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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눈

강원도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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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주연

저자:김주연
1941년서울출생으로,서울대학교독어독문학과와같은과대학원을졸업하고미국버클리대학과독일프라이부르크대학에서독문학을연구했다.『문학과지성』편집동인으로활동했으며,『그리운문학그리운이름들』『노발리스―낭만주의기독교메르헨』등최근까지약30여권의평론집과연구서를펴냈다.30여년간숙명여대독문과교수로재직했으며,석좌교수를역임했다.김환태평론문학상,우경문화저술상,팔봉비평문학상등을수상하고대한민국보관문화훈장을수훈했다.대한민국예술원회원이다.

목차

自序―먼가까움

1부
로뎀나무|바람|나무|속으로|나무|십자가|노란|꽃|삼총사|가을이|된|봄|가을|기도|가을|여자|단풍|울림|11월의|원근법|겨울나무|겨울에서|봄|사이|눈은|애매하게내리고|비도|오고|날씨도|흐린데|벚꽃|무덤|강원도|경포|호수|강원도의|풀|평창군대화면|나|밖의|나

2부
간헐적|파행|감기|오두방정|열(熱)|중독|허리가아프다|예감|시베리아|나는|어디에|유리창|쇼핑|알|수|없네|디아스포라

3부
인류세(人類世)|민주주의|밝은|빛|창세기|서곡|호문클루스|영원히|여성적인|것|다람쥐가사라졌다|학문인가마법인가|우정의그림자|어릿광대가된평론가

4부
시인|1|시인|2|시인|3|사이좋게|사랑|약속|로텐부르크|성소수자|노벨문학상|다윗|카페|플라츠

해설
강원도파우스트우찬제

출판사 서평

“눈속의물에처음부터빠지고싶었다
맑은그대눈의물속에
내가있었다”

지극한현실과아득히먼그리움
그사이를조율하는나지막한근원의목소리들

“카페플라츠”는결국모든생각을펼치고또생각을접게하는공간인것같다.그“시간의회전의자”에앉은‘강원도파우스트’가마침내무념무상의경지로내려갈때우주의주름밖,자연의시간과허허롭게동행하게된다.[……]약동하는자연과들숨날숨으로교감하고횡단하며새로운생성의지평을여는‘시인의탄생을헤아리게된다.그생명의소리,생명의바람과함께『강원도의눈』은우리는응시하며독자의밝은눈을기다리고있다.
―우찬제,해설「강원도파우스트」(pp.151~52)에서

내년이면문학평론가로활동한지60주년을맞이하는김주연의시집『강원도의눈』이문학과지성사에서출간되었다.신칸트학파와낭만주의정신에깊게영향받은독문학자로서반세기넘는시간동안한국문학과함께해온그가틈틈이시를창작하며고유의세계를구축해왔다는사실을아는이는드물것이다.무수한시집의해설을쓰며비평활동을펼쳐온김주연의고유하게빛나는생명력을가진시세계로독자들을초대한다.
이시집을통해처음공개하는쉰네편의시와‘자서(自序)’에적힌한편의시형식의문장들은그간그가탐독했던전체와개인,정신과육체,세속과신성성,역사와문학등양단의간극을극복하는여정을은유적으로응축해놓은듯하다.현상을바라보는날카로운시선속에서피어나는감정의파고는,이상과현실을조율하고도달할수없는곳을흠씬그리워하는견자의전언처럼울려퍼진다.시에특정한형식이나규범이있는것은아니지만,그간우리가읽고느껴온시의형식과음율에지극히맞닿아있는『강원도의눈』은“시집이라고우기고싶지는않다”(‘自序’)는말이무색하도록방황하는화자의서정적리듬을싣고우리곁에당도했다.

모든길을지우고새로운길을예비하며
더나은세계를꿈꾸는신성한눈[雪]

