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엽서 (시에 대한 99한 생각)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엽서 (시에 대한 99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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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는 영감(靈感)을 받고 쓴다. 그래서 많은 시인들이 영감을 받고, 그 영감을 받아쓰기 한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시를 쓴다는 것은 능동적이기 보다 수동적이다. 이 책의 지은이는 어떻게 영감을 받고 쓸 것인가에 대한 마음의 자세를 차근차근 풀어놓고 있다.
이 책은 시를 쓸 때, 어떻게 영감을 받아들일 것인가? 영감은 어떻게 오는가? 하는 물음에 답한다. 특히 젊은 시인들이 시를 대하는 태도가 어떠해야 좋은 시가 오는지 그 물음에 답하고 있다. 등단 37년의 시력을 가진 시인이 자신이 시를 쓸 때 시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고백적 글을 99편의 짧은 산문에 담고 있다.
이 책은 하루에 한 편씩 생각을 가다듬어가며 읽기 좋게, 각 편마다 잠시 마음을 내려놓고 볼 수 있는 사진을 한 장씩 담고 있다. 좋은 사진은 시와 같다. 글을 읽다 잠시 사진에 눈을 두고, 생각의 우물에 빠져보는 것도 좋은 독서법이 될 것이다.
저자

성선경

저자:성선경
1988년한국일보신춘문예시부문「바둑론」당선
시집:『민화』『햇빛거울장난』『파랑은어디서왔나』외다수
시조집:『장수하늘소』
시선집:『돌아갈수없는숲』『여기,창녕』(공저)
시작에세이:『뿔달린낙타를타고』『새한마리나뭇가지에앉았다』『젊은시인에게보내는엽서』
산문집:『물칸나를생각함』
동요집:『똥뫼산에사는여우』(작곡서영수)
고산문학대상,이용악문학상,산해원문화상,경남문학상,경남도문화상등수상

사진:김관수
경남사진학술연구원원장
대구예술대사진영상과교수역임
경남국제사징페스티벌운영위원장
개인전28회및국제전,기획전,단체전150여회
사진작품집3권외10여권

목차

자서(自序)5

격식과환대11
격외(格外)의생각13
결과무늬15
고갱이와멋부림17
고목(古木)과큰나무19
고무신과운동화21
고추무름과고추부적23
공중제비와착지25
관(觀)27
그늘의힘29
글의지문(指紋)31
긴장감과탄력33
김치와시35
꽃을탐할것인가열매를취할것인가37
꿈과현실39
나는누구인가41
나아감과물러남43
낚시꾼과부자45
남종화와진경산수47
노동인가운동인가49
달과천개의강51
달변(達辯)과눌변(訥辯)53
딱딱하게굳은빵먹는법55
딴전피우기와딴지걸기57
땅속의7년나무위의7일59
때때로익힌다는것61
마음자리와발상63
막사발의아름다움65
만가(挽歌)와축가(祝歌)67
모루와망치69
목동과양떼들71
묵향과차향73
물음과울음75
바닷물77
반복과변주79
밥과반찬81
밥과술83
밥과영혼85
법고창신(法古創新)87
보편성과개연성89
붓과팔레트91
빛과그림자93
빛과빚95
사막과낙타97
사슴의뿔99
산과알피니즘101
산등성이와골짜기103
살청(殺靑)105
새의뼈는비어있다107
생각의둠벙109
생선을싼종이와향을싼종이111
석복의(惜福衣)113
성(聖)스럽거나속(俗)되거나115
소라게나게고둥이나117
소소헌과시집119
시시콜콜우두커니121
시와진주조개123
시적정서와개성125
쓸모있음과쓸모없음127
아삼륙129
알과테트리스131
여백133
연잎의지혜135
염부와소금밭137
오아시스와모닥불139
운율과시141
원형과시143
위트와풍자145
유치찬란147
이마에손을얹고바라볼간(看)149
일출과일몰151
일상에서의신기루153
일상의사소함155
일아삼엽(一芽三葉)의시157
잎이거나꽃이거나159
장대높이뛰기와연작시161
저꽃이법문(法問)이다163
절구와디딜방아165
정면과측면167
정적(靜的)이거나동적(動的)이거나169
제다(製茶)의과정171
제습과가습173
제행무상(諸行無常)175
조기매운탕과육수177
주름진다는것179
중년의시181
중심과가장자리183
짜장면이냐짬뽕이냐185
짧은것은짧은대로187
차한잔189
창조인가발견인가191
초지일관(初志一貫)193
추와찌195
콩이다팥이다197
틀과창199
풍자와패러디201
피아노와피아니스트203
휘뚜루마뚜루205
흥과신명207

집그리고향수-성선경208
자술연보211

출판사 서평

이책은등단37년의시인이자신이시를쓸때중요하게생각하는생각의고갱이들을99편의산문을통해풀어놓고있다.책의각편마다한장씩의사진을배치해자못급하게달음질쳐나가려고하는생각의보폭을한걸음늦추게배치하였다.
총99편의글은사전처럼가나다순으로정렬하여순서대로읽지않고자신이관심이가는편을먼저읽어볼수있게배치하고있다.일종의무서록처럼순서없이눈길이가고마음이가는장을먼저읽어도좋은사전형식의편집이다.
함축과은유의시적산문은비오는여름날의수제비처럼수수하여호젓한감성에젖어들게하며,독자들은자신의영혼을되돌아보게된다.시를쓴다는것은본래의나를찾아가는과정이다.이엽서형식의짧은글들은자신의영혼을일깨우는좋은길잡이가될것이다.젊은시인들이자칫빠지기쉬운글쓰기의함정을어떻게극복할것인가에대한생각의고갱이들을지은이는차근차근하게풀어놓고있다.이책은비단시인만을위한책이아니라모든장르의글쓰기에도도움이될만하다할것이다.
글쓰기가마음의행로를보여주는것이라면이책은한번만에다읽고덮는책이아니라,시간을두고한편씩한편씩천천히곁에두고읽으면글쓰기에더좋은길잡이가될것이라생각한다.

