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나 도쿄 (한정현 장편소설)

줄리아나 도쿄 (한정현 장편소설)

$14.50
Description
사흘 내내 흰 눈이 쏟아지던 도쿄에서 꿈같던 한 시기를 추적하다!
1991년부터 1994년 사이에 일본의 젊은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던 클럽, 줄리아나 도쿄. 이 클럽은 특히 일반 무대보다 높은 단상으로 유명했고, 여성들은 모두가 우러러보는 이 단상 위에 올라가 춤을 추었다. 저자는 줄리아나 도쿄를 직접 체험한 적 없는, 1980년 이후 태생인 인물들에게 그 흔적만을 쥐여 준다. 한주, 유키노, 김추는 각각 식당에서 우연히 본 가요 프로그램, 서랍 속의 오래된 사진 한 장, 어머니의 회상을 통해 이 클럽과 연결된다.

사랑이라고 부르는 관계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한주. 심각한 폭행으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된 한주는 그 후유증으로 외국어증후군을 얻고 모국어를 잃어버린다. 이제 그녀가 말할 수 있고 알아들을 수 있는 유일한 언어는 일본어뿐이다. 살아남았기에 살아가려 하지만, 한주에게 고통스러웠던 과거의 기억은 계속 찾아온다. 하지만 그녀는 익숙한 불행 쪽으로 자꾸 기울어지는 마음을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옮겨놓으려 애쓴다. 그때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존재가 있다. 함께 서점에서 근무하던 동료 유키노다.

유키노는 사람들에게 곧잘 오타루에서 도쿄로 왔다는 자기소개와 함께 눈이 내리기 전 눈의 요정이 나타난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면 대부분은 아름다운 눈 이야기에 감탄하며 그에게 호감을 보인다. 하지만 사실 유키노는 눈도, 그런 반응도 좋아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불편해하는 사람들에게 환심을 사고 그 안에 섞여들기 위한 나름의 방식일 뿐이다. 그런데 그에게 처음으로 눈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대답하던 사람이 있었다. 그와는 나이, 성별, 성정체성, 국적 등 많은 면에서 다른 한주다.

두 사람은 돈을 합쳐 안전과 공간을 마련하기로 하고 동거인 사이가 된다. 함께하는 시간이 쌓여가면서 유키노는 한국인인 한주가 어째서 한국어를 전혀 할 수 없게 되었는지 알게 되고, 한주는 유키노의 연인을 알게 된다. 서로가 사랑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사람들임을 알아본 그들은 누구에게도 말 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싫어하는 것들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는 대신에 의식적으로 좋아하는 것들을 함께 찾아보면서 한주와 유키노의 시간은 다시 흘러가는 듯 보인다. 어느 날 갑자기 유키노가 실종되기 전까지는.
수상내역
- 2019년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
저자

한정현

저자:한정현
2015년『동아일보』신춘문예를통해소설을발표하기시작했다.소설집『소녀연예인이보나』,중편소설『마고』,장편소설『줄리아나도쿄』『나를마릴린먼로라고하자』,산문집『환승인간』등이있다.오늘의작가상,젊은작가상,퀴어문학상,부마항쟁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1.한주의이야기
눈의요정9
경찰의전화17
녹지않는눈24
아사쿠사바시의꼬치구이노인34
르카페도토루45
긴자의칼가게52
동거인57
실종73
오타루의집1유키노의어머니이야기84
오타루의집2줄리아나도쿄95

2.유키노의이야기
상담#1빛에번진사진한장111
상담#2한수를사랑하는이유124
상담#3제자리에있어주세요139
상담#4오타루를떠나도쿄로151
상담#5-1좋아하는것말하기163
상담#5-2도쿄를떠나부산으로169

3.다시,한주의이야기
유키노,정추,김추185

4.김추의이야기
학회장1주인공이되고싶어195
눈밭의칼과아이204
학회장2어디선가본듯한얼굴219
의외의메일229

5.한주와유키노의이야기
고백237
그날244
이제길을건너서254

번외
눈이내린다259

작가의말288

출판사 서평

“나도내인생의주인공이되고싶다고,너에게서벗어나서.”
사랑에서겨우살아남은한주의이야기

한주는사랑이라고부르는관계에서가까스로살아남은사람이다.지적이고다정한연인은지속적으로폭력을가하고,그때마다그녀는그이유를자신에게서찾으며후회한다.결국심각한폭행으로의식을잃은채발견된한주는그후유증으로외국어증후군을얻고모국어를잃어버린다.이제그녀가말할수있고알아들을수있는유일한언어는일본어뿐이다.그녀는다시한국어를배운다면그동안잘하지못했던말들,‘아니오.싫습니다.안하고싶습니다’와같은거절의말들을단호하게내뱉을수있는사람이되고싶다고생각하며도쿄로간다.대학원에서한국문학을공부하던그녀에게한국에서할수있는일이란더이상없었으므로.

