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이라는 산

그림책이라는 산

$15.00
Description
꿈을 지지해 줄 무릎의 힘을 기르는 일과 시시한 나를 견디는 것,
내가 그림책을 만나 처음 한 일이다.
오늘을 사는 사람들을 이야기한
고정순 작가의 쓸쓸하고 진솔한 고백!

고정순 작가의 산문집 〈그림책이라는 산〉이 새로운 표지와 본문 디자인으로 다시 돌아왔다. 초판에 수록된 작가의 그림들을 모두 빼고 오롯이 글로만 독자와 만나는 방식을 썼다. 그림책을 말하며 그림이 단 한 점도 담겨 있지 않은 책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 책은 작가 고정순과 그가 만든 책들, 함께 해 온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작가는 시종일관 그림책을 만든다는 표현을 쓴다. 그리는 것도 쓰는 것도 아닌 책을 만든다는 표현은 일반 작가들이 책에 대해 쓰는 개념은 아니다. 왜 그런 표현이 나오는 걸까.
“그림책이라는 산을 높이가 아닌 부피로 체감한다. 숲과 햇빛이 있는 이곳을 오래 걷고 싶다. 비가 오거나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이야기를 따라 다시 걸을 수 있길 바란다.”
작가의 말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책 안에 숨을 불어넣는 작업, 함께 책을 만들며 매 순간을 기억하는 일, 그리고 책이 나온 이후 독자와 나누는 시간까지 모두 포함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은 작가 고정순에 대한 기록이자 그림책이라는 산을 오르고 싶어 하는 작가 지망생들에게 정상에 오르고 싶어 하는 만큼, 그 산 자체를 이해하고, 곳곳을 함께 거닐며, 산이 주는 기쁨을 함께 나누자고 건네는 초대와 같다.

저자

고정순

저자:고정순
그림책<가드를올리고><철사코끼리><어느늙은산양이야기><최고멋진날><슈퍼고양이><점복이깜정이><엄마왜안와><오월광주는,다시희망입니다><솜바지아저씨의솜바지><시소><나는귀신>과산문집<안녕하다>를쓰고그렸다.
그림책독립출판사‘달극장’매표원으로일하고있다.숨만쉬어도그림책이된다고우기며산다.이일을계속하고싶다.

목차


인사·7

1부지각대장의시시한시작
백만번태어난지각대장·10
부업이필요해·13
좋은경험·16
달걀한판은사치·20
2002·24
이름모를물고기·27
투명한그림·33
이방인과시든토마토·39

2부그림책이라는산
사전읽는날·46
다음이라는거짓말·52
울음시합·55
밑그림은지도일뿐·62
소장님께·65
정말바람이불까?·72
철사로만든슬픔·78
날닮은당신에게·82
귀한사람·88
시소타는귀신·91
나라는은유·97
산양씨·100

3부꿈의조력자들
3월의외투·108
목요일의여인들·114
얼굴그리기·120
일상·125
은빛무리·129
짝사랑·132
언니들의졸업여행·137
달극장·143
위를보는사람·147
글과그림은어떻게만나이야기가되었나?·151
강을건너는사람들·156

4부쓰고그리지못한이야기
섬세한즐거움·164
고양이친구들·169
여름냄새·174
선아언니·180
엄마·183
이야기의이야기·186

지금하고싶은말·190

출판사 서평

꿈을지지해줄무릎의힘을기르는일과시시한나를견디는것,
내가그림책을만나처음한일이다.

오늘을사는사람들을이야기한
고정순작가의쓸쓸하고진솔한고백!

고정순작가의산문집<그림책이라는산>이새로운표지와본문디자인으로다시돌아왔다.초판에수록된작가의그림들을모두빼고오롯이글로만독자와만나는방식을썼다.그림책을말하며그림이단한점도담겨있지않은책이만들어진것이다.
이책은작가고정순과그가만든책들,함께해온사람들에대한이야기다.작가는시종일관그림책을만든다는표현을쓴다.그리는것도쓰는것도아닌책을만든다는표현은일반작가들이책에대해쓰는개념은아니다.왜그런표현이나오는걸까.
“그림책이라는산을높이가아닌부피로체감한다.숲과햇빛이있는이곳을오래걷고싶다.비가오거나길이보이지않을때,이야기를따라다시걸을수있길바란다.”
작가의말에서그답을찾을수있지않을까.책안에숨을불어넣는작업,함께책을만들며매순간을기억하는일,그리고책이나온이후독자와나누는시간까지모두포함하기때문이아닐까.
이책은작가고정순에대한기록이자그림책이라는산을오르고싶어하는작가지망생들에게정상에오르고싶어하는만큼,그산자체를이해하고,곳곳을함께거닐며,산이주는기쁨을함께나누자고건네는초대와같다.

백만번태어난지각대장!
그림이좋아그림밖에몰랐던외로운청춘,드디어그림책을만나다!
부모님의극심한반대에도불구하고그림을그리겠다고집을뛰쳐나왔던20대어느날,고정순작가는두권의그림책을만났다.<100만번산고양이>와<지각대장존>이다.우연히작업실위층에살고있던언니(그림책작가지망생)의책장에서본건지(만난건지),그렇게그의작가의길은우연을가장한운명처럼시작됐다.그이후그는그림책을탐독했고,복사지를반으로접기시작했다.그걸‘더미’라고부른다는걸시간이지난뒤에알게되었다고한다.
어릴적부터입만열면이상하고엉뚱한소리를해대엄마는둘째딸이허풍쟁이나사기꾼이되지않을까걱정했다고한다.그의이런상상력이결국이길로이끌게되었던건가,하나,그의꿈에다다르는길은순탄치만은않았다.아르바이트를하면그림그릴시간이없고,그림을그리면생활이곤란해졌다.그럼에도뜻이있으면길이있다고했던가,그림책워크숍에들어가게되고,거기서그는그림책에대한새로운눈을뜨게된다.

