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키스토크라시 : 잡놈들이 지배하는 세상, 무엇을 할 것인가

카키스토크라시 : 잡놈들이 지배하는 세상, 무엇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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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잡놈들이 판치는 세상
“저급한 인격의 소유자들이 사회의 운전대를 잡고 있다면, 그들의 인격은 우리 모두의 운명이 된다.”(29쪽)

우리 사회에 보이지 않는 계급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공정한 경쟁에서 기대하거나 수긍할 수 있는 수준보다 훨씬 많은 것을 차지하는 이들이 분명 존재한다. 문제는 이것을 행운이나 특혜라 생각하지 않고, 우월성의 징표로 여긴다는 점이다. 저자는 “화려한 껍데기 속에 자리하고 있는 천박한 인간형은 직간접적으로 사회 전반의 기풍과 풍습에 잡스러운 영향을 미치고, 열심히 사는 서민들에게 패배감과 모멸감을 주며, 급기야는 공동체 의식을 파탄시킨다”(29쪽)고 묘사하며 이들을 ‘잡놈’이라고 부른다. 이 책에서 말하는 ‘잡놈’이란 사회적 신분이나 계급을 떠나 내면의 품계를 기준으로 하여 “마음과 몸가짐이 천박한 사람”(171쪽)을 뜻한다.

그렇다면 소수의 특출난 ‘잡놈’들이 불현듯이 나타나 우리 사회에 제동을 걸고, 서민들의 삶을 바닥으로 끌어내린 것일까? 사회 상부층의 부도덕과 탐욕은 익히 들어온 얘기다. 저자는 이 부도덕과 탐욕이 “너무도 정교하게 체계화되어” 있는 사회구조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카키스토크라시』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대통령이라는 자의 선동으로 무장 폭도들이 의회에까지 난입하는 지경에 오게 되었는지, 그 기저 질환을 파악하기 위한 작업의 결과물이다.”(5쪽) 즉 소위 ‘잡놈’들이 창궐하게 된 까닭에는 바탕이 되는 ‘기저 질환’이 있었으며, ‘잡놈’들의 창궐은 그에 따른 증상이라는 의미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잡놈’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인간형이 유독 번창하는 사회가 어떤 형태인지 고찰한다. 그리고 나아가 건전한 시민들이 ‘잡놈’들의 지배에 저항하고, 궁극적으로는 그들이 지배하는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비전과 논거를 제시하려고 시도한다. 내용을 크게 5부로 나누어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부 약탈형 지배계층의 창궐에서는 자본이 군림하는 세상에서 극도로 자본 친화적인 탐욕형 인간들이 성공하고 지배하는 양상으로 시작해 비인간적 자본 중심 체제의 작동 방식을 탐구한다.
2부 카키스토크라시 개관에서는 이 책의 제목을 설명하고 그 이해에 있어서 고찰되어야 할 개념과 함께 대표적인 역사 인물들을 살펴본다.
3부 잡놈의 탄생에서는 최악의 인간에 의한 지배의 표본인 트럼프에 대한 인물 탐구와 그런 유형의 인간들을 움직이는 의식구조를 천착한다.
4부 소수 권력과 이념의 품계에서는 질 나쁜 소수가 권력을 장악하고 유지하는 사회적, 정치적 양상과 이념의 역학 관계를 고찰한다.
5부 어떤 세상을 원하는가에서는 형편없는 인간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상식적인 세계관을 영위하는 시민들이 견지해야 할 가치들과 자세는 어떤 것들인지, 그리고 그들의 지배에 저항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사고의 전환 이야기를 다룬다.

