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조선과 세계 (이양선의 출현부터 한일병합까지, 1866~1910)

근대 조선과 세계 (이양선의 출현부터 한일병합까지, 1866~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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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조선은 어떻게 세계와 만나고,
어떻게 무너져 갔는가
망국에 이르기까지 45년 복기
일본 제국주의와 대한제국이 맺은 병합조약(1910)은 뼈아픈 식민 통치 35년의 출발점이자, 우리 역사의 가장 치욕스러운 순간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망국에 이르기까지, 곧 조선이 세계(제국주의 열강들)와 만나는 순간부터 일제에 병합될 때까지 45년의 기간은 여전히 논쟁적이며, 우리가 어떤 지점에서 실패했는지 복기할 대목들이 많다.
한국 근대 국제관계사의 전문가인 최덕수 명예교수(고려대학교 한국사학과)의 신간 『근대 조선과 세계』는 19세기 〈동아시아의 국제 정세와 열강의 한국 인식〉을 바탕으로 조선-대한제국의 사건들을 재조명한 역사교양서이다. 평양 대동강에 이양선이 출현한 1866년부터 일본에 의해 병합조약이 맺어진 1910년까지 45년의 기간을 다룬다. 척화비, 임오군란, 동학농민전쟁, 헤이그 특사 등 〈열강이 이끌어 나가던 세계 질서와 만난 조선〉이 어떻게 외부의 힘에 맞섰고, 어떻게 무너져 갔는지 9가지 주요 사건과 핵심 질문으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특히 당시의 해외 외교 문서와 언론 보도 등 1차 사료를 적극 제시하면서, 역사적 진실에 접근하려는 독자들을 위해 그 시대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국제 관계사로 읽는 근대 조선
이 책은 국제 관계사의 측면에서 한국 근대사를 연구해 온 저자의 40년 내공이 집약되어 있다. 이 시기를 다루는 기존의 역사책은 대개 국내 사료에 집중하며 외부 열강(미국, 영국, 러시아, 일본, 중국 등)의 입장과 의도를 부수적으로 다루는 경향이 있다. 이 책은 거꾸로 국내 사건에 대한 설명은 최소화하고 국제 관계사의 측면에서 사건의 영향과 관계성을 해명하려고 노력한다. 실제로 이 책에 다루는 주요 물음들, 예를 들어 〈조선은 왜 최초의 서양 조약 상대국으로 미국을 선택했나?〉 〈왜 일본 정부는 임오군란을 해외 반일 운동으로 선전했나?〉, 〈영국은 왜 중국과 일본에 조선 분할 점령을 제안했나?〉 등에 대해서도, 열강들 간의 경제적ㆍ군사적 득실이나 각국의 국내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설명이 불가능하다.
또한 이 책은 1980년대부터 연구해 온 성과들을 다수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오리지널리티를 갖는다. 예를 들어 3장에서 이리 사태(1871년 러시아군이 중국 신장 지역의 중심 도시이자 이리 지역을 점령한 사건)와 『조선책략』(러시아의 남진에 대비한 외교방책을 제시한 책으로, 미국과 손잡을 것을 제안한 연미론이 특징적이다)을 연결하여 설명한 부분, 4장의 일본 국내 정치적 움직임과 임오군란에 대한 일본의 대외 정책 수립 과정을 설명한 대목, 5장의 후쿠자와의 〈탈아론〉과 야마카타의 〈이익선론〉, 6장의 동학농민전쟁 시기 열강의 〈한반도 분할론〉, 7장의 제1차 헤이그평화회의와 그에 대한 조선 내부의 인식(『독립신문』)은 저자가 1980년대부터 학계에 거의 최초로 발표한 내용들이다.

지금과 같은 세계의 시작
〈지금과 같은 세계〉가 시작됐던 150여 년 전, 조선은 〈제국주의 시대 최대의 희생물〉이었다. 수교를 거부하며 결사 항전했던 병인양요(1866), 일본이 군사력으로 도발했던 운요호 사건(1875), 러시아의 남진 견제하려는 영국의 거문도 점령(1885~1887), 청일전쟁(1894~1895)과 러일전쟁(1904~1905). 조선은 10년 단위로 세계열강의 무력 충돌에 직면했다. 물론 무력 충돌과 전쟁의 당사국은 조선이 아니었지만, 〈그 전쟁으로 인해 조선인들의 삶과 터전이 파괴당했다〉.
그로부터 한 세기를 훌쩍 넘어 한국은 이제 놀라운 경제적 성취를 바탕으로 선진국 문턱에 와 있다(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는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여전히 분단국가이고, 주변 강대국들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19세기 미국, 프랑스, 일본 등 과거 제국주의 열강들이 여전히 G7인 것처럼, 〈세계와 처음 대면했던 시기에 조선을 둘러싸고 형성되었던 원초적 관계와 구조는 세기를 넘어 오늘날에도 모습을 바꾸어 이어지고 있다.〉
〈역사가 해결책을 제시해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역사는 우리의 현재 위치를, 그리고 우리가 처한 상황의 기원을 이야기해 준다〉. 힘이 지배하는 국제 세계에서 우리는 어떻게 미래를 그려 나갈 수 있을까? 이 책은, 그리고 한 세기 전의 불행한 역사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 속에서 현재의 위치를 끊임없이 재인식해야 한다는 진실을 알려 준다.
저자

