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년 동안 핀 꽃 : 최초의 지역 축제 ‘춘향제’를 만든 최봉선

백 년 동안 핀 꽃 : 최초의 지역 축제 ‘춘향제’를 만든 최봉선

$12.00
Description
우리말과 우리글조차 마음대로 쓰지 못했던 일제 강점기, 춘향제를 통해 꺼져가던 민족 문화를 되살린 독립운동가 최봉선의 이야기.
남원 예기 조합의 으뜸 기생 최봉선은 일제의 식민지 지배에 지친 조선 사람을 위로하고 민족의 자긍심을 살리기 위해 특별한 일을 계획했다. 바로 『춘향전』의 주인공 춘향의 사당을 지어 제사를 지내는 일이었다.
『백 년 동안 핀 꽃』은 일제 강점기에 조선인 여성이자 기생이라는 신분으로 차별받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최봉선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전국에서 만세운동이 일어난 이후 일제는 조선의 전통과 민속 문화를 탄압했다. 이러한 시기에 불의에 대항한 춘향의 정신을 기리는 행사를 여는 일은 대단한 도전이었다. 주어진 환경에 좌절하지 않고 나아가는 최봉선의 모습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어린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것이다.
선정 및 수상내역
2022 책씨앗 상반기 초등 교과연계 추천도서
2022 청소년 북토큰 선정도서
저자

김양오

충남당진에서나고자랐고지금은전라북도남원에서살고있습니다.한약방집딸이어서그랬는지어릴적부터옛날것을좋아해인하대학교에서역사를공부했습니다.대학졸업후아동문학과글쓰기를공부한뒤25년만에역사동화작가의길을걷기시작했습니다.10년전에몽심재와첫인연을맺었고지금은몽심재가있는마을에서문화재활용사업을진행하고있습니다.지은책으로는『도자기에핀눈물꽃』과『백년동안핀꽃』이있습니다.

목차

작가의말

남원으로
권번과기생
일본말을가르쳐라
사그라드는독립운동
이별
춘향제
이쁜춘향이
두영정
또다시쫓겨나다
60년만에돌아온춘향이

작품속으로
·최봉선은누구인가?
·기생과권번
·춘향제와춘향영정수난사
·현실에서만나는‘백년동안핀꽃’속장면들
·우리나라무궁화역사와광한루무궁화
추천사

출판사 서평

“우리말과우리글도못쓰게하는이현실이언젠가는
끝날수있다는희망을줘야합니다.”

1919년전국적으로일어난만세운동이후일본은‘문화통치’를한다는명목을앞세워조선의언어와문화를말살하려했다.이렇게말한마디,노래한소절마음대로하지못한시절에일본말을사용하지않은곳이있었다.바로남원의기생조합인남원예기조합이다.남원의지역유지이자독립운동가이현순이만든남원예기조합은조선말을하고조선의전통예술을지켜나갔다.최봉선은이곳의으뜸기생으로서그뜻을이어갔고,민족정신을고취하기위해우리나라에서가장오래된축제이자,지역축제의시초라고할수있는‘춘향제’를만든다.조선인이모여있기만해도만세운동을할까봐경계를샀던시절에큰규모의축제를계획하고추진한것이다.게다가춘향은기생의딸이라서유교적인제사를지내는것에대해양반들의반발도있었을것이다.신분제가폐지되어도여전히신분차별이존재했고,기생을여전히천하게생각하는사람이많았던시대였다.안팎으로가해지는압력에도불구하고이모든일을해낸최봉선의용기와기개를보고있으면감탄하게된다.

우리가미처몰랐던영웅‘최봉선’을만나는시간

이작품은잊혔던여성인물최봉선의가슴벅찬일생을생동감넘치는문장으로구현하였다.안타깝게도춘향제를처음만든최봉선에대한기록은남아있는것이거의없다.고향인부산에서남원으로넘어와남원예기조합에들어갔다는것,춘향사당을짓고춘향영정을그려제사를지내자고제안했다는것,내선일체를선전하기위해그려진춘향초상화에밀려난최초의춘향영정을돌려놓겠다고말한동아일보의인터뷰기사말고는그의생애를온전히추측할수있는자료는남아있지않다.남원에서문화해설사로활동하는저자가남아있는자료와증언을토대로최봉선이라는인물의생애를재구성하였다.현지에서직접조사한생생한정보가담긴부록도작품의현장감을살리고작품에이입할수있도록돕는다.
차별과억압에도불구하고자신의자리에서최선을다해조선의독립을위해노력한최봉선의모습은깊은감동을준다.오늘의대한민국이있기까지이처럼우리가미처몰랐던선조들의많은노력이있었음을알수있다.앞으로도잊혔거나지금까지알려지지않았던영웅의업적이발굴되어야할것이다.독자들에게『백년동안핀꽃』이가슴벅찬역사를발견하는계기가되기를바란다.



<책속으로>

12-13쪽
눈앞에웅장한건물이떡버티고서있었다.광한루였다.커다란지붕이날개를활짝편봉황같아서금세날아갈것만같았다.
“와!언니야!광한루다!엄청크다!”
“그렇구나.나도태어나서이렇게큰건물은처음본다.”
그런데광한루가이상했다.분명광한루는사방이탁트인누각이라고들었는데창이모두닫혀있었다.
“언니야,광한루문이다닫혀있네.위아래모두꽉꽉문을닫아놓은게누각같지가않데이.”
“저기재판소라고쓰여있구나.광한루를재판소로쓰는모양이다.조선팔도어디든중요한건물중에일본놈들이가만놔둔곳이없으니.”
“언니야,조용히해라.누가들으면어떡하려고?일본놈이뭐꼬?”
수련은주위를살피며봉선에게주의를줬다.다행히일본군인들은저멀리있었다.말한마디잘못했다가잡혀갈수도있는세상이었다.

