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개가 사람보다 낫다 : 개를 사랑한 조선 사람들

때로는 개가 사람보다 낫다 : 개를 사랑한 조선 사람들

$18.50
Description
사람이 개만 못한 세상을 비웃다
공원 산책길에는 어느새 유모차보다 개모차가 많고, 개 장례식이 사람 못지않다. 현대인에게 개는 애완을 넘어 반려의 존재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비하의 용어로 ‘개’가 쓰이는 사례는 차고 넘친다. 그렇다면, 조선 시대에는 개를 어떻게 대했을까? 소수지만, 남아 있는 개와 관련한 글을 통해 개에 대한 옛사람의 생각을 들여다보았다. 이 책에 나오는 글들은 못해도 100년 훨씬 이전의 것인데, 이 글들을 읽다 보면 지금의 세태가 자연스럽게 교차한다. 마치 옛사람이 지금의 상황을 미리 알고 가르쳐주는 듯하다. 과거는 오래된 미래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일 듯하다.

저자

이종묵

엮음:이종묵
서울대학교국어국문학과교수.우리한시를사랑하여『한국한시의전통과문예미』,『우리한시를읽다』,『한시마중』,『이야기가있는여성의한시』등을내고,조선선비의삶을추적하여『조선의문화공간』(1-4),『조선시대경강의별서』(1-3),『부부』,『알고보면반할매화』등을냈다.또좋아하는옛글을번역하여『부휴자담론』,『누워서노니는산수』,『사의당지,우리집을말한다』,『글로세상을호령하다』,『양화소록』등을펴냈다.

목차


1장개란무엇인가?
나의개에게/개의직책과천성/개는짖는것이본성이다/개가짖는까닭/개를왜키우는가?/귀염둥이호박개―53
2장젖나눠먹이는개
다른새끼를함께거두어키운개/형제의우애와개의우애/새끼없는개가다른새끼를키운이야기/고양이에게젖을먹인개
3장개의우애와효심
기다렸다함께밥먹는개/개의우애와감화/주인의효심과효구총/어미를따라죽은효구/어미의원수를갚은개
4장불심이있는개
삼목왕과팔만대장경/불법을깨달은개/개사리를모신부도탑/불공드리는개
5장주인을위한개의의리
눈먼아이의반려견/꿩을잡아바친효견/여주인을징치한개/열녀의개의구/공정한개의마음/한구를찬양하다
6장목숨바쳐주인을사랑한개
오수의의견총/선산의의구총/범과싸워주인을구한개/주인을따라죽은열구/또다른열구와열우/목을매어주인을따른개

출판사 서평

개를통해인간을꾸짖다

이책에는31편의개에대한글이실려있다.각편의해설에서저자가따로소개한개와다른동물,예를들어소,닭,고양이,거위등에관한글까지합하면70여편의동물을대상으로한글을한권에서소개하는셈이다.글들의면면을보면아마도조선시대사람에게는애견이나반려의의미는없었던것처럼보이지만,한편으로기록을남길수있는인구가절대적소수임을생각하면,어쩌면알려지지않은애견인들이많았을지도모르겠다.개는예나지금이나사랑스러운존재임은분명하니말이다.
옛사람이글에서개를다룬시각은명확하다.개자체에관한것보다는개의행동을통해잘못된인간의행위를꾸짖는,교훈의성격을갖고있다.이야기의사실여부를떠나,이땅에이렇게나많은모범적인개가있었고,책에기록됐고,또개를기리는비석까지세워졌다는것을보면,그옛날에도‘개’에빗댈만한,‘개’보다못한인간들이많았다는방증이아닐까.
‘개망나니’,‘개같은경우’등등‘개’를비유한말중에고귀한뜻을가진말은찾아보기어렵다.‘술만먹으면개가된다’‘일제의앞잡이노릇을하는개’‘개가개를낳지’등등도마찬가지다.형편없는사람을비유할때개가주로사용된다.신조어로‘개’가‘심하게많이’의의미로접두사가되기도하는데,‘개멋있다’‘개꿀’등의말을쓴다.이때의‘개’도아주긍정적인의미로느껴지진않는다.조선시대에도마찬가지였다.조선시대에집에서기르는소,말,돼지,양,닭,개등여섯짐승을육축(六畜)이라했는데,육축가운데서도개를가장천하게여겼다.여섯마리가축순서로도제일꼴찌다.개는키울때깨끗한음식을주지도않거니와복날이면다투어잡아먹으면서도정작제사상에는올리지않았다.더구나개는조선시대에도가장흔한욕설의비유로쓰였다.그러니사람을개에빗댄다는건얼마나모욕적인언사인가.
그럼에도불구하고조선시대기록에는충구(忠狗),열구(烈狗),의구(義狗)등의존재가등장한다.대표적인의구로,주인을화재에서구하고죽은개이야기는학교다닐때한번쯤은들어본적이있을것이다.이런개는조선에도있었고고려에도있었고,또중국에도있었다.경상북도선산에있던의구총이널리알려졌는데,김정호(金正浩)가작성한『동여도』(東輿圖)에선산을대표하는명소로월파정과의구총이표기되어있다.이지역을대표하는불사이군(不事二君)의충신길재(吉再)나하위지(河緯地)의유적대신의로운개의무덤을넣었으니,의구총이얼마나널리알려졌는지짐작할수있다.
어미개가죽자새끼개가따라죽는효구(孝狗)이야기도있다.이이야기에서작자는이렇게말한다.

