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골차고 쫄깃하고 향기롭게 (벌교 갯벌 여자들 | 권혜수 장편소설)

옹골차고 쫄깃하고 향기롭게 (벌교 갯벌 여자들 | 권혜수 장편소설)

$17.85
Description
잘근잘근한 남도 사투리에서 시나브로 촉발된 소설
평생 평행선을 걸은 두 여자의 이야기, 꼬막처럼 오묘한 인생의 맛을 담다
《옹골차고 쫄깃하고 향기롭게: 벌교 갯벌 여자들》은 널배를 밀 듯 온몸으로 운명을 밀어가며 살아낸 벌교 갯벌 여자들의 이야기에 꼬막처럼 오묘한 인생의 맛을 담은 소설이다.
잘근잘근한 남도 사투리로 매일 티격태격하는 두 ‘엄니’가 서로를 보듬어주고 인생의 ‘길동무’가 되는 과정을 해학적으로 그렸다. 쓴 맛만 돌 것 같은 굴곡진 삶에도 “알큰헌가 허먼 짭쪼름허고 베릿허다가도 달큰허고 달큰헝가 허먼 쌉싸름한” 꼬막처럼 오묘한 맛이 깃든다는 작가의 꼬막론이 절묘하다.
벌교를 무대로 한 작품답게 꼬막 맛에 대한 묘사가 돋보이고, 제목도 꼬막 맛에서 따왔다. 소설 속에서 꼬막을 키워내는 갯벌, 생명의 바다를 닮은 ‘엄니’의 손길이 따뜻하다. 남도 소리 한 자락에 쓸쓸한 인생도 한바탕 꿈길 같아지고,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손맛으로 만든 낙지호롱구이, 낙지 팥죽, 짱뚱어탕 등 남도 음식도 풍성하다. 남도의 언어, 소리, 음식을 3원색으로 한 소설은 남도의 문화와 정서를 그리는 본격적인 벌교문학의 선언을 알린다.
저자

권혜수

경북 예천 출생.
1983년 〈소설문학〉에 단편 〈제3의 성〉 당선.
1987년 〈여성동아〉에 장편 〈여왕선언〉 당선.
중편 〈나는 왕이로소이다〉와 〈모독〉으로 KBS 방송문학상 수상.
2007년 SBS 특집극 〈할매꽃〉 당선.
장편소설집으로 《메아쿨파》, 《그네 위의 두 여자》, 《백번 선 본 여자》, 《내 안에 먼 그대》 등이 있음.

목차

작가의 말 5
들머리 11
참꼬막, 개꼬막 33
스물셋, 스물다섯 71
빨래 밟는 날 95
스물한 살, 그 바다 125
정자야, 내 딸 정자야! 149
집마다 구슬이 굴렀다 155
그 엄니 173
이 엄니 231
어깨를 걸고 263
나도 영롱허니 한 번은 살었네 299
구름은 소리를 부르고 307
해발이 323
꿈이로다 꿈이로다 335
날머리 341
작가 인터뷰:여성이여, 야성을 회복하라 346

출판사 서평

잘근잘근한 남도 사투리로 빚어낸 갯벌 여인들의 삶

갯벌 여성들의 삶에 생동감을 더하는 것은 인물들이 구사하는 남도의 원초적 탯말이다.
남도 방언은 여러 드라마나 영화, 문학 등에서 구사되었지만, 이 소설만큼 잘근잘근한 생활 사투리를 통해 일상의 세계를 실감나게 빚어낸 작품도 드물다. 남도 사투리는 바닷가 여자들의 칼칼한 성격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굴곡진 인생을 살아낸 여인들의 삶의 원형과 질감, 남도의 원초적 태(胎)를 떠올리게 한다.
두 여인의 이야기가 감동적인 장편소설로 탄생하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 권혜수 작가는 2003년 ‘큰어매’, ‘작은어매’로 불리며 평생 함께한 전남 고흥의 두 할머니의 구술에 매료되었다. 작가는 실제 주인공을 만나 인터뷰하고, 남도 방언을 채집하고 지난 20년 동안 수십 번의 퇴고를 거쳐 갯벌 여인들의 야성이 깃든 삶을 밀도 있게 그린 장편소설을 완성했다.

벌교 갯벌, 남도의 ‘엄니’들이 품은 문화와 정서

사철 나는 꼬막이지만 늦가을 찬바람 들고부터 춘삼월까지의 꼬막이라야 최상의 꼬막이다. 뭍은 쉬어도 바다는 한겨울에도 쉼이 없다. 차갑고 거친 파도에 단련된 물고기의 육질이 쫀득하고 맛이 좋듯, 꼬막도 뭍의 못다 한 생명력까지 떠맡은 엄동설한에 제 몸을 지켜낸 놈이 살이 옹골차고 쫄깃하며 향도 진하다. - 17쪽

《옹골차고 쫄깃하고 향기롭게》는 벌교를 무대로 한 작품답게 꼬막 맛 묘사가 돋보인다. 감각적인 제목도 꼬막 맛에서 따왔다. 한겨울에도 쉬지 않는 남도의 바다는 생명의 바다다. 널배를 밀며 꼬막을 캐서 가족을 먹이고, 자식을 길러낸 갯벌 여자의 모성애는 남도의 바다만큼 원초적이고 생명력이 강하다. 그래서 객지에서 고단했던 딸도 친정으로 ‘엄니’를 찾아와 그저 맘 편히 잠만 자고 나면 기운을 되찾는다.

명이가 “엄마 네 시쯤 집에 들어갈 것 같네,” 하면 그때부터 월평댁 마음에는 햇살이 가득해진다. 무얼 먹일까, 갈 때는 무얼 싸 보낼까, 지금 어디쯤 오고 있겠구나, 터미널에 도착했겠다, 마음과 걸음이 냉장고로, 텃밭으로, 부엌으로 종종걸음을 친다. - 174쪽

꼬막뿐만이 아니다. 한 자락 늘이면 쓸쓸한 인생도 한바탕 꿈길 같아지는 남도 소리는 구성지고, 어머니와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손맛으로 요리한 낙지호롱구이, 낙지 팥죽, 짱뚱어탕, 홍어 애국 등 맛깔 나는 남도 음식도 풍성하다.
남도의 언어, 소리, 음식은 이 소설에 곁들인 양념이 아니라 서사의 본 재료로서 남도 특유의 문화와 정서를 그리는 진정한 ‘벌교문학’이 탄생했음을 알린다.

낙지 팥죽 같은 음식은 기억의 음식이다. … 자금실만 해도 대부분의 나이 든 아낙들의 음식 솜씨는 어머니나 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기억의 음식이다. 눈이 기억하고 손이 기억하고 혀가 기억하고 말이 기억하는 음식이다. 지금 월평댁의 손맛을 가장 닮은 건 자식들 중에서도 제일 젊은 명이였다. 월평댁은 명이에게 자신의 손맛을 물려주고 싶다. - 21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