책속에서

고갱이와멋부림
식물에게는헛꽃이라는게있다.참꽃은작고볼품이없어눈에띄어도이목을끌지못한다.그래서살아남기위해헛꽃의치장을한다.영락없이꽃처럼보이는데헛꽃이다.진짜꽃이너무작아곤충을유혹할수없으니꾀를낸것이다.꽃이피면홀딱속아넘어간곤충들이혼미하여날아든다.
이런멋부림은사람들에게서도나타난다.명함에찍힌많은이력들은거의헛꽃이다.시에있어멋부림은고갱이를돋보이게하려는장치다.멋부림은고갱이를사람들에게인식시키기위에눈길을끌어들이는헛꽃이다.
곤충에게서나사람에게서나먼저눈이가는것은헛꽃이다.헛꽃의멋부림에끌려들어가고갱이를만나게되는것이다.그러니멋부림이결코나쁜것은아니다.다만헛꽃에만눈길이가고갱이를놓칠까하는근심을하는것이다.헛꽃은헛꽃으로서의역할이있을뿐고갱이는아니다.고갱이를놓치면곤란하다.헛꽃은당의정의설탕물과같은것이다.고갱이를잡아라.삶의줄기,고갱이를.
-p.17

밥과영혼
시를쓰는일은밥을팔아영혼을사는일이다.이는매우고달프고곤혹스러운일이다.영혼도사고팔고하는자본주의에서는적합한직업이아니다.자본주의는영혼을팔아밥을사는구조다.밥을팔아영혼을사야지영혼을팔아밥을살수는없다.그러나시인은밥을팔아영혼을사는사람이다.
어느시인은태어나려고하는“아이의심장도밥,밥,밥,하고뛴다.”고시를썼다.이게자본주의의논리다.밥이법보다위에있다.자본주의는영혼을팔아밥을사는구조니태아도이미밥의중요성을알고있다는암시다.아무리숭고한영혼도밥앞에서는무력하게무릎을꿇는다.
밥과영혼은공존하기가어렵다.나는많은시인들이밥때문에영혼을팔아힘들어하는것을보아왔다.밥앞에서는젊은날의꿈도무릎을꿇는다.먹기위해사는가?살기위해먹는가?장난처럼묻던물음이어떤함의를가졌는지다시금생각하게된다.밥과영혼이라.시를쓰는일은밥을팔아영혼을사는일이다.곤란하다.헛꽃은당의정의설탕물과같은것이다.고갱이를잡아라.삶의줄기,고갱이를.
-p.85

생선을싼종이와향을싼종이
마음은아주크고넓다.그런데사람들은마음이보이니보이지않느니한다.말은마음의소리요,행동은마음의자취니,마음은아주분명하게보인다.그리고빙산일각(氷山一角)이라,보이는부분보다보이지않는부분이더크다.그리고그마음이다시의행간에담긴다.생선을싼종이는생선비린내가나고,향을싼종이는향내가나기마련이다.
같은나무를보고어떤시인은전신주를떠올리고,어떤시인은미륵상을떠올린다.전신주를떠올리는시인은전신주에마음이가있고,미륵상을떠올린시인은미륵에그마음이가있다.그마음이행간에담긴다.
말은마음의소리다.시는그마음의소리를가장잘드러내는양식이다.시인은단어하나토씨하나에그마음을다담는다.시를읽는독자는어떤평론가보다예리한눈을가지고,그마음을읽는다.
-p.111

중년의시
앞으로나아갈수도없고,되돌아갈수도없는상태일때우리는진퇴양란(進退兩亂)이란말을쓴다.앞을보아도끝이보이지않고,뒤돌아가기에는이미늦은나이인중년은많은사람들이겪는일이다.나는이나이에심한우울증을앓았다.그래서오직시만읽었고,시만썼다.이시기에나는가장많은시집을읽었으며,가장많은시집을냈다.진퇴양란(進退兩亂)을벗어나기위해나는시에만매달렸다.
그때,아이들은아직어렸고,부모님은이미늙었다.오직나만이스스로길을헤쳐나가야하는고독한중년이었다.모든가족들이내손만바라보았지만내손은빈손,건네줄그무엇이없었다.빈사막에혼자떨어진느낌으로,하루하루가무섭고두려웠다.
이때시는돈도되지않고밥도되지않았지만그렇기때문에시는무엇이든될수있었다.진주난봉가를부르기에는너무늦은나이,뜰에다오동나무를심기에는너무늦은나이중년,진퇴양란(進退兩亂)의이때시가더욱필요하다.아무것도해줄수없을것같은시가구원의동아줄이된다.나는이나이에시를다시생각하게되었다.
-p.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