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집을 짓지 않겠다 : 농부가 된 과학자의 생생 건축일지

다시는 집을 짓지 않겠다 : 농부가 된 과학자의 생생 건축일지

$18.00
Description
집을 지으면 수명이 10년 단축된다고? 대체 왜?
실험보고서처럼 소상하고 세태소설처럼 날카로운
현장감 100% 리얼 건축일지
첫 집은 이 책으로 짓고, 진짜 내 집은 두 번째 집으로 짓자!
은퇴한 과학자가 15평짜리 집을 지으며 겪은 일을 속속들이 기록한 건축일지 형식의 에세이. 집을 짓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취득세 납부까지 모든 절차와 비용은 물론이고, 공사 현장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과 사람들 간의 갈등, 건축주로서 느끼는 기대와 실망과 자괴감까지도 숨김없이 적었다. 생생한 대화체 문장과 다채로운 인간 군상, 긴장감 있는 사건 전개와 과정별로 맞닥뜨리는 ‘웃픈’ 현실은 한 편의 세태소설을 보는 듯하다.
읽다 보면 답답한 상황에 분통이 터지다가도 저자의 소심한 반격과 솔직함에 쿡쿡 웃음이 나고, 공사판의 생리와 사람살이를 통찰한 문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면 집을 한 채 지은 기분이다.
흔히 집을 지으면 10년 더 늙는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다시 지으면 잘 지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한 번 짓기도 어려운 집을 두 번 세 번 짓기가 어디 쉬운가. 그러니 이 책으로 첫 번째 집 짓기를 경험하고, 두 번째로 진짜 내 집을 지으면 어떨까?

저자

지윤규

물리학과교수로30년가량살다가정년퇴임하고농부가되었다.옥수수,고구마,토마토,호박,참외,아로니아를비롯해갖가지작물을심고기른다.농사짓는틈틈이책을쓰고강연을한다.그동안여러권의과학책을쓰고번역했다.

목차

머리말_4
건축일지1부_8
2021년8월9일~2022년8월17일
건축일지2부_204
2022년8월18일~2022년10월26일
후기_354
건축비내역_356

출판사 서평

●넉넉잡아넉달이면끝난다던집짓기가열네달이걸린까닭은?
_이론과는다른현실의집짓기,실험보고서처럼소상하고일기처럼솔직하다!

집을지으면10년은늙는다는말은그만큼신경쓸것이많고마음고생이크다는뜻일것이다.하지만직접경험해보지않으면막상무엇이왜그렇게힘든지알기어렵다.다지어진멋진집만보여주는방송프로그램이나인스타감성의화보집같은책은말할것도없고,전문가나건축주가쓴책에도실제로집을지으며건축주가겪는어려움이나현장에서의갈등상황은잘보이지않는다.

그런점에서이책은기존의집짓기책들과다르다.이책은성공적인집짓기방법을알려주는대신,현실의집짓기경험을속속들이공유한다.집을짓기로한순간부터계약을하고공사를하고취득세를납부하기까지저자가통과해야했던공식적절차와비공식적과정이모두담겼다.그길은건축주가가야할바람직한길이아니라어쩔수없이가게된길이다.집짓기도인생과같아서성공의방법을안다고누구나그길로갈수있는건아니다.이론은이론일뿐,정답도아니고원하지도않았지만가게되는길이있다.그것이현실아니던가.저자가복기해서보여주는현실의집짓기지도에는중간기착지와통행료는물론이고각종지뢰매설지역도표시되어있다.이지도를미리확인하고준비한다면2년만늙고도집을지을수있을지모른다.때론매끈한성공의법칙보다생생한경험담이유용한법이다.

“공사비를미리주면안된다는것을모르는사람이어디있어.나도그정도는알아.아는정도가아니라머리에박혀있어.그런데나도어쩔수없는걸어떡해.나도다른사람들에게건축업자에게는돈을미리주면안된다는이야기를얼마든지해줄수있지만돈을안주면공사를더이상할수없다는데어떻게하냐고.”_52쪽

●공사판에서벌어지는갈등에는생존경쟁의적나라한모습이드러난다
_집을지으면서겪은사람사는이야기,드라마처럼재미있고세태소설처럼날카롭다!

