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모험 만화 (김보나 시집)

나의 모험 만화 (김보나 시집)

$12.15
Description
“감당하기 힘든 마음처럼 몸이 불어나도
용감하게 걸었다는 기억을 갖고 싶어”
모험가처럼 용감하게 획을 긋고 색을 입혀
당신에게 열어 보이는 나의 만화, 나의 이야기

천 가지 모습으로 변신하며 내밀한 마음을 가로지르는 시인
김보나 첫 시집 출간

202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보나의 첫 시집 『나의 모험 만화』가 문학과지성 시인선 614번으로 출간되었다. “우리 마음의 여백에 잔잔한 파문을 남기는 풍부한 상상력”(나희덕ㆍ박형준ㆍ문태준, 202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심사평)을 “말갛고 나직하고 유머러스한, 누구와도 안 닮은 언어”(이원, 『시 보다 2023』 추천의 말)로 펼쳐낸 시 52편을 총 5부로 나눠 묶었다.
저자

김보나

저자:김보나
시인김보나는2022년『문화일보』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시인의말
1부
백엽상|윙스팬(Wingspan)|가장높은곳으로|황차의별|유리우주|휴무|볕을기르기로했어|물가에서우리는잠시매혹적이다|물보라이후|요재지이(聊齋志異)|나의모험만화|망상하천
2부
ActII|히쓰지분가쿠보컬과결혼하려면|탕에들어갔다나오는사람|장수민해독센터|좋은것만드려요|수련일지|부추와나|성물방|슈베르트방은말한다|백봉령버터박물관
3부
딸기의고장에서태어난사람|바티칸에서온사람|무국적발자국|겨울나라에서|다뜻이있겠지|물에빠지는이모든|폴란드식기념품|차이나타운|눈송이를위한자장가
4부
첼리스트|걸어도걸어도|스위트나이트|공휴|토마토를골라줘|여름느낌단편|상자놀이|봄꿈|천도복숭아나올무렵|음양자르기
5부
꼬리연습|여기지팡이있어요|춘일광상(春日狂想)|「미친봄날생각」|서칭포테이토칩|십번기|재단사는떠난다|30분째개구리를보는사람|여름방학|무한타월|현관을열고
해설
미친봄날의끝말잇기·홍성희

출판사 서평

“감당하기힘든마음처럼몸이불어나도
용감하게걸었다는기억을갖고싶어”

모험가처럼용감하게획을긋고색을입혀
당신에게열어보이는나의만화,나의이야기

천가지모습으로변신하며내밀한마음을가로지르는시인
김보나첫시집출간

2022년『문화일보』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한김보나의첫시집『나의모험만화』가문학과지성시인선614번으로출간되었다.“우리마음의여백에잔잔한파문을남기는풍부한상상력”(나희덕·박형준·문태준,2022년『문화일보』신춘문예심사평)을“말갛고나직하고유머러스한,누구와도안닮은언어”(이원,『시보다2023』추천의말)로펼쳐낸시52편을총5부로나눠묶었다.

키작은주인공이
딱한번용기를낸다

만화그리는게좋았다

[……]

칸속사람들의말풍선을속속들이알고싶다

내년을얘기할때사람들은왜
밝은표정을지으려애쓰는지

해가진뒤로
저마다의모험은어떻게지속되는지



(계속)
―「나의모험만화」부분

만화라는콘셉트아래일종의‘텍스트-어드벤처’를지향합니다.다양한화자가등장하는데,독자는화자에이입하여여자와남자,유년과노년,삶과죽음,현실과환상등다양한경계를오갈수있습니다.이시집을읽는분들께서모험만화를읽을때처럼가슴이뜨거워지는감각,소중한사람을만나는느낌,누군가에게반하는마음,그를잃는느낌등내가나아닌사람이되어다양한삶을추체험하는경험을하시길바라는마음입니다.기쁨,슬픔,상실감등살아간다는느낌을새로이느끼고반추할수있도록하는시집이되길꿈꿉니다.
―웹진〈공통점아카이브〉‘월간사람책’#2

김보나의시적언어로탄생한모험만화주인공은“칸속사람들의말풍선을속속들이알고싶”다는바람을안고발걸음을뗀다.저마다남몰래간직하고있는“독서기록장에는쓰지못한문장혹은/어린토끼에게건초를부어주며쏟아낸마음”(「나의모험만화」)을들여다보고자그가익힌술법은‘둔갑술’.이모험만화주인공은김보나의시속으로들어가다양한인물로분화하여“종종딸기나펭귄이나친구등으로둔갑한다”(뒤표지글).자신을감추거나상대방을속여무언가를얻기위해서가아니라,오로지타인의마음을선선히드나들기위하여.
마냥둥글고넉넉지만은않은것이사람의내면이기에여러마음을경유하는이모험은필연적으로험난하다.타인의모난지점을통과하다찔린마음은곧잘상처를입어미움의모양으로부풀어오르기도한다.그렇지만시인은“불행이생의주제라고요약하는대신”열심히“걸어가는주인공을보여”(「물가에서우리는잠시매혹적이다」)준다.김보나의시속인물들은“누군가를미워하는마음조차/스스로머금는숨의폭보다/커질순없”(「현관을열고」)음을되새기며숨을한번크게들이마시고,“걷는수밖에없는/어둠을통과하는길”(「걸어도걸어도」)을계속해서걸어나간다.
모험이란무릅써야하는위험을전제하고있으므로모험이끝나지않는이상위기와고난은계속될테지만,김보나의시는“끝까지결말을지연하”고“끝에서다시모든걸반복하며”(홍성희,해설「미친봄날의끝말잇기」)결코안정적인세계에들어서지않는다.그럼에도이시집의모든여정을뒤따르고싶어지는까닭은,“모두에게행운이깃들었으면좋겠다”(2022년『문화일보』신춘문예당선소감)는마음으로걸음을멈추지않는이의이야기에는온통“길한것밖에없”(「음양자르기」)을것이기때문이다.김보나의모험만화속주인공을“응원하는사람의작은기쁨”(「스위트나이트」)이여기에있다.

