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 - 문학과지성 시인선 567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 - 문학과지성 시인선 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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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엄마, 이 시집은 읽지 마, 다 모래야”

우리 안의 빈 곳을 응시하게 하는 시인 김혜순,
비탄을 증언하며 망각의 사막을 가로지르는
끝없이 뜨거운 모래의 시
지배적 언어에 맞서는 몸의 언어로 한국 현대시의 미학을 갱신해온 ‘시인들의 시인’, 김혜순의 열네번째 시집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전작 『날개 환상통』(2019) 이후 3년 만의 시집이다. 시를 발표하기 시작한 1979년 이래 40년 넘는 시간 동안 김혜순은 항상 ‘제도화된 역사들과 가장 먼저 작별하는 시적 신체의 최전선’(이광호)에 서 있었다. 김혜순의 시집은 단순히 한 시인의 저작을 넘어 각 시기 한국 현대시의 가장 첨예한 지점을 이어낸 별자리, 시적 실험의 아카이브와 같다. 시인은 ‘여성의 존재 방식에 대한 끊임없는 사유’를 멈추지 않으며 ‘고유한 시적 성취’를 이루어왔다(삼성호암상 예술상 심사평). 또한 ‘여성의 몸에 실재하는 감정과 정체성에 충실하면서, 다정함과 격분이 공존하는 목소리로 악몽과 어둠을 관통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적 황홀을 열어 보이며’(스웨덴 시카다상 심사평) 또렷한 국제적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에서 김혜순은 세상의 죽음을 탄식한다. 1부는 시인의 ‘엄마’가 아플 때와 돌아가신 후에 죽음을 맴돌며 적은 비탄의 시들이다. 2부에는 코로나19라는 전 인류적 재난을 맞이한 시대적 절망이, 3부에는 죽음의 바깥에서 텅 빈 사막을 헤맨 기록이 담겼다. 시인은 사적으로 경험한 병과 죽음을 투과하여 세상의 죽음을, 그 낱낱의 죽음에 숨겨진 비탄 하나하나를 바라본다. 비탄의 연대를 도모하면서 모래처럼 부서진 생명의 조각들이 죽음 그 자체인 망각의 사막에서 무얼 하고 있는지 온 힘을 다해 지켜본다. 그렇게 죽음이란 ‘삶 속에서 무한히 겪어나가야 하며 무한히 물리쳐야 하는 것, 살면서 앓는 것’임을 김혜순의 시를 통해 우리는 마침내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저자

김혜순

대상을주관적으로비틀어만든기괴한이미지들과속도감있는언어감각으로자신의독특한세계를구축해온김혜순이시를통해끈질기게말하는것은죽음에둘러싸인우리삶의뜻없음,지옥에갇힌느낌이다.그죽음은생물학적개체의종말로서의현상적,실재적죽음이아니라,삶의내면에커다란구멍으로들어앉은관념적,선험적죽음이다.그의세번째시집제목이『어느별의지옥』인것도우연은아니다.『어느별...

목차

시인의말

1부지구가죽으면
춤이란춤
엄마on엄마off
모음의이중생활
죽으면미치게되는건가
아파의가계
흑마의검은얼굴
더러운흼
체세포복제배아
엄마가내귓속에서기침을하는엄마
백설할머니특공대
잊힌비행기
인생의마지막필수항목세가지
미지근한입안에서
먼동이튼다
검은피아노의사공
저봄잡아라
냉장고호텔
흰머리새타니
꼬꼬닭아우지마라
우리아기잠을깰라
멍멍개야우지마라
우리아기잠을깰라
빈집의아보카도
엄마란무엇인가
죽음의베이비파우더
취한물고기
민들레의흰머리칼
목젖과클리토리스
죽음의고아
거울이없으면감옥이아니지
죽음의유모
피카딜리서커스
천마리의학이날아올라
엄마는나의프랑켄슈타인
불면의망원경
나는엄마의개명소식을들었다

2부봉쇄
셧다운
죽은사람들이제일싫어하는꽃
eroticzerotic
고니
종鐘속에서

3부달은누굴돌지?
형용사의영지
시인의장소
내세의마이크
결코후회하지않고사과하지않는육체를가진여자와
너무조용해서위로조차할수없는육체를가진여자와
주파수가다른곳으로떠난여자의기원막대나선공명
포츠다머플라츠
서울식우주
다쉬테도서관
지구가죽으면달은누굴돌지?
우주엄마와우리엄마
Yellowsand
Blackletter
Whitebooks
*모래인
*시작
*국가
*피플
*무한한포옹
*언어
*눈동자
*몸과몸
*경전
*모래증후군
*신기루
*별의것
*결국
암탉의소화기관
사막의숙주
모래능

오아시스
사하라오로라
아지랑이의털
종속과목강문계역
새는왜죽은사람을떠올리게할까?
모래세안
모래화장
호스피스정문에과일이왔어요과일소리치는트럭이도착하면
모래의머리카락
진저리치는해변
눈물의해변
불면증이라는알몸
지하철쇠의자에온기를남기고일어설때,나는왜부끄럽지?

해설
모래바람-박준상

출판사 서평

이시집에서엄마는사라져도죽지않고죽어도사라지지않는다.고아가된여자들은서로의엄마가되고딸이되어돌고돈다.시집을읽다가나는몇번이나엄마에게전화를걸었다.강성은(시인)

김혜순시인만큼죽음을잘발음하는시인은없다고오래도록생각해왔다.죽음을말할수록삶이선명해지고,아픔을호소하는데세계는이상하게가벼워진다.이시집을통해우리는우리안의텅빈곳을비로소응시하게될것이다.황인찬(시인)

이시집은없는엄마를불러내는모음의진동으로가득하다.페이지마다이제는볼수없는나의엄마가겹쳐져얼굴을파묻고울고말았다.이제니(시인)

사구가끝없이펼쳐진거대한모래벌판에지구만큼커다란흰새가앉았어요.새가날개를한번펄럭이자거대한모래폭풍이불었죠.시집에귀를대고있으면알수있어요.지금돌고있는것이무엇인지.백은선(시인)

-

책속에서

눈물은전염성이강해서달사막의오목렌즈들아래
저마다하나씩조그만호수가나타난다.

여전히우주미아둘이조그만얼음덩이같은집을가슴에품고

모래위에엎드린
지구의마지막여자에게서시선을떼지않고
이생의깊은곳에서쳐다보고있다.

계세요?
계세요?
문상하러왔어요.
연속해서울리는초인종소리에도우리는문을열지않고있다.
죽은이들과소꿉놀이에빠져서.

(나는갑자기내딸에게딸처럼굴고싶은걸참고있다.)

---「지구가죽으면달은누굴돌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