문화충돌은기독교세계와이슬람세계사이에만있는게아니다.30년을물리학과교수로살다가정년퇴임한건축주는공사현장에서벌어지는일이나그곳에서일하는사람들의행태를도무지이해할수없다.한공사를끝내고다음공사를시작하면좋으련만왜무리하게일을받아놓고생색내기공사를하면서욕을먹을까.내가준돈은어디다쓰고작업자들인건비마저주지않고있다니!작업비를못받았다고힘들게쌓은축대를허물어돌을다시실어가겠다는건또무슨경우인가?

저자는이처럼어이없는상황에화를내다가도한편으로는어떻게든그들의입장을이해해보고자노력한다.집을짓다보면건축업자,설계사,공무원,목수,단순작업자,포클레인기사,전기기사등참으로다양한사람을만난다.저자는그들을일만하고가면그만인이름없는작업자로대하지않는다.한명한명인사를나누고대화하며저마다의삶과입장을헤아려보는것이다.물론그끝은,이해가아니라실망이나더큰분노일때도있고자괴감일때도있다.하지만그러한과정을통해저자는인간이라는존재와이시대의사람살이를통찰하고성찰한다.독자로서그과정을지켜보는일은무척이나아슬아슬하고흥미롭다.

“공사일은날씨가좋은봄이나가을에몰리게마련이고,비라도오면일을쉬어야한다.따라서일을할수있을때가능하면많은일을해야한다.그러니해달라는일을마다할수없다.…그러고는욕을먹더라도여러현장을오가면서찔끔찔끔일을하는것이다.그것이공사판에서살아남는방법이다.”_101쪽

김희철에게받지못한작업비로축대쌓은돌을실어간다는것이말이나될까?하지만이바닥에말이되는일이얼마나될까?이것은나보고대신그돈을내라는협박이라는생각이들었다.하지만그렇게해서라도일한값을받아내겠다는윤성호를나무랄생각도없었다._191쪽

사람이누구를의심하기시작하면별생각을다하게된다.상상력은다른동물과구분되는인간의특성중하나일것이다.풍부한상상력덕분에인간은우주의시작과끝을논하고원자보다작은세상을파헤칠수있게되었지만때로는그상상력으로터무니없는오해를만들어내기도한다._97쪽

그나저나성중이일을안하면목수들은누가데려오고데려가나….나는성중의아들이휴가나온다는이야기를들으면서도우리공사걱정을하고있었다._173쪽

●누군가곁에있다면파란만장한공사현장도견뎌낼수있다

저자는전혀의도하지않았겠지만책을읽다보면이책이건축일지를가장한노년의러브스토리는아닐까의심하게된다.책에는아내라는낱말이50번도넘게나온다.아내와,아내는,아내가,아내도,아내에게….그렇게함께겪고함께나누었기에분통터지고파란만장한집짓기의터널을무사히통과할수있지않았을까.속상하고민망해서화를내다가도미안해하고,애를태우는모습이안쓰러워위로하고,또그런마음씀씀이에고마워하는부부의모습은세월과더불어단단해진아름다운관계를보여준다.둘이함께오일스테인을칠하며마주보고웃는대목은마치영화의한장면처럼머릿속에그려져덩달아미소짓게만든다.부부든친구든힘든상황에서도짐을노나지고마주보며웃을수있는사람이있다면인생은살아볼만하지않나싶어지는것이다.

하루종일마음상해하는나를본아내가이번공사로우리농장의가치가올라가는것을생각하면그정도의손해는감수할수있다고,마음편하게생각하자고했다.종일속을끓이는내가안돼보였던모양이다.사람을너무잘믿어서큰손해를보게되었다고원망을하지않는것만도다행인데위로까지해주니고맙다._85쪽

오일스테인을칠하고있는동안비구름이다가오고바람이불기시작하더니날씨가쌀쌀해졌다.금년들어가장춥다는오늘전방고지에는눈까지왔다고한다.바람이훅불어와추위를느끼는순간아내와나는서로를쳐다보면서웃었다.
“그생각했구나.오래전에청주목수가했던,추워지기전에공사를끝내야한다고했던말.”
우리는고개를끄덕이면서또웃었다._33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