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 콤플렉스 : 신화와 전설로 읽는 한국 사회의 불안과 점복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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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조현설

저자:조현설

서울대학교국어국문학과교수로동아시아지역의구비문학을주로비교연구하고있다.근래에는제주도무속신화연구에집중하고있으며동방문학비교연구회회장,한국구비문학회회장,한국고전문학회회장,민족문학사연구소공동대표를역임했다.쓴책으로는『동아시아건국신화의역사와논리』,『문신의역사』,『우리신화의수수께끼』,『마고할미신화연구』,『고전속에누가숨었는고하니』,『신화의언어』등이있다.『동명왕편』을역해했고,『일본단일민족신화의기원』을번역하기도했다.

목차


여는말

1장불안과신탁,혹은신탁과불안
여자조심해!
유학자들이신탁을?
근대민속사회의점술과신탁
이야기와신탁의형식
신탁과신탁콤플렉스

2장<바리데기>의불안한인물들과신탁콤플렉스
어뷔대왕의불안
덕주아부인의불안
드러난불안과숨어있는불안
신탁회피와신탁콤플렉스
신탁콤플렉스와천도굿

3장라이오스-오이디푸스의신탁콤플렉스
오이디푸스의불안과신탁
스핑크스와테바이의불안
오이디푸스콤플렉스에포획된오이디푸스신화
오이디푸스부자의진짜콤플렉스

4장신탁놀이와반신탁콤플렉스
청정각시의지독한콤플렉스
신탁놀이와의사疑似신탁콤플렉스
꼬댁각시들의신탁놀이
여신들의반신탁콤플렉스

5장손님굿,탈신탁의신화와놀이
천연두의공포와대응
무속의손님신인식
손님굿신화의구조들
손님굿신화의구조와신탁의관계
<막동이말놀이>의탈신탁콤플렉스

6장신탁콤플렉스와전설의희비극
아기장수전설과신탁으로부터의도피
풍수지리설과신탁콤플렉스
조작된신탁과연명서사

맺는말:바리데기-심청의행로와신탁의위상

미주
도판저작권및출처

출판사 서평

신탁을유발하는불안과
신탁회피가실현하는신탁콤플렉스

신화와역사적사건속의신탁뿐만아니라여전히구전되고있는태몽이야기,로또당첨을꿈의결과로해석하는이야기에도신탁은살아있다.소셜미디어,AI사주챗봇,앱,부적굿즈까지가상공간과일상으로영역을확장한점복과신탁업은‘점술공화국’이나다름없는한국사회를보여준다.한국사회의가중된불안감으로우리는점복을호출하고,점복으로얻은신탁이라는약물로심리적위기를탈출하려고하는것이다.이처럼불안이신탁을부르고신탁이불안을키우는되먹임의과정에서신탁콤플렉스가병적상태로발현된다.

사실신탁은신탁을구하는자의마음에달린것이다.신탁은신神에의해실현되는것이아니고,의뢰자의마음에따라실재가된다.불안감은신탁을부르고,신탁에대한갈망과신탁으로부터의도피가신탁을실재로만들어바리데기신화와같은이야기를구축한다.다양한처지의불안한영혼들이신화의언어를통해굿판으로올라온다.여기서문제는이불안을대면하는주체의태도이다.〈바리데기〉의어뷔대왕은불안을해소하기위해박수무당을찾아신탁을받지만동시에신탁으로부터도망친다.그리고신탁으로부터의도피가불안감을강화하여다시신탁에매달리게만든다.

이책은이처럼신탁에집착하면서도신탁을회피하다가오히려신탁을실현하게하는신탁의패러독스에‘신탁콤플렉스Oraclecomplex’라는이름을붙인다.라이오스와오이디푸스부자는이콤플렉스에사로잡혀비극으로달려간다.신탁은불안과회피행위를통해실현된다.신탁의절대화가신탁콤플렉스와비극의출발점이다.

오이디푸스콤플렉스에포획된오이디푸스신화
그리고오이디푸스부자의진짜콤플렉스

이책은이제오이디푸스를‘오이디푸스콤플렉스’라는만능열쇠로부터구출해야한다고말한다.이때구출가능성이높은하나의방도는오이디푸스신화를꿈이나무의식과같은정신분석의도구로환원하지않고신화의맥락에서다시읽는방법이다.

신탁을‘오이디푸스화’하는것,다시말해신탁을행동의지침으로내면화·절대화하는것이신탁콤플렉스라고할수있다.라이오스가신탁을구하러델포이로올라가는길은신탁콤플렉스라는그물로들어가는길이었다.라이오스는오이디푸스화되었기때문에신탁의실현을기다리지않고신탁으로부터도피한다.라이오스가델포이로가지않았다면,아들을버리지않았다면신탁은실현되지않았을것이다.달리말하면신탁은,특히부정적신탁은신탁수신자를신탁으로부터도망치게만듦으로써스스로를실현한다고할수있다.오이디푸스신화의비극은오이디푸스부자의신탁콤플렉스에서비롯된것이다.

오이디푸스와그의아버지라이오스는델포이의신탁이초래한끔찍한불안때문에비극의주인공이된것이다.오이디푸스에게는‘오이디푸스콤플렉스’가없었다.오이디푸스부자를비극으로몰아간것은‘신탁콤플렉스’였다.

신탁에저항하고탈주하는
우리신화속인물들의탈신탁콤플렉스

이책은우리신화를신탁의시각에서다시해석하며신화의인물들에게서찾을수있는반신탁의길,탈신탁콤플렉스를이야기한다.반신탁콤플렉스는신탁을위반함으로써신탁으로부터거리를확보하여콤플렉스라는심리적상태를해소하는것이므로탈신탁콤플렉스에도달한것이라고할수있다.

제주무속신화〈삼공본풀이〉의가믄장아기는바리데기와심청을섞어놓은듯한인물로,스스로운명의주체가됨으로써신탁에저항한다.가믄장아기는신탁에맞서신탁을놀이로만들며반신탁의길로달려간다.운명의여신가믄장아기의행로를더풍부한서사로형상화하고있는〈세경본풀이〉의자청비는프로이트식으로오이디푸스화할수없는인물이다.‘스스로났다’는자청비는,가믄장아기가부모에게맞섰듯이자신을둘러싼모든오이디푸스화에맞선다.‘여성은결여된존재’라는신탁콤플렉스에맞서여신이된존재이다.안티오라클콤플렉스를실천하는인물이자,남성들로부터끊임없이탈주하는자청비는콤플렉스가없는여신이다.

이책에서는‘신화와전설로읽는한국사회의불안과점복문화’라는부제처럼신화와전설을통해한국문화속에널리퍼져있는주술과점복문화의지속성과현재성을풀어설명하면서,동시에그로부터자유로운심리적공간을찾아보려고한다.심리검사,타로점,사주,기도등점복행위의바탕에는미래에대한불안감이도사리고있다.액운을없애고복을받으려는태도는모든종교의기반이다.그러나제액초복을얻으려는점복과주술이우리의삶과공동체를부정하고파괴하는데이르면곤란하지않겠는가?이런물음에대한답변이이책에서발견한,신탁에저항하고신탁으로부터탈주하는인물들의행위안에있다.제주신화의여신가믄장아기나자청비,그리고우리고전서사의정수를형상화하고있는바리데기나심청과같은인물들말이다.이책에서제시하는신탁콤플렉스라는새로운개념으로신화를재해석해봄으로써독자들은신탁콤플렉스에사로잡히거나또는맞서는인물을만날수있고,나아가여전히우리를헤매게하는신탁콤플렉스에서자유로워질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