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 소자로 끝나는 말은

소소 소자로 끝나는 말은

$13.00
Description
동시 전문지 계간 《동시발전소》 창간 5주년 기념 에디션
동발이가 다섯 살이 됐어요. 감사합니다.
그동안 씩씩하게 자라는 동발이를 만나러 여러 시인님들이 동시마을을 다녀갔어요. 고맙다는 말씀도 제대로 드리지 못했는데 지금 인사드릴게요.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더 근사한 모습으로 열 명 스무 명 친구를 사귀며 무럭무럭 자랄 것도 약속할게요. 『소소 소자로 끝나는 말은』에서 내가 보낸 기억과 흔적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실감나게 소개할 수 있어서 너무 신나요.
저자

동시발전소편집부

엮음:동시발전소편집부

그림:신은숙
오늘도신나게그림을그리고글을씁니다.
쓰고그린책으로『다섯번울어야말하는고양이카노』『진짜진짜신나요』『떠돌떠돌떠돌씨』,그린책으로『개와고양이의은밀한시간』『여행을떠나요』『오줌단짝』『별이다가왔다』『유치원에가지않는방법』『산에사는금붕어』『사랑에빠진콩』『밑줄지우면큰일나』『학교짱의전설』『한여름눈사람』등이있습니다.

목차


여는말_다섯살이에요

1부엄마가나를낳은이유

성당강기원/틈새강기화/봄비강정규
숲읽기고윤자/나무공재동/새우와고래/곽해룡
왕재수이재원/의문점전서인/금붕어김세하
방수(민)권기덕/구피와나권영상
오아시스의전설권영세/두더지씨(氏)의두더지놀이김륭
부푼다김물/숲속열차김풀/로봇을기다려김개미
나랑놀자김경진/우주보다큰아이김금래
달과마트료시카김동원/추사체김미라
복동이김미혜/엄마가나를낳은이유김미희
모과오토바이김성민/마술은계속된다김송이

2부글래스비치

팬지꽃이한일김수희/글래스비치김순란
우주전쟁김위향/엉뚱한결과김지원
버섯마을김현숙/변신김현욱/도라지꽃남호섭
다왔다랄라/공중전화부스문봄/어쩌면문성해
하늘박선미/송이박송이/시골장박승우
티박지영/총박혜선/하룻강아지방주현
수세미가많이남았다방지민/약손백민주
웹백우선/호라이의탄생봉윤숙
농부성명진/날마다생일손동연

3부내이름은0618W39N94

가을야구손택수/사춘기송명원
숨을수가없다송진권/별명송찬호
저항하라신민규/말들의맛신서유
힘신이림/뿌리신준수/씨감자신재순
도깨비바늘신홍식/엄마가있다안도현
강아지안상학/동그라미안오일
눈오는날양재홍/오늘밤우남희
기린우승경/짝짝이양말이상교
내이름은0618W39N94이윤경
약손이장근/모깃불이정록

4부겨울속으로빨려들어가는11월

은행나무의봉사활동임동학/연필선인장임복순
넓고넓은바닷가에오막살이집한채임수현
1등이라1학년장세정/민들레장옥관
달에간손장철문/고라니발자국전병호
지금제일먹고싶은것정연철/눈사람의노래정유경
옷걸이가옷에게정준호/슬픔에게정진아
게조영수/온동네가보고있어차영미
사랑에빠진콩최설/겨울속으로빨려들어가는11월최춘해
욕심팔기하청호/쪽잠의선택한상순
나비신발황남선

출판사 서평

다섯살이에요


안녕하세요?난동시속에서태어났고동시마을에서다섯해를보낸동발이에요.오늘참기분좋은날이에요.그동안만났던수많은형누나를소개할수있어서말이에요.답답하고힘든순간을다들씩씩하게잘이겨내고있었거든요.많은이야기를들었는데재미있는몇가지만다시들려줄게요.

