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6세기 유럽의 마술사들 : 미신과 과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르네상스를 꽃피운 마구스 이야기

15-16세기 유럽의 마술사들 : 미신과 과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르네상스를 꽃피운 마구스 이야기

$28.00
Description
문학 속의 전설적인 인물 파우스트는 근대 초 유럽의 마술에서 전형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역사적 실존 인물 파우스트는 상당히 달랐다. 마구스, 즉 르네상스 시대의 최신 학문과 공적 생활에 제대로 뿌리를 내린 학구적인 마술사였다.
이 책은 그와 같이 15~16세기의 독특한 지식인 유형인 마구스의 기예와 경험을 주요 인물을 중심으로 상세히 다룬다. 마구스들의 방법·지식·활동, 그들이 간절히 바란 정치적·사회적 환경, 그리고 때로는 왕들과 군주들의 사회를 탐구한다.
마구스들은 합법적인 마술과 불법적인 마술, 신성한 마술과 악마적인 마술, ‘좋은’ 마술사와 ‘나쁜’ 마술사의 성격에 관한 논쟁을 이끌었고, 점차 마술을 종합적인 기예로 변모시켰다. 이 기예는 고대의 점성술은 물론이고 당대의 공학에도 의존했고, 변화하는 사회에서 수용될 수 있는 것의 한계를 세밀히 살폈으며, 자아를 탐구하고 우주를 활용할 새로운 방법을 약속했다.
이 책은 르네상스 유럽의 사회적·문화적·지적 질서 속에서 마구스의 자리를 다시 잡아줌으로써 그 정신에 담긴 심오한 이치와 그가 속한 여러 사회를 새롭게 환히 밝혀준다.

저자

앤서니그래프턴

저자:앤서니그래프턴(AnthonyGrafton)
1950년생으로,프린스턴대학교역사학교수로50여년동안재직하고있다.미국철학협회및영국아카데미회원을지내고있으며,미국역사학회회장을역임했다.시카고대학교에서역사학으로석사·박사학위를받았다.주로르네상스및근대기의유럽문화사를연구,집필하고있다.발잔인문역사상,멜론재단특별공로상등을수상했다.지은책으로《주석의독특한역사》,《텍스트의수호자들》,《문자로만들어진세계》,《발굴이라는기예》,《잉크로얼룩진손가락》,《역사란무엇이었나?》등이있다.

역자:조행복
서울대학교대학원서양사학과를졸업하고같은학과박사과정을수료했다.주로토니주트,티머시스나이더,브루스커밍스,존키건,애덤투즈등걸출한역사가들의현대사저술을우리말로옮겼다.옮긴책으로《설탕》,《항복의길》,《중독의역사》,《문명의운명》,《백인의역사》,《브루스커밍스의한국전쟁》,《폭정》,《나폴레옹》,《20세기를생각한다》,《1차세계대전사》,《독재자들》등이있다.

목차

서론|마구스에대한개괄:파우스트의사례

제1장|비판과실험:중세의마구스
제2장|자연을지배하는힘:기예,기술,인문주의
제3장|학구적인마구스:피코와피치노
제4장|요하네스트리테미우스:마술과그의책
제5장|신비주의철학의이론과실제:하인리히코르넬리우스아그리파

감사의말
옮긴이의말

도판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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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르네상스시대,학구적인마술사들의출현

이책은15세기말이후출현한새로운기예,당대에그러한기예를실행한자들이일반적으로자연마술이라고부른기예가어떻게탄생했는지대표적인몇몇인물을중심으로추적한다.책에서는이마술사들을학구적인마구스라고부른다.이들이보여준마술은다양한기술을포괄한다.그들이책으로써내고실행으로보여준기예는별자리를해독하여개인의미래와중요한역사적사건의전조를읽어내는점성술부터연인의마음을얻을수있는사랑의묘약,질병과마음의상처를치료하는비법,남에게들키지않고은밀한메시지를주고받을수있는암호기술,등잔불과그림자를이용하여형상을투사하는광학,기계학을바탕으로만들어낸자동장치등에이르기까지다방면에걸쳐있다.
르네상스시대의이새로운마구스들이모든점에서의견이같지는않았지만,이들의공통된특징이있다.그들의기예가자연마술이라는이름을얻은것에서알수있듯이,그마술의핵심은자연에대한이해를바탕으로자연을지배하는힘을얻는것이었다.이들은동식물과사물의신비로운속성에주목하여보통사람의눈에는신비롭게만보이는현상들을이해했다.자연사와별자리표에관한지식을갖추었으며동시에역학의발전에매료되어자동장치와유압장치,강력한무기를개발했다.마구스는고대의라틴-아랍전통,유대전통과스콜라철학자로저베이컨의‘실험과학’을이어받아우주와그안에서인간이차지하는위치를이해하고자연세계를조종하려는욕망을표현했다.


