의가장깊숙한방에서
진정한문제
놀이친구
남편의몫
온전한아버지
그녀는끔찍했나?
과거에의일별
교육적여행
검은고양이의계절
때론기쁨을가눌수없으니
기억하기
어느꼬마소녀의모데란식크리스마스
먼땅에서찾아온살점인간

제3부종말의전조
카멜롯모데란에서찾아온사나이
재회
경고
이런기수를본사람있나요?
살육의유예
꽃의기적
모데란의막간극
최종결론
머뭇거리며기다리며
시작이없는최후의날에그들은영혼을어떻게처리하였나
종말의이야기

제4부종말이후의외전
언제나조금씩
농담
왕에게두개의태양을
선한전쟁
영원을겨낭한땅에서
금속인간종족사이에서
지저분한전쟁
금속포식자가찾아왔을때
꼬마소녀의모데란식봄날
9번성채의12월
마음을앓는이와창고지기

역자후기

출판사 서평

오래된미래의서사,모데란이돌아왔다!
‘긴박한시의성’과‘선견지명’이담긴20세기최고의문제작

데이비드R.번치는가장난해하고시적인,그리고가장음울하고절망적인SF를쓰는작가로괴짜들만모인문학계변방에서도가장괴짜라할수있는‘아웃사이더’였다.SF문학의세계적거장할란엘리슨의상징적인단편선『데인저러스비전DangerousVisions』에두편의‘모데란’단편이수록된유일한작가라는영예를거머쥐었음에도번치는설득력을빼앗긴불행한예언자카산드라처럼‘괴짜’로폄훼되곤했다.하지만그가상상한악몽같은디스토피아세계는핵전쟁으로인한파멸을기후변화와사회양극화,혐오와극단주의로대체하면심리학적뿐아니라은유적으로도현대의우리가맞이한상황과맞닿아있다.
“번치의단편을수록하려고10년을기다렸다”고밝힌할란엘리슨을위시하여“마치니체와휘트먼이합작하여써내려간듯하다.과학소설계에서도유례가없는작품”이라고극찬했던브라이언올디스,“이얼마나강렬한집중이며,놀라운독특함이며,다이아몬드처럼강렬하게타오르는반짝임인가”하고경탄해마지않았던제임스팁트리주니어등의작가뿐아니라셀레골드스미스,주디스메릴과같은당대가장영향력있는편집자의열렬한지지에도불구하고번치는사실상대중에게잊힌작가가되었고최초의『모데란』판본또한오래전에절판되었다.그러나“최악의시나리오를가정한다”는점에서,“작가-독자(남성)의관계를적대적으로여기는독특한관점”때문에당시에는평가절하되었던『모데란』은1980년대번성하는사이버펑크소설의모태가되었고,초판본은수십년간과학소설열혈팬들사이에서진귀한수집품이되었다.

약50년만에복간되는이번『모데란』의출간은‘뉴욕리뷰오브북스’출판사의철학과뚝심이만들어낸결과이지만,이를십수년간꾸준히모색해온네뷸러상수상작가이자〈서던리치시리즈〉의작가제프벤더미어의역할도크다.“그의작품에담긴해학,직관,활력,공감,그리고드물지만아름다움을보여주는순간들은,가장끔찍한어둠속에도한줄기빛이존재할수있다는사실을보여주고있다”는찬사와함께『모데란』의서문을장식한그는소실될뻔한고전에생명을불어넣으며과학소설의계보를다시금써내려간다.

“사나이의목표와사나이의관점을가진사나이의나라,
우리는전쟁과쾌락만을위해살아간다”

대지는플라스틱으로뒤덮였고,플라스틱땅바닥에서스위치만올리면금속나무와꽃이튀어나온다.증기방어막이라는인공하늘에서는계절에맞춰형형색색의빛을내리쬐고,엔진을부착한금속새들이하늘을장식한다.전쟁으로인해공기와물이독으로변하고지구상의생명이멸종위기에처하자사람들은모든생명의자리를기계로대체하고,자신들의피와근육과살점마저도금속으로교체하며‘신금속인간’으로거듭난다.그리고이들중에서도혈육의금속교체율이가장높은이가,가장뛰어난엘리트중의엘리트만이,오직젊은남성만이“사나이의목표와사나이의관점을가진사나이의나라”모데란성채의주인이된다.

한편,성채에들어올자격이없는대부분의사람은‘올데란Olderan’에모여살아가는가는데,특히“아홉달의끔찍한금속교체수술을견딜”만큼강인하지않은“잔소리쟁이”여성들은사방이벽으로둘러싸인‘하얀마녀의계곡’으로이주및감금되어살아간다.

이렇게모든권력과통제권을손에쥐고죽음의공포에서벗어난모데란의신금속인간들에게삶의목표란오직전쟁과쾌락뿐!전쟁을벌이지않는동안에는전쟁의계획을세우거나신금속인형(섹스로봇)과의‘충직한쾌락’을즐긴다.하지만아이러니하게도,스스로를죽음의공포에서벗어난초월적존재로여기면서도그들은전쟁이중단될때마다찾아오는권태와공포에몸서리친다.심지어섹스로봇이보이는열정마저도두려움으로느낀다.무엇이그들을여전히의심케하고증오하게하며두렵게하는것일까.그리고그들은결국어떤미래를맞이하게될까…….

“마치니체와휘트먼이합작하여써내려간듯하다!”
가장시적이며서정적인텍스트속에담긴가장철학적인질문들

앞서언급했듯이『모데란』은난해하면서시적이다.더욱이공감하기힘든극도의호전적인전쟁광의서술시점은독자를괴롭고불편하게한다.이렇게주제와문체와시점이충돌을일으키면서독자는쉽사리긴장을풀지못하고책에어렵게다가간다.제프벤더미어에따르면바로이것이번치가노린점이다.“긴장을푸는순간그의글이그려내는미래의모습은일반화될것이며,누구도받아들여서는안되는근본적인가정들을용인하게될것”이기때문이다.따라서『모데란』에처음진입하는과정은힘들수있지만,일단진입장벽을넘고나면그안의이야기에매료될수밖에없다.“과장되고과격한문체,그로테스크한신체훼손묘사,등장인물들의호전적인태도와대조되는방어적이고피해망상적인내면,거짓된모조품을향한한계를모르는칭찬,그리고그사이사이에은연중엿보이는조소와절망까지”,이모든것이모데란이라는극단적인세계를매력적으로만드는요소로작용한다.

『모데란』은근본적으로줄거리기반소설이라기보다는인물탐구에가까우며,성채주인의주절거리는대사야말로작품의강점이발휘되는곳이다.책을읽어갈수록성채의주인은점점친숙한인물이된다.작품안에서일어나는온갖사건들은터무니없고환상적임에도불구하고,그의정신과주변세계로부터느껴지는이질감은점차줄어든다.책이끝날즈음이되면,모데란의세계와금속주인공은우리의현실로부터겨우몇발짝떨어진존재로느껴진다.그리고이런익숙함이야말로번치의풍자가발휘하는효력이며번치의미래상이품은주제의힘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