최덕수

저자:최덕수
고려대학교사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한국근대정치사와한일관계사를전공했다.공주대학교역사교육과(1982-1994),고려대학교한국사학과(1994-2017)교수를역임했으며,현재고려대학교명예교수다.저서로『개항과朝日관계』(고려대학교출판부,2004)와『대한제국과국제환경』(선인,2005),공저로『조약으로본한국근대사』(열린책들,2010),『근대한국의개혁구상과유길준』(고려대학교출판문화원,2015)이있다.역서로는『끝나지않은20세기』(역사비평사,2008),『조선의개화사상과내셔널리즘』(열린책들,2014),『근대조선과일본』(열린책들,2015)등이있다.

목차

머리말지금같은세계의시작

1부조선,세계와만나다1866~1882
1장<척화비>의시대:조선은왜<척화비>를세웠나(1871)
2장강화도조약과동상이몽:조선은왜<개방>을했나(1876)
3장서양과체결한최초의조약:조선은왜<미국>을선택했나(1882)

2부한반도,열강의분쟁지가되다1882~1895
4장임오군란은최초의<해외반일운동>이었나(1882)
5장거문도점령사건과<한반도4강체제>:열강은한반도를어떻게바라보았나(1885)
6장동학농민전쟁과열강:영국은왜<조선분할점령>을제안했나(1894)164

3부대한제국,내부와외부의시선1896~1910
7장제1차헤이그만국평화회의와대한제국:고종은왜40주년칭경기념비를세웠나
8장러일전쟁,한반도에서벌어진열강의전쟁:미국은왜조선을버렸나(1905)
9장1910년,<병합>을어떻게기억할것인가(1910)

후기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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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국제관계사로읽는근대조선
이책은국제관계사의측면에서한국근대사를연구해온저자의40년내공이집약되어있다.이시기를다루는기존의역사책은대개국내사료에집중하며외부열강(미국,영국,러시아,일본,중국등)의입장과의도를부수적으로다루는경향이있다.이책은거꾸로국내사건에대한설명은최소화하고국제관계사의측면에서사건의영향과관계성을해명하려고노력한다.실제로이책에다루는주요물음들,예를들어<조선은왜최초의서양조약상대국으로미국을선택했나?><왜일본정부는임오군란을해외반일운동으로선전했나?>,<영국은왜중국과일본에조선분할점령을제안했나?>등에대해서도,열강들간의경제적?군사적득실이나각국의국내정치적상황을고려하지않는다면제대로된설명이불가능하다.
또한이책은1980년대부터연구해온성과들을다수포함시켰다는점에서오리지널리티를갖는다.예를들어3장에서이리사태(1871년러시아군이중국신장지역의중심도시이자이리지역을점령한사건)와『조선책략』(러시아의남진에대비한외교방책을제시한책으로,미국과손잡을것을제안한연미론이특징적이다)을연결하여설명한부분,4장의일본국내정치적움직임과임오군란에대한일본의대외정책수립과정을설명한대목,5장의후쿠자와의<탈아론>과야마카타의<이익선론>,6장의동학농민전쟁시기열강의<한반도분할론>,7장의제1차헤이그평화회의와그에대한조선내부의인식(『독립신문』)은저자가1980년대부터학계에거의최초로발표한내용들이다.


지금과같은세계의시작
<지금과같은세계>가시작됐던150여년전,조선은<제국주의시대최대의희생물>이었다.수교를거부하며결사항전했던병인양요(1866),일본이군사력으로도발했던운요호사건(1875),러시아의남진견제하려는영국의거문도점령(1885~1887),청일전쟁(1894~1895)과러일전쟁(1904~1905).조선은10년단위로세계열강의무력충돌에직면했다.물론무력충돌과전쟁의당사국은조선이아니었지만,<그전쟁으로인해조선인들의삶과터전이파괴당했다>.
그로부터한세기를훌쩍넘어한국은이제놀라운경제적성취를바탕으로선진국문턱에와있다(2021년7월유엔무역개발회의는한국의지위를개발도상국에서선진국으로변경했다).하지만여전히우리는여전히분단국가이고,주변강대국들의영향력에서자유롭지못하다.19세기미국,프랑스,일본등과거제국주의열강들이여전히G7인것처럼,<세계와처음대면했던시기에조선을둘러싸고형성되었던원초적관계와구조는세기를넘어오늘날에도모습을바꾸어이어지고있다.>
<역사가해결책을제시해주지는않는다.>하지만<역사는우리의현재위치를,그리고우리가처한상황의기원을이야기해준다>.힘이지배하는국제세계에서우리는어떻게미래를그려나갈수있을까?이책은,그리고한세기전의불행한역사는우리를둘러싼세계속에서현재의위치를끊임없이재인식해야한다는진실을알려준다.


