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이고 고쳐 쓴 보고서 (홍순화 시집)

몇 번이고 고쳐 쓴 보고서 (홍순화 시집)

$12.00
Description
홍순화가 주목하는 대상은 “사랑”이다.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마음일 수 있는 ‘사랑’의 본질은 무엇일까? 누군가를 아끼거나 무엇인가를 소중하게 여기는 이 뜨거운 마음은 도대체 어떻게 발생하는 것일까? 시인에 의하면 ‘사랑’은 “선택될 수 없”고, “계산할 수” 없는 “뜨겁게 심장 뛰”도록 만드는 감정일 수 있다.
관념적이거나 추상적으로 이해되기 쉬운 ‘사랑’에 대해서 홍순화는 “잡초라는 이름”을 붙인다. ‘잡초’가 잡초라는 이름을 얻고, 잡초가 된 계기는 필연적인 것이 아니다. 그저 그렇게 “출생신고가 되”었기 때문이고, “천적의 눈을 피해야 하는 도망자 신세가 되”었기 때문일 테다.
‘사랑’은 ‘출생’이고, ‘사랑’은 ‘삶’이고 ‘생존’이다. 시인에 따르면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긴장”과 “열망”의 열기를 견뎌야 한다. 그 뜨거운 열기를 온전히 인내할 수 있다면 “번식으로 증명할 수 있”는 기회가 다가올 것이다. 홍순화의 이 시는 이름 없는 ‘잡초’ 같은 사람들에게도 ‘사랑’과 ‘삶’으로서의 온기가 허락될 수 있기를 곡진한 마음으로 희망한다.


남자의 고독사를 알린 건 바람이었다
마주보고 살면서도 모르쇠로 일관했던
무관심이 부른 부패는 한 달이나 진행되었다

그의 곁엔
벽시계 하나만 걸려 있을 뿐
화려했던 전생의 기록은 남아있지 않았다

매일 되풀이되던 일상이 사라진 남자
입버릇처럼 달고 살던 시간 없다란 말이 사라지자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할 수 없었다

사각의 침대 사각의 이불
사각형 냉장고 사각의 그릇에 담긴 음식
사각의 세탁기에서 꺼내 입던 옷
그의 주변은 온통 모가 난 불평만 있고
굴러가지 못하고 모서리에 늘 혼자였다

주식이 알코올로 바뀐 건 언제였을까
둥근 컵에 따라 마시던
모난 세상은 방금 돌아 그의 편이 되어 주었을까

과거가 된 모 난 사내가 주소지를 옮기고 있다
-「시간 이탈자」전문


시인은 어떤 “남자” 또는 “사내”에게 집중한다. “그”의 현재는 “고독사”로 요약된다. ‘남자’의 “매일 되풀이되던 일상”은 “사라”졌고, 주위의 “무관심이 부른”, ‘그’의 “부패는 한 달이나 진행되었다”
독자들이 ‘그’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각(형)”, “모서리”, “모” 등의 어휘에 유의해야 한다. ‘그’의 주변에는 “사각의 침대”, “사각의 이불”, “사각형 냉장고”, “사각의 그릇”, “사각의 세탁기”, “모가 난 불평”, “모서리”, “모난 세상”, “모 난 사내” 등이 위치한다. 홍순화가 이 시에서 형상화하는 ‘그’ 또는 ‘남자’는 “시간 이탈자”이다. ‘그’는 ‘현재’에서 이탈하여 “과거가 된” 인물이다. 시인은 ‘삶’에서 ‘죽음’으로 이동한 ‘그’를 ‘사각(형)’, ‘모서리’, ‘모’ 등의 어휘로써 구체화하는데, 여기에서 독자들은 송찬호 시인의 시집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를 소환할 수 있다.
저자

홍순화

저자:홍순화
시인.충남천안에서태어났고,방송통신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했다.2017년『불교문예』으로등단했으며,시집으로는『꿈을리셋하다』가있다.현재‘수원민예총’과‘호수시문학회’회원으로활동중이다.
홍순화시인의두번째시집인『몇번이고고쳐쓴보고서』는폭넓은독서체험과함께,탄탄한언어구사능력으로오늘날우리인간들의삶과그고뇌를서정적인아름다움으로노래하고있다고할수가있다.

