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나무 모스 부호

벚나무 모스 부호

$12.00
저자

윤영기

저자:윤영기
경상남도진주에서출생했으며2005년《솟대문학》신인상공모당선으로등단했다.2006년보훈문예공모에서추모헌시부문우수상수상,2007년28회근로자문화예술제시부문은상수상,2014년제2회《맑은누리문학》전국공모에서대상을수상하였다.시집으로『벚나무모스부호』가있다.현재시와소금작가회회원으로활동중이다.

그림:윤종흔
청강문화산업대학교웹툰만화콘텐츠전공을했으며,현재웹툰만화,시집과동시집,동화관련그림을그리고있다.그린책으로는그림산문집『하루,선물』이있다.

목차

제1부떠돌이무
첫아침비_13/작은이_14/떠돌이물_16/오,바다여_18/황금빛책을펼쳐라_19/산란_20/한동네사는낙엽들은_22/그남자의바다_24/그남자의오솔길_26/전우야_27/11월의오솔길_28/방주_30/12월에는마대자루도일어선다_32/푸르고투명한빛속에서들리는소리_34/

제2부순간들
폭풍우속으로_39/하트_40/감성주의자는지구를떠나라_42/왕고목은몸을털지않는다_43/아베마리아_44/순간들_46/번창하는사업·1_50/번창하는사업·2_52/허물_54/장갑처럼_56/한톨볍씨가_58/카인의표_60/쌍절곤_63/촛불_64/

제3부링겔
푸른기둥을옮기는그녀_67/칼_68/별이된조선의풀_70/풍경_77/기우_78/한낮의두려움_80/링겔_82/건강비법_84/라면집의전투_86/빛이비추이면·1_88/빛이비추이면·2_90/비너스의탄생_92/달팽이님의귀환_93/풀꽃들의전쟁_94/

제4부벚나무모스부호
물간신심_99/봄햇살이하는말_100/영혼의태양太陽_102/봄산,푸른숲같은어머니_104/당신은아름다운사람_107/비_108/벚나무모스부호_110/애완견을두려워하자_112/방패연_114/인간기관차_116/무궁화_118/가장작은순교자_120/북소리_123

출판사 서평

내가살아야이세상이존재한다.내가있음으로써해가뜨고달이진다.내가땅에발을딛고있으니비로소네가,내가감각된다.우리는‘우리’라는표현이일상에서자주차용될때‘우리’라는공동체또는‘나’의존재를비로소각인하는것이다.사전적의미에서‘우리’는‘자기와함께,자기와관련되는여러사람을다같이가리킬때,또는자기나자기편을가리킬때쓰는말’이라고풀이하고있다.
윤영기시인은공감각적심상을통해그안에내재한자신과의조우에온힘을기울이고있다.이전과이후의,아니면이후의‘나’를만나기위해‘이전’의나를끊임없이밀어내고또밀어낸다.

밤새산고를치른빌딩들은지쳐있다
흥건한분비물속에누워있는
휴지와소주,음식물들로잘버무려진
속이꽉찬종량제봉투들
아침이면차곡차곡청소차에실린다

어젯밤,영하의날씨에도꽁꽁언몸으로
강남빌딩들은불을밝혔다
소망기업최대리는밤새컴퓨터와씨름했고
원조숯불갈비집암소갈비는석쇠위에서
풍만한몸을지글지글태웠다
에덴생맥주는1000cc머그잔에서
부글부글끓어넘쳤다
여자들은구구대며해산물찌개를포식했고
취한남자들은노래방에서수탉처럼울부짖었다