<책속에서>


일본의군사적,무력적성장에는언제나조선이라는발판이있었다.-10면

과거이땅에서벌어졌던전쟁은언제나<조선의자주독립>과<동양평화>를명분으로앞세웠지만,그전쟁으로인하여조선인들의삶과터전이파괴당했다.조선은소위제국주의시대최대의희생물이었다.-11~12면

한반도가국제세계에편입되고식민체제를겪으며,해방과전쟁,민주화와산업화를거쳐현재에이르는과정.세계와처음대면했던시기에조선을둘러싸고형성되었던원초적관계와구조는세기를넘어오늘날에도모습을바꾸어이어지고있다.120년전의G7이2021년현재까지도여전히G7인것처럼.-12면

정족산성패배를끝으로프랑스가원정을포기하고돌아가기는했지만,초기대응의모습을볼때전혀효과적으로움직이지못했다.조선정부는1차양화진침투와2차원정으로강화부가점령당하고철저히약탈당할때까지속수무책이었다.그럼에도조선정부는오직오랑캐를퇴각시켰다는점에만초점을맞추며자축했다.-34면

대원군은원래천주교에대해좋은인상을가지고있었다.부인민씨역시천주교도였다.대원군은프랑스를이용해러시아의남하를막아보려는생각이었던것으로보인다.그런데대원군이주교들과면담할것이라는사실이너무빨리시중에알려지면서상황이반전되었다.대원군정권이들어서면서밀려났던안동김씨세력이정치공세를시작한것이다.대원군은이러한정치적공세를빠져나오기위해,거꾸로자신과서학세력사이에연관이없음을보여야만했다.결과는가혹한천주교탄압으로나타났다.-43면

당시의기록에나타난고종의<조일수호조규>인식은전통적인교린관계의연장이었다.조약이라는새로운체제속의일본이아닌,중국중심의중화질서속에서과거부터교류를해왔던일본이었다.-73면

<조미수호통상조약>내용가운데지금까지역사교과서와개설서등에서상대적으로잘언급하지않았던조항이제11조다.제11조는유학생파견시우호적으로지원한다는조항이었다.상대국에서각종영역에대한학습을위해유학생을파견할경우,해당국에서는이에따른편의를도모한다는내용을담고있다.조선정부가서구국가와는처음으로맺은이조약에서양국간에어학등전분야에걸쳐유학을장려하고지원한다는조항을설정한것이었다.-104면

일본은조선의임오군란을조선과는강화도조약체결이래외교적인현안문제를해결하는계기로이용하는한편,국내적으로도메이지유신이후이른바체제구축기의내부문제를해결하는결정적인계기로이용했다.-127면

근대일본은이후외교분야에서<아시아>와<서구>라는두가지목표중어떤것을중시할지에따라그기조가변해왔다.그리고일본이스스로를<아시아국가의일원>으로볼것인가아니면<서양문명국의일원>으로볼것인가에따라대외정책의방향이달라졌다.-154면

1885년영국이거문도를점령한이후한반도는2021년현재까지대륙과해양세력이부딪치는최전선이되고있다.대륙과해양세력의갈등이전쟁으로분출하는결정적인순간에양대세력이가장먼저,그리고손쉽게내미는것은대립하는두세력이해양으로돌출한반도를중간에서나누어점령하는것이었다.한국분단의기원은70여년전의한국전쟁보다더거슬러올라가야한다.-186~187면

전체5개조항으로이루어진<제2차한일협약>은1904년2월<한일의정서>체결이래점차제약해오던대한제국의외교권을박탈함과동시에청일전쟁이래자신들이대내외적으로선전하던<조선의독립보장>이라는약속을완전히깨뜨리는것이었다.-243면

영국의능력은,본토인들의지배하에서보다영국의지배하에서가훨씬만족스럽다는것이오래전에입증되었다.만약일본의지배가한국을만족시킨다면,일본은마찬가지로정당성을입증하게될것이다.만약그렇지못하다면,천만의한국인들은일본에게강점보다는약점의공급원임을드러낼것이다(『뉴욕타임스』,1905년11월22일자기사).-47면

특사가운데이준의자살설이『대한매일신보』와『황성신문』에7월18일보도된이후특사들의활동에대해애국적인행동으로적극평가하기시작했다.하지만이준에대한애도의글이나그의<순국>을찬양하는등의논설은보이지않는다.당시국내언론의입장에서는그보다는눈앞에있는황제의양위가더다급하고충격적인사건이었고,이준등을애도하는보도는허용되기어려웠을것이다.오히려이들이고종의특사임을부인하려는경향조차있었다.-257면

<대동단결선언>은1919년<대한민국임시헌장>제1조,곧<대한민국은민주공화제로함>이라는내용으로부활했다.비록<황제의국가(제국)>는망했지만<백성의국가(민국)>를지향하게된것이다.냉정하게역사적으로평가하자면,<병합조약>은대한<제국>이대한<민국>으로전환하는출발점이었다.-27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