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명화 (김원일의 미술 산문집)

내가 사랑한 명화 (김원일의 미술 산문집)

$16.00
Description
한국 문학의 거장, 소설가 김원일의 그림 읽기
1966년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해 분단 문학의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하며 『마당 깊은 집』 『불의 제전』 『아들의 아버지』 등 유수의 작품들로 한국 문단에 그 이름을 아로새긴 소설가 김원일. 이번에 그가 쓴 미술 산문집 『내가 사랑한 명화―김원일의 미술 산문집』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제목이 말하는바 이 책은 작가가 평생에 걸쳐 사랑해온 그림(또는 조각) 46점이 걸린 마음의 화랑을 순회하며, 그림이 거는 말이나 그 그림에 하고 싶은 말을 문학적 상상력으로 추적하고 그려낸다. 이를 통해 시대와 국가를 초월해 오래 사랑받은 46점의 명화들이 작가의 섬세한 손길을 거쳐 독자들에게 살아 있는 이미지로 새롭게 읽히니, 내성적인 소년 시절에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순정을 간직하고 있다는 작가의 그림에 대한 애정과 해박한 지식, 소설가다운 상상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미술 감상의 길잡이’ 또는 ‘그림 읽기 안내서’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한 장의 그림을 통해 화가의 생애를 보며, 자신의 삶과 문학을 그 이미지에 접목시킨다. 이데올로기를 좇아 가족을 버리고 북으로 떠난 아버지, 홀몸으로 자식들을 키워낸 어머니, 지독한 가난과 두려움으로 점철되었던 성장기, 막내아우의 죽음,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좌절과 가위눌림, 자신의 창작에 영감을 주었던 그림들에 대한 이야기가 책을 통해 펼쳐진다. 이렇듯 이 책에는 한국 근현대사의 질곡과 그로 인한 가족과 개인의 수난의 역사가 있고, 평생토록 그 경험을 문학으로 형상화해온 작가의 치열한 사색과 독특한 체험의 기록이 담겨 있다. 차라리 노老작가의 인생 고백에 가깝다 할 수 있으니, 책 곳곳에 삶의 굴곡과 무거움이 승화된 작가의 인생의 깊이가 여운처럼 남는다.
저자

김원일

경남김해시진영읍에서태어나대구에서성장했으며,1966년부터소설을쓰기시작했다.장편소설『늘푸른소나무』『마당깊은집』『바람과강』등과중단편집『어둠의혼』『도요새에관한명상』『비단길』등이있으며,미술책으로피카소의생애와작품을해설한『김원일의피카소』가있다.
은관문화훈장을수훈했고,국립순천대학교석좌교수로있다.

목차

글쓴이의말―개정판에부쳐

1부예술가의초상
운명을넘어선‘큰바위얼굴’렘브란트의「두개의원이있는자화상」
잠자다일어난듯잠옷차림의소설가로댕의「발자크상」
절망적인공포앞에서의외침뭉크의「절규」
생활에지친남편과욕망에주린아내호퍼의「도시의여름」
존재론적고독,결핍의내면성찰자코메티의「걷는남자」
육신의고통에서유아로환생프리다칼로의「유모와나」
몸의고통,내던져진육체베이컨의「누워있는여자」

2부사랑과열정
무도회풍경을묘사한낙천적인화가르누아르의「물랭드라갈레트」
세상에서가장불행한,어린이의영혼을가졌던현자賢者루소의「사육제의밤」
삶의희망과절망을껴안은예술혼고흐의「씨뿌리는사람」
퇴폐적인,황홀한관능미클림트의「키스」
슬픔에잠긴어머니모습로트레크의「아델백작부인의초상」
서리철의들국화,비극의주인공모딜리아니의「소녀의초상(잔에뷔테른)」
추락할수없는격정적사랑코코슈카의「폭풍우」
주색으로지낸호방한천재화가장승업의「호취도」
이상異狀한천재문학가이상李箱구본웅의「친구의초상」

3부도전과파괴,재창조
낭만주의에반기를든선구적화가쿠르베의「만남(안녕하세요,쿠르베씨)」
낙선작전시회에출품하여명화로남다마네의「풀밭위의점심식사」
움직이는인체를한순간에포착한‘무희의화가’드가의「무대위의무희」
세잔이‘발견’했던산의다른모습세잔의「생트빅투아르산」
파리화단을경악시킨화려한색채마티스의「모자를쓴여인」
천재피카소가창조한큐비즘누드화피카소의「아비뇽의처녀들」
자연을해체하여입체적으로구축브라크의「에스타크육교」
실제변기를조각품으로출품뒤샹의「샘」
상식을전복한초현실주의자마그리트의「피레네의성」
생성의비밀을푸는환영幻影달리의「해변에나타난얼굴과과일그릇의환영」

