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치매 어르신을 돌보며 인생을 만납니다 : 10년 동안 치매 어르신들과 함께하며 얻은 삶의 지혜

오늘도 치매 어르신을 돌보며 인생을 만납니다 : 10년 동안 치매 어르신들과 함께하며 얻은 삶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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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서은경

저자:서은경
충남대학교임상노인전문석사졸업,동대학교간호대학원박사과정에재학중이다.임상20년차간호사로치매어르신들을위한삶을소명이라여기며10년넘게치매어르신들곁을지키고있다.치매안심병동시범사업코디네이터로활동했으며,보건복지부지정치매안심병동수간호사로근무했다.다수의기관에서치매관련강의를하고,정부사업에참여했다.어르신들과책을너무좋아하는노인전문간호사다.어르신들과함께하며행복하고감사했던순간들을블로그에기록하고있다.브런치작가로활동하며,그동안만났던어르신들의이야기를글로쓰며성장하는중이다.오늘보다내일은한걸음더꿈에가까워져있길기대하며오늘도어르신들의삶속에서사랑을,감사를,나눔을배우고실천하며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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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추천사4

들어가며6

1장내가걸어온모든시간이운명이었다

어느날들은고백같은운명14
미움은소통의부재21
교육간호사라고쓰고기저귀판매원이라읽는다28
내가들킨건눈물이아니라마음이었다36
나를단단하게만들어준치매안심병동42
선생님은왜여기계세요?49
나는대한민국의노인전문간호사다56

2장돌봄이아닌위로였던수많은나날

돌봄나무위에핀소명64
존중받아마땅한어르신들의삶70
진심이된다는것,전해지는마음76
다잊어도내이름은기억하는사람들82
집에가는건다음에88
준비된이별이기에더아프다95
신이허락한치유와회복의시간101

3장정답은없다,그저사랑할수밖에

사랑합니다,나의어르신110
오늘은나의몫,내일은신이결정할일117
마음을벗고싶었던것은아닌지123
도라에몽이간절히필요한순간이있다129
그저어르신들이걸을수만있다면136
감각이아닌마음으로만나야보인다142
익숙함이삶의무기가될때까지149

4장치매,낯선세상에서오늘도배운다

죽음보다무섭다는이것158
모든치매가같지는않다164
치매가아닌무심한보호자때문에상처받는다171
나도가해자가될수있다177
때론대리자가아닌관찰자로머물러야한다183
돌봄이행복해야어르신도행복하다189
혼자가아닌함께여야한다196

5장하나의꿈은천개의아픔을희망으로만든다

잃어버린게아니라찾지못하는것일뿐202
시간이지날수록내쓰임은더선명해진다208
도로시가되어희망을찾는중이다215
나만의무기VESH220
내가만들어갈쉼나무,치매전담센터227
오늘도온통그리움이다233
나의쉼표이자마침표가지금이길이면좋겠다239

출판사 서평

저의쓰임과가치는이곳,치매어르신들곁에있습니다.
기억이머무는곳엔언제나제가서있을게요!

이책은저자가치매어르신들과10년을함께하면서단순한어르신들과의일상이아닌,노인전문간호사로서체험하며보고듣고느낀모든것을담아냈기에어떤이에겐위로를,일침을,그리고희망을갖게할것이라고확신합니다.누구도말하지않던요양병원의치매병동에서일어나는모든일들을생생하게그리며,치매어르신돌봄의문제점들과개선해야할것들까지포함하고있습니다.

