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이지 않는 마음 (기후위기, 예술, 생명)

꺾이지 않는 마음 (기후위기, 예술, 생명)

$17.00
Description
철학은 ‘놀람’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있지만 시는 ‘설렘’에서 시작된다고 말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놀람과 설렘 사이에 그렇게 먼 거리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놀람은 설렘을 불러일으키고 설렘이 놀람을 동반하는 것은 ‘살아 있는’ 존재라면 경험적으로 느껴본 적이 있거나 또는 느끼면서 살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람이나 설렘은 곧잘 일상에 가려지기도 하고 국가나 자본이 기획하는 ‘충격과 공포’에 의해 일그러지기도 한다. 일테면 ‘4대강 사업’ 같은 국가의 정책이나 자본이 주장하는 혁신 같은 것들은 우리들을 비상하게 긴장시켜서 놀람이나 설렘이 아니라 우울과 스트레스를 준다. 그리고 그것은 각자도생이라는 탐욕으로 우리를 이르게도 한다. 역사를 돌아보면, 이게 우리가 사는 근대 자본주의 사회의 속성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람과 설렘이라는 생명 본연의 현상은 현실의 고통과 억압에 짓눌려 있는 와중에도 ‘봄볕’이 부르면 언제고 새싹을 내밀 힘을 간직한다. 중요한 것은 이 놀람과 설렘을 우리 자신이 믿는 일인데, 문제는 우리에게 지금 ‘봄볕’이 있느냐는 점이다.
-본문, 「놀람과 설렘」 중에서
저자

황규관

시인.시집으로『패배는나의힘』,『태풍을기다리는시간』,『정오가온다』,『이번차는그냥보내자』,『호랑나비』등이있고산문집으로『강을버린세계에서살아가기』,『문학이필요한시절』이있으며김수영해설,연구서인『리얼리스트김수영』과『사랑에미쳐날뛸날이올거다』를펴냈다.2020년백석문학상수상.

목차

책을펴내며ㆍ4


1부인공지능시대의예술

예술의일·15
인공지능이예술을창작한다고?·20
인공지능시대의예술·27
스스로새로워지지않는다면·31
책읽기는김매기다·35
예술가는그리고또그린다·42
우리에게꽃을바치는어두운‘틈’·48
정지의힘·59
노벨문학상의너머·63
자신과의대화로서의소통·67


2부서로돕는고르게가난한사회

기후위기와회복의언어·81
자연,자유를위한조건·90
경제민주화와자연의권리·102
코로나가묻고있다·112
놀람과설렘·121
빼앗긴밤에도별이빛날까·125
김종철과‘고르게가난한사회’·129
디지털이우리의미래일까?·133
‘불의시대’를넘어서·137
우리의봄은여전히아프다·141
자동차의속도에서생명의속도로·145
다나카쇼조의삶과생명사상·149


3부꺾이지않는마음


다시민주주의를생각한다·163
서울을위하여·167
농업없이‘선진국’없다·171
평화는지키는것이아니라‘사는’것!·175
‘죽을’고비를‘함께’살기·179
더적게갖는민주주의·183
복사씨와살구씨와곶감씨의세계·187
그린벨트해제는민주주의의해제다·191
‘이따금씩’이만드는민주주의·195
꺾이지않는마음·199
사이버레커들의서식지·203
치통·207
시골병실에서·212
청년노동자여,연대하라!·216


4부김종철공부

생명의문화와민주주의·223
‘고르게가난한사회’와시인의큰마음·237
리비스의비평과김종철의비평·249
녹색국가를향한더많은민주주의·256


에필로그:대-화

인공지능과예술,그리고‘시인의큰마음’·271
글쓰기의욕망에대하여·280

출판사 서평

이제‘예술’이최전선이된것일까.


황규관시인의세번째산문집『꺾이지않는마음』에는현실에대한저자의다양한관심과참여가기록돼있다.여기서“다양한관심”은단순히다방면에대한호기심이나관여가아니라우리현실에서벌어지는현상과사건을개별적인문제로보지않고그것을가능하게한근본원인에대한집요한물음을의미한다.저자가‘책을펴내며’에서이산문집에모인글들을“나름심각한실존적위기감속에서쓴것들”이라고한것은이런물음때문이다.이책의부제에서드러났듯이이산문집은주로,우리가지금겪고있는기후위기문제그리고인공지능으로상징되는첨단테크놀로지가예술에끼치는심대한문제,심각한위기상황에몰린생명의문제에시적감수성을드리우고있다.
다시말하면우리가처한제반문제의근원에는맹목적인경제성장의추구가있다는점을저자는반복적으로비판하면서,인공지능마저경제성장의맥락에서봐야한다고역설한다.경제성장주의와인공지능의현실압도가생태계와민주주의의,그리고살아있는생명체와예술의위기를초래한다고시인은말한다.예를들면다음과같은구절이그렇다.