되돌아보니가장많은분량의더미를만들었던시기였고,
머릿속과동시에손이움직이는방법을터득한시기기도하다.
이야기가도망치기전,바짓가랑이를붙들고늘어지는방법이랄까.(34쪽)

과로는금물이아니라내겐꿈이다!
산을하나넘으니또다른산,그리고진짜그림책이라는산을만나다.
13년을이방인처럼돌아돌아어렵게첫책<최고멋진날>을냈고,그기회를어떻게든이어이어두번째세번째그림책을출간했다.하지만고정순작가의운명은마치깐깐한감시자의눈을피할수없는운명인양또다른산이기다리고있었다.
갑자기찾아온난치병(류머티즘)은그에게절망과희망(?)을동시에가져다준다.몸상태가여의치않은그는새로운기법들을찾기시작하고,결국그만의지도그리는법을터득하게된다.목탄으로그린<가드를올리고>볼펜으로그린<철사코끼리>판화로작업한<어느늙은산양이야기><63일>라이트박스를버리고연필선을그대로드러낸<점복이깜정이>등책마다다른기법으로고정순작가특유의이야기에맞는그림들로채워간다.전화위복처럼아니,마지막승부를놓고온힘을다해한판뒤집기를시도해한판승을거둔선수처럼그렇게기적같이찾아온깨달음의결과다.
몸이무너지면서느꼈을절망속에서찾아낸자기만의그림책.그에게과로는금물이아니라꿈이라는말은진짜였다.

지도를그리는일은여전히어렵다.
하지만내가얽매인관념으로부터홀가분해졌다.
내가원하는건매끈하게잘그린그림이아니라이야기와보폭을맞춰걷는그림이다.
오늘도지도를그린다.(61쪽)

꿈의조력자들!
나에게주어진시간을살고그안에서만난이야기를
사람들과함께책으로만든다.
<그림책이라는산>은고정순작가의<안녕하다>이후두번째산문집이다.누구는그림책작가가무슨산문집이냐고하겠지만,고정순작가는산문집을위해서글을쓰지않았다.오랫동안SNS나일상의사유를꾸준히기록해모아놓은글을책으로펴낸것이다.그래서일까,<그림책이라는산>은매우섬세하다.섬세하다못해리얼하다.
늦깎이로그림책작가가되기까지어떤말못할고충과현실의벽이있었는지,그림책하나를위해얼마나많은사람들의힘이필요한지,작가가되고난뒤에도얼마나많은숙제가남아있는지,세세하고자잘한것들까지어찌이렇게다기억하고있을까놀라울정도다.
특히,‘달극장’이라는독립출판사를냈을때고정순작가의이력은정점을찍는다.동네사람들과그림책을공부하고그들의작품을출판(독립출판)하며이어진인연은이제선생과학생이아니라,그림책을만드는동료이자진정한벗이되었다.

함께하고싶어심화반을만들고,헤어지고싶지않아
그림책을공부했던사람들과벌써4년이란시간을보냈다.
그리고그림책독립출판사‘달극장’을시작했다.
뒤돌아보면모든시작의원인은하찮다.
우리가별이유없이이곳지구에온것처럼말이다.(132쪽,125쪽)

한줄이라도정성껏쓰고그리고싶은사람들의마음이바로예술이다!
그림책을사랑하는모든사람들에게건네는고정순작가의지금하고싶은말
산문집이라는특성상,<그림책이라는산>은고정순이라는한인간이겪은개인적인이야기로읽힐수있겠지만,사실이이야기는그림책을사랑하는모든사람들에게건네는고정순작가의진심어린고백이다.힘들었지만행복했다고.그러니함께그림책을사랑하자고!
고정순작가는말한다.시키는일은절대하지않으면서시키지않는일은열심히하는아름다운근성(?)이내게있었던것도같다고.단한권만이라도그림책을만들수있게된다면,모든과정을느끼고기억하겠다고다짐했었다고.
<그림책이라는산>에는정말많은사람들이야기가나온다.그곳엔그림책과상관없어보이는사람들도있다.아르바이트에서만난친구들,돈을벌기위해내키지않은수업을통해만났던학생들,그리고그림책세계에서만난수많은편집자와동료작가들과강연을다니며만났던동네책방사람들과수많은독자들.모두지금의고정순작가를있게한사람들임에분명하다.
누구나돈을걱정하고,누구나공모전에수십번낙방하고,누구나다진행된책이무산되는경험을하는건아니겠지만,(거기다병까지생기지는않겠지만)그림책으로가는길은그리녹록하지않다는이야기는맞는말인것같다.사람의마음을움직이는일은결코쉬운일이아니니까.
그런의미에서고정순작가가지금하고싶은말이라,적은마지막말이마음에남는다.

모든평가에서벗어날수없으면아무말도듣지못하던시절에비해
형편이나아졌다고자조할수도없다.
나는어차피책등부터마침표하나까지평가받는사람이니까.
오늘도수많은B컷을만드는사람,B컷이모여최종B로남을지도모르는사람,
변명과일기어디쯤낙서를남기는사람일지도모른다.
나에게일어나는변수는고작내가다시쓰러지는것뿐이다.(177쪽~178쪽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