4부자연,이상향
이발관그림의대중적인기밀레의「이삭줍는여인들」
추억과만난여름밤의바닷가호머의「여름밤」
야생의자연속에불사른열정고갱의「하얀말」
떠나온고향정경,추억속의유대마을샤갈의「나와마을」
파리화단을들썩인일본판화호쿠사이의「가나가와해변의높은파도아래」
해학적인풍속화,장터주막김홍도의「주막」

5부시대와현실
인상주의탄생을예고한기념비적작품벨라스케스의「시녀들(라스메니나스)」
박진감넘치는처형의극적순간고야의「1808년5월3일」
혁명가의죽음을순간적으로포착다비드의「마라의죽음」
유형지에서귀가한혁명가의모습레핀의「아무도기다리지않았다」
삶의벼랑에내몰린처자식콜비츠의「시립구호소」
골조건축과노동의건강성레제의「도시의건설자들」
슬픔을걸러낸따뜻한인간애벤샨의「광부의아내」
당?인민?지도자를그린리얼리티길진섭외3인의「전쟁이끝난강선땅에서」

6부삶의유한성
죄많은세상살이,얼마큼회개하며사나엘그레코의「베드로의눈물」
보라색으로숨죽인아내의죽음모네의「임종을맞은카미유」
그리스도를대신한속죄양화가코린트의「보라이사람을」
모순의생애,모순을극복하다놀데의「최후의만찬」
온유한그리스도모습루오의「성스러운얼굴」
고독에단련된의지의표상권진규의「자소상」

글을마치며
수록작가소개

출판사 서평

한장의그림과만나는우리시대의삶과인생
한때의붐으로미술관기행기나그림읽기에대한책이무수히쏟아졌다.2000년소설가김원일은소설가가처음쓴미술산문집인『그림속나의인생』(열림원)을펴낸바있고,쇄를거듭하며당시독자들에게많은사랑을받았다.이책은『그림속나의인생』의개정판으로,20여년만에새로운구성과판형,디자인으로독자들에게또다시선보이게되었다.새로운글을추가하되기존글몇편은삭제하였고,오랜투병생활에도불구하고작가가새롭게글을다듬어펴냈다.
“그림이란일절선입관없이그림자체로만감상해야한다는원칙론에도불구하고,감상자들은그그림에뒤따르는에피소드와그림속에담긴이야기에귀기울여작품을해석하려한다.소설쓰기가생업인나역시한장의그림을볼때,그속에담긴이야기를따라가며화가의당시삶을엿보려는습성이있다”라는작가의고백처럼,그는한장의그림을통해화가의부단한생애와그그림이탄생하게된배경을흥미진진하게펼쳐보인다.비록미술에문외한이더라도친근감을느낄수있으며,문학적언어로형상화된총마흔여섯편의글을통해독자들은소설을읽듯다양한인생사를경험할수있다.
무엇보다이책에서흥미로운점은그의굴곡진인생사가화가의생애와그작품에자연스럽게오버랩되고,글마디마다한국근현대사의흔적이곳곳에녹아있다는점이다.이를통해문학이그러하듯그림또한그림으로만존재하기보다시대와역사의환희와비극,그얼룩진굴곡과긴밀히맞물려있음을우리는이책에서새삼확인할수있다.

“밀레에대한친근감은파리오르세미술관에서「이삭줍는여인들」을마주했을때,옛집벽에걸렸던그그림과어린시절의아픈기억을떠올려주었다.선잠깬내가놀랐듯,오밤중에집으로숨어든아버지를체포하러순경들이구둣발째방문을벌컥열어젖혔을때그림속의여인네들도겁먹어놀랐을것이다.”(밀레의「이삭줍는여인들」에서)

“유배지수용소에서형기를마치고몇년만에소식도없이돌연귀가한사내와이를맞는가족의표정을순간적으로잡은,팽팽한긴장감이넘치는화면이다.나는레핀의그그림에서섬광처럼뇌리를스쳐가는아버지의젊은모습을보았다.유엔군과국군의인천상륙작전으로수도서울이탈환되기직전,구로지역방어선후방부책임자로마지막까지서울에잔류하다월북한뒤유격6지대간부로다시남하,1952년3월까지태백산?일원산일대에서유격투쟁을벌였다는아버지모습의상상이었다.전쟁이끝난뒤우리가족은당신을재상봉하는기쁨보다,당신이가족앞에나타날까봐오히려두려워했다.”(레핀의「아무도기다리지않았다」에서)

이책의구성
“인간은충족되지않는욕망을가진존재다.충족되지않는욕망을가지고있다는것은늘결핍되어있음을뜻한다.인간의의식은그결핍을채우기위해늘무언가를갈망한다.”장-폴사르트르