책속에서

평범한간호사였던저는치매어르신들을만나며삶의소명을발견했습니다.어르신들과함께한10년이라는시간은제게진정한돌봄의의미를가르쳐주었고,저는그분들의삶과기억을존중하는법을배웠습니다.누군가에게는짧게느껴질지도모를10년이지만,저에겐추억과감사로가득하여무엇과도바꿀수없는시간이었습니다.그리고앞으로남은삶을치매어르신들과함께하겠다는다짐은제삶의이유이자,제게주어진가장큰축복입니다.제이름서은경은은혜은恩,공경할경敬자를씁니다.어린시절부터할머니,할아버지를좋아했던제가지금치매어르신들과함께하며이름처럼살아가고있는것은결코우연이아닙니다.블로그에서제이름으로삼행시를만들며제자신에게다짐하는문장을기록한적이있습니다.
---p.6

원장님이치매어르신을대하는이런방식들덕분에,오히려나는치매에대해제대로공부하고싶다는욕심이생겼다.그래서정부에서진행하는많은곳의다양한치매전문교육에참여했다.내가교육을듣고공부하면할수록어르신케어에관한원장님과의마찰이계속되었다.요양원에서어르신들생신파티가진행되던날이었다.모두흥이오른채요양보호사님들과어르신들의노래가이어지고,마지막마이크가내게전달되었다.“어르신들,제가누군지아시죠?”라는내질문에어르신들은하나둘대답하시기시작했다.“간호부장”,“우리요양원에서제일바쁜사람”,“서부장”,“간호대빵”등등.그러다내귀에그대로꽂힌어르신한분의대답,“언제나휙휙~지나가버리는선생님.”순간나는멈칫했다.행사가끝나고나는어르신께물었다.“어르신,아까하신말씀이무슨뜻일까요?”“매번무슨얘기를좀하려고하면바쁘니그냥휙하고지나가서말을할수가없었어”라는어르신의대답에순간울컥했다.
---p.38

내가몸담고있던병원이치매안심병원으로지정되자전국각지의요양병원에서행동심리증상BehavioralandPsychologicalSymptomsofDementia,BPSD때문에감당하기어려운어르신들이우리병원으로몰리기시작했다.시범사업으로병동공사가진행되며로비가좀더넓어지고환해졌다.각병실마다화장실이생겼고,복도가알록달록해졌다.로비천장에는어르신들은관심도보이지않는온갖화려한장식품이전시되었다.하지만정작간호팀도그대로,의사도그대로,간병사도그대로인이곳에서,단지치매안심병동이란타이틀하나를보고몰려드는환자분들을우린온몸으로지켜내는중이었다.
---p.42

시간이많이지난이시점에도요양병원은늘사회의부정적인시각에놓여있다.요양병원의질을향상하기위해보건복지부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인증제를도입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요양병원평가에대한등급으로인증과평가를시행하고있다.그럼에도왜아직도내부의질이개선되지않을까?어쩌면그평가와인증제라는것이형식인서류에만국한된것은아닐까?인증평가를할때는평가원들이요양병원에방문하여현장을보고시설,서류등을확인한다.미리날짜를알려주고,그기간에방문하여현장을살펴본다.이미준비된모습으로평가받는것이다.그래서그평가가얼마나그병원이제대로어르신들을관리해드리는지를확인하는데도움이되고있는지는잘모르겠다.평가등급도마찬가지다.오로지차트기록과수치에의한적정성평가로등급을측정한다.그렇기에1등급을받기위해간호사들이컴퓨터앞에서차팅하느라오히려환자들곁에가는시간이줄고있는건아닌지를현실적으로고민할필요가있다.
---p.54

그렇게나는노인전문간호사가되었다.하지만내가전문간호사가되었다고해서현실에서달라질건전혀없었다.오래전부터내꿈은치매를가진모든분이구속이나억제없이자유롭게편안한삶을살수있는공간을만드는것이었다.보호자들도아무런죄책감없이어르신을믿고맡길수있는안전하고신뢰할만한곳,머무는사람도일하는사람도행복할수있는센터를설립하는것이었다.제도적으로,금전적으로,현실적으로많은제약이있고어쩌면많은사람이내게말하는것처럼불가능한일일지도모른다.그럼에도그게나의사명감처럼느껴졌다.
---p.57

