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전 없음 : ‘새로운 건강’을 찾아나선  어느 청년의사의 인생실험

처방전 없음 : ‘새로운 건강’을 찾아나선 어느 청년의사의 인생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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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병을 치료하는 것만이 의료의 전부일까.
아프고 가난하더라도 존엄하게 살다 갈 순 없을까.
‘고독생’을 ‘공동생’으로 확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병원 밖 의사 홍종원이 꾸려가는 진짜 건강한 삶
아픈 사람이 있는 곳을 찾아다닌다. 작은 마을에 반지하방을 빌려 ‘마을사랑방’을 만들고, 그곳에서 아무 조건 없이 청년들과 같이 산다. 동네 주민들과 어울려 마을 축제를 기획하고, 서로 돕는 모임들을 조직한다. 쪽방촌을 드나들며 어르신들의 안부를 묻는다. 고공농성을 벌이는 노동자의 건강을 살피러 75미터 높이의 굴뚝을 오른다. 사람들은 이런 그를 보며 묻는다.
“의사가 왜 그러고 살아요?”
방문진료 전문의원 ‘건강의집’의 의사 홍종원은 이 질문에 뭐라고 대답할지 오래도록 고민했다. 그리고 떠오른 생각들을 차곡차곡 갈무리해 자신의 첫 책 《처방전 없음》에 담았다.
그는 살면서 마주하는 수많은 질문들을 외면하지 않았다. 직접 몸으로 부딪쳐 가며 스스로 답을 찾아냈다. 처음 의대에 들어가 생긴 의문은 이것이었다. ‘어떤 의사가 되어야 하는지, 건강한 삶이란 무엇인지.’ 그 답을 찾아 헤매면서, 그는 적어도 한 가지 사실만은 확실히 알게 되었다. 바로, 환자들의 삶이 병원 밖에 있으며, 그 삶을 돌보지 않는 이상 자신의 역할은 끝난 게 아니라는 것. 이 깨달음을 바탕으로 남의 집 드나드는 의사가 된 그는 병의 증상만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환경과 관계를 살피며 적절한 자원을 연결해 주는 데까지 활동한다. ‘건강’의 의미를 확장해 조금 불편하더라도 함께 건강할 수 있는 체계를 모색한다. 이 책을 추천한 장일호 기자의 말처럼 그로 인해 “우리는 건강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맥락 안에 있음을 겨우, 깨달을 수 있게 됐다.”

저자

홍종원

남의집드나드는의사.동네사람들은그를‘닥터홍’,줄여서‘닥홍’이라고부른다.
의대졸업후‘의사의역할은무엇인지’‘어떤의사가되어야하는지’고민하며무작정지역사회에뛰어들었다.동네주민들과어울려축제를기획하고,마을사랑방‘건강의집’을얻어여러청년들과함께살면서‘호의’와‘연대’만이건강한삶의필수조건이라는것을몸소깨달았다.이경험을바탕으로방문진료전문병원‘건강의집의원’을열어,아픈이들을직접찾아다니는의사가되었다.아무도하지않는일을하다보면아무도할수없는일을할수있을것이라낙관하며,세상에순응하지않고게으르게살려고한다.꿈도계획도없이,그러나아픈이들의곁에서함께웃으며.방문진료를통해만난이들의이야기를<한겨레신문>에‘남의집드나드는닥터홍’이란제목의칼럼으로연재했다.함께쓴책으로《혼자서는무섭지만》이있다.

목차

들어가며_아픔곁에있는사람

1장_혼자편안할까,같이건강할까
우연히의대에가게되었다
산책이너무하고싶어요
병원밖에아픈사람들의삶이있음을
상품이되지않기위하여
‘주민’이‘주인’이될수있다면
어느날마을에나타난이상한의사
터무니없는동거의시작
같이사는삶은선물
우리는불안의공동체

2장_외로움이라는병,호의라는약
남의집드나드는의사닥터홍
건강보험이말소된어르신은어떻게살까
고독사보다슬픈고독생
의사가굴뚝을오른까닭
그만남이우리의마지막일수있음을
이모든슬픔이다코로나탓일까
무심한건강의조건
치료할수없는병을안고사는이들에게
마지막길을함께걷는마음

3장_계속망설이며,그렇게한걸음씩
조건없는미소를주고받으며
폭염이가장먼저집어삼키는것
홍선생,너무외로워
효자가아니라영케어러입니다
집에서죽어도괜찮을까
편견에대한편견
느슨한끈으로연결된우리들
부디친구가될수있기를
‘다른건강’을생각하다

마치며_끝내돌아보는마음
참고자료

출판사 서평

세상이아프면의사도아파야한다
‘새로운건강’을찾아나선어느청년의사의인생실험

사고로반신마비가된환자E를만난것은그가대학생시절동아리활동으로첫의료봉사를갔을때였다.“산책이너무하고싶어요”라는E의말에그는휠체어에E를태운채종종천변을달렸다.산책이끝나갈무렵이면E는“거리카페에한번들르시죠”라며,그를커피자판기앞으로안내했다.가끔은예비의사인그에게떳떳이담배를달라고요청했고,확인할게있으니은행에함께가달라고부탁했다.E가시설에입소하기전까지이어진1년반가량의만남에서그는강렬한깨달음을얻는다.