김주연의고향이자『강원도의눈』의원류(源流)라할수있는강원도는우리나라에서가장기온이낮고눈이많이내리는고장으로잘알려져있다.이시집속에서자주등장하는‘눈’은“이전의풍경을혁명적으로바”꾸고향수를불러일으키는장치이기도하다.과거의기억위에살포시덮이고스며들어“이전에보이던것은보이지않고,보이지않던새로운풍경을마주하게”(해설,p.140)하기때문이다.눈이애매하게내리는날이면“새들의비상도운행도/애매하게만”들고화자의“슬픔과생각도/애매해”(「눈은애매하게내리고」)질정도이니,눈과그리움은이시집에서가히중요한요소라고할수있다.
1부의마지막다섯편은<강원도>연작으로꾸려졌는데,그곳에얽힌저자의슬픔과그리움이기억들곳곳에눈처럼쌓인다.“명륜동에서태어나혜화초등학교를다녔고”부산을거쳐서울로적을옮긴화자는“서울사람이라는막연한의식”이있었지만“유황냄새로도배된”“흙장판”에“누워서처음으로생명을마신다”(「강원도―늦은나이의여행길에서」).물에빠져생과사의기로에섰던기억은“맑은그대눈의물속에”빠진“나를건지고싶었”(「경포호수―강원도2」)던은유로탈바꿈하는가하면,중학생시절서울과강릉을오가는고속버스에탑승했다가버스가전복되는큰사고로부상을당했던기억을떠올리며쓴「평창군대화면―강원도4」는반세기를지나“낡은이별가까지부”르는“아가씨차장”의슬픈곡조처럼아련하게다가온다.이처럼강원도가화자의기억과닿아새풍경을그려내는방식은「강원도의풀―강원도3」에서“강원도의풀이온누리를덮고/지구의들숨날숨을지켜”주는이미지로확장되며그리움의힘을키운다.분명경험했으나잊은채살아가다시간이지나몸이기억하는경험을해본적있다면,“오는것가는것이모두그리움이”(「벚꽃무덤」)라는깨달음을가져본적있다면“시간의회전의자”(「카페플라츠」)에앉아“내가나밖의/나로나갔다가/돌아오”(「나밖의나―강원도5」)는강원도의설국에서유영하게될것이다.

과거와현재를관통하는기억의원근법과
온몸으로심연의생명을감각하는눈[眼]

『강원도의눈』속하늘에서내린눈이만들어낸정경은안구에맺힌상(像)으로만존재하지않는다.제목속‘눈’의또다른의미인눈[眼]은“시간적으로아득한과거나공간적으로먼장소를가깝게조망”(해설,p.129)하고보이지않는내면과세계의현상을형상화한다.

어제오늘본얼굴들은
잿빛처럼희미해지고
반세기너머먼얼굴들이
가깝게떠오르는
원근법의뒤바뀜안에서
세월도뒤바뀌는
11월
―「11월의원근법」부분

이미멀어진기억속얼굴들이오히려더선명하게보이는이시와같이,시선을담은눈은“먼것과가까운것,그사이에서시적긴장과새로운인식의계기를마련하는방법적성찰”(해설,p.129)의과정을보여준다.
3부에수록된<파우스트>연작에서볼수있듯,시선을통해가장명확하게구분할수있는것은“빛과어둠”이다.화자는“어둠이남향의대형유리창을”지배하는곳에서“빛은/짧은일생을마치고/서쪽으로물러”가는것을바라본다.“패배”인지“양보”인지알수없지만빛은순순히자리를어둠에게내어주다가도“거실을가득채운/어둠속에서/점점밝아”(「밝은빛―파우스트1」)오듯어둠을동반하고,화자의눈은바라본것너머를투시한다.이명과암이라는이분법적구도는「영원히여성적인것―파우스트4」에서“여성의맞은편에/남성이”“남성의맞은편에/여성”과같이남과여의구도로옮겨가기도하고,「학문인가마법인가―파우스트6」에서“학문의어둠은인생의어둠”이기에“허세의빛대신마법의빛을찾아헤”매야하는모습에빗대어펼쳐진다.
세계의현상을바라보는눈의종착지는어디일까.과거그가유학하고왕래하던독일을떠올리게하는「로덴부르크」는“꿈같은사랑의땀이”나고“시간의사랑”이아득하게펼쳐지는곳이다.그사랑혹은그리움을“감당할수없어서흘리는땀”을화자는조용히응시한다.「다윗」의화자는아카데미아미술관에서다윗조각상을바라보며“엄청난힘”을품은“아름다움이죄일수밖에없”다고느낀다.이시선은“죄에서나오지않은것이없다”는철학적인성찰로뻗어나간다.결국“나는어디에있을까요?”(「시인1」),“어디로달려가고있나요?”(「시인2」)라며자아로회귀하는이물음들은고독하고“쓸쓸한비상(飛翔)”으로남을지도모른다.하지만“시인이많아서고독이사라지는행복한나라”(「시인3」)를꿈꾸는김주연은멈추지않고‘쓰는사람’으로,사막과광야에서지친이들이잠시머물수있는“신비의로뎀나무”(「로뎀나무」)로오래도록기억될것이다.“자신을모두내어주는밝은어둠”(「로뎀나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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