더큰문제는“덧없는사물”의누적이가져온결과인데,우리가맞닥뜨린기후위기와팬데믹은그것의현재버전이다.지금껏자본주의는경제적가난을벗어나려면경제성장이계속필요하다고속여왔지만,경제성장은우리삶의터전을무단히파괴해왔고,맑은공기와강을더럽혀왔으며,결국이것들이집적돼오늘의사태에이르고말았다.이것은“근대사의인위적인산물”의극단이라고부를수있다.당연히경제적빈곤으로서의가난은사라지지않았다.앞에서도말했지만자본주의는경제적빈곤없이는한시도지탱할수없기때문이다.
-(「김종철과‘고르게가난한사회’」중)

근대자본주의경제성장이야기한기후와민주주의의이중위기는우리의삶을위태롭게몰아세우고마는데,저자인황규관시인은예술의역할이이지점에있다고본다.하지만예술은동시에근대자본주의가만든신화와근대과학기술이탄생시킨인공지능이라는괴물과맞닥뜨릴수밖에없다.특이한것은,저자는인공지능을근대과학기술의결과가아니라도리어근대자본주의문화자체가인공지능을탄생시킨토대라고한다는점이다.아래와같은진술이그렇다.

따지고보면인공지능의문화적,사회적기반은자본주의시대가들어서면서본격화된게아닌가도싶다.그러니까인공지능은과학기술만의문제가아니라는말이다.대중매체의양적증가와대중문화가말그대로대중의삶에서나오지않고매체산업이주도하기시작하면서빅데이터는누적되고있었다.그리고그것의재배치와조작이산업적대중문화를조성했던것이다.
-(「인공지능시대의예술」중)


다시말하면,그동안근대자본주의가경제성장을동력으로발전해오면서자립적이고공동체적인민중문화대신산업화된대중문화를통해대중매체의증가를가져왔고그것이결국인공지능의초석인빅데이터가되지않았느냐는지적에는인공지능문제를과학기술의차원에서바라보지않는저자의독특한관점이자리잡고있다.그렇다면이것에대한대응에는무엇이있을까?황규관시인은‘고르게가난한사회’로의전환만이기후위기시대의대전환에값한다고본다.그리고그것을위해서는결국“‘예술’이최전선이된것일까”라고묻는다.이는확실히직접적인결과를꾀하는차원에서보면무력하게느껴질수도있지만,정말그런것인지는이책을꼼꼼이읽어봐야확인할수있을것이다.

‘꺾이지않는마음’이란무엇인가

어떤독자들입장에서는주제가다소부담스러울지모르지만,이산문집은분석이나논리를앞세우는책이아니다.기후위기와인공지능시대에예술이최전선인것일까,라고묻는것처럼저자가시종의지하고있는것은바로예술이다.김수영이나백무산,신동엽등의시인은물론화가인차규선의작품에대한에세이도그실례가된다.제4부의제목이‘김종철공부’인것에서알수있듯이황규관시인이크게의지하고있는것처럼보이는고김종철〈녹색평론〉발행인에대해서도‘시인의큰마음’을말한다.당연히이산문집을본격적인예술비평집이라고부르기는힘들것이다.하지만예술작품을탄생시키는근원적인바탕을세심하게살피고있다는점에서예술작품이전의예술에대한비평이라고부를수있다.한강작가의노벨문학상수상소식을접하면서근대문학과예술의이면에존재하는역사적인‘무엇’을짚어내고‘노벨문학상의너머’를꿈꾸기도한다.

하지만미슐레의판단과는다르게콜럼버스를통한세계의발견은전혀정당하지않았다.그게근대식민지의서막이었기때문이다.어찌보면근대의문화예술에는어두운얼굴이숨겨져있다.반면에우리의문학은그어두운얼굴을직시하면서풍성해질수있었다.그런우리문학도언제부터경제성장에빚지기시작했으니역사란참으로복잡미묘하기만하다.
-(「노벨문학상의너머」중)

또이산문집에는글쓰기와책읽기에대한저자의평소생각이펼쳐져있기도한데,이것들도결국예술에대한황규관시인의생각을읽는데부족함이없다.특히재밌는것은저자가드는비유중농사의이미지가심심찮게등장한다는점일것이다.이는한편으로비유의실감을위한것으로도보이고,다른한편으로는점점잃어가는사물에대한감각을되살리기위한것처럼도보인다.

우리는과거를다시살면서미래를미리사는몇가지방법을안다.책읽기가그중하나일텐데,다만그것이김매기와닮았을때만그렇다.김매기는과거를다시살지않고는할수없는일이고,‘뙤약볕아래’라는현재에서미래를바라보지않으면하기힘든노역이기도하다.그렇다고미래를현재의욕망앞에무릎꿇리는행위도아니다.오늘김매고곧바로내일거둬들이는법은없으니말이다.
-(「책읽기는김매기다」중)


그렇다면기후위기와테크놀로지가우리의삶을위협하고존재를납작하게만드는시대에어떤대응책이있을수있을까?물론시인에게구체적인답을내놓으라고하는것은지나친요구일것이다.아무래도시적상상력이란것은구체적인대안이나정책과는좀거리가멀기때문이다.그래도혹있을지모를그런요구에대해저자는,죽을것같은고비에서는이웃이나친구와함께사는수밖에없으며사회적으로는지나친물질적풍요대신검소한고르게가난함을,개별적존재자로서는자신과대화하는삶을꼽는다.그런데각층위의삶은결국본질적으로같은의미이며서로통한다.이것들을위한사상의토대를황규관시인은아무래도동학사상에서찾고있는것같다.수운최제우부터서로돕는‘유무상자’를권했다는주장도그러하고,경제민주화의요체를‘유무상자’로보는것도그러하다.‘유무상자(有無相資)’는재산의있고없음을떠나서로돕는삶을의미한다.
이번산문집의제목이된글의「꺾이지않는마음」에서도황규관시인은동학농민혁명의꺾이지않는마음이3·1운동으로이어졌다며,역사를살아가는데에도이마음이중요하다고역설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