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자의 아침 김소연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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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소연

시인.수없이반복해서지겹기도했던일들을새로운일들만큼사랑할수있게되었다.숨쉬기.밥먹기.일하기.또일하기.낙담하기.믿기.한번더믿기.울기.울다가웃기.잠들기.이런것들을이제야사랑하게되었다.시가너무작아진것은아닐까자주갸우뚱하며지냈고,시가작아진것이아니라우리가커다래졌다는사실을알아가는중이다.

시집『극에달하다』『빛들의피곤이밤을끌어당긴다』...

목차

목차
시인의말
1부유서없는피부를경멸합니다
그늘/오,바틀비/주동자/수학자의아침/그래서/장난감의세계/평택/그런것/백반/사랑과희망의거리/오키나와,튀니지,프랑시스잠

2부연두가되는고통
여행자/혼자서/반대말/격전지/연두가되는고통/원룸/식구들/새벽

3부소식이필요하다
열대어는차갑다/포개어진의자/망원동/바깥에사는사람/우편함/거짓말/먼지가보이는아침/생일/풍선사람/갱(坑)/이별하는사람처럼/내부의안부/누군가곁에서자꾸질문을던진다/두사람/비밀의화원/갸우뚱에대하여
4부강과나
낯선사람이되는시간/강과나
5부먼곳이되고싶다
미래가쏟아진다면/실패의장소/이불의불면증/광장이보이는방/다행한일들/메타포의질량/막차의시간/있고되고/스무번의스무살/정말정말좋았다/걸리버/현관문
발문|씩씩하게슬프게?황현산

출판사 서평

출판사서평
정지한사물들의고요한그림자를둘러보는시간
매일아침,잠시죽음속으로들어가
들리지않는것을듣고보이지않는것을보다
‘그렇지않았던것들’을포착해내는아침의감각
1993년등단한후지금까지,세권의시집을통해서늘한중에애틋함을읽어내고적막의가운데에서빛을밝히며시적미학을탐구해온시인김소연이네번째시집『수학자의아침』을출간했다.시인은묻는다.“깊은밤이란말은있는데왜깊은아침이란말은없는걸까”.그래서오늘아침에는조금“낯선사람이되는시간”을가져보기로한...
정지한사물들의고요한그림자를둘러보는시간
매일아침,잠시죽음속으로들어가
들리지않는것을듣고보이지않는것을보다
‘그렇지않았던것들’을포착해내는아침의감각
1993년등단한후지금까지,세권의시집을통해서늘한중에애틋함을읽어내고적막의가운데에서빛을밝히며시적미학을탐구해온시인김소연이네번째시집『수학자의아침』을출간했다.시인은묻는다.“깊은밤이란말은있는데왜깊은아침이란말은없는걸까”.그래서오늘아침에는조금“낯선사람이되는시간”을가져보기로한다.평론가황현산은시집의발문에서김소연의이러한실천을가리켜“깊이를침잠과몽상의어두운밤에서찾으려하지않고이성과실천의아침에두려”하고있다고말한다.시인이바라보는아침의풍경은정지해있는사물들의고요한그림자가전부인듯하다.그러나어느순간에이르러“새장이뱅글뱅글움직이기시작한다”.이제까지는‘그렇지않았던것들’이시인의선명한감각에포착되는장면중하나다.
떠오르는햇살아래서벼리는시적반역의의지
시인은“이미이해한세계는떠나야한다”(「식구들」)고단호하게쓰고있다.더이상이해를필요로하지않는것들로새로운이해의깊이를가장해서는안되기때문이다.그래서시인은지금밤을떠나새벽에이르렀다.새벽은“해가느릿느릿뜨고”“침엽들이냉기를버리고더뾰족해”(「새벽」)지는시간이다.시인은더이상이해해야할것을만들어내지못하는허무의끔찍함앞에서‘최대한’뾰족해짐으로써대응하고자한다.비록그뾰족함이겨눌수있는것이고작“동그란비눗방울”에지나지않는다할지라도말이다.그러나시인은비눗방울이터지는순간울려퍼지는‘작은비명’들이모이고모여이암울한도시를부식시켜버릴수도있지않을까하는가능성을믿고있다.
영원히오지않을것같고갑자기와버릴것같은내일
시인이꿈꾸는반역은불온하나희망적이다.대상에대한신뢰와사랑이시행간에깊이스며있기에그렇게믿어도좋을듯하다.수록된시들중「걸리버」는바로그뚜렷한증거이겠다.시인은“도무지묶이지않는너무먼차이”를사랑할줄알고“출구없는삶에/문을그려넣는마음”과“도처의소리소문없는죽음들”을볼줄안다.그럴때마다시인은“세계지도를맨처음들여다보는/어린아이의마음”처럼무결해지기위해노력하고“내가부친편지가돌아와/내손에서다시읽히는”반성과경계를잊지않는다.그러나이러한시인의마음이바라보는내일은항상아득한거리로떨어져있다.그래서이번시집은슬픔으로가득하다.이슬픔의이유가단지시구의갈피에삶의고독한정경이곤두서있다거나이해받지못하는어떤진실들이망각의웅덩이를이루고있다거나일상의곡절속에서낭비된마음을회복하기가어려워서는아니다.김소연은거듭한줌물결로저먼바다를연습하고실천해보지만그일의무상함에문득문득소스라친다.기다리는순간이영원히오지않을것같아서혹은갑자기와버릴것같아서슬프다.하지만다시아침이고시인은또물결을한줌쥔다.그안에서슬픔은영롱하게빛난다.
드물고귀한형태의작가론
이번시집에서는문학평론가황현산의글「씩씩하게슬프게」도한가닥눈길을끈다.본격적인비평의목소리가아니라대선배평론가가후배시인에게보내는,애정을담뿍담은편지이기에‘해설’이아닌‘발문’이라이름붙여책말미에달았다.그는김소연의첫시집『극에달하다』를다시읽으며“감정의재벌이었던것이틀림없다”고반추하고그감정의여린결로약소하면서도절실히증명해내는세계의가능성앞에고개를끄덕인다.황현산에게김소연은“세상가장깊은곳까지찾아들어가장깊은생각을캐낼줄”아는시인이다.후배시인이끊임없이길어올리는슬픔을선배평론가가깊이공감하고그속에서‘씩씩함’을읽어내는이글로인해한국문학은드물고귀한형태의작가론을하나갖게되었다.
■시인의말
애도를멎게하는
자장가가되고싶다

■시인의산문
약속을하게된다.
무슨약속인지이해하지도못한채로.
어느새약속은이루어져있다.
그것을약속이지나가는일이라고
말해두기로한다.
너무많이움직이는자와
너무많이말하는자사이에끼어서
약속들의간격을헤아리는조용한사람.
약속을지키는일보다
지켜지자마자그약속을지나가는일을
하는묵묵한사람.
그사람이시인이었다.
그런사람이서있던장소에는아무것도없지만
어느계절에서건도끼날처럼좋은햇볕이꽂혀있었다.
너무늦게알았지만
비로소알게된일들이새로이발생되는것.
그것만이지금내게는유일무이한
시의목적이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