저자

김명훈

저자:김명훈
1963년서울출생.1974년강남초등학교5학년재학중부모를따라미국으로갔다.중학교에서대학원까지모두뉴욕에서다녔으며,현재까지뉴욕에서만45년째살고있다.미국땅을밟는순간부터정체성에대한갈등이싹트기시작하여,이식된삶의온전치못함에대하여생각하지않고하루를넘긴기억이없다.
코넬대에서영문학,컬럼비아예술대학원에서작문을전공하였고,MFA(순수예술석사)학위를받았다.영어로글쓰는것이가장편하지만한국어로도가치있는글을써야한다는강박에이끌려대학졸업후중앙일보뉴욕지사에입사했다.덕분에다른진로를택했더라면상상하기힘들었을‘본국’과의깊은인연이시작되었다.7년동안일하며한국언론과조직사회의속사정을들여다보았으며,한국문화의멋과부조리를함께끌어안는요령도터득했다.
언론사를떠난뒤9년간미국연방공무원으로일했다.2002년부터는미국기업의한국관련업무를지원하는컨설팅사업을운영하며양국의징검다리역할을하고있다.
저서로는사회를지탱하는상류의진정한역할과태도에관해탐색한『상류의탄생』이있다.

목차

머리말?잡놈들의세상,끝이아니라시작이다

I.약탈형지배계층의창궐
1.괴물이야기
-선비,도사,이무기의이야기
-오버클래스전성시대
-비인간적인,너무나비인간적인
-그들의포식,우리의운명
2.미친사회의초상
-조작된승부
-정신병권하는체제
-억만장자가존재하는사회의도덕성
-부자들의벙커심리
3.말기자본주의의지배구조
-호모에코노미쿠스
-돈의몹쓸위력
-상인이지배하는시대
-매킨지,‘자본의망나니’
4.감옥에있는사람,감옥에있어야할사람
-죄와벌
-기업과조직범죄
-정작‘기생충’은누구인가
-그들의평판세탁

II.카키스토크라시개관
1.불량한소수가쓴역사
-긴요한단어의부활
-제국의본질
-과두제의철칙과‘플루토노미’
-철인왕의추억
2.잡배들이지배하면
-도둑들
-모리배들의‘권력뷔페’
-엘리트좋아하시네
-부역자들
3.미국의참나쁜대통령
-훤칠한외모의건달,워런하딩
-비호감인간의‘잡범형’정치,리처드닉슨
-신자유주의의얼굴마담,로널드레이건
-영혼없는야욕가,빌클린턴
4.지금,미국
-가난한부국
-팬데믹과신자유주의의본색
-현장에서바라보는강대국의쇠망
-실패한국가

III.잡놈의탄생
1.백악관에입성한‘슈퍼악당’
-아메리칸사이코
-부패3관왕
-커맨더인치트:최고속임수사령관
-그에게고마운이유
2.잡놈의의식구조
-자격지심과황금만능주의
-무조건이겨야하는상스러움
-현재쾌락형인간
-정신병리와리더십
3.잡놈지배의토양
-니힐리즘
-사기(詐欺)의시대
-‘트럼피즘’의저변화
4.대중의잡놈화
-일차원적인간의자발적순응
-‘대량중독사회’와검은거울
-페이스북의천박한근본
-우리안의잡놈

IV:소수권력과이념의품계
1.미국보수주의의어제와오늘
-관념적보수와정치적보수
-아인랜드의모자란철학
-보수의타락
2.사이비보수
-인류역사상가장위험한집단
-기독교와사이비보수
-이념이아니라인성일까
3.그들의혁명
-시장원리와기업쿠데타
-위로부터의계급투쟁
-프로파간다,프레이밍,그리고가짜뉴스
-영악한소수의군림
4.이념의미학
-가해자의피해자코스프레
-보수의폭력지향성
-더정확한세계관

V.어떤세상을원하는가
1.지금저항하지않는자,모두유죄
-자본주의와민주주의를혼동하는당신에게
-전세계사람들이거리로나오는까닭
-마틴루터킹의잊힌투쟁
-중립은가라
2.승자독식,그이후
-능력주의의졸렬함
-정의에‘윈윈’이란없다
-금수저대통령의진보정치
-아름다운승자들
3.자본의암흑기를넘어
-누구를위하여GDP는오르나
-사람의가치에대한고찰
-인문학이이겨야한다
-천박한친미,그리고‘미국이후’의한국
4.국격이운명이다
-‘소시오패스세대’와가정교육
-‘우리몫을한다’는것
-우리가원하는지도자
-국격의재발견

