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착륙하는 방법 : 신기후체제의 정치

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착륙하는 방법 : 신기후체제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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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라투르가 말하는 ‘신기후체제의 정치’란 무엇인가
우리가 살아갈 땅을 박탈당하지 않기 위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기후 위기를 넘어 기후 재난을 향해가는 시대. 그 어느 때보다 기후변화 문제가 주목받고 있으며,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도 커져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한 입장도 모두가 같을까? 미국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게 만들고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떠올린다면, 모든 사람이 기후 위기를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트럼프주의”로 대표되는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의 존재는 기후 위기가 곧 지정학적 이슈이며, 불평등의 문제와 직접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트럼프와 같은 핵심 지배계층이 자신들이 거주하는 영토를 모두가 공유하는 ‘공통 세계’에서 분리하고, 지구에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지내기에 충분한 공간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고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브뤼노 라투르는 기후 위기뿐 아니라 점점 심화되는 불평등, 대규모의 규제 완화, 악몽이 되어가는 세계화로 인해 지구에 각종 위기가 엄습하는 이 시기를 신기후체제(New Climatic Regime)라 선언하며, 그에 적합한 정치적 도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세계나 국가를 향한 정치가 아니라 지구를 향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구는 더 이상 인간의 활동을 위해 무한한 자원을 공급하는 자원의 보고가 아니다. 오히려 이 행성의 운명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행위자 중 하나이다. 그렇기에 오늘날 정치의 가장 큰 과제는 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착륙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라투르는 세계화의 종말, 새로운 터전을 찾아 이주하는 난민들, 기후변화에 직면한 국민국가의 한계 등을 고려하며, 최근 50여 년간의 정치적 지형을 분석하고 우리 사회가 이대로 괜찮은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저자

브뤼노라투르

저자:브뤼노라투르BrunoLatour
프랑스의사회학자이자인류학자,철학자.과학기술학연구자이다.1982년부터2006년까지파리국립광업학교에서,2006년부터2017년까지파리정치대학에서교수로재직했다.파리정치대학의명예교수이며,2018년부터는독일카를스루미디어아트센터에서연구를이어가고있다.과학기술학분야의개척자이자가장영향력있는사상가로서2013년에는인문사회과학분야의노벨상으로불리는홀베르상을수상했다.대표저서로는첫책인『실험실생활LaboratoryLife』부터,과학기술학의고전으로자리매김한『젊은과학의전선ScienceinAction』,근대성에대한독특한관점을담은『우리는결코근대인이었던적이없다WeHaveNeverBeenModern』,과학전쟁의결과를탐구한『판도라의희망Pandora’sHope』등숱한문제작들을펴냈다.

역자:박범순
프카이스트과학기술정책대학원교수이자인류세연구센터센터장.서울대학교에서화학을공부했고,존스홉킨스대학교에서과학사로박사학위를받았으며,미국국립보건원(NIH)에서포스트닥펠로우로생명의료정책의역사를연구했다.여러학문분야사이에서새로운지식과기술이등장할때,그것들이사회에서받아들여지는과정에큰관심이있다.최근에는인류세의개념을활용하여동아시아국가의근대화과정을바라보는연구를하고있다.

목차

한국어판서문

1.정치적허구로서의가설:불평등의폭발적증가와기후변화부정은같은현상이다
2.미국의기후협약탈퇴로선포된전쟁
3.모든이의걱정거리로전락한이주문제:발디딜땅을빼앗겼다는깨달음
4.‘글로벌화-플러스’와‘글로벌화-마이너스’를구분하기
5.글로벌주의를신봉하는지배계급은어떻게연대의책임을외면하는가
6.인식론적망상을일으킨‘공통세계’의포기
7.세번째극의출현으로흔들리는로컬과글로벌이라는두극의관계
8.‘트럼프주의’덕분에발견한‘외계’라는네번째유인자
9.새로운지정학적조직:‘대지’라고부를유인자의발견
10.왜정치생태학은그문제의중요성에걸맞게성공한적이없는가
11.왜정치생태학은좌우파의대립에서벗어나는데그토록어려움을겪는가
12.사회투쟁과생태투쟁을어떻게연결할것인가
13.계급투쟁은지리-사회적위치사이의투쟁이다
14.‘자연’에대한한관점이어떻게정치적입장을고정시키는가
15.좌우파이분법에고착된‘자연’의주문에서벗어나기
16.객체로구성된세계와행위자로구성된세계의차이
17.‘임계영역’과학의정치적특성
18.더욱커지는‘생산시스템’과‘생성시스템’사이의모순
19.거주지를기술하는새로운시도:프랑스의진정서제도
20.구대륙을위한개인적인변호

주(註)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불평등의증가와기후변화부정은같은현상이다”
지배계급은어떻게문제를해결하기위한책임을외면하는가

라투르는신기후체제에관한정치적가설중하나로,막대한영향력을발휘할수있는어떤엘리트집단이지구의환경파괴에대한경고를들었다고가정한다.그에따른두가지시나리오가존재한다.하나는경고를들은엘리트들이그심각성을대중과공유할만큼깨어있지않았다는것이다.다른하나는인류가큰대가를치르게되리라는걸알았지만,그피해는엘리트집단이아닌다른사람들이받게될것이기에경고를무시했다는것이다.라투르는이와같은과정을통해1980년대이후나타난탈규제와복지국가의해체,2000년대이후나타난기후변화의부정,그리고무엇보다지난40년동안급격하게증가한불평등을하나로꿰어설명한다.

