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나 타지에 있다 : 이주배경청년의 일, 배움, 성장에 관하여 - 점선면 시리즈 6

우리는 언제나 타지에 있다 : 이주배경청년의 일, 배움, 성장에 관하여 - 점선면 시리즈 6

$15.00
Description
신붓감을 찾아 해외까지 진출한 농촌의 남성들
일면식도 없는 외국인을 따라 낯선 타국으로 건너온 이주여성들
그들 사이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들은 어떻게, 그리고 어떤 어른이 되었나
『우리는 언제나 타지에 있다』는 농촌의 국제결혼 가정에서 태어난 이주배경청년 고예나의 회고록이다. 한 사람의 자기 서사에서 시작해 가족, 친구, 이주민으로 줄기를 뻗어가는 이 책은 개인의 정체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동시에 다문화국가로의 진입을 목전에 둔 한국 사회에 물음을 던진다. 이곳에 뿌리내리고 있는데도 언제나 타지에 있다는 감각은 어디서 오는 걸까. 그저 살아가는 게 아니라 존재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나는 작은 키에 마른 몸, 투 블록과 상고머리를 오가는 커트 머리,
25호 파운데이션을 발라도 톤 업이 되는 피부와 짙은 쌍꺼풀을 가졌다.”

이 책을 시작하기 전에 우선 ‘이주배경’이라는 단어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아시아 출신의 이주민 여성이 이룬 가족을 ‘다문화가정’이라고 불렀다. 다문화는 한 사회 안에 여러 민족이나 국가의 문화가 혼재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지만, 특정 소수자 집단을 일컫는 데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종국에는 문화적 다름을 드러내는 표현으로 쓰임이 변했다. 저자는 차별을 내포하게 된 단어 ‘다문화’를 대신해 국제 통용어인 ‘이주배경청년’으로 스스로를 소개한다.

1990년대에 시작한 정부의 국제결혼 지원사업은 미혼 남성에게 국제결혼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했고, 통일교회의 주선으로 수많은 외국 여성들이 한국 남성과 결혼해 아이를 낳았다. 저자는 엄마 아빠의 이런 결혼이, 자신이 이런 가정에서 태어난 것이 너무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고 말한다. 내가 나인 게 나에게조차 이질적일 때, 남들은 의구심 없이 받아들이는 출생이 나에게는 이례적인 사건일 때, 일찍이 부자연스러움의 감각이 몸에 밴 아이에게 삶이 곤경에 불과하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저자는 숨지 않는 편을 택한다. 어느 날은 이주노동자를 비하하는 친구에게 울분을 토하며 말한다. 나는 다문화가정 자녀라고. 너희들이 웃고 떠든 말에 상처를 받았다고. 또 어느 날은 자신과 닮은 이주배경아동에게 말한다. 우리 엄마도 필리핀 사람이라고. 나도 너와 같다고. 이렇듯 이 책에는 한 아이가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한 최초의 순간이, 나아가 한 걸음씩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담겨 있다. 『우리는 언제나 타지에 있다』가 한 편의 성장담이기도 한 이유다.

저자

고예나

저자:고예나
2001년전남장흥의작은농촌마을에서태어났다.국제결혼으로만난필리핀인엄마와한국인아빠,두여동생이있다.‘예나’는외갓집친척들에게쉬운발음으로엄마가지어준이름이다.국제결혼으로맺어진수많은여자와남자들은다어디에서가정을꾸렸을까.그리고그들사이에태어난아이들은지금어떤어른이되었을까.그질문을시작으로이책을썼다.

목차

1부다른출생
외국인은아니지만
걸어도걸어도
다문화아이
시간이멈춘곳
옛날집

2부엄마의안녕
통일교회
농부남편의조력자
어디에나이모들이
한국어수업
바이링구얼환상
무엇이든어디서나한꺼번에
필리핀가족
한국식필리핀가정식
엄마의꿈

3부우리는언제나타지에있다
나만모르는세상
혼자만의방
배려와차별
나와닮은아이
신고전화
나의최선
시작과끝

나가며어떤책임

출판사 서평

“엄마는한국에오기로결심했을때이런생활을기대했을까?
엄마는존중받아마땅하다.말도안되는비난을받을것이아니라.”

『우리는언제나타지에있다』는딸의시선으로엄마를기록한책이기도하다.저자는이책을쓰면서자신만큼이나엄마를들여다봤다.한국말이서툰엄마가하려는말이무엇인지알고싶어스무고개하듯단어를던지던어린시절처럼.엄마에게한국은“상처를받은공간”그러나동시에“가장행복한시간”을보낸공간이다.저자의눈에통일교교인들은“말도안되는방식으로국제결혼을주선하는사이비종교”인들이지만엄마에게는“고마운”사람들이다.엄마는허리를펼시간도없이종일고된일을하고도넉넉한벌이를보장받지못하는농사에서뿌듯함과기쁨을느낀다.저자는자신이상상하는범위밖의이야기를서툰한국말로말하는엄마를다이해할수는없었다.끊이지않는한탄에지쳐화가난적도있다.“엄마가한국에대해더찾아봤어야지.아빠가어떤사람인지잘알고결정했어야지.엄마가한결혼이니까엄마가감당해야지.”원망과연민에갈팡질팡하던저자는이내말을삼키고엄마와엄마의모국어로대화하는상상을한다.엄마의속엣말을들을방법을어떻게든찾아서기억과마음을대신기록한다.그러니『우리는언제나타지에있다』는이주여성을사회학적시선으로서술하는책은아니다.청년의가난,지방의소멸,여성폭력이라는사회의첨예한문제를다루면서도소수자들을문제상황안에가두고변화를촉구하는책도아니다.아주개인적인시선으로누군가의역사를이해하려고분투하는책이고,그래서훼손될수없는한사람의서사를,망가질수없는존엄을말하는책이다.

‘우리’라는대명사는‘다문화’와닮았다.나와너를품는듯보이지만기준에들어맞지않는이들은밀어내기도하기때문이다.『우리는언제나타지에있다』가말하는‘우리’는누구일까.저자와저자의엄마와같은이주배경청년?이책에공명하는독자?아니면다문화사회를살아가고있다는모든사람들?결국이질문은세상에서의자기범주를묻는일과다르지않다.이책은그범주를넓혀보자고제안한다.내앞의울타리를허물어너의자리를만들기.여기에데려오는게아니라거기로가기.그렇게‘우리’의외연을넓히기.그런희망을담아이책을우리에게권한다.

“내가나와가족에대해책을쓴다는것을알고나서내동생도,그리고이주배경청소년인동생의친구도자기이야기를글로쓰고싶다고했다.나는조금벅찬감정이들었다.동생들도자신의이야기를쓴다면,한국에서이주배경을가진청년으로살아가는사람들의서사가그만큼다양하고풍요로워지지않을까.그다양함과풍요로움이젊은우리엄마가겪었던것보다이주여성들의한국살이를더수월하게만들수있지않을까.이런생각을해보는것만으로도동생들보다먼저태어난이주배경청년으로서언니노릇을제대로하는것같아서뿌듯해진다.나는동생들의더많은이야기를기다린다.”(14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