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잠에서 깨다 (일제 강제노동 희생자 유골발굴이 새긴 기억의 공공인류학)

긴 잠에서 깨다 (일제 강제노동 희생자 유골발굴이 새긴 기억의 공공인류학)

$23.00
Description
“30년간 8차례 발굴, 강제노동 희생자 유골 115구를
고국으로 모신 ‘70년만의 귀향’의 주역”

한국과 일본, 동아시아 시민 3천 명에게
진정한 의미의 ‘평화’를 알려준 인류학자 고 정병호 교수의 이야기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이 언어를 빼앗기고, 성씨를 빼앗기고, 젊음을 빼앗긴 일제강점기, 제대로 된 기록 없이 죽어서도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이 있다. 바로 강제노동으로 생을 마감한 희생자들이다. 그런데 국가에서도 외면하고 역사 속에서도 존재가 옅어지며 영원히 타국의 땅속에 묻혀 잊힐 뻔했던 이들의 유골을 발굴해 고국으로 정중히 모시고 온 사람들이 있다. 푸른숲에서 출간한 《긴 잠에서 깨다》는 그들을 이끌었던 고 정병호 교수의 이야기다.

이 책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정병호 교수는 2024년에 타계했다. 정병호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어배너-섐페인에서 문화인류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후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아동을 위한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남북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어깨동무’ 활동 등을 해왔다. 그는 인류학을 단순 학문이 아닌 현장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움직임으로 삼고 이를 실천하며 살았다. 그리고 그의 활동을 기리기 위해 국내외 동료와 제자 들이 힘을 합쳐 정병호 교수가 남긴 구술녹취록을 바탕으로 《긴 잠에서 깨다》를 세상에 내놓았다.

《긴 잠에서 깨다》는 강제노동 희생자 유골발굴에만 초점을 두고 있지 않다. 이 모든 과정이 전하고자 하는 바는 바로 화합과 평화다. 정병호 교수는 슈마리나이 현장에서의 유골발굴을 시작으로 한국과 일본, 재일동포와 대만의 청년들까지 동아시아가 하나가 될 수 있는 동아시아공동워크숍의 주춧돌이 됐다. 이는 여러 학계 사람과 시민, 지역 사회까지 참여해 힘을 불어넣은 단체로, 그가 꿈꿨던 ‘하나’가 되는 화합과 평화의 메시지 그 자체다.

사회·역사적 문제에서 항상 한쪽은 가해자가, 한쪽은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렇게 극단적이고 대립적인 구도에서 한 걸음 나아가 서로를 진정으로 알아가고 진심으로 대할 때 생기는, 진정 한 걸음 나아가는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이 책은 저자를 비롯해 그와 얽힌 수많은 사람의 작은 움직임으로 사회에 긍정적인 큰 변화를 가져온 기록이다.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따라가야 할 이정표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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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병호

저자:정병호
한국외국어대학교정치외교학과를졸업하고,미국일리노이대학교어배너-섐페인에서문화인류학석사와박사학위를받았다.한양대학교문화인류학과교수로재직하며학문과현장을잇는공공인류학의길을정립했다.
1990년대초반,대안적교육운동인‘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의창립과운영에참여하며돌봄과배움의공동체를만들었다.이어‘어린이어깨동무’를통해북한기근구호와더불어남북어린이들이만나는평화교육의장을열고자노력했다.통일부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내에‘하나둘학교’청소년교육프로그램을만들었고,무연고로남한사회로들어온북한청소년들의그룹홈인‘늘푸른학교’를설립했다.또한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무지개청소년센터)을세워북에서온청소년과다양한이주배경의청소년들이한국사회에서소외되지않고함께살아갈수있도록힘썼다.
1997년이후‘동아시아공동워크숍’을조직해홋카이도일제강제노동희생자유골발굴을통한국제연대의장을열었다.2015년에는한국대표로희생자유골115구의‘70년만의귀향’을이끌었다.

한국문화인류학회장,한양대학교글로벌다문화연구원장등을역임했다.연구와저술업적과더불어남북평화와다문화주의,공동육아등사회문제해결에헌신한공로로2015년미국일리노이대학교‘국제동문업적상’을수상했다.평화디딤돌초대이사장으로서홋카이도‘슈마리나이강제노동박물관’건립에힘썼다.저서로『고난과웃음의나라』가있으며공저로『공감대화』,『극장국가북한:카리스마권력은어떻게세습되는가』,『웰컴투코리아:북조선사람들의남한살이』,『한국의다문화공간』등이있다.