진정한내가치와쓸모를발견했으니나는이제그쓸모를최대한발휘하며살면된다.나의길은분명하고,나는대한민국의노인전문간호사로서당당히치매어르신들곁을지킬것이다.김혜남의저서『만일내가인생을다시산다면』에이런글이있다.“내경험상틀린길은없었다.실패를하더라도실패로부터무언가를배우면그것은더이상실패가아니었고길을잘못들었다싶어도나중에보면그길에서내가미처몰랐던것들을배움으로써내삶이더풍요로워졌다.”
---p.60

치매어르신들을간호한다는것,돌본다는것은어떤의미일까?매순간기억을잊어가는어르신들을보살필때마다,내가가진기술이나의학적지식이전부가아니라는사실을깨달았다.어쩌면이분들에겐치료자체가중요한게아닐수도있다.오히려이분들에대한존중과관심,따뜻한마음과진심어린공감이더필요하다.온전히이분들의감정을이해하려애쓰고배려하는태도가무엇보다중요하다.
---p.67

어르신은가끔은완전히원래의모습으로돌아오기도했다.그럴때면멤버들에게“넌좋은사람”,“넌별로야”,“넌좀웃어”라고하시곤했다.내가“어르신,저는요?”하고물으면언제나이렇게말씀해주셨다.“선생님은좋은간호사예요.앞으로분명진주같이빛나는그런보석같은간호사가될거예요.”어르신은다른멤버들에겐늘반말로말씀하시면서도나에게는존대를해주셨다.어르신은유독약물에예민하게반응하셔서담당의가약물조절에애를먹었다.폭력적인행동이나케어거부가심해져서약을쓰면금세까라지거나몸이굳었고,약을빼면다시폭력적으로변하셨다.어르신은삼킴장애가심해서콧줄을했다가도컨디션이돌아오면다시입으로식사하시는등컨디션도들쑥날쑥했다.
---p.73

치매어르신들은단기기억장애가있어지난기억을잘잊어버리시는건사실이지만,어르신들의그순간의감정은절대사라지지않는다.그걸알기에우린더이상어르신에게두려움이란감정을심어드리고싶지않았다.그래서우리는어르신곁을지키는쪽을선택했다.그결정이쉽지않았지만,어르신의안전과편안함을우선으로생각하며그순간의감정을존중하는것이가장중요하다는것을다시한번확신했다.이렇게익숙함속에서도매일매일쌓아가는경험들은단순한반복이아닌,소중한배움의자산이된다.그리고그배움이앞으로의돌봄에깊이와진정성을더할것임을나는믿는다.
---p.154

많은사람들이죽음이두렵긴하지만그보다더무서운것이있다면바로기억의상실인치매라고이야기한다.치매가생기면단순히기억을잃는것이아니라,자신의정체성과존재자체를잃어버린다고말이다.매일매일자신이누구인지,어디에있는지조차혼란스러워하며,소중한사람들과의기억이서서히흐려져환자는자신의삶을잃어버린다고생각한다.이를지켜보는주변의사랑하는이들또한무력감을느낀다.치매는단순한질병이아니라,인생의의미와기억을송두리째흔드는무서운‘지옥’이라고표현되기도한다.정말그럴까?치매에걸리면모든게끝나는걸까?
---p.158

같은파킨슨병치매라고하더라도개인마다증상의정도도,진행속도도다르다.일반적으로파킨슨병치매는인지기능저하로주로기억력,주의력,실행기능의저하가나타난다.이러한증상은파킨슨병진단후수년이지나면서나타나며,환자는우울증,불안,환각등의정신적증상도경험한다.주된원인은뇌에서도파민을만드는신경세포가줄어드는것과비정상적인단백질덩어리가쌓이는것이다.이러한변화로인해뇌의기능이저하되고인지장애가생긴다.그래서조기진단과적절한치료가매우중요하다.치매는원인질환의종류에따라동반되는증상이나출현시간,경과가각각다르다.그래서각각의환자마다증상과진행속도도다르게나타난다.어떤어르신은기억력저하로일상생활에어려움을겪고,어떤어르신은망상이나섬망을경험할수있다.이러한차이를이해하는것은매우중요하다.어르신들에게적절한지원과치료를제공하기위해서는반드시전문의의정확한진단이필요하다.
---p.169