48-50쪽
“조센징들,모두흩어져라!”
“노래부르지마라!”
“지금당장집으로돌아가라!”
순사들이말을타고돌아다니며사람들을쫓아냈다.물속에있던사람들이허겁지겁족대를걷고밖으로나왔다.다슬기를잡던여자들은다슬기통도제대로못챙기고부랴부랴밖으로나와도망치듯뛰어갔다.평화롭고즐겁게금암어화를즐기던요천이순식간에난리통이되었다.횃불을든사람들이어린아이들과여자들을챙기며섶다리를건너마을로돌아갔다.순사들은조선사람들이많이모이는걸좋아하지않았다.또다시만세운동이일어날까봐겁이나는것이다.
(중략)
“누가먼저노래를했나?”
일본경찰서장이와서기생들에게소리를쳤다.
“제가먼저했습니다.”
최봉선이나섰다.
“권번기생들이오밤중에왜요천까지나와서노래를하나?당장돌아가지못할까?”
“은어잡이구경좀하면서흥을돋워준것뿐인데뭐가잘못됐단말입니까?”

87쪽
“열녀춘향이의상징물을만들자고?어떻게그런생각을하게됐는가?”
정광옥이무척궁금해하며물었다.
“지금우리조선사람들에게는아무런희망이없습니다.그래서사람들이가슴속에있는답답함을춘향이를통해풀어내고있는것같습니다.춘향이가목숨을걸고정절을지키다가끝내신분을거슬러어사부인이된이야기는우리조선사람들에게큰희망을주고있습니다.설날도없애고우리이름,우리말과우리글도못쓰게하는이현실이언젠가는끝날수있다는희망을줘야합니다.멀리서독립운동하는분들이힘들게싸우고있는데정작이땅에서는아무런희망없이살아간다면어떡하겠습니까?불의에저항한춘향의정신을보면서민족정신을잃지말았으면좋겠습니다.”

128-129쪽
새영정을태운수레가광한루를지나사당에도착하니최봉선과평양,진주,한성,부산권번수기생들이기다리고있었다.새로그린영정을받고싶지않았지만일제가작정하고하는일이라어쩔수없이받아들여야했다.최봉선과기생들은어두운얼굴로수레에서내려지는새영정을바라보았다.현준호가영정을받아들고천천히사당안으로들어갔다.사당에는1931년첫춘향제때봉안했던영정이있었다.현준호는그영정을내리지도않고그위에새로운영정을겹쳐서올려놓았다.이중봉안된것이다.조선춘향이위에왜색으로그린춘향영정을올린것,바로내선일체를뜻하는것이었다.조선과일본이하나라는것을그렇게보여주고있었다.


<추천사>

고전소설《춘향전》이세계에명성을자랑하고춘향가를비롯한판소리가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보존되었으니춘향제를창시하고이끌어낸최봉선선생을기리는일은매우중요한일입니다.일제강점기에여성으로서게다가천대받았던기생으로서말살되어가던우리민족의얼을지키고자춘향제를기획한일은대단한창의력의결실이었습니다.그것도남원사람만이아니라전국의예기권번과함께했다는것에놀라지않을수없습니다.그런분을그동안아무도돌아보지않았는데이렇게문학작품으로탄생시켰으니매우늦었지만얼마나다행인지모릅니다.
-남원향토사학자한병옥추천사中

가끔남원을찾아갈때면‘아,여기가역사의보물창고구나.’하는생각을하였다.그러나아무리보물이많아도그걸캐내어사람들에게알리지않으면무슨소용인가.다행히김양오작가가남원지역의역사속에서사라진이야기와인물들을찾아재조명하는작업을꾸준히해오고있음이얼마나반가운지.
남원의명소인광한루가일제가쓰던재판소였으며,권번기생들이앞장서서독립운동에나선이야기며,최초로춘향제를만드는중심축에최봉선이있었다는이야기를감동적으로되살려냈다.춘향이와이몽룡의이야기가어린광한루가그저유명관광지가아니라일제강점기남원사람들의항일정신을일깨워준상징적인장소라는것도되살려내고.
그렇다.역사는누군가의손에의해다시꽃으로피어나고,우리는그꽃을오래오래피워내야할의무가있다는걸새삼깨닫는다.
-동화작가이규희

‘100년동안핀꽃’은재미있다.‘소리꾼최봉선’과친구들이좋아하는춘향가를축제로만들고,자신들의삶이축제가되는이야기다.춘향가를좋아하는소리꾼최봉선은춘향가의소리의뿌리를찾아부산에서남원까지찾아온다.그리고,춘향가를노래하고춘향가를좋아하는사람들과함께지역에서축제를만들고,소리꾼들의삶이축제가된다.
우리는이야기를읽을때마다영웅을기다린다.새롭고재미있는영웅을만났을때,이야기는출렁거리며우리의삶을흔든다.‘100년동안핀꽃’에서‘소리꾼최봉선’과친구들은새롭고재미있는영웅들이다.
자기삶을축제로만든소리꾼들의이야기,‘100년동안핀꽃’을사춘기청소년들과부모님들께추천한다.우리청소년들도자신이좋아하는일을찾기를바란다.자기삶을지역의축제로만들기위해애쓰는여러방면의소리꾼들에게이책을선물하고싶다.
-『중학생,기적을부르는나이』저자,교육학박사박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