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 (개와 함께한 시간에 대하여 | 댕댕이 시집)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 (개와 함께한 시간에 대하여 | 댕댕이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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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개와 함께한다는 것
개와 함께한 시간에 대해 쓴 시집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가 아침달에서 출간됐다. 이 시집에는 김상혁, 박준, 송승언, 심보선, 안미옥, 유계영, 임솔아 등 반려견과 함께 사는 스무 명의 시인이 쓴 40편의 시와 20편의 짧은 산문이 담겼다. 아울러 시인과 반려견이 같이 찍은 사진도 함께 실려 뭉클함을 더했다.

개와 함께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반려견 인구 천만을 넘어선 오늘날 인간에게 이런 질문은 필연적이다. 이 질문에 시인들이 시와 산문으로 답했다. 남지은 시인은 “개와 함께한다는 것은 나 아닌 한 생을 돌보는 것. 태어남부터 사라짐까지 한 존재의 반짝임이 나에게 스며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시하 시인은 개와 함께한 이후 자신은 “개의 시인이 되었”으며 “덕분에 세상을 보는 창이 밝은색 필터를 씌운 것처럼 환해졌”다고 고백했다. 또, 심보선 시인은 “강아지들을 키우면서 죽음과 이별을 배웠”고 “내 영혼의 일부는 분명 강아지들이 키웠”노라 적었다.

이쯤이면 개를, 인간의 가장 오랜 친구를 넘어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종異種의 혈육’이자 어린 인간에게 사랑과 이별을 최초로 가르쳐준 ‘첫 스승’이라 불러도 좋지 않을까.
저자

유계영

1987년서울에서태어났다.대진대학교문예창작학과를졸업했다.2013년[세계의문학]신인상을받으며등단했다.시집『내가훔친기적』이있고,시앤솔러지『나개있음에감사하오』에참여했다.

목차

여는글|시답고개다운

강지혜|여섯개의작은발로|죄책감|신지와나<내옆에있어줘>
김상혁|내가잘모르는강아지|기적의시간|김살구와나<결혼식에난입한강아지>
김소형|개의신|당근|꼬미와몽이와나<사냥개관찰일지>
남지은|수평의세계|기척|짱이와나<사랑하는나의작은개>
민구|이어달리기|나는환생을믿지않아|복자와나<죽은강아지나라>
박세미|접속|꿈의형벌|해피와지돌과나<해피라는첫,>
박시하|밀리에게|존재의흐린빛|밀리와나<동네친구만들어준비글미>
박준|단비|줄|달비와하비와나<더키,코코,달비,하비>
서윤후|너는있다|부서지기쉬운|서행복과나<안간힘을무릅쓰고>
성다영|실공|어떤일의끝|오디와나<동물오디>
송승언|개는모른다모르는개는안다|발이닿는곳마다|마초와나<마초의모험>
심보선|강아지이름짓는날|나를환멸로이끄는것들|보리와나<나는개옆에서살아왔다>
안미옥|조율|엉망|여름이와나<그래도괜찮아>
안태운|흰개를통해|안개비|보옹이와나<보오오오옹!>
원성은|이리(Eerie)테글턴|수영|초코와나<초코사랑>
유계영|그개|우리는슬픔말고맛과사랑과유머|호두와나<개와개아닌마음>
유형진|개들의이름|모르텐과똥먹는개|호두와나<산책후졸음>
임솔아|무릎|예의|쁘띠와깜지와나<쁘띠가낳은깜지,반지,꼭지>
정다연|더는비가잦아들길기다리지않겠지|우리걷기를포기하진말자|밤이와아롱이와나<풍경찾기>
최현우|코코,하고불렀습니다|집에혼자두지말랬잖아|코코와나<그때서야생각해볼게>

출판사 서평

아기강아지,늙은개,무지개다리
-만남부터이별까지

너를만나내가바닥이라믿고있던
것이무너졌어그렇기에
비로소나는날아올랐지
빛이드는쪽으로한걸음더
('여섯개의작은발로'중에서)

개와인간의지극히사적인,그러나역사적인첫만남.두생애를흔들어놓을거대한충돌이다.양손바닥위에가뿐히올라가던작은생명이인간의일상을온통헤집어놓을줄이야.뒤죽박죽이된인간의일상은예측할수없는방향으로곤혹스러울것이나예측할수없는방향으로즐겁다.개를만나기이전의질서를잃는대신인간은,주어진시간의소중함을다시금되새길수있게된다.

