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본미술 순례 1 (일본 근대미술의 이단자들)

나의 일본미술 순례 1 (일본 근대미술의 이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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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나의 서양미술 순례』, 『나의 조선미술 순례』, 그리고 비로소 시작된 ‘미술순례’의 최종장!
1992년 출간되어 30여 년 동안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나의 서양미술 순례』의 저자 서경식(도쿄경제대학 명예교수)이 드디어 ‘나고 자란’ 일본의 미술을 찾아 떠났다. 이번 순례 코스는 ‘근대’라는 시대를 향한 시간 여행이기도 하다. 책의 배경인 1920~1945년 무렵은 역병(스페인 독감과 결핵)과 세계대전의 암운이 드리워진 시대였다. 서경식이 소개하는 그림은 이미 100년에 가까워지는 세월에 풍화된 듯 어두침침하고 죽음의 기운마저 어른거리지만, 이상한 생기로 번쩍인다. 바로 코로나 팬데믹과 전쟁, 폭력이 끊이지 않는 지금 우리 시대와 꼭 닮았기 때문이다.
그는 묻는다. “이 어두운 시대에 미술을 이야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카무라 쓰네, 사에키 유조, 세키네 쇼지, 아이미쓰, 오기와라 로쿠잔, 노다 히데오, 마쓰모토 슌스케. 분명 우리에겐 낯선 이름이다. 하지만 서경식은 ‘편애’하는 예술가라고 소개한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랐던 자신은 미각과 음감과 마찬가지로 일본에 ‘침윤’된 미의식을 지닐 수밖에 없었다고, 그래서 일본미술에 애증이 뒤섞인 굴절된 마음을 품는다고 고백하면서. 그가 고른 일곱 미술가는 ‘일본’이라는 질곡 아래 발버둥 치면서 보편적인 미의 가치를 추구하며 싸워 나간 이들이었다. 이른바 일본미술계의 ‘선한 계보’를 체현해 온 ‘이단자들’이다. 과감한 개혁자이기도, 비극적인 패배자이기도 했다.
그는 묻는다. “조선 민족의 일원인 내가 왜, 그리고 어떻게 이들을 사랑하게 되었을까? 이들의 작품에서 내가 느낀 매력을 ‘조국’의 사람들과도 과연 공유 가능할까?”

여섯 명의 화가와 한 명의 조각가가 살아 온 삶과 작품을 바라보면 ‘근대 일본’이라는 문제가 또렷하게 떠오른다. 그 어려운 문제와 온몸으로 격투하다가 요절한 이들이기 때문이다. 난문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의해 ‘근대’로 끌려 들어갔던 우리에게 한층 더 복잡한 ‘응용 문제’로 다가온다.
저자

서경식

1951년일본교토에서재일조선인2세로태어났다.와세다대학불문과를졸업하고1971년‘재일교포유학생간첩단사건’으로구속된형서승,서준식의구명과한국의민주화를위한운동을펼쳤다.이때의체험과사유는이후저술과강연,사회운동으로이어졌다.
성장기의독서편력과사색을담은『소년의눈물』로1995년‘일본에세이스트클럽상’을,『시대의증언자쁘리모레비를찾아서』로2000년‘마르코폴로상’을받았고,2012년에는민주주의와소수자인권신장에기여한공로로‘후광김대중학술상’을수상했다.
1992년한국에번역출간되면서많은독자의공감을얻은『나의서양미술순례』이후,그의미술순례여정은‘우리’와‘미술’이라는개념을탈(재)구축하려는시도였던『나의조선미술순례』를거쳐,일본근대미술의이단자계보를따라가는『나의일본미술순례』로이어지고있다.『청춘의사신』,『고뇌의원근법』,『디아스포라기행』,『나의이탈리아인문기행』,『나의영국인문기행』등의저서를통해폭력의시대와차별에맞선예술가의삶과작품을소개했으며『난민과국민사이』,『고통과기억의연대는가능한가?』,『내서재속고전』,『시의힘』,『언어의감옥에서』,『다시,일본을생각한다』등의사회비평,인문교양관련서적을출간했다.
2000년부터도쿄경제대학에서현대법학부교수로재직하면서인권론과예술론을강의하고도서관장을역임했으며2021년에정년퇴직했다.2022년에는한국과일본에서동료와후학등이그의퇴임을기념하는문집과대담집인『서경식다시읽기』와『徐京植回想と對話(서경식회상과대화)』(高文硏)를발간했다.