E는우리사회에서상품가치가사라진사람이고,아무도E에게관심갖지않는다는것,하지만E는‘자기만의품’을갖고있다는것.그리고다짐한다.상품화하지않는삶을거부하겠다는것.E가보여준‘조건없는호의’와‘자기만의품’을앞으로의학을배워가는방식으로삼겠다는것.

이다짐을시작으로,그는의대생에게보통인기있는“돈을많이벌수있는과”나“격무에시달리지않고품위를유지할수있는비교적편한과”를의도적으로쳐다보지않으려노력한다.대신,독거노인,이주노동자,쪽방촌사람들등눈에잘띄지않는아픈이들을만나러다니며,그들에게많은이야기를듣는다.한번은버마출신이주민들과대화하며,이들의건강이이들이염원하는민주화와연결되어있음을느끼기도한다.그러면서병을치료하는것만이의료의전부가아니고,건강이란다양한사회적맥락안에서더욱의미를확장할수있는개념이라는것을알게된다.

의대에오며갖게된수많은의문은오히려그가가야할길을점점더선명하게비추는방향등이된다.그빛이이끄는대로,강북구번동에자리잡은그는의사일을놓지않으면서도마을활동가라는새로운이름을얻어주민이주인되는마을을만드는데힘을보탠다.주민들과함께놀고함께작당하는연대를통해‘서로가서로를돌보는것’이야말로새로운건강의출발점이라는사실을몸소증명한다.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모토“세상이아프면의사도아파야한다”처럼의사의역할이그저진료실안에서끝나는것이아님을자기삶으로깨달은것이다.

다르게생각하고,다르게행동할수는없을까
약과주사너머‘끝내돌아보는마음’에대하여

“건강하게사는게뭘까.”
그럼진우는주저하지않고명랑하게대답한다.
“막사는거죠.”
(…)그는어릴적신장이식수술을받은후지금껏독한약을먹으며살아오면서도죽을각오로멋지게노래했다.뜻대로되지않는삶에회의를품은적도있지만,여전히지역에서주민과청년들을만나근사한
일을벌인다.지역활동으로자신만의예술을펼친다.(…)그의말과삶을통해또한번배운다.두려움없는삶.그것이건강한삶이다.-본문중에서

“형,저여기서자고가도돼요?”“그럼.오늘부터여기서살아도돼”라는심플한대화를끝으로,그와도시재생활동가진우는터무니없는동거를시작한다.진우가내리는건강에대한정의는그가의사로서갖게되는태도에도많은영향을끼친다.

돌봐줄사람이없는고령의환자,쥐가나오는곳에사는장애인모자,치료할수없는병을안고살거나의학적으로임종을앞둔이들을방문진료하며,그는때로다른유능한의사가자기자리를대신해주었으면하고느낄때가많았다.의사로서해줄수있는데한계가있거나아예해줄게없는환자들앞에서느끼는무력감은언제나그를힘들게했다.이럴때그를일깨워주는건물리적으로아프지만건강하게살아가는진우같은이들혹은그들의보호자였다.주어진상황을받아들이고충분히의사와상의해최선의선택을내리는이들,죽음이나질병자체에집중하기보다지금이순간의생을환희로채울방법을모색하는이들을보며,그역시마음을다잡았다.환자들의좋은이웃이되어주기로,“치료하지못하는순간에도절망하지않을수있다”고말해주기로,언제든그들의연락을받을수있도록휴대폰벨소리를최대치로맞추고잠자리에들기로.

모든의사가,모든사람이그처럼살수는없을것이다.그래도한번쯤그처럼다르게생각하고,다르게행동해볼수는없을까.앞으로나아가려고만하지말고자꾸멈칫거리며뒤돌아볼수는없을까.뒤돌아본그곳에누군가가뒤처져손을내밀고있다면,되돌아가그손을잡아줄수는없을까.그는“돌아보는마음이곧돌보는마음”이라고했다.진짜건강의비밀은이돌아보는마음에숨어있을지도모른다.

추천사

기다리지않고찾아간다.방문진료전문의원‘건강의집’을운영하는홍종원은병이아니라삶을돌본다.배드민턴을치고,산책을하고,때로굴뚝에오른다.병원밖에서검사와치료가담보하지못하는‘건강의비밀’을탐구한다.“환자의삶이병원밖에있기때문”이다.집에서는휴대전화벨소리를최대로높여놓는다.누군가의아픈기척을알아채기위해잠의입구를열어두는사람,당신이기다렸던의사가여기있다.《처방전없음》은“의사가왜이러고살아요?”라는질문에대한그의긴대답이다.‘상품’이아닌‘사람’으로살기위해분투한기록이기도하다.덕분에우리는건강이개인의문제가아니라사회의맥락안에있음을겨우,깨달을수있게됐다._장일호(<시사IN>기자,《슬픔의방문》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