소각장에서한줌재로사라지며
검은연기를피워올릴무정란을
낳기위해서
알들을,
알들을낳기위해서
―「산란」전문

왕고목은몸을털지않는다
몸이흔들려도몸을털지않는다
온몸부서질듯비바람에흔들려도
쏟아지는함박눈어깨휘어져가지들
뚝뚝부러져도왕고목은몸을털지않는다
딱따구리여윈가슴에구멍을뚫어도
줄다람쥐왕밤물고등줄기를오르내려도
산까치머리에둥지를틀어도몸을털지않는다
불볕더위매미들고막찢어지게울어
머리가아파도왕고목은몸을털지않는다
어스름저녁거미들어지럽게집을지어도
벌레들아귀아귀속살다파먹어도몸을털지않는다
늦가을찬바람에잎새들다떠나가도
고목들다쓰러져혼자남아도
왕고목은몸을털지않는다
왕고목은결코몸을털지않는다
왕고목은몸이흔들려도몸을털지못한다
몸을터는것은왕고목이아니다
―「왕고목은몸을털지않는다」전문

위의시「산란」과「왕고목은몸을털지않는다」가보여주는메시지는단호하다.그어떤고난과역경에맞닥뜨려도결코흔들릴수없다는단호한외침을통해서확인할수있다.

칼은제집에서만운다
칼집에머리를묻고울다잠이든다
칼집은칼이한껏울게공명하며속으로운다
그래서칼은울음속울음을또운다
고요하고어두운칼집에서잠들었다가
벼린얼굴에날을세우고집을나서는
칼의눈은맑고깊다
칼은칼의집에서쉬어야한다
집없는칼을생각해보라
명검名劍이라도비에녹슬고
볼품없이아무데나뒹굴어발길에차일것이다
뻣뻣이고개쳐든잡풀아래
머리를박고묻혀버릴것이다
칼이칼같을때
스스로를겨눌때
무대에서춤출때
집을생각한다
칼은돌아가기위해서
칼집에서울다잠들고싶어서
집에서나오는것이다
―「칼」전문

그냥두면한낱쇠붙이에불과했을것을불에달구고수만번망치질하고물에식히고다시불에달구고모양을다듬어장인이명검을탄생시켰고,그명검이쉴수있는집도만들어주었을것이다.시인은여기서칼을의인화하여‘칼은제집에서만운다/칼집에머리를묻고울다잠이든다/칼집은칼이한껏울게공명하며속으로운다/그래서칼은울음속울음을또운다’라고한다.
칼집안에서의울음은무엇인가,외출잘하고밖에서제할일다하고와서왜우는가,그런데실컷울고난뒤의칼이‘고요하고어두운칼집에서잠들었다가/벼린얼굴에날을세우고집을나서는/칼의눈은맑고깊다’고했다.새로운결의를보이는것같다.강을거슬러올라가는듯한경쟁사회에서생존을위해최선을다하지않으면‘명검(名劍)이라도비에녹슬고/볼품없이아무데나뒹굴어발길에차일것이다/뻣뻣이고개쳐든잡풀아래머리를박고묻혀버릴것이’라서때로는에너지재충전을위해서충분한휴식즉,‘칼은칼의집에서쉬어야한다’는것이다.머무를곳이없는‘집없는칼’은참회도자아성찰도아주힘이들것이라추정한다.
버거운하루를보내면서칼의일상같은현대인들은생활터전인‘무대에서춤출때/집을생각한다’는것.‘칼은돌아가기위해서/칼집에서울다잠들고싶어서/집에서나오는것이’라고역설적으로집을나서는이유를꼬집는다.
이해타산에연관된타인들이없는곳에돌아가서달콤한휴식을취하고싶은사람(칼)의소망,어쩌면집도없는유랑인에게도그꿈은있을것이다.
한권의시집에서일관되게만나게되는것은‘달리다’,‘흔들리다’라는동사인데그것은시인의가닿아야할궁극의유토피아를꿈꾸기때문이다.지극히소박한꿈이면서매우마땅한자기만의세계는그냥얻어지는것이아님을보여준다.기회를만들것,매우애쓸것,그래야순간순간‘자기화’의과정을통해‘아름다움’,‘기쁨’,‘깨달음’으로현현되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