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따라온 의혹들 - 앳(at) 시리즈 3

사랑에 따라온 의혹들 - 앳(at) 시리즈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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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등교를 준비하던 아이가 코피를 흘렸고, 멈추지 않았고, 더 상급병원으로 이동하다가 국립암센터에 도착해 악성질환 진단을 받는다. 불과 반나절만의 일이었다. 그날로부터 1년 6개월간 아이의 생명이 위태로운 극적 긴장 속에서 24시간 대체 없는 간호를 이어가며 저자는, 어떤 엄마도 꺼낼 수 없던 어렵고 무거운 질문을 내놓는다.

저자

신성아

저자:신성아
국어국문학과영상이론을공부했다.광고·마케팅업계에몸담았다가국회의원보좌진으로일하던중딸의암간병을위해휴직했다가최근그만두었다.지금은딸의전일,전속간병인이다.

목차


서막:6월3일

1막:타고난다는오해
다내탓인가봐―긴밤―공감과이해―날닮아도너답게―이런엄마도있다,많다―아이의힘―모성이아니라의리입니다

2막:돈버는여성
밀려나다―병원도,집도싫다―일하는여성―이러다한국은망할거야―누울자리봐가며야망을가져라

3막:가족내정치
나의적은가부장제가아니라키치예요―돌봄은어떻게비극이되는가―나의경우―문제는차이에있지않다―인정투쟁연대기―타협은패배가아니다

4막:눈에보이는구원
위험한가계―돌보는마음―이제는대답이필요해―너무빤히보지마세요―현수네둥근달―혼자보단둘,둘보단셋―노년의노동

5막:의학의태도
어린이의행복―약과독―공부도잘하고,인성도좋으려면―병명:암,치료법:없음―병원이라는곳―응급실에서묻다

문을열며


출판사 서평

굳이이름을붙이자면,그것은의리

업무도중다급히빠져나온그녀는결국회사로복귀하지못했다.아이가중병인데엄마의출근은거론할문제가아니었다.아이는엄마에게매달렸고남편은아내의역할을묻지않았고가족도회사도엄마의간호를격려했다.1막에서저자는‘모성’에대해묻는다.모성은천부적재능인가?모성이남녀구별없이옥시토신과프로락틴의영향을강하게받는호르몬반응이라는사실이과학적으로입증된지오래임에도불구하고모성신화가굳건한이유는모성이돌봄을전제로하기때문이다.

저자는,“모성신화는여성에게손쉽게희생을강요하는동시에,각여성의삶이지닌복잡하고특별한경험을일거에삭제한다.저마다다른엄마들의삶을워킹맘과전업맘으로양분할수있다는사고방식은지독히안일하고편협하다”(55쪽)고말하며,작은침상에서온종일한몸처럼붙어고통을함께하며아이와자신이공유하는사랑이모성에기반한것이아님을깨닫는다.“결국사랑은내가아닌누군가의필요를내필요보다중요시하는것이다.나보다그사람을먼저생각하는것이바로사랑이라고.그리고사랑의이러한속성이바로컴패션(compassion)의토대일것이다.compassion,흔히하듯연민이나동정이라고번역하기에는무척아쉬운이단어는문자그대로누군가의고통(passion)을함께한다(com)는뜻이다.대가없는간병,조건없는돌봄이바로compassion의이데아이자눈에보이는실재다.그리고누군가를통해이compassion을한번경험한이는인생을살면서다른이에게다시그것을되돌려주게된다.그렇게마음을다해사랑하는법,누군가를돌보는법을배우는것이다.”(62쪽)저자는,자신의돌봄이모성에서발현된일방향이아닌상호호혜적인사랑에기반한다고말하며“내가아이에게받은과분한사랑,계산없이돌격하는순정에나는내시간과자유를기꺼이희생한다.여기에굳이이름을붙이라면의리정도가적당하겠다”고정의한다.(64쪽)이지점에서우리는아이가돌봄의‘대상’이아니라‘주체’라는사실을은연히감각하게된다.

이일과저일을분리할수없는여성들

많은여성들이돌봄과직업생활을분리하려애쓴다.사회생활,전문적인직업세계가그둘의분리를은연중에촉구한다.물론남성에게도그렇다.그래서돌봄이한쪽에전가되는것을남성개개인의탓으로만돌릴수없다는것을안다.(84쪽)그러나애써본여성들은알것이다.돈버는일과돈이벌리지않는집안일을따로분리할수가없다는사실을.자신을소모하는쪽이돌봄이고자신을성장시키는쪽이사회일(직장을비롯해돈버는일)이라고할수도없다.모든집안일은반복적이지만매번다른세심함과능숙함을필요로하며,돌봄은절대일방향적이지도평면적이지도않다.돌봄은상호작용이면서입체적이다.또한돈버는일과번돈으로살림을꾸리는일은결코수직적이지않다.저자는,기존의기업의관성,사회시스템속에서는여성,남성모두행복을추구할수없다고강조한다.“아이를돌보는엄마라는정체성이내가맡은일에조금도타격을주지않는다는것을입증하려고무진애를썼었다.당시내게돌봄이란회사에서의내브랜딩요소에가까웠는데주말에아이와겪은작고귀여운소동을대화중풀어낸다거나비슷한처지에있는다른여성들과고충을함께나눌때동원하는식이었다.주로남성인상대가듣기불편하지않을정도로수위를조절했고,자신의시간을온전히일터에헌납하는노동자로서의정체성을위협하지는않는다고안심시켜야했다.(...)회사에서는아이챙기듯의원을모셨다.집에가면의원에게하듯아이를대했다”(87,95쪽)는저자의고백은두일을동시에하는여성들에겐숨쉬듯자연스러운경험이다.2막에서저자는,‘돈버는여성’이어떤다급하고분열적인처지에놓여있는지살피고,어떻게하면돌봄을나눌수있는지를묻고고민한다.