목차

책머리에
죽음을들고평온한남자-나카무라쓰네,〈두개골을든자화상〉
저리도격렬하게아름다운노랑,빨강,검정이라니-사에키유조,〈러시아소녀〉
열아홉소년이그린‘비애’-세키네쇼지,〈신앙의슬픔〉
‘검은손’그리고응시하는‘눈’-아이미쓰,〈눈이있는풍경〉
고투는미다!-오기와라로쿠잔,〈갱부〉
들꽃의조용한에너지-노다히데오,〈노지리호숫가의꽃〉
변경에서태어난근대적자아-마쓰모토슌스케,〈의사당이있는풍경〉
후기
옮긴이의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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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30여년전『나의서양미술순례』(창비,1992)로시작했던서경식의미술순례가『나의조선미술순례』(반비,2014)에서‘조국’을경유하여드디어나고자란곳,일본을찾아발걸음을내딛는다.서경식은오랫동안쓰고싶었으나회피해온영역인일본미술을향해“단순히친근하다고말하고끝내버릴수없는”“애증섞인굴절된마음”이있었다고고백한다.가장친근한대상이‘침윤’이라는(혹은침식당했다는)부정적뉘앙스를띤말로표현되는사정은무엇일까.이대목에서“‘나’라는존재는일본어라는‘언어의감옥’에갇힌수인이다.”라는그의유명한언급을떠올릴수있다.『나의일본미술순례』는서경식이처해온언어감각의분열이미적감각에적용된책이라고도볼수있다.

일본근대미술의이단자들,그선한계보를찾아서
서경식은‘일본’이라는질곡아래발버둥치면서보편적인‘미’의가치를추구하며싸워나간‘이단자’를소개한다.왜그는한국에서친구나지인이찾아오면개인적으로편애하는미술가의작품을꼭보여주고싶다고생각했을까.왜그들의작품에서자신이느낀매력을‘조국’의사람과도과연공유가능할지궁금했을까.근대라는시대,수십년에걸쳐식민지지배를받았던“조선인이라는존재는식민지경험을통해종주국의미의식에침투당한사람들이라는의미또한갖고있”기때문이다.‘일본’을진정으로비판하기위해서는자기라는존재가무엇에침식당했고또어떻게형성되었는가를,‘미의식’의수준으로까지파고들어가똑바로응시하기를촉구한다.

팬데믹상황에서미술을다시들여다본다-역병과전쟁,현대의자화상
미술관이문을닫고도쿄에서지방으로가는여행도불가능한시기,서경식은처음기획했던방문기형식의집필방향을바꿀수밖에없었다.처음에는아쉬웠지만,도리어팬데믹상황에서미술을다시들여다보는좋은기회가되었다고한다.근대미술의이단자들대부분1920년대부터1945년까지짧은시기동안만활동했다.‘다이쇼데모크라시’에서시작해서일본이패전에이르는시기라고도말할수있다.의식적이건,무의식적이건평생‘일본근대미술’이라는어려운문제와온몸으로격투하다가불행하게요절한이들이다.그들이살았던시대역시전쟁과역병(주로결핵)과전쟁이라는그림자가드리워져있었다.서경식은역병의참화속에서왜뛰어난예술이생겨났는지질문하고죽음의의미(바꿔말하면삶의의미를)스스로에게되물을수밖에없었기때문이라고그이유를찾는다.코로나19가2년이상맹위를떨치고,러시아가우크라이나를침공한지금,앞을내다볼수없는혼돈속에서일본미술을통해전쟁,근대,죽음의의미를재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