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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를 통해 음미하는 지역의 정체성
임경렬 두 번째 시집 『파랑새가 떠나간 서녘』
임경렬 두 번째 시집 『파랑새가 떠나간 서녘』
2014년 『발견』 신인문학상으로 문단에 나온 임경렬 시인이 두 번째 시집 『파랑새가 떠나간 서녘』(문학들 시인선 030)을 펴냈다. 이번 시집에는 저자의 고향인 ‘나주’의 곳곳이 등장하는데, 시를 통해 특별한 장소의 면면을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영산강을 따라 건립된 누정(樓亭)을 노래한 시들이 눈길을 끈다. 조선시대에 누정은 은거의 장소이자 강학과 학문연구, 교유의 공간으로 활용되었다. 시대의 고충을 극복하려는 소통의 공간이자 담론의 장이었다. 시인은 날로 쇠퇴하고 있는 누정의 흔적을 이렇게 노래한다.
아름드리 느티나무여/햇살로 추억을 데우는가//마르지 않는 강물이여/술잔에 깃든 달빛이 그리워서 찾아드는가//조각배 드나들던/안개 낀 사암나루 옛터는 묘연한데/정자는 고색의 바위울 사이에 건재하구나//(중략)//처마 밑 천년의 저 바위는/무한한 세월을 시기하는 것일까/예찬하는 영롱한 시어(詩語)들, 낱낱이 기억하련만/묵묵히 봄 햇살만 마중하고 있구나//시절을 만난 새 생명이 아늑하게 돋아나고/완연한 봄기운이 사시절(四時節) 머무는 곳/장춘정
- 「장춘정(藏春亭)에 머문다」 부분
장춘정은 나주시 다시면 죽산리에 있는 정자다. 류충정이 관직에서 물러난 후 낙향하여 1561년에 건립하였다. 항상 봄을 간직하는 듯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 장춘정이다.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있는 장춘정에는 당대의 많은 문인이 찾아왔다. 고봉 기대승은 「장춘정기문(藏春亭記文)」에서 장춘의 의미를 묻고 답하는 내용을 기록하였고, 면앙정 송순, 석천 임억령, 사암 박순, 풍암 임복, 백호 임제 등 이름난 문인들이 이곳을 찾아와 시를 지었는데, 이는 ‘장춘정제영(藏春亭題詠)’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이번 시집은 장춘정, 영모정, 창랑정, 벽류정 등 유서 깊은 누정은 물론 영산도, 지심도, 농산마을, 석개등길 등 지역의 특별한 장소를 시를 통해 개성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이 돋보인다. “아득한 옛사람은 바닷새 따라 전설처럼 떠났고//바윗돌에 새겨 놓은 짙은 그리움이//암각화처럼 남아 갯바위로 모여든다”( 「영산도 사람들」 )
언어유희나 과도한 기교를 경계하면서 시인의 올곧은 심성을 시 안에 펼쳐놓은 이번 시집은 지역의 정체성을 현재와 미래에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임경렬 시인은 전남 나주 회진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성장했다. 지금은 고향 나주를 지키며 나주문화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2014년 문예지 『발견』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해 첫 시집 『쓸쓸한 파수』를 펴냈다.
아름드리 느티나무여/햇살로 추억을 데우는가//마르지 않는 강물이여/술잔에 깃든 달빛이 그리워서 찾아드는가//조각배 드나들던/안개 낀 사암나루 옛터는 묘연한데/정자는 고색의 바위울 사이에 건재하구나//(중략)//처마 밑 천년의 저 바위는/무한한 세월을 시기하는 것일까/예찬하는 영롱한 시어(詩語)들, 낱낱이 기억하련만/묵묵히 봄 햇살만 마중하고 있구나//시절을 만난 새 생명이 아늑하게 돋아나고/완연한 봄기운이 사시절(四時節) 머무는 곳/장춘정
- 「장춘정(藏春亭)에 머문다」 부분
장춘정은 나주시 다시면 죽산리에 있는 정자다. 류충정이 관직에서 물러난 후 낙향하여 1561년에 건립하였다. 항상 봄을 간직하는 듯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 장춘정이다.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있는 장춘정에는 당대의 많은 문인이 찾아왔다. 고봉 기대승은 「장춘정기문(藏春亭記文)」에서 장춘의 의미를 묻고 답하는 내용을 기록하였고, 면앙정 송순, 석천 임억령, 사암 박순, 풍암 임복, 백호 임제 등 이름난 문인들이 이곳을 찾아와 시를 지었는데, 이는 ‘장춘정제영(藏春亭題詠)’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이번 시집은 장춘정, 영모정, 창랑정, 벽류정 등 유서 깊은 누정은 물론 영산도, 지심도, 농산마을, 석개등길 등 지역의 특별한 장소를 시를 통해 개성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이 돋보인다. “아득한 옛사람은 바닷새 따라 전설처럼 떠났고//바윗돌에 새겨 놓은 짙은 그리움이//암각화처럼 남아 갯바위로 모여든다”( 「영산도 사람들」 )
언어유희나 과도한 기교를 경계하면서 시인의 올곧은 심성을 시 안에 펼쳐놓은 이번 시집은 지역의 정체성을 현재와 미래에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임경렬 시인은 전남 나주 회진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성장했다. 지금은 고향 나주를 지키며 나주문화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2014년 문예지 『발견』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해 첫 시집 『쓸쓸한 파수』를 펴냈다.

파랑새가 떠나간 서녘 - 문학들 시인선 30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