목차

시인의말5

1부독은독으로치료하는법

어쩌다보니봄12
꽃안파는꽃집13
연두끝에초록15
찔레꽃17
어느잡초의비망록18
눌러담기만한이름20
씨앗의절규22
복숭아도둑24
그래도온다25
봄비속에는색깔이들어있다27
비의끝자락엔첫걸음마가물려있다29
하얀목련31
정규직일꾼33
모내기끝난후의보고서35

2부표절된관습으로재부팅되고

해바라기38
햇볕따가운6月의기록39
바다가걸려있는집41
고라니42
감시카메라43
만물상45
그늘의기록46
딱,하루만맑음48
칠월장마50
흔들리던생이지은집52
시간이탈자54
지퍼를채우다56
구두수선공58
불량여름을위한묵상59
파묘破墓61

3부서리꽃하얀저마지막들

밤손님64
청무밭은항상정직하다65
길없는길67
메주를위한자기소개서69
무명세필안동포두필71
보름달73
가을고등어75
독서하는소녀상77
소라의비밀방79
뿔을겨누다81
장뜰장83
시한부가을85
별비를본것같은아침87
진실게임89
색들의비망록91
가을93

4부설중매봉오리터지는소리잣눈속에묻히고

늦은11월에는추억이내린다96
눈사람98
PM&AM100
책들의감정102
매듭단추104
11월의독백106
그들의일기는끝나지않은진행형이다108
떠나지않은천재110
二月의밤112
풍경이달린집114
독신자아파트116
폐광촌118
실120
폐가는안녕하십니까122
작년11월같은올정월124
송이눈오는밤126

해설/센티멘털리스트의마음과숨바꼭질로서의언어/권온129

출판사 서평

필자가홍순화의시집『몇번이고고쳐쓴보고서』에서주목한핵심요소로는‘시간’,‘마음(감정)’,‘언어’등이있다.시인은‘시간’과관련된어휘를다수활용하면서시집의분위기를이끌어갔는데,작품의제목에사용된표현을기준으로언급하자면“시간”,“밤”,“가을”,“아침”,“11월”등이대표적이다.그녀는「가을」,「늦은11월에는추억이내린다」등의시에서“마음”을언급하였고,「책들의감정」에서는“감정”을노출하였다.시인은“책들”을향한관심과탁월한시인,작가로부터의긍정적인영향을적극적으로수용함으로써자신의시와언어를향상시켰다.그런이유에서홍순화의시세계를센티멘털리스트의마음과숨바꼭질로서의언어로규정할수있을것이다.
―권온문학평론가

홍순화시인의「시간이탈자」는고독사의주인공을창출해낸시이며,그의사후의세계를극사실화시킨시라고할수가있다.사각의침대,사각의이불,사각의냉장고,사각의그릇에갇힌사내,온갖불평과불만으로늘혼자였던사내,밥이아닌술을주식으로삼고언제,어느때,죽었는지도모르는사내,그러니까그「시간이탈자」는죽음으로서저주받은그의인생을해방시킨사내라고할수가있다.시간이탈자의주인공은고독사의사내이며,그의삶도쓸쓸하고,그의뒷모습도쓸쓸하다.어느누구도그와같은삶을살고싶지는않겠지만,오늘도,내일도,과거가된수많은인간들이부패한채주소를옮기고,또옮겨갈것이다.
자본주의사회가종식되지않는한‘나홀로족’은더욱더늘어날것이고,이적대적경쟁관계에서뒤처진자들이끝끝내자본주의를종식시킬것이다.우리‘나홀로족들’은고독사는끔찍하게싫어하지만,시간이탈자의삶은너무나도존경하고찬양하고있는것인지도모른다.
―반경환애지주간

사랑은선택될수없어요
뜨겁게심장뛰는사랑을어떻게계산할수있나요


천칭위에서우리는항상도태되어야하죠?

