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다리 아래 춤추는 노을 (선수원 수필집)

소화다리 아래 춤추는 노을 (선수원 수필집)

$18.00
Description
선수원의 『소화다리 아래 춤추는 노을』은 크게 5부로 나누어져 있으며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

선수원

저자:선수원
광주광역시에서출생하였고덕성여대국어국문학전공했으며1980년부터16년간중등학교국어교사로재직하였다.
갱년기를넘고있을무렵,차(茶)를만났고,이후우리차에대한남다른애정으로연구를계속하며한국차문화협회이사를역임,현재는한국차문화협회전문사범으로활동중이다.
2014년느닷없이전남보성군벌교의전원주택으로이주하면서,자연과의교감에힘입어글쓰기를시작했다.
2021년격월간『에세이스트』100호에「어린날의슬픈방황」으로등단하여2024년『에세이스트』113호에문제작가신작특집을하면서중견작가로알려지기시작했다.

목차


책머리에……4

제1부
어린날의슬픈방황……14
천막안의아이……18
행복한날개를단아이……23
엄마의사과한알……28
그날밤달빛세례……33
오메!버들강아지네……38
풍경소리……43
엄마의울타리……48
나의독백,울엄마……54

제2부
소화다리아래춤추는노을……62
째깐한놈들이똑똑하네……66
노랑나비되어날다……69
무릎을부탁합니다……74
봄날……79
시간의여백속으로……83
애첩하우스……88
젖어든다는것……92
해는지는데……96
다시보기……101

제3부
茶향기에반하다……110
흐린날의일상……115
햇살속에서튀어나온그녀……121
참쓸쓸한날의오우아(吾友我)……126
그날이그날?……131
한평공간에서한달살기……136
한양천리길……141
안식처를찾아서……147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이면좋겠다……152
납월홍매,다정도하여라……157

제4부
불의계곡에서노닐다……166
선물같은여유……171
살구가툭툭떨어지던날……176
나의반란……180
그릇과마음그릇이야기……185
어머님의얼굴……190
눈바람타고훨훨……196
우두커니……201
나에게수필이란……205

제5부선수원론
꿈의모태,유랑의기원……210
나는에세이스트다……237

출판사 서평

상실로부터시작된감각의문학

어린시절,마루밑에몸을숨긴소녀가있다.문자엄마라는이웃아주머니의괄괄한목소리에심장이요동치고,‘나는이집의진짜딸일까’하는의구심으로몸이오그라든다.선수원의수필은이상실과결핍에서태동된다.
따라서『소화다리아래춤추는노을』은상실과불안을거쳐,다시삶의감각을회복해나가는여정이다.엄마의사과한알,친구의느릿한걸음,벽돌담벼락의온기,나일론극장의어둑한천막속장면들―이책의문장은모두한소녀의기억이자,하나의존재가태어나는빛과어둠의서사이다.
문학평론가김종완은이책을두고“몸으로부터솟구친비명,감각의언어로쓰인슬픔의시”라평한다.크리스테바의‘아브젝시옹’이론이말하듯,버림받은감정은오히려주체를만들고,슬픔은감각을깨우는힘이된다.
슬픔의정동(情動)이어떻게서정과상상력으로바뀌는지,어떻게“이야기속여인”들인심청과춘향이‘나의내면’으로귀속되는지를보여주는한편의문학적순례다.
삶이란때로무너지며,그무너진자리에말이전의감각들,침묵속의온기가다시깃든다.선수원의문장은그감각을붙잡고되살리는손길이다.
독자는이책을읽으며깨닫게될것이다.누구나마루밑의기억을품고살아가며,그기억은언젠가빛과마주할자리를기다리고있다는것을.

책속에서

며칠전읍내에있는일본식점방들사이에유독눈에띄는붉은벽돌건물인금융조합을둘러보고소화다리를향해발길을돌렸다.뉘엿뉘엿해가지고있었고십일월바람이찼다.

소화다리가까이갔을때,엄청난크기의둥실한석양이산아래로떨어지고있었다.얼어붙듯멈춰서서장엄한해넘이에빠져들었다.내눈이의심스러울지경이었다.경외라할까,숭고라할까.잠시눈을감고기도하듯서있었다.몸속으로꽉들어찬알수없는파동으로나는혼미했다.이윽고눈을떴을때,해는넘어가고소화다리아래물길에붉은노을빛이어리었다.

극도로참혹했던양민학살의현장이다.소설속에선처절한핏빛장면으로그려졌다.민물과바닷물이만나출렁이는물결위로어리는노을은그대로참혹의빛깔이며서러움의빛깔이다.그래서일까.소화다리아래노을은유독붉다.차마떠나보낼수없는과거,아픈역사가서려있는이다리에서면,솔바람과대숲바람과갈대바람이뒤섞이며하염없이흐느낀다.저만치갯벌에내려와길게누운붉은노을이춤을춘다.투명한소맷자락휘저으며바다로바다로빛길따라떠나가는혼이런가,어느무당의살풀이런가.

혼몽속에젖어있던나는잠시하늘을우러르다가발길을돌렸다.서서히어둠이내려앉는다.집을향해걸음을재촉하는데,갯벌갈대숲에저녁바람이훑고지나고있다.갈대들이몸부림치듯일사분란하게흔들리고있다.서걱서걱흐느끼듯수런거리는소리가나의온몸에파고든다.갈대소리와함께걷다보니철길이보이고그너머로중도방죽이보인다.반가움에발걸음이빨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