답은A와B로정해져있고
여성은함정에빠진다
여성이가정내역할분담을거론하면,사실상남성의답은두가지로정해져있다.이진격이불가능한벽앞에서여성이취할수있는태도는그저침묵이다.(99쪽)

답A:그래도나정도면괜찮지않아?
답B:왜효율적으로할수있는일을어렵게하려들어?

질문:애는나혼자낳았어?이집은당신집아니야?→A
질문:당신도한번직접해봐.애밥까지챙겨줄수있어야진짜육아분담이지.→B
질문:아빠가집안일을잘해야딸이좋은남자를고를줄알게된대.어떻게생각해?→A
질문:나도다시일해야지.애보는거이제진짜나눠야하지않아?→B

괜한지적을해서분란을일으킨것같은자책이최후에남는다.그럼에도분란을일으키기로작정하지않으면조금이라도변화의실마리를잡을수조차없다.더욱이저자가맞닥뜨린재난은그어떤의문도닫아버리기에충분한상황이다.

‘보호자분’으로살면알게되는
가족너머의문제들

간병과돌봄의최전선을가족으로두는사회에서저자는이문제가얼마나절실하게‘가족너머의영역’인지를파고든다.병원은환자를한명의개인이아니라한종의병으로본다.(180쪽)병의원인인자를없애는치료과정에서인간성은소거되며,저자의딸아이는‘윤이’라는이름을잃고‘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으로화한다.의사,간호사,전문간병인이병과병을갖게된사람을구분하지않는태도는어디에서오는가.이것이단순히‘친절’의문제일까.저자의의혹은끊이지않는다.

“보호자분”으로의료시스템안에머무는동안저자는아이가일반학교에등교할수없는상황에좌절한다.기본적으로학교가신체적장애나신경다양성,중증및만성질환을가진아이를맞이할준비가전혀되어있지않다는것을알게된다.‘병원학교’에입소해또래환자들과사회적관계를맺는연습을계속할수있게된것은그런시설이있는병원에아이를입원시킬수있었던‘가족자원’에기반하고있음도깨닫는다.

저자의생각은입원실을벗어나늘지않는의대정원,의대입시에투자되는엄청난자원과그것의비효율성,지역공공의료원폐쇄문제등으로뻗어나간다.딸아이가가엾은엄마이고,병원과환자사이에서크고작은결정을해야하는보호자이며,현의료시스템에의문을제기하는시민으로서쓰인이책은현실적인간병과돌봄의문제를입체적으로보여준다.

이상황은특수하지않다

저자가좁다란간병인베드에서밤을지새우며많은책을펼쳐들고질문과호소를이어간까닭은자신이처한이상황이특수하지않다는것을알았기때문이다.모든특수한상황에서벌어지는보편적인억압이공통된방향으로상황을이끌어간다.아이가중병이아니더라도,그저계절성감기에걸렸다하더라도영향을미치는시간이달라졌을뿐결과는같았을것이다.저자는결혼이문제가아니라고일갈한다.그렇다고출산도아니다.출산에자연스럽게뒤따르는‘1+1의돌봄’이문제다.아이가태어나면여성의돌봄에남편에대한돌봄이슬슬추가되기시작한다.어차피차리는밥상,어차피돌리는세탁기,어차피돌리는청소기,어차피살펴야하는무엇무엇들이자연스럽게추가된다.이고정된성역할과사회적분위기는여성,남성모두에게짐이자불행일따름이다.또한여성에게조금씩가중되는1+1의돌봄은양가부모를비롯한가족이돌봄을필요로하기시작하면더빠르고무겁게치우치기시작한다.돌봄이필요한모든사건에여성이소환되고,소환에응하지않는여성은의무를져버린파렴치하고모질고냉혹한가족구성원으로낙인찍힌다.

이책은모놀로그가아니라다이얼로그다

저자의에필로그는‘문을열며’로끝난다.다른선택을했기때문이다.비판이아닌비난을감수해야한다는사실또한안다.아이의병은위중했고가족은위기에봉착했다.누가봐도질문이필요없어보이는상황.그럼에도저자는자신에게온전히놓인책임과몫을들어올려‘이것이진짜나만의것이어야하는가?’묻는다.

저자가직업으로여겼던‘정치’,일상이정치라는사실은너무도낯설게저자의하루로들어온다.이상황에서저자는홀로떠안은간병의문제를남편과공론화하며나누기시작한다.선택지가없어보이는막다른벽앞에서정치적타협을촉구한다.극단의정치가아닌,일상의정치를연습하고자한다.서로간의거리를필요한만큼벌려사랑의부패를막고가족의취약성을보완하고자한다.(120쪽)

그러므로이책은모놀로그가아니라다이얼로그다.남편을향해,이웃을향해,사회를향해문을열고말을건다.답을찾기위해서가아니라더많은질문구해보려고,더복잡한타협안을제시해보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