잡초라는이름으로출생신고가되는순간
천적의눈을피해야하는도망자신세가되는걸요
낮동안의긴장은밤이되면악몽을끌어들여요
공포에떨지않았으면좋겠다는소원은생각뿐인걸요
어느누구도고양이목에방울을달겠다나설수없죠

더빨리더많이를좌우명으로삼은우리에게
오늘좋은소식이왔어요
연세가많아힘이부치던농부가
올해는경제성없는이밭을포기했대요
그래도간혹경운기소리가들릴때마다
온몸쪼그라들고식은땀나는습관은없어지지않아요

살아남고싶어곰삭아들어가던숨죽인열망은
계절이끝난다음에나번식으로증명할수있어요

살다가보니이런일도일어나네요
이제마음을놓아도될까요?
―「어느잡초의비망록」전문

홍순화가주목하는대상은“사랑”이다.인간이경험할수있는가장고귀한마음일수있는‘사랑’의본질은무엇일까?누군가를아끼거나무엇인가를소중하게여기는이뜨거운마음은도대체어떻게발생하는것일까?시인에의하면‘사랑’은“선택될수없”고,“계산할수”없는“뜨겁게심장뛰”도록만드는감정일수있다.
관념적이거나추상적으로이해되기쉬운‘사랑’에대해서홍순화는“잡초라는이름”을붙인다.‘잡초’가잡초라는이름을얻고,잡초가된계기는필연적인것이아니다.그저그렇게“출생신고가되”었기때문이고,“천적의눈을피해야하는도망자신세가되”었기때문일테다.
‘사랑’은‘출생’이고,‘사랑’은‘삶’이고‘생존’이다.시인에따르면‘사랑’을유지하기위해서는“긴장”과“열망”의열기를견뎌야한다.그뜨거운열기를온전히인내할수있다면“번식으로증명할수있”는기회가다가올것이다.홍순화의이시는이름없는‘잡초’같은사람들에게도‘사랑’과‘삶’으로서의온기가허락될수있기를곡진한마음으로희망한다.

남자의고독사를알린건바람이었다
마주보고살면서도모르쇠로일관했던
무관심이부른부패는한달이나진행되었다

그의곁엔
벽시계하나만걸려있을뿐
화려했던전생의기록은남아있지않았다

매일되풀이되던일상이사라진남자
입버릇처럼달고살던시간없다란말이사라지자
남아도는시간을주체할수없었다

사각의침대사각의이불
사각형냉장고사각의그릇에담긴음식
사각의세탁기에서꺼내입던옷
그의주변은온통모가난불평만있고
굴러가지못하고모서리에늘혼자였다

주식이알코올로바뀐건언제였을까
둥근컵에따라마시던
모난세상은방금돌아그의편이되어주었을까

과거가된모난사내가주소지를옮기고있다
―「시간이탈자」전문

시인은어떤“남자”또는“사내”에게집중한다.“그”의현재는“고독사”로요약된다.‘남자’의“매일되풀이되던일상”은“사라”졌고,주위의“무관심이부른”,‘그’의“부패는한달이나진행되었다”
독자들이‘그’의상황을이해하기위해서는“사각(형)”,“모서리”,“모”등의어휘에유의해야한다.‘그’의주변에는“사각의침대”,“사각의이불”,“사각형냉장고”,“사각의그릇”,“사각의세탁기”,“모가난불평”,“모서리”,“모난세상”,“모난사내”등이위치한다.홍순화가이시에서형상화하는‘그’또는‘남자’는“시간이탈자”이다.‘그’는‘현재’에서이탈하여“과거가된”인물이다.시인은‘삶’에서‘죽음’으로이동한‘그’를‘사각(형)’,‘모서리’,‘모’등의어휘로써구체화하는데,여기에서독자들은송찬호시인의시집<흙은사각형의기억을갖고있다>를소환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