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리를 따라서 여름으로 - 토마토 청소년문학

해파리를 따라서 여름으로 - 토마토 청소년문학

$15.00
Description
영영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여름에서
영원히 벗어나려는 우리의 이야기
『해파리를 따라서 여름으로』는 여름 방학을 기회 삼아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서 영원히 벗어나고자 하는 두 아이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미쳐버린 할머니 밑에서 자라며 한평생 이 섬을 떠나본 적이 없는 소년, 이삭. 지난 가을에 전학 왔으면서 이삭보다 친구가 훨씬 더 많은 소녀, 이리리. 이들은 해변가의 그늘진 파라솔 아래에서 만나 서로의 공범이 되기로 하는데……. 해파리처럼 사람들의 시선과 말에 얽매여 이리저리 떠도는 우리에게 내밀어진 다정하고도 담대한 이야기다.

저자

박서형

저자:박서형
1995년출생,대학에서문예창작을전공했다.
섬에서나고자랐다.언젠가다시나무가많고바다가있는곳에서살고싶다.

목차

1…7
2…25
3…42
4…59
5…80
6…93
7…105
8…119
9…138
10…167
11…191
12…206
13…241
작가의말
추천의말

출판사 서평


해변가의그늘진파라솔아래에서만난
죽고싶거나사라지고싶은아이

여름방학을맞이한이삭은해변가에있다.멀대처럼큰키,갈색곱슬머리,날카로운눈매.언뜻보면남을괴롭힐것처럼생겼지만실은그누구도눈에담지않는소년이바로이삭이다.섬에서태어나한평생을바닷가에서자랐으므로이삭에게여름의해변가라는건특별한요소가될수없었다.이삭을향해인사하는이리리만아니었더라도아마계속그랬을테다.이리리는이삭을보고대뜸“너죽고싶다며?”하고말한다.지난가을에섬으로이사온이리리도이삭의소문쯤은알고있었다.이섬에서이삭은‘죽고싶은애’였다.위클래스시간에“사라지고싶다”고말했던게그런식으로소문난것이다.

말이바뀌었다고.부풀려진것도와전된것도아니고바뀐것이라고.매달교실자리를바꾸듯이그런것뿐이라고.그래서자신을기피하거나조롱하는아이들에게별말하지않았다.바뀐것은말뿐이고,이삭의마음은변하지않았기때문이었다._본문속에서

죽고싶은게아니라는이삭의말에이리리는당황한다.이리리는이삭과다르다.이리리는정말로죽고싶은아이다.그리고이삭같은애라면자신이망설일때등을밀어줄거라믿고있었다.하지만이삭은이리리의생각과는다른아이였고,그래서이리리의계획은어그러질수밖에없었다.결국이리리는이삭에게서해변가아르바이트자리를받아낸다.아르바이트자리가왜필요하냐는이삭의물음에,이리리는돈이필요하다고말한다.돈을모아서웬만해서는절대열리지않는,비싸고무거운금고를살거라고.

“넌떠나고,난사라지자.”
서로의공범이되어도모하는마지막

그렇게아르바이트로얽힌두아이는,여름방학을함께보낸다.아이스크림을스쿱으로퍼서손님에게건네고,이리리가사온김밥을점심으로먹으면서.아주가깝지는않지만그렇다고아예멀지도않은사이를유지하며.그러던어느날이었다.둘의사이를비틀어버리는사건이일어나고야만다.데면데면하던두사람이서로의속사정을알게되었을때쯤,이리리가울음을터트린다.절대울지않을것같던아이가울기시작하자그런아이의곁에있던아이가말한다.

“같이가.마지막까지괴로우면네가너무외롭잖아.”
이삭이부드러운손길로이리리의손바닥을폈다.네개의반달모양상처.그주위를구름처럼두르고있는멍.
“넌떠나고,난사라지자.너네고모집에서서로갈길가자.”
이리리는말을잃었다.순간커다란바람이불었다.머리카락이끊기며이리리의머리칼이사방으로나부꼈다._본문속에서

두사람은빈집으로향한다.예전에는사람이살았지만지금은누구도살지않는빈집,한번도가본적없는데도자연스럽게“집”이라부르는곳으로.
이리리가생각한이삭은‘해파리같은애’였다.해파리처럼“바람부는대로날아다니고해류따라움직이”는아이.그게이삭의이미지였으나자신을똑바로바라보며“넌떠나고난사라지자”고말하는사람이정말‘해파리같은사람’일수있을까?함께빈집으로향하며이리리는생각한다.진짜해파리는누구일까.

해파리라는이름을달았는데해파리가아니라니.저렇게예쁘게반짝이다니.해파리가아니면서해파리라니.이렇게오답에가까운정답의모습을한동물이있다니.정말너같아,이삭아._본문속에서

이후소설은두아이의성장을그려내며하나의단어로묶어버릴수없는마음을섬세하게들여다본다.명확하게표현하기힘든마음,아무도살지않는빈집에도달해서야그곳을‘집’이라고부를수있게된마음,우리의안에서찰랑거리며희미하게반짝이는마음들을.

“너였구나.네가파도가돼서나를밀어냈구나.”
나를구하는이는다른누구도아닌,바로우리

청소년의자살률은매년높아지고있다.하지만이문제가사회적으로깊이다뤄지기에는아직요원한것처럼보인다.‘정신병원’이라는단어를발음하는데에도눈치를봐야하는이세상에서우리는어떻게살아가야할까.우리는왜자꾸세상의바깥으로떠밀리고있을까.너와내가발디딘곳이벼랑끝이아니길바란다면,과연무엇을해야할까.
소설은이러한물음에함부로대답하지않는다.‘비슷하지만똑같지는않은마음’들을기민하게알아채고섬세히바라본다.타인에의해멋대로이름붙여지기쉬운아이들을쉽사리정의하지않는다.

두려워말라.그말이이리리안에서맴돌았다.여전히두려웠으나그럴것없다는사람이있었다.퉁퉁부은눈에벌게진얼굴을하고.머리부터발끝까지몽땅젖어서.손가락에서피를흘리는,해파리가아닌해파리.비쏟아지는소리가들리기시작했다._본문속에서

박서형작가는우리에게‘두려워말라’며스스로수영할수있는,해파리를닮았지만해파리가아닌존재를그려낸다.자주오해받아움츠러든너와나.그런우리의등을밀어주는것은어쩌면부드럽게넘실거리는파도일지도모른다.『해파리를따라서여름으로』는파도가되어따뜻한햇볕이내리쬐는해변가로우리를보낸다.그러고는주먹을꽉쥐어잔뜩상처난손바닥을조심스레펼쳐보이는것이다.

소설은한눈파는법없이촘촘하고사실적인묘사와진지한태도로둘의깊은관계성에집중한다.마침내‘조력자살’이라는윤리적으로뜨거운질문에까지도달하게되면두근거리는심장박동으로터질것같은긴장감에휩싸인다.이부분은그야말로소설의백미다.
(…)
이소설은‘죽음’에직면함으로써역설적으로‘삶’을포기하지않는법을알려주는감동적인성장소설이다._추천의말중에서

그리고이렇게말한다.“서로가서로의어깨가되어주면된다.한없이기울어지는것같을때,내머리가누군가의어깨에닿는다면그건그냥잠시쉬는게”된다고.그래서‘우리’라는단어가소중하다고말이다.“완벽한구원은당연히없지만,내일이기대되는거,모레챙겨볼드라마가있는거.그게모여서구원같아질수있”다는말을읊조리며다음계절로우리를밀어보내자.부드럽게넘실거리는파도처럼,마침내웃음지으며발을내딛는이삭과리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