이책은전체6부로구성되어있다.1부「예술가의초상」에서는렘브란트의「두개의원이있는자화상」을시작으로로댕,뭉크,호퍼,자코메티,프리다칼로,베이컨의작품을소개한다.자기성찰,예술혼의자만심과오기,열정등예술가의초상이라일컬을수있는여러모습을담고있는글들이다.2부「사랑과열정」은르누아르의「물랭드라갈레트」를비롯해앙리루소,고흐,클림트,로트레크,코코슈카등의작품을소개한다.“삶이란고해”이나사랑혹은열정이있기에예술이존재하고삶은또반짝임을이야기하는글들이다.3부「도전과파괴,재창조」는쿠르베의「만남(안녕하세요,쿠르베씨)」,피카소의「아비뇽의처녀들」을비롯해마네,드가,세잔,마티스,뒤샹등전통과관습을뛰어넘고상식을파괴하여새로운예술장르를창조해낸작품들을소개하고있다.4부「자연,이상향」은우리에게친근한밀레의「이삭줍는여인들」을비롯하여윈즐로호머,고갱,샤갈등을통해인간이돌아가고싶은,혹은지향하는자연,고향,이상향을소재로한작품들을소개한다.5부「시대와현실」은고야의「1808년5월3일」과콜비츠의「시립구호소」,벤샨의「광부의아내」등험난한삶의파고와역사의격동기를표현한작품들을소개한다.마지막으로6부「삶의유한성」은엘그레코의「베드로의눈물」,모네의「임종을맞은카미유」등을소개하며,유한한인간의삶과슬픔,그렇기에인간이희구하는종교성에대해다루고있다.
한편「예술가의초상」에서부터「삶의유한성」에까지이르는책의구성은소설가김원일의기나긴삶의이력에다름아니다.등단52년째를맞은작가로서힘겨운투병생활에도불구하고오래일구어온삶과문학,예술에대한그의한결같은자세와투혼그리고뜨거운열정은여기소개한화가들의생애및예술혼과닮아있으니,이책은그자체로김원일이라는하나의예술가의초상,즉자화상인셈이다.

[책속으로추가]

“삶이란고해苦海다”라는말이있지만,살아온생을돌아볼때우울과슬픔의긴여로를거쳐올동안때때로즐거웠던한시절한순간이떠오르기마련이다.평생을평범하게살다고희를맞은노인에게생애가장기뻤던적을묻자,첫직장에첫출근하던날,첫아이를보았을때,그아이를성례시키던날이란말을들은적이있다.봄날의낮꿈같은그런추억을간직하고있기에사람들은힘든삶을견뎌낸다.그림속의소년도세월이흘러성년이된뒤객지로나와살다,몸이편찮다는고향에서온어머니의편지나힘없는전화목소리를들을때,어느해달빛이좋던여름밤어머니와바닷가에서추었던춤을떠올릴것이다.그시절만해도어머니는가족의튼튼한울타리로서창무처럼튼튼했고젊음의활기로넘쳤다.(호머의「여름밤」,161쪽)

「시립구호소」는웅크린채잠든두자식과함께시름에차눈을감고있는어머니의모습을담은스케치이다.얼굴을마주대한어머니와자식의절절한표정을보라.고단한잠에빠진앙증맞은모습의어린딸과엄마품을파고든젖먹이,그자식들을어떻게굶기지않고살려낼까근심하다잠시잠에빠진어머니의광대뼈불거진초췌한얼굴은더살아갈기력을잃어버린절망적인한순간이다.
“피란내려와얼마나살기힘들었던지너거들과비상이라도먹고죽을라꼬앙심을품은적이한두번이아니었다.저젖먹이어린것이(막내아우)이틀동안피죽도몬묵어울힘도없이늘어져누웠을때,증말저자슥과함께죽자꼬어판장에나온복쟁이(복)를한참이나들이다봤니라.돈만있었다모그놈을사와서우리식구가끓이묵었을끼다……”「시립구호소」를보면,언젠가어머니가울먹이며들려주던말이귓가를울린다.(콜비츠의「시립구호소」,207~208쪽)

「임종을맞은카미유」에는젊은날의동반자로서고락을함께해온아내를잃은모네의슬픔이절절하게배어있다.안개같은검푸른색속에감싸인채,죽음의순간을맞는카미유의얼굴이애처롭다.그가젊은날부터탐구했던빛의분광,그현란한색채의아름다움마저아내의죽음앞에선숨을죽였다.오른쪽에서들어오는엷은잔광이카미유의얼굴윤곽을살려내고,그주위로마치그녀가당하고있는죽음의고통을표현하듯검푸른색을비질하듯거칠게표현했다.
아내가죽음을맞는비통한순간에도,모네는직업적으로죽음주위에머물며순간순간변해가는색채를보았다.뒷날벌판의노적가리와루앙의대성당과영국국회의사당의연작속에아침?낮?저녁,기후조건에따라대상(사물)이변하는빛의분광을보았던것처럼말이다.그러나다른한편,아내의죽음을보는순간결코놓쳐서는안될사랑하는사람을곧잃게된다는,자신의내면에서도점차빛이꺼져가는절망을,그러한자신의심리적변화까지화가는본능적으로추적하고있었던게아닐까.(모네의「임종을맞은카미유」,236~23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