아,이른바사람이라는것은,말할수있는사람이요,옷을입는사람이요,팔다리사지와백가지기관을가진사람이다.그런데살펴보면효(孝)라는도리는근근이있거나아예끊어지고없다.이개를보면어찌얼굴이붉어지지않겠는가?내생각에개돼지라도그러한사람의똥은먹지않으려할것같다.

이밖에도이책에는다른개의새끼에게젖을나눠먹이는개,우애와효심이깊은개,불심(佛心)이있어몸에서사리가나오는개,주인을위해목숨을바치는개들의일화가소개되어있다.그저흘러간옛이야기정도로치부하고넘겨버리기에는시사하는바가큰글들이다.

개는짖는것이본성이다

요란하게짖는개의소리는참으로듣기힘들다.아파트가주생활공간이되어버린현대사회에서이문제는첨예한갈등을낳기도한다.방안이아닌마당에키우는개라도그렇다.도둑이들거나최소한낯선사람의인기척이있어짖는것이라면그러려니하지만아무까닭없이짖어서사람의신경을곤두서게하면정말짜증이난다.그래서행여집안에두고가족처럼사는개라도함부로짖어이웃에폐가될까하여아예짖지못하도록교육을받은개를입양하거나성대에칼을대어짖지못하게만들기도한다.
조선시대문인박종경(朴宗慶)은「개를용서하다」(恕狗)라는글을지으며이문제에대해성찰하였다.그의집에서키우는개두마리는피부병으로몰골이흉한데다아무렇게나똥을싸서더럽고꼴사나운점이한둘이아니었다.그러던어느날박종경이병이났다.다행히조금차도가있었는데,개들이짖어대는통에숙면을취할수없어병이도질지경이었다.아이를시켜개를쫓아보지만,기어이다시돌아와서짖어댔다.화가난박종경은하인을불러내일아침개를잡아죽이라고하였다.그리고다시생각에잠겼다.“개가짖는것은개의본성이다.저놈이제본성을따르는데내가죽인다면,이는내가동물의본성을완수하지못하게하는것이다.어찌옳은일이겠나!”이런깨달음을얻은박종경은하인에게개를죽이지말라하고개를용서하는시를지었다.
박종경은마음에들것하나없는자기집개로부터성찰의공부를하였다.세상만물은타고난본성에따라맡은일이있다.개는도둑을막는일을하려고열심히짖는다.소는논밭을갈고말은짐을싣는다.이에비해만물의영장인사람은무슨잘난일을하는가?자신이병들었다는이유로도둑을막기위해짖는개를욕하고죽이려하였으니,개에게부끄럽다.개를용서한다고하였지만사실은개에게용서받을일이다.
개는짖는것이본성이고또그때문에사람과한무리가될수있었다.지금은가족으로삼아집안에함께살기위해그본성을인위적으로막는다.가족의이름으로이렇게해도괜찮은가?역지사지다.개와사람의처지를바꾸어생각할필요가있다.지금시대에짖는법을잃어버린개들이많은건순전히사람의욕심때문이다.

조선시대개를키우는법

19세기의실학자이규경(李圭景)은『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구변증설」(狗辨證說)에서개키우는여러가지방법을소개해놓았다.『본초강목』(本草綱目),『화한삼재도회』(和漢三才圖會)등중국과일본의문헌에서인용한것이니,이규경이직접이렇게해본것은아니므로믿을만한것은아니지만재미삼아읽어볼만하다.몇가지를소개해보면다음과같다.

-개가여위고힘이없으면미꾸라지한두마리를구해다입과콧구멍에넣으면바로살이찐다.
-생흑임자를개발에바르고비단으로싸주면천리를갈수있다.
-흑임자기름으로새끼개를사육하면검게변한다.또호마(胡麻)가루를개에게먹이면검은빛이나고걸출해진다.
-개에붙는파리를퇴치하는법.개에파리가끓을때향유(香油)를두루발라주면바로사라진다.
-개를작게만드는법.작은개가처음태어났을때바로오동기름을밥에섞어먹이면조그마하여끝내자라지않는다.
-개를늘짖게하는법.개는추위를가장무서워하므로대개누울때꼬리로그코를덮어주어야깊이잠이든다.반드시밤에경계하도록하려면그꼬리를잘라코가시려도덮을것이없도록해야밤새경계하여짖는다.
-개가싸움을그치게하는법.물한바가지를그머리에부어씻어주면그친다.

애견산업이한창일때‘티컵강아지’가유행하기도했다.일부러작게만들어판매하는상품이었고,살아있는개를택배로배달해서사회적문제가되기도했다.옛날에도개를작게만드는법을쓴걸보면,집안에서키우기위해개크기를줄이려는시도는예전부터있었던듯하다.요즘에개꼬리를자르는까닭은미용목적이크지만,예전엔집을더잘지키게하려고잘랐다하니,그이유가퍽다르다.개든사람이든싸움을그치게하는데는물한바가지가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