혼자서는몰랐을길을걸을때나
혼자서는맞지않았을비에흠뻑젖을때에도
메리와함께기쁘다언닌
('기척'중에서)

그러나“시간은흐르고어린개는자란다”(「엉망」).인간의시간과개의시간은다른속도로흐른다.인간의한해는개의일곱해.인간보다어렸던개는머지않아인간을앞지른다.개는성큼성큼늙어간다.개의무늬와상관없는흰털이돋아나고,움직임이줄어들며,예민했던코와귀가서서히둔해지는것을인간이먼저실감한다.사랑하는대상과의시간이얼마남지않았음을예감하는일에는당연한슬픔이따른다.그러나이것으로끝이라면,무지개다리너머를상상할수없다면,인간은다시한번개를사랑할수없을것이다.

시인들이노래한개와의이별은,다만“어느행복한영혼이꽃과햇살을경쾌하게지나치듯”제몫의“갈길”을가는것.“뒤돌아보지않는”(「내가잘모르는강아지」)것.“죽음을두려워하지않는”(「개의신」)것.그런데어떤이별이,어떻게이별이,이토록간결할수있단말인가.

우리가우리의냄새에맺히는건
오랜떨림이었으므로
잃어버린것을찾지않기로한다
너는내이름을한번도불러준적없으면서
내게있다는신비

햇빛이꼬리를흔든다
네가늘앉아있던자리를향해서
너는있다
('너는있다'중에서)

개와의이별이고통스럽기만한것이아닐수있는이유는,오래지속되는‘감각기억’을남기기때문이다.개가떠난후에도인간의곁에는개의감각이일상의보석처럼함께한다.

당근을아껴먹던개는떠난후에도여름마다돌아와“쏟아진당근사이로짧은꼬리”를보여주고“당근,하면”“어디서든달려”올것같은기대를주기도하며(「당근」),이미땅에묻어준개는어느아침“옆으로와서한숨을쉬며”눕기도하다가(「나는환생을믿지않아」),급기야“눈감으면”“볼수있는”(「부서지기쉬운」)존재가된다.없어도있다는믿음,죽어서도살아있다는느낌.그런것을가능하게한다.이렇게이별을모르던어린인간은개를통해“외로움의강자”(「밀리에게」)가된다.개를,내가아닌것을,두려움없이사랑할수있게되는것이다.

모르는길밖으로나서기를두려워하지말자가볍게가볍게땅에그어진선의경계를훌쩍뛰어넘으며
이걷기를계속하자
('우리걷기를포기하진말자'중에서)

다알지못한다해도함께사는것이가능하다
-말통하지않는개와마음으로통하기

어린개는달린다
신발을물어와방한가운데두고
구름을잔뜩풀어헤쳐놓았다
(……)
개의생각을다알지못한다해도
함께산다
그것이가능하다
(……)
개는자라서주인의생각을이해한다
개는방을어지럽히지않는다
개는조용하다
개는기다린다
('엉망'중에서)

인간과개의역사는가늠할수없을만큼깊고길다.그만큼인간과개사이의감정역시일상의언어를통해서는결코설명불가능한것일지도모른다.시인들이마흔편의시로옮긴개와의시간에는사랑,믿음,우정,행복,영광,죄책감,그리움,슬픔,상실감,두려움,쓸쓸함이있다.또,시의언어를통할때에만가까스로도착할수있는이름없는정서가있다.잘보이지않을만큼미약하지만분명하게반짝이는마음이있다.

놀라운것은이토록복잡하고다채로운마음의겹에,그것이즐거운것이든아픈것이든간에,모두개의온기가묻어있다는점이다.인간보다1도높은개들의체온말이다.이시집을끌어안지않을수없는이유.나개있음에감사하지않을수없는이유.아마도이따끈따끈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