미신과과학의경계에서곡예를벌이다

마구스들의마술은복잡한성격을지녔다.그들의이론체계가반드시합리적이지만은않았다.마구스들은놀랍도록독창적인발상을내놓았으면서도명백한헛소리처럼들리는이야기도했다.별자리가,별과행성이지상의인간과동식물에영향을준다는점성술의성격이원래그렇거니와학구적마구스들이자신의연구가기독교와양립할수있다고생각했다는것도이점에서중요하다.이들은초자연적인것에대한믿음은오로지기독교신앙안에서만가능하다고보았고,자연에대한이해를통해서신의은총을느끼고신에게로다가가려했다.그렇지만유대인의카발라를변용한기독교카발라나천사마술은오늘날의상식적인기준으로는이해하기어렵다.자연이신의창조물이라는가정에서이들이이해한마술이신의창조를존중하며자연의완벽한실현을약속한다는주장은납득할수있다.그렇지만주문과부적을수단으로기적을일으킨다는것을어떻게믿겠는가?조각상을만들어천계의힘을끌어와집어넣어초자연적힘을발휘하게할수있다고믿는것이가능한가?성당이수집한성유물은지상으로천상의힘을끌어오는신성한물질로생각되었다.성체와십자가,신의이름을나타내는히브리어낱말이특별한힘을지녔다는생각은자연에대한이해에서비롯한것인가?

요컨대당대의마술은미신과과학의경계위에서아슬아슬한행보를보였다.마구스들은모르는것을모조리악마와의거래를통해나타난일로여긴자들을어리석다고비판했지만,그들스스로도합리적으로설명하기어렵고믿음의차원에머무는이야기를했다.그런점에서합리적인것과비합리적인것,추측과확신,믿음과사실사이에뚜렷한경계는없었던것같다.마술과과학,종교는뚜렷이구분되지않았다.
마구스들은마술을언급할때모호하고이중적인태도를보였다.자연의힘을이용하는‘좋은’마술과악마의힘에의존하는‘나쁜’마술,‘저차원’의사악한마술과‘고차원’의마술을구분하기도했지만,그구분이모호했을뿐만아니라,우주로부터생명과영혼을끌어와기적을행할수있다는고차원마술의성격도애매했다.또한그들은한편으로악마적마술을부정하고비난하면서도자신의마술과악마와의연관성을넌지시언급하며이를즐기기도했다.악마도자연의힘을이용해불가사의한일을할수있다는것이었다.

초자연적힘까지갈망한권력자들

마구스는또한대중적인지식인이면서천계의힘을이용하려는유력한후원자들에게조언자역할을했다.신성로마제국황제막시밀리안1세,교황클레멘스4세,프랑스국왕프랑수아1세의모후루이즈드사부아등이거론된다.특히막시밀리안1세는점성술에깊은관심을보였고‘악마’라고부른마술반지를죽을때까지끼고있었다고한다.학구적인마구스를합리적인사고방식을추구한인문주의자로본다면이들에대한후원은곧그러한정신적태도를지지한것으로서긍정적으로볼수있지만,내심그들의힘을이용하여권력을키우고유지하려는마음이있었을것이다.반대로마술의실행자중에는권력과지위를얻기를열망한성직자와학자가많았다고하니마술이출세의수단으로쓰인것도분명해보인다.또한마술은그도움을받으려는보통사람들에게도의미가있었을것이다.신앙과믿음은,아무런근거없는비합리적인믿음이라고하더라도그것을지닌자에게는어떤효과가있을것이다.

자연을변용해온인류사의귀결은어디인가

당대의사상에어느정도익숙한독자들에어울리는학술연구서에가까운책이지만,정신을집중하여읽어야함에도한가지분명하게드러나는것은있다.합리적인탐구가물질세계의원리를밝혀주리라는것이다.그런데르네상스시대의학구적마구스들이보여준합리적인사고방식이과학의발전을이루어냈다면,그장기적인귀결을인류는잘관리할수있었나?아그리파는인간의노력이유익을가져다준다고말하면서도그부정적인효과를빼놓지않았다.“요새화한성채,전쟁기계,총포,대포,비행무기,기타사람을죽이는도구들,그리고그들이정복한민족들이이기예가때때로인류에게초래한파멸을증언한다.”아그리파의《신비주의철학》에서인체의비율을그린도형을본하인리히두덴은“죄수들의몸을부러뜨린바퀴”를떠올렸다.

새로운기술이놀라운속도로발전하여윤리적문제에대한고려를피할수없고인간의지식과능력의한계에대한두려움이일고있는이시대에,근대초의마구스는흥미로운주제라고할수있다.자연에힘을행사하여그것을변형시킨인류의오랜역사는,자연에대한이해를바탕으로마술처럼신기한온갖장치를만들어낸인류는과연앞으로어떤길을걸을것인가?전쟁은아직도사라지지않았고,기후변화는전에없던파괴적인영향을미치고있다.AI는과연안전할것인가?인문학적숙고가필요한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