요양병원에입원하는어르신들이검사나치료를위해대학병원으로전원하셨다가치료후에다시돌아오는경우가많았다.대부분의어르신들이그곳에입원해있는동안여러보호대를경험하고오셨다.이곳요양병원에있을때는전혀필요없었던분들조차말이다.목적은단하나,생명유지장치제거의위험때문이었다.그곳의료진은치매라는진단명이붙어있는경우설명도이해도어렵다고판단했을것이다.또어르신들이낯선환경때문에이곳에서는없었던섬망증세를보였으리라추측할수도있다.보호자분들도대학병원의경우치료를위해서꼭필요하니보호대사용을당연하게받아들이는모습이었다.하지만우리가보호대가필요하다고설명하면일단의심의눈초리를보내며따지는보호자분들이많았다.이처럼상반된반응만봐도보호대의필요성과그사용에대한인식의차이는어르신과보호자,그리고의료진간의갈등을불러일으킬수있다.
---p.180

나는‘치매어르신에게과한친절은독이다’라고생각한다.보호자들은종종‘효도’라는명목아래어르신이스스로할수있는일들까지도대신해주려한다.예를들면충분히혼자서수저질할수있는어르신에게음식을먹여준다거나,혼자옷을벗고입을수있는분들의옷을갈아입혀드리는등의경우다.치매어르신케어에서가장중요한건현재어르신이스스로발휘할수있는신체기능,즉일상생활수행능력을최대한오랫동안유지할수있게해드리는것이다.스스로수저질해서식사하고,세수하고양치질할수있게,옷도스스로벗고입을수있게해드려야한다.또한마지막까지혼자걸을수있도록도와드려야한다.
---p.183

병원에서는환자복을입으니선택권을가질수없지만,요양원이나가정에서는어르신들이스스로본인이입고싶은옷을고르시도록하는것이좋다.나의시어머님이어느날한여름에두꺼운겨울모직옷을입고외출하셨다.나는걱정이되어“어머님,덥지않으시겠어요?오늘밖이많이더워요”라고말했는데,어머님은짜증을내시며“내가니하고같은줄아나?나는춥다”라하시며그대로외출을하셨다.그날어머님은온몸에땀띠가생겨일주일넘게고생을하셨다.치매어르신들은판단력이흐려질수있다.그렇다고옷을지정해서꺼내놓거나하는것은어르신들의자존심을상하게할수있다.이럴때미리여름엔여름옷들만옷장에넣어두고겨울엔겨울옷들만넣어정리를해두면,스스로선택권은생기고실수도하지않게된다.또어르신이편마비가있는경우에도무조건도와드리는것이아니라,마비된팔을넣고뺄때정도만옆에서도와드리면충분히혼자옷을갈아입으실수있다.
---p.186

교육문제외에도치매어르신들을돌보며겪은힘듦이나어려운일들을토로할수있는곳은어디에도없는것이현실이다.그렇다보니돌봄자부터가치매에대한부정적인편견을가질수밖에없다.늘지치기만했기에어르신들로부터삶의지혜를배우거나감사함등을느낄마음의여유가존재하지않는다.나는늘이런부분이아쉬웠다.이러한아쉬움은단순한개인의감정에그치지않는다.치매환자를돌보는보호자와의료진에대한심리적지원부족은결국전체적인돌봄의질에영향을미친다.교육과지원시스템이제대로구축되지않은현장에서는치매에대한부정적인인식이퍼질수밖에없다.이는돌봄을받는어르신들에게도부정적인영향을미쳐자존감과삶의질을저하시킬우려가크다.따라서보호자와의료진모두가편안하게자신의감정을털어놓고경험을공유할수있는공간이반드시필요하다.이러한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