목차

프롤로그:좀더나은내일을여는일

1장운명적인만남:당신의도움이필요합니다
일본현장연구를가다│‘이상한’스님│운명이결정되는어린이집│한달댁에서신세좀지겠습니다│댐공사현장에서조선인의위패를발견하다│뜻이통하는사람을만난다는것

2장강제노동희생자유골발굴기획:인류학자라면해야하지않을까
조릿대숲에서한약속│일본평화교육의선구자를만나다│아버지와의마지막시간│가해와피해의구도를넘어│강제노동희생자유골발굴을기획하다│준비된사람들│한일유골발굴실행위원회를꾸리다

3장역사적으로‘연루’된이들:처음으로유골을만나다
유골발굴프로젝트의전환점이된인터뷰│국적은제각각,마음은한뜻│학생자치위원회를만들다│홋카이도주민들의인심│만나도될만큼은공부해야한다│현장에서터진‘앙케트’갈등│첫번째유골이출토된날│양립구도를넘어선공동체가되다

4장나비효과:부드럽고약한사람들의고리는변화를일으킨다
강제노동희생자의유족을찾아가다│‘한일’을넘어‘동아시아’로│재일동포청년들이불어넣은생명력│통일이돼도우리는차별받을것같아요│다양한문화를경험하는교육│차별은보이지않을뿐이다│신뢰와연결의감각│이성도본성이야!

5장기약없이보관된유골들:망각속에가라앉은기억을되살리다
무덤도없이떠난사람들의무덤을만들다│조선출신,30대남성│과거사를넘어선아사지노유골발굴│세우지못한희생자추도비│대학강당에방치돼있던유골│아이누의후손과동학지도자의후손│이름과신원이지워진101구의유골│정태춘의〈징용자아리랑〉

6장유골115구의귀환:삶과죽음을어떻게기억할것인가
유골의사연과미완의숙제│안된다는말만하는정부기구,본질을외면한보상기관│‘누구의유해인가’도중요하지만│그분들이왔던길로되돌아갑시다│과거는‘덮고갈’수없다│묘역을마련하다

7장‘70년만의귀향’:길고긴잠을깨우다
귀향의시작│배를타고도쿄-교토-히로시마까지│115구의유골,115개의유골함│고향땅의뜨거운환영│사회·문화적연대가만든장례식│돈도명예도바라지않고│하나의유골은천개의다이너마이트와같다│아이누의‘85년만의귀향’│멀리가고자하는사람은함께간다

8장평화디딤돌:기억을일상으로가져오다
걸림돌과디딤돌│기억·진실·평화의상징│마음을움직이는작은일부터다시시작하자

9장강제노동박물관건립:사람들마음에는사라지지않는기억이있다
무너진전시관을다시세우다│강제노동현장에세워진첫번째박물관│이스트아시안드림을상상하다│뜨거웠던여름의기억이연결되고움직이기를

에필로그:철부지소년이실천인류학자가되기까지
10월유신이10대청소년을바꿔놓다│경찰서에서구치소까지,자유를위한갈망이싹트다│‘문화운동’의세례를받다│야학교과서를만들며인류학에매료되다│미국에서드디어시작한인류학공부│나의쿨한선생님│일본에대해욱하는마음을│1984년,달동네해송아기둥지│유골발굴의계기가된일본현장연구

부록
정병호의선물,동아시아에심은희망의씨앗│슈마리나이에서피어난평화의씨앗│현장의인류학,기억의공동체를만들다│‘분단’을넘어서는공감의힘│세계적흐름내동아시아공동워크숍의특징│계속살아숨쉴실천의삶

출판사 서평

『긴잠에서깨다』는강제노동희생자유골발굴에만초점을두고있지않다.이모든과정이전하고자하는바는바로화합과평화다.정병호교수는슈마리나이현장에서의유골발굴을시작으로한국과일본,재일동포와대만의청년들까지동아시아가하나가될수있는동아시아공동워크숍의주춧돌이됐다.이는여러학계사람과시인,지역사회까지참여해힘을불어넣은단체로,그가꿈꿨던‘하나’가되는화합과평화의메시지그자체다.

사회·역사적문제에서항상한쪽은가해자가,한쪽은피해자가될수밖에없다.하지만이렇게극단적이고대립적인구도에서한걸음나아가서로를진정으로알아가고진심으로대할때생기는,진정한걸음나아가는변화를기대할수있다.이책은저자를비롯해그와얽힌수많은사람의작은움직임으로사회에긍정적인큰변화를가져온기록이다.그리고우리가앞으로따라가야할이정표다.

인류학자라면해야하지않을까

홋카이도에서마주한역사의참상
슈마리나이유골발굴부터고국으로의송환까지

“대부분의인류학자가현장연구과정에서경험하듯”(29쪽)정병호교수와도노히라스님의만남은뜻하지않게시작됐다.1989년,현장연구를위해일본의어린이집을연구하던그는우연한계기로도노히라스님이운영하는어린이집에방문했다.일리노이대학교박사학위논문과서울달동네에만들어놓은해송유아원을위해자료를수집하던그에게있어도노히라가운영하는어린이집은엄청난자연환경을갖춘자유롭고완벽한연구장소였다.

하지만그의마음을움직인현장은따로있었다.당시도노히라스님은홋카이도의선주민이라는이유로박해받은아이누나아시아-태평양전쟁으로인한희생자,그리고강제노동희생자를위한여러일을하고있었다.그런도노히라스님의제안으로동행한강제노동희생자의유골이묻혀있다는슈마리나이현장은묘지라고할수없었다.여기저기움푹꺼진땅에나무뿌리와풀이잔뜩엉켜있는방치된땅이었다.슈마리나이현장은어린이집연구논문과해송유아원뿐이던그의마음을움직였다.『긴잠에서깨다』의신호탄을쏜울림이었다.