살아남았기에살아가려하지만,한주에게고통스러웠던과거의기억은계속찾아온다.예상치못한폭력의순간들,또그때하지못했던말―이관계를끝내고자신의삶을찾고싶다는고백같은.특히낯선이로부터호의를받거나,친밀한감정이도리어불안해질때한주는마치고인시간속에놓인듯하다.하지만그녀는익숙한불행쪽으로자꾸기울어지는마음을새로운가능성을향해옮겨놓으려애쓴다.그때그렇게할수있도록도와준존재가있다.함께서점에서근무하던동료유키노다.

“나의친구한주의생일을축하해.눈의요정이너를지켜줄거야.”
마음의허기를달래준유키노의말들

유키노는사람들에게곧잘오타루에서도쿄로왔다는자기소개와함께눈이내리기전눈의요정이나타난다는이야기를들려준다.그러면대부분은아름다운눈이야기에감탄하며그에게호감을보인다.하지만사실유키노는눈도,그런반응도좋아하지않는다.다만자신이게이라는사실을불편해하는사람들에게환심을사고그안에섞여들기위한나름의방식일뿐이다.그런데그에게처음으로눈을좋아하지않는다고대답하던사람이있었다.그와는나이,성별,성정체성,국적등많은면에서다른한주다.

두사람은“돈을합쳐안전과공간”을마련하기로하고동거인사이가된다.함께하는시간이쌓여가면서유키노는한국인인한주가어째서한국어를전혀할수없게되었는지알게되고,한주는유키노의그이,“관계에서생기는우위가있다면”그모두를실어주고싶었다던연인‘한수’를알게된다.그러니까그들은서로가사랑에서가까스로살아남은사람들임을알아본다.누구에게도말할수없었던이야기를들려주면서,싫어하는것들에대한불평을늘어놓는대신에의식적으로좋아하는것들을함께찾아보면서두사람의고인시간은다시흘러가는듯보인다.

어느날갑자기유키노가실종되기전까지는.

연대의공복감이틀림없이채워질수있다고믿는,
한소설가의첫인사를전합니다

1970,80년대여성노동자들을통해자신은물론,국적과세대가다른누군가를이해하고해석하려는인물.분명히다름에도겹쳐보이는한일의역사와그안의여성들.미혼모와성매매여성들의삶.성소수자와혐오의양상.전공투와클럽을나란히놓고살펴보는문화연구자의시선……한작가가장편소설이라는형식을통해세상에건네는첫인사에는이러한것들이담겨있다.

하지만이중무엇보다가장힘주어전하고싶은것은마음의허기를느끼고,이것이든든하게채워질수있다고말하는작가의믿음이다.선택한적없으나온전히자신의몫이되어버리는상처의경험은그사람을과거에묶어둔다.누군가와친밀한감정을나누고깊이연결되고싶다는바람은불가능한이상이되어버린다.혼자버티고각자알아서헤쳐나가는것이삶이라는믿음이지배적인오늘.그러나그런상태는허기와도같아서영원히굶주릴수는없는것이다.연대의공복감을알고,틀림없이채워질수있다는믿음으로쓰여진이야기,스위밍꿀의세번째소설,한정현의『줄리아나도쿄』를함께읽어주시기를바란다.

“만약글이정말누군가를변화시키고나아가게한다면,그글은물론도서관서가를가득메운정전들일수도있겠지만.이렇듯어느서랍속오래된수첩안의메모일수도있다는것을말입니다.지금껏공부를해오고소설을써왔지만,이글을쓰기까지많은용기가필요했습니다.저처럼용기가필요한사람들이있다면,이소설이그누군가에게제가발견했던오래된수첩의메모처럼어떤용기가되기를,위안이되기를,의지가되기를바라봅니다.”-작가의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