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는 푸름을 기워 (강대선 시조집)

가시는 푸름을 기워 (강대선 시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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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강대선 시인이 건네는 목소리에는 자아와 공동체, 일상과 역사, 황홀과 페이소스 사이를 횡단해가는 남다른 문양이 그려져 있다. 그는 우리가 살아가는 구체적 현실을 바탕으로 삼으면서도 존재론적 심층의 언어를 최량의 언어로써 구성해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시인은 인상적인 장면이나 순간에 대한 기억의 현상학에 매진하면서도 그 장면과 순간이 의미론적 확장을 거듭해가는 과정을 포착하고 표현한다. 때로 그것은 단아한 아포리즘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가장 궁극적인 인간 존재론에 대한 예술적 표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표면적 관찰을 넘어 근원적인 삶의 심층을 되묻는 시인의 이러한 의지는 그래서인지 내면과 사물을 이어주는 통합적 마인드에 의해 한결같이 완성되어간다. 따라서 우리는 그의 시조를 통해 한결 미덥고 성숙한 시인의 시선을 만나면서 동시에 고전적 형식과 다양한 음역音域을 한껏 경험하게 된다.
내면을 직접적으로 토로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물과 상황을 시의 표면으로 불러들여 그것들로 하여금 발화 주체가 되게끔 한다. 그때 시인이 노래하는 것은 한결같이 근대적 삶의 효율성에 의해 서서히 사라져가지만, 그 사라짐으로 하여 역설적으로 눈부신 순간이요 사물이요 장면들이다. 이들을 통해 우리는 인간과 자연 사물이 이루고 있는 비대칭적 힘에 대하여 생각할 수 있는 계기들을 얻는 동시에, 또 그것들이 필연적으로 이루고 있는 등위적等位的 네트워크도 알아가게 된다. -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학교 국문과 교수) 해설 중에서
저자

강대선

저자:강대선
나주출생
2019년동아일보신춘문예시조부문
광주일보신춘문예시부문,『시와사람』등단
한국작가회의,『오늘의시조』,〈율격〉,광주전남시조협회회원
장편소설『우주일화』『퍼즐』『대륙의천검』(전자책)
시집『구름의공터에별들이산다』『메타자본세콰이어신전』
『가슴에서핏빛꽃이』(문학나눔)
시수필『해마가몰려오는시간』(문학나눔)
시조집『가시는푸름을기워』

목차


1부별물이번진다
봉숭아
노을역
립스틱
노시인
마당깊은집
연어
은하
초암에서
분향
히말라야독수리
자벌레
발끝에도달하다
낙엽

2부바람이동동촉촉밟고가는
아몬드꽃피는나무
시지프스
노래자
폭설
귀래고양휴게소에서
목관단장안부
남광주
개나리할매
코스모스
함박눈

3부한발짝,미끌리는숨
마트료시카
미완의계절
어느한적한오후의풍경
르네상스
사월
49
기일
똥둑간
판화전
대성학원사잇길
출구
실종
사각지대
바닷가묘지

4부까닭없이석양에물들거든
상사화
북항
해질무렵
저물녘의풍경
여숫머리
선경
해남
구만리
부각나비
어청도에서
남평
우리건달님
만추

해설_시간탐색을통해삶의본령에가닿는역동적서정
-강대선의시조미학
유성호(문학평론가,한양대학교국문과교수)

출판사 서평

시인의말

생각하니
옛나는
드들강에서버들치와살았다
그시간이나를지었다

책속에서

<봉숭아>

이승으로넘어오는징검다리붉은노을

꽃상여타고떠난우리누이손톱에

아리랑물들여놓았지

첫눈오면

건너오라고

<립스틱>

입술은구겨져서가볍게날아간다

긴기다림끝에맞이한짧은입맞춤

휘발된알코올처럼

버려지는장밋빛

일회용인연도사랑이라말하지만

한번지나가면오지않는바람

입술은빛바랜연서

아련해진낮달

<은하>

그사람숨결,지상에스미잖아도

그사람목소리지상에들리잖아도

가슴은그사람이들어

별물이번진다

<해남>

지금쯤땅끝에도착해있겠네
가는길에늘어선아기동백붉어지면
남자는바다로가고
여자만남았겠네

다다른땅끝바다는낙화처럼물들어
갈데없는여자는혼자서울었겠네
길따라동백삼천리
썰물처럼쓸쓸했겠네

<우리건달님>

건들건들걸어서건달인줄알았드만

고서를펼쳐내니신들의이름이다.건달아,이름불러도꼼짝하지않는다.한장을넘겼더니건달내력이상세하다.지국건달바왕수광건달바왕정목건달바왕화관건달바왕보음건달바왕낙요동묘목건달바왕묘음자사당건달바왕보방보광명건달바왕금강수화당건달바왕낙오현장엄건달바왕이라,예전에건달들께서세상을휘젓고다니셨노라.건달바乾?婆번역하노니향기먹는신이라,술고기좋아하고싸움질좋아하는우리아들건달이가향기나는이름이라.이런낭패가푸대접도이만저만,변변찮은직장없이음식냄새맡듯이돈냄새맡아가며어깨들과건들건들,땅뺏고나와바리싸움인상조차고약한데아악을맡아보는신이었단내용에야,건달이리와봐노래는좀하냐?아들놈씨익웃으며한가락을뽑는데날건달은날건달인가어깨춤에흥이난다.-「우리건달님」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