“여러분모두좋은뜻으로잘하고계신다는것은알고있습니다.종교적으로도의미있는일을하셨지만,이것은역사적인범죄현장이자그범죄의희생자들이묻혀있는자리입니다.우리가할수있는한,증거로서의미가될만큼은기록을남겨야하지않겠습니까?전문가가올때까지기다려주십시오.나도유골문제의중요성은잘알고있지만지금은논문쓰는게급합니다.빨리논문을쓰고한국에서교수가되면학생들과다시오겠습니다.”그약속을1989년가을에했고약속을지킨것은1997년여름이었다.(49쪽)

한양대학교문화인류학과교수가된정병호는학생들과함께일본으로향했다.양국이역사적으로깊게얽혀있는사이라걱정이컸다.결국“일본사람들은앞과뒤가다르다던데이에대한생각은어떻습니까?”라는질문이담긴설문조사로인해양국학생들사이에갈등이발생했다.하지만한국과일본학생들은갈등을터놓고이야기하며문제를해결했고유골발굴현장을연대의장으로만들었다.‘일본은절대싫다’던한국학생은일본으로이민을가서기자가됐고,한국에관심도없던일본학생은한국어와한국문화를배웠다.

1997년부터2013년까지유골발굴이이어졌다.유족을찾은유골은가족의품으로돌아갔지만그럴만한여력이되지않는유골이더많았다.그때마침박근혜와아베정부가손을맞잡고일제강점기당시의역사를지워버리려고시도했다.아직고향으로돌아가지못한유골은115구.수많은고민끝에광복70주년에맞춰유골을고국으로모셔가는‘70년만의귀향’프로젝트가시작됐다.홋카이도에서출발해도쿄,교토,히로시마를거쳐부산항에도착해파주서울시립묘지에꾸며진‘70년만의묘역’에유골을안치했다.불교,천주교,기독교,천도교,상조회사와서울시까지많은이의도움을받아이뤄낸일로,길고긴역사중한페이지에마침표를찍으며마무리했다.

진정한평화를모색하는일

일상의작은실천이
세상을어떻게바꾸는지보여주다

『긴잠에서깨다』는역사흔적의발굴만을배울수있는책이아니다.이책은막강한권력이나많은돈이아닌사람한명한명의움직임과연대로세상을바꾸는방법을보여준다.기득권에맞서진행한‘70년만의귀향’은일본에서박해받는아이누의유골반환문제를해결하는계기가됐다.물론역사적문제를‘잊거나’‘덮은’것은아니었다.

이판세가바뀐결정적계기가‘70년만의귀향’이었다.시민들의힘으로이뤄진유골봉환실천은일본사회내부에분명한울림을남겼다.(……)홋카이도대학교납골당에서유골을받아기네우스고탄으로모셔가는길은단순한이동이아니었다.기억의회복이었고공동체의권리회복이었으며,제국이탈취했던존재를다시인간으로되돌리는길이었다.2015년,조선인의유골이‘70년만의귀향’을통해본래의삶터로돌아간그흐름이이듬해아이누조상의귀향으로이어졌다는점에서,이두사건은서로를반영하며탈식민의길을함께걸은기억의실천이었다고나는믿는다.(199~200쪽)

빨리가고자하는사람은혼자가고멀리가고자하는사람은함께간다는말을정병호교수는계속되새겼다.그리고많은시간을함께보내고있는사람들과어디까지갈수있을지고민했다.(203쪽)그러던중독일에서‘슈톨퍼슈타인’이라는걸림돌을봤다.앞만보며걸어가던사람들이걸림돌에걸려흠칫하고아래를보게된다.그리고마주하는것은나치의수용소에서죽어간유태인,독일인사회주의자,동성애자,롬인등의이름이새겨진보도블록이다.역사를현대로끌어와마주하게만드는장치다.

슈톨퍼슈타인에서아이디어를얻은그는과거의상처를현재로가져오는‘평화디딤돌’설치프로젝트를시작했다.슈톨퍼슈타인을만든독일조각가군터뎀니히와일본의조각가긴죠미노루를초정해프로젝트에돌입했다.평화의소녀상곁에일본군‘위안부’피해여성을기억하는평화디딤돌설치를시작으로일본각지의강제노동현장에도평화디딤돌을놓았다.과거를잊지않고기억하자는의미를담은‘70년만의귀향’프로젝트의연장선이자또다른시작이었다.

『긴잠에서깨다』는비단정병호교수개인이실천한일만을보여주는것이아닌평화와화합으로가는‘진실한길’이무엇인안내한다.‘역사를잊은민족에게미래는없다’라는유명한말이있다.하지만우리는여기서한걸음더나아가‘역사를잊지않되서로를이해하고연대하는존재’가되어야함을이책을통해서진정으로배울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