라투르는또한로컬과글로벌이라는두개의극을통해근대성을배경으로한다양한투쟁을살펴본다.그리고여기에‘대지’와‘외계’라는새로운극을등장시켜글로벌과로컬의한계를지적하고지금의정치적상황들에적용한다.여기서‘대지’는인간이거주하는환경이나배경을의미하는것이아니다.새로운정치적행위자를뜻한다.지구의안정성이담보되었을때에,인간들은영토를소유가능한개념이라고생각했다.그땅위에서우리가영원할거라믿었다.그런데그영토자체가인간과맞서고,인간생활에관여하기시작한다면어떻게될까?라투르는특히생태학이‘대지’를엄밀히정의내리지못했기때문에19세기이후의사회투쟁에서발생한변화의동력이생태투쟁으로이어지지못했다고분석한다.그는정치생태학이왜그문제의중요성에걸맞게성공한적이없는지,왜좌우파의대립에서벗어나는데그토록어려움을겪었는지비판적으로검토한다.마지막으로프랑스역사에등장하는진정서작성이라는‘정치’의고전적개념이나오기전에시행되었던제도를통해하나의가능성을제안하며논의를마무리한다.

역사상처음으로80억명의인류를감당하며신음하는지구
지금이지구를바라보는관점의변화가필요한바로그때이다

라투르를소개하는수식어는너무나도많다.과학과인문학을아우르는거의모든학문분야에서영향력을발휘하고있다고해도과언이아니다.그는그중에서도생태학과사회학연구의새로운지평을개척한21세기사상의최전선에서있는학자이다.라투르의가장유명한이론으로는‘행위자-연결망이론’을꼽을수있다.라투르가이책에서말하는‘착륙’의의미역시행위자-연결망이론의연장선으로이해할수있다.근대인들이지구를바라보는시각은마치우주영화속에등장하는푸르고동그란암석덩어리를바라보는것과같다.그런관점으로만지구를바라본다면,우리는지구시스템이인간의행동에대해어떻게반응하는지영영깨닫지못할것이다.우리는지구를‘행성’이아닌‘대지’로감각해야한다.우리가밟고있는이땅을다시생각해보자.풍부한물,숨쉴수있는공기,비옥한토양그리고이모든것을우리와나누는자연을말이다.우리의기반이되어주는이런환경들은오랜시간생명체자체에의해만들어진것이다.다시말해한쪽에유기체가존재하고다른한쪽에환경이있는것이아니라,양자에의한공동생산이있을뿐이다.인간은더이상자연의중심이아니다.다른모든생명체와마찬가지로자연과교류하는일부일뿐이다.우리가‘우주로서의자연’이란관점에서벗어나‘과정으로서의자연’에주목해야하는이유이다.

라투르는우리에게무엇을하라고명령하지도,제도적실체를제시하지도않는다.다만이위기상황을이해할철학적발판을제공하고준비시킨다.지금껏그어떤인간사회도80억명에달하는인류를감당하고있는지구가무슨반응을보일지고심해본적이없었다.라투르가말하는신기후체제에맞는정치를실현하기위해서는지금부터생각하기시작해야한다.우리는어디에착륙하고싶은지,누구와우리의장소를공유할것인지말이다.

라투르의학문적궤적을집약한도발적논의
한국어판서문에서전하는팬데믹과의연관성

『지구와충돌하지않고착륙하는방법』은2017년프랑스에서처음출간되었다.한국어로번역된라투르의저작중가장근래의것이다.그만큼최근라투르의관심사를다루고있으며,지금까지그가걸어온학문적궤적과더정교하게발전된논의들이집약되어있다.그가이책에서던지고있는메시지는매우‘정치적’이며신선하다.

라투르는한국의독자들에게한국어판서문으로인사를전했다.책이처음출간된때와현재의상황을비교하자면,지금은세계적팬데믹상황으로락다운이란초유의사태를맞았다.라투르는이책에서말하려는이야기와펜데믹상황이매우밀접하게연관되어있다고본다.기후변화와바이러스의출현모두인간활동에따른결과이기때문이다.락다운상황앞에서글로벌이란단어는순식간에힘을잃었다.팬데믹속에서사람들이경험할수있는‘공간’이라는개념을떠올린다면,이제공간은실체가위치하는곳이아니라갈등과법,기술로벡터화되는곳이다.더이상미터법을따르는공간의정의를당연히여길수없게되었다.이와관련된더깊은논의는이책의후속작이자,곧번역될예정인『나는어디에?(O?suis-je?)』에서살펴보게될것이다.

『지구와충돌하지않고착륙하는방법』은처음출간된이후로이미13개의언어로번역되었다.원제인‘어디에착륙할것인가?(O?atterrir?)’를각언어사용권에따라어떻게변주했고,어떤느낌의이미지로표지에형상화했는지확인하는재미도누려보길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