맺음말?미국은한국의미래여야하는가

출판사 서평

바이든의시대,이제세상은안전한가

지난11월3일치러진미대선은조바이든후보의승리로끝났다.이는도널드트럼프라고하는부패한지도자에대한국민들의심판의결과일까?숫자는그렇지않다고말한다.지난대선에서트럼프대통령은2016년대선때얻었던약6300만표를1천만표가까이뛰어넘는7422만표를얻었다.바이든후보와의득표율차이는조바이든51.3%,트럼프46.8%로4.5%p차이에불과했다.수치만놓고봤을때지난4년간트럼프를지지하는미국국민의수는오히려더불어난것이다.바이든당선자는다가오는1월20일취임하지만트럼프에게표를던진국민들은여전히같은자리에서트럼프를기다리고있다.저자는서늘하게장담한다."영원한제국이란없고,강대국은언젠가몰락하게되어있다.트럼프가재집권에실패했고'정상인'조바이든이대통령에당선되었지만,그가취임한후에미국이정상국가의모습을쉽게되찾을수있을것이라는보장은없다."(145쪽)또트럼프가미국의대통령이된것은“1980년대부터본격시행된신자유주의정책과그것이낳은사회기풍이가져온필연적귀결”(8쪽)이라고말하면서,제2의트럼프의등장혹은트럼프본인의재선이얼마든지가능한일임을시사한다.분명심상치않은징조들이보인다.영향력있는유명인사들이나서서트럼프의인품을비판하고,능력부족과비리행적을지적해도트럼프의지지자들은흔들리지않는다.오히려그들은모든것이‘조작되었다’라고맞받아친다.다시4년이흐른뒤에이들중얼마가마음을바꿀까?트럼프의등장이이미예고되어있었다고말하는저자의판단은여기서기인한다.“오바마에서트럼프로바뀌면서정말삽시간에세상이뒤집힌것처럼보인다.하지만트럼프는병자체가아니라병의두드러진증상일뿐이다.미국이앓고있는병은오랜시간에걸쳐복합적으로진행되고심화된것이다.”(150쪽)질주하던한명의‘특출난잡놈’을치웠으니모든것이제자리로돌아갈것이란생각은지나치게낙관적이란얘기다.

우리가만든잡놈들

책의제목이기도한‘카키스토크라시’라는단어에대해저자는다음과같이설명한다.“카키스토크라시란가장어리석고자격없고부도덕한지도자들에의해통치되는국가를말한다.”그러면서덧붙인다.“흔히국가의실정양상을말하는도둑정치Kleptocracy나바보들에의한정치를뜻하는이디오크라시idiocracy라는표현이다수있지만,카키스토크라시는가장악덕하고비양심적인,즉최악의인간들이주도권을잡은정치라는뜻으로무능함과부정부패,심지어통치자의품격까지를총망라하는표현이다.”(89쪽)
여기서유의해야하는지점은‘카키스토크라시’의기본전제가‘민주주의’에있다는점이다.즉“가장어리석고자격없고부도덕한지도자”들을뽑은것은다름아닌유권자들의손이다.『워싱턴포스트』의제니퍼루빈은“괴물같은인간은온마을이키운다”라고말했다.어떤악덕한인물이우리사회를이끄는자리에섰다는것은사회의구성원들이크고작은악에침묵하고,체념하고,때로는동참하고심지어동경하면서그럴만한분위기를조성하는데한몫했음을의미한다.저자는만연한‘트럼피즘’의저변에는바로“의식이잠든,책임감도공동체의식도없이자아도취의진공속에서떠다니는‘잡놈화’된대중”(200쪽)이있다고힘주어말한다.
부를향한욕망이우리모두를지배하는가운데기업들은구매력으로사람의가치를매기고,젊은이들은대학을졸업하기도전에스스로의‘몸값’을고민한다.그러나이런사고방식의흐름에제동을거는이들은놀랄정도로적다.벨기에의임상심리학자파울페르하에허는『우리는어떻게괴물이되어가는가』에서신자유주의가사회전반의윤리와가치체계,그리고구성원들의성품까지괴물로만들어버린다고진단한바있다.신자유주의세계관에서공익이란허울좋은불합리일뿐이며,가난은전적으로개인의책임이된다.이세계관에순응하는이들은자신들모두가선택권을가지고있으며자유롭고공평하게경쟁한다고믿지만“그들이말하는자유란사실사회구성원의책임을부정하는유아적권리의주장”(227쪽)에지나지않는다.실시간으로악화되어가는경제와절망적인빈부격차를직접체험하면서저자는인생의팔할을보낸미국이란나라가쇠망의길을걷고있음을깨달았다고밝힌다.또,뿌리깊은인종주의,진보와보수간의골깊은불화,자본주의가낳은절망적인빈부격차등근본적인문제가해결되지않는다면이몰락의속도는더욱빨라질것이라예견한다.

