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도때로는사랑이라했던가.그동안쓴글들을가만히읽고있으니존재로부터도망치듯이사랑을말하던날들이보였다.”
이책은‘선명하고명쾌하게쓰는사람’,‘혐오와맞서며숨을마음이없어보이는사람’등의평을독자로부터받는희석작가의산문집이다.『우주여행자를위한한국살이가이드북』,『우리는절망에익숙해서』등을통해날카로운비판을서슴지않던희석작가의개인적서사를살펴볼수있다.
[웃으면서분노하기]
50여편의글로완성된이책에는세상이규정하는‘온전한시민’에서벗어난이야기,차별과혐오로가득한한국사회이야기,독립출판사를운영하며먹고사는이야기등이담겼다.이책은다음과같은문장으로시작된다.
“나를향해별안간욕지거리를내뱉는이를두고“푸하하”웃을수있는사람이되고싶었고,마침내그렇게되었다.그러나단단해지거나성장한것은아니다.뒤돌아서서여러번곱씹고,마트에서장을보다가도혼자속으로저주를내린다.시간이조금지나겨우잊다가도비슷한상황을만나면다시떠올린다.그렇게나는용서하지않는사람들을가득안고살아간다.”(15쪽)
작가의전작들만봐도차별주의자나혐오자들이불편할내용들로가득한데,이를두고무차별적으로쏟아내는비난을작가는실제로웃으며넘어간다.그러나웃는다고해서잊는건아니다.차곡차곡분노를쌓으며살아갈뿐이다.작가가분노를표출하는대상은주로한국사회다.
[차별종합국가의불법계엄령]
어느평일밤,작가는한독자로부터인스타그램메시지를받는다.발신자는스스로를외국인이라밝히며,오래거주하던한국을떠난다고알린다.그러면서작가의전작인『우주여행자를위한한국살이가이드북』을통해독자본인이왜외국인이라는이유만으로차별받았는지이해하게됐다고말한다.이에작가는이번『도망치듯사랑을말한다면』에다음과같이정리한다.
“(한국은)외국인차별뿐만아니라,여성,성소수자,아동,장애인등한국엔다양한차별과혐오가존재한다.차별종합국가라불러도무방할정도로말이다.메시지를보내주신독자님께한국살이종료를축하드렸고,고국으로돌아가셔서모든일들이잘풀리길진심으로기원했다.독자님의한국살이가어땠을지나는감히상상할수없다.”(129쪽)
작가는이번책의제목을아이러니하게도12.3불법비상계엄때떠올렸다.윤석열의불법비상계엄을계기로작가는,자신이이세계를진심으로사랑하고있었다는걸깨닫는다.
그동안세상이싫고,사람도싫고,모든것들이환멸난다고말하며글을썼지만,그글속에는도망치듯사랑을말하는자신의모습이있었다.세상에실망할때마다오히려무엇을바꿔야하는지적극적으로외친것이다.
“(윤석열의불법계엄이후)나는이나라를구성하는수많은사람,하루하루성실하게자기자리를지키는사람,부당한일을막으려앞뒤안가리고국회로달려간사람,그런사람들과보내는지극히평범한일상을깊이사랑하는것이라고.뒤늦게깨달았다.그런보통의사람들과보통의날들을단한번의선택으로망치려고든윤석열이너무괘씸하고화가나서울었다.”(189쪽)
결국존재로부터도망치듯사랑을말한날들이이책을만들었다.
[가족이라는덫에대해]
작가는이번책에최대한의솔직함,예컨대폭력적이던친부가하루빨리죽길바라던마음마저거리낌없이담았다.‘진실되게쓰는것’이작가의의무이자독자에게표현할수있는감사함이기에『도망치듯사랑을말한다면』에작가가쓸수있는모든이야기를쏟아냈다.
“미안한말일지모르지만,나는그가병원신세를져야하는순간부터상속포기절차를알아봤다.사망하길바랐고,그런순간이오면어떻게해야하는지꼼꼼히찾았다.다시는나와동생의인생에개입되지않길,영원히세상에서사라지길간절히기다렸다.그래서최대한빠르게사망신고와함께상속포기서류를준비했다.”(84쪽)
작가는자신과비슷한상황에놓인누군가가있다면,이책이도움되길바란다고말한다.당신과어느정도같은결의고통을느끼는사람이여기에있다고,그러니함께해방되자고외친다.
“아마선택하지않은가족때문에나처럼,아니나보다더고통스러운사람들이많을것이다.(…)운명이라는이름으로멍에처럼가슴을옥죄는가족들에게서하루빨리해방되시길진심으로기도한다.“(89쪽)
지금의세상에서산다는것이즐겁지않은사람이라면,살아있다는것이자주무력했던사람이라면,중심부가아닌주변부가더편한사람이라면『도망치듯사랑을말한다면』이썩괜찮은책이될것이다.
“아무도찾지않는깊은산속에서평생홀로생존하지않는이상우리는늘서로의파장안에들어와있다.각자의파장과꼭맞는글을이책에서당신이찾아낸다면,책의운명은그것으로충분하다.이책의운명을지금부터당신께맡긴다.”(1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