“입안에잠시차오르는
서늘하고부드러운세계”
―모험퀘스트:세상을입안에넣고굴려맛보시오

우리앞엔저마다의이랑이
숨막힐만큼새빨간딸기가
펼쳐져있다

언젠가찾아오는겨울을
제철이라믿으며
발버둥치는딸기,

겨우내무르익은
못생긴딸기,물크러진딸기,작거나멍든딸기가
이곳에서는전부나의것이다

제일못난딸기를따서
가장빨간부분을베어문다

그리고딸기의일부가내게스며들게놔둔다
―「딸기의고장에서태어난사람」부분

『나의모험만화』에는아이스크림,팝콘,토마토,맥주,감자칩등다양한먹을거리가등장한다.러닝액션게임의캐릭터가중간중간아이템을획득해가며앞을향해달리는것처럼,용기를끌어안고씩씩하게걸어가는김보나의모험만화주인공은시집갈피마다숨어있는먹을거리를챙겨먹으며여정을이어나간다.
김보나의시에서무언가를씹어삼키는행위는새로운경험을마주하고그것을체화하는방법이다.시속인물들은“말라붙은찻잎에끓어오르는물을부”어마시며“속에서불씨가타오르는”(「황차의별」)느낌을감각하고,망개떡파는소리를들으며“보얗고차갑고설겅거리는”하얀떡처럼“손아귀에끈기있게엉겨붙던마음”(「망상하천」)을떠올리고,버터를만들며자신에게내재된“젖먹던힘”(「백봉령버터박물관」)을깨닫는다.“타오르는솥안에서익어가는”만두송이들을바라보며“한사람이가진천개의얼굴”(「차이나타운」)을헤아리기도,“외국사람이손질한게를받아”든채“처음”으로“자기만을위해소복한흰밥을”(「눈송이를위한자장가」)지으며누군가를살피고기다리는일에대해생각하기도한다.이모든인상과풍경이제몸에“스며들게놔”(「딸기의고장에서태어난사람」)둠으로써그들은조금더강하고용감해진다.

“서로의언어로
끝말잇기를시작해요”
―모험리워드:경계(境界)와경계(警戒)가해제됩니다

한사람이곁에서걷고있었다
나는산을오르고있었다

산악인이아니어도산을즐겨오를수있듯
나는사랑의전문가가아니면서
한사람의손을잡기도했다

땅거미가찾아오고
박쥐무리가날아가는저녁

시력을포기했으니까박쥐는어둠을헤쳐나갈초음파를얻었다고들은적이있다

그렇다면
어둠속을같이걷고싶은사람에겐
이렇게말해야하는지도모른다

우리같이진화하자
―「윙스팬(Wingspan)」부분

김보나의시속인물들은모험중맞닥뜨리는수많은장소앞에서홀홀경계(境界)를넘으며나아가고,그너머에서마주하는이들에게“알알이쌓아”온“한사람만을위한고백을”(「여름느낌단편」)건넨다.“곁에서걷고있”는사람의“손을잡”고서,“같이진화하”여함께“어둠속을같이걷”[「윙스팬(Wingspan)」]자고속삭인다.이고백이사뭇가볍지않게느껴지는까닭은단순히그에어려있는진심때문만은아니다.“받은모든편지를/과일상자에보관하는/그런사람”(「여름느낌단편」),“마음에드는낱말을”차근히“채집”(「여름방학」)하여자신만의사전을꾸릴줄아는사람,늘상대에게“더좋은말을주고싶”[「히쓰지분가쿠(羊文?)보컬과결혼하려면」]어하는사람이정성껏골라낸말들은무게감을가질수밖에없다.
이번시집의해설을맡은문학평론가홍성희가짚어내고있듯이,김보나의시속인물들은언어에대한깊은이해아래함부로“믿음의언어와공동의언어를”허물지않는다.언제든“진심에대한단정하고다정한가정이깨”질수있음을알면서도그것이통하기를희망하는바람으로‘사각사각’자신의“언어를더”할뿐이다.그간절함을통해‘당신’과‘나’는“하나의문법을,활자를,시공간을공유하지않아도”“하나의규칙을넘어”연결된다.
“늘/먼저고백하는사람으로자”(「「미친봄날생각」」)라온이모험만화주인공의단단한전언은낯섦으로부터오는경계(儆戒)를누그러뜨린다.“타인이건네는목소리를/두려워하지않아도”(「무국적발자국」)된다는안도감이서서히피어오르고있음을느끼며“서로의언어로”“로/로/로//노래”[「히쓰지분가쿠(羊文?)보컬과결혼하려면」]를시작하는우리에게,시인은더많은말풍선을함께채워나가자며펜을쥐여준다.마치“이모험의끝은친구를만드는일이라는듯”(「나의모험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