미국은한국의미래여야하는가

저자는이런비관적인전망이비단미국에만국한된것은아니라고경고한다.“지금한국이그어느때보다걱정되는것은한국의운명에가히절대적인영향을미치는미국이심각하게흔들리고있기때문이다.(...)한국은미국의물질주의와피상적풍요,겉멋,그것의토양을제공하는이른바하이퍼자본주의(hyper-capitalism),다시말해미국이지금사양길에접어들게된가장큰원인들만가져갔다.”(350쪽)
저자는현재미국이존망의기로에서있음을분명히한다.그러면서지금이바로“한국의마지막기회”(352쪽)라고말한다.많은면에서한국은미국의전철을그대로밟고있는듯한양상을보인다.기업들의독주는“지위불안증을조장하고정서적으로망가진소비지상주의를정착”하는데큰몫을하고있으며,미국과마찬가지로“사회안전망이부실한능력주의사회는현대인들을낮은자존감,경멸과분노,조바심과두려움으로가득찬무한경쟁과소비의전쟁터로내몰”(352쪽)고있다.이런풍조를방치하고치켜세운끝에작금의위기로내몰린미국을강건너불구경하듯이보고있을때가아니다.우리나라에남은시간역시길지않다고말하면서,저자는강력한어조로지금이바로“질나쁜지배층이사회를낭떠러지로몰아가기전에다수의상식있는국민이선제적으로대응해야”(352쪽)할때라고말한다.

잡놈들의세상에서살아남기

시장은현대인에게경제적가치를창출하지못하는사람은가치가없는사람이라는가치관을주입한다.자본주의사회에서사람의품성과인격은가치를잃고,교육기관들은효율적이고경제적인기능을수행하는‘인적자본’을양성하는데노력을기울인다.그러나이런세태야말로‘카키스토크라시’가모습을드러낸근본적인이유다.저자는기본적으로는이런풍조가문제를안고있음을인정해야한다고말한다.“많은사람들이민주주의라고생각하는나라에서매일수백만,수천만서민의삶에영향을미치는의사결정권은국민의웰빙과공동선이목표인민주주의적이절차가아니라오로지이윤만을생각하는,국민이직접선출하지않은모리배들의손안에있다.”(281쪽)자본주의가곧민주주의라는등식이허구라는사실을인정하고나면,인간적가치와경제적가치를혼동하는인식이얼마나만연해있는지가뚜렷하게드러난다.인간사회의본질적문제를고민하는학문은갈수록희귀해지고,책임감,연대감,공익,희생과헌신을배우는학문은주변화되어힘을잃고있다.낭떠러지를향해나아가고있는방향을꺾기위해서는혁신적으로사고방식을바꾸고,저항할만반의준비를갖춰야한다.그러기위해서는시민을양성하는교육체계가바뀌어야한다.저자는지금무엇보다필요한것이“경제지상주의가주창하는‘실용적가치’에상관없이견고한지식을기반으로이성적인판단을이끌어내현명한시민을만드는”(326쪽)인문학교육이라고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