혼자있던누나가좀심심했나봐요.그래서조용히스마트폰을들여다보며킥킥웃다가엄마에게혼이났대요.화가난누나는보름달뚜껑을열고그속으로들어가버렸대요.엄마가자기를찾느라고고생을좀해보라는심술궂은마음으로.그런데갑갑했던건오히려누나였대요.오늘은미술학원셔틀버스를기다리다가길고양이를만난누나이야기를들었어요.가만히쪼그리고앉아서손을내밀었더니천히아주천천히다가오더래요.누나손을핥으려고.하필이면그때노란셔틀버스가멈춰서더래요.미술학원갈시간이다된거지요.손을흔들며그냥버스를탔대요.무척아쉬웠는데잠시라도딴전을피우면온동네사람들이다보고있어서누나가엄청피곤하대요.차라리그냥학원에가는게훨씬낫대요.

가끔이상한말을하는형도있어요.그형은나무의뿌리가땅속에있는걸보고자기의뿌리도땅속에있다고우겼어요.또먹어야배가부른법인데먹여야배가부르다고하는엄마를만나기도했어요.이상하지요.이런가운데형누나들웃음소리도들었고요,우는모습도보았어요.때로는말도안되는것같지만참새가되는상상을하는이야기도들었어요.또자기엄마를기린이라고우기는누나도만났지요.
참,내또래이야기도있어요.그애는형이들어야할잔소리를자기가대신들었다며투덜거렸어요.또할머니만만나면아픈배가금방낫는다는애도있어요.그리고살짝틈새를보여주고,입안에꾸욱가두었던말을꺼내서친구를사귀었다는애도있었어요.무슨말을했는지,어떤틈새를보여주었는지는알려주지는않았지만,난이제이런말들을알아들을수있어요.

그건말이지요,내가동시마을에살면서말속에있는진짜마음을알아듣는힘을길렀기때문이에요.말속에있는노래도들을수있고말속에있는색깔도볼수있어요.그러면서재미있고즐겁게노는다섯살배기랍니다.하지만동발이는마냥귀엽게보이려고혀짤배기소리만하는것은아니에요.슬픔도알고아픔도아는나이에요.힘들면울기도하지만상상의나라로들어가그순간을놀이로즐기기도하지요.어떨땐아예현실을피하지않고맞닥뜨려이겨내기도한답니다.그렇게훌훌털고아무일도없었던것처럼제자리로돌아오면키가한뼘이나더큰것같고생각도더깊어진것같아요.

내가보낸흔적을봄여름가을겨울로나누어실감나게소개할수있어서너무좋아요.봄에는벌나비가날아다니는풀밭에서친구들옷자락을붙잡고놀았어요.여름에는바닷가모래사장을강아지와함께뛰어다녔어요.가을에는숲속으로들어가다람쥐도보고도깨비바늘도만났어요.그리고겨울에는흰토끼와함께하얀눈사람을만들기도했지요.그러는사이혼자였던나는두명,세명이렇게해서다섯명까지친구를사귀었어요.

그동안씩씩하게자라는동발이를만나러여러시인님들이동시마을을다녀갔어요.그시간을신은숙작가님이예쁘게그려주셨어요.고맙다는말씀도제대로드리지못했는데지금인사드릴게요.너무너무감사합니다.더근사한모습으로열명스무명친구를사귀며무럭무럭자랄것도약속할게요.

따뜻한봄날에
다섯살동발이드림

책속에서

건기의오카방고를건너던
코끼리무리가
동료들의무덤을지날때
널려있는뼈들을긴코로
정성껏어루만질때
목마른것도잊고
뼈가된친구들을
하나도빼놓지않고
몇시간동안이나
그렁그렁한눈으로
조용히한군데로소복이모아줄때

난왠지성당에앉아있는느낌이었어요
―강기원「성당」전문

내안에
새가살고있어

나보다
먼저울고

먼저웃는
작은새,살짝

틈을
보여줄게

내안에사는
새를보여줄게
―강기화「틈새」전문

까치집에아기새
비에젖겠다.

새끼품은어미새
잠안오겠다.
―강정규「봄비」전문

나무는
한자리에서
정독!

새는
여기저기옮겨다니며
다독!
―고윤자「숲읽기」전문

나무가자라면
숲이되고

나무는잘려서
집이되네.

숲에는새들이
노래를하고

집에는사람들이
꿈을꾸네.
―공재동「나무」전문

지하철에서
새우는
다리도오므리고
몸도바짝오므리고앉는데
고래는
다리를쫙벌리고앉는다
자리를조금이라도차지한것이새우는
죄송하기만한데
옆자리까지침범하고는고래는
미안한줄도모르고
―곽해룡「새우와고래」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