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눈물은 발원하여 - 문학과지성 시인선 574

어디선가 눈물은 발원하여 - 문학과지성 시인선 574

$12.00
Description
자연, 사람, 예술, 사회……
어디서든 시심은 발원하고

한국 현대 시사에 한 획을 그으며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온 시인, 정현종의 열한번째 시집 『어디선가 눈물은 발원하여』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전작 『그림자에 불타다』 이후 7년 만에 내놓는 반가운 시집이다. 1965년 『현대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등단 60주년을 몇 해 앞두고 있는 정현종은 여전히 “지칠 줄 모르는 창조의 에너지”(문학평론가 이광호)를 발산하며 자연과 사람, 예술과 사회를 시심으로 아우른다.
이번 시집에 실린 65편의 시는 가볍고 산뜻한 언어를 통해 독자들을 깊이 있는 정현종의 시 세계로 안내한다. 이 세상 모든 것은 시인의 시선을 통해 깃털 같은 문장으로 가뿐하게 다시 태어나고, 그의 “깃-언어”로 촘촘하게 짜인 시적 날개는 “우리를 가볍게 하고 우리를 들어 올리고 우리를 상승시킨다”.
뒷부분에 함께 엮인 시인의 산문은 시집에 풍성함을 더한다. 산문 「시를 찾아서」는 시인이 ‘스튜디오 바이블’에서 진행한 온라인 강연의 내용을 일부 정리한 것으로, 시에 대한 그의 생각을 확인해볼 수 있는 글이다. “시가 이 세상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우리 인생살이에 무슨 쓸모가 있는지”에 대해 차근히 이야기하는 시인의 목소리는 시를 읽고 쓰는 일의 즐거움을 일깨워준다.

마악 동이 트는 순간, 마악 초록이 어둠 속에서 떠오르는 순간 거기 있어야 하지요. 그것은 문자 그대로 천지창조입니다. 까마득한 옛날에 있었다는 천지창조를 오늘 여기 숲에서 경험하는 것이지요.
-「시를 찾아서」 부분

시인이 말하고 있듯 “세계가 새로 태어난다는 느낌, 천지가 마악 창조되고 있다는 느낌”을 체험하는 것은 참으로 가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도시에서 사는 사람이 동이 트는 순간 숲속에 있기란 쉬운 일이 아”니므로, 대신 그 찬란한 푸르름을 닮은 정현종의 시를 읽는다. “여명의 빛이 만물을 드러내 보여주듯이” 시인의 “빛-언어”가 몸과 마음을 환히 밝혀줄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

정현종

물질화된사회속에서매몰되어가는인간의순수한영혼에대해노래하며,아픈사람의외로움을따뜻하게위로하는시인.

1939년12월17일서울시용산구에서3남1녀중셋째로태어났다.3세때아버지의근무지를따라경기도고양군신도면으로이사가서청소년기를이곳에서보냈다.중/고등학교시절부터문학과음악/발레/철학등에심취하였다.1959년연세대학교철학과에입학하였으며,재학시절...

목차

시인의말

잃어버린시
살구나무에대한경배
시간은간다
녹아들다
세상의구석들
포옹
아침놀
서운함때문에
이른봄
타이밍
공터
한씨앗
단어들
얼마나좋은가
배우를기리는노래
몽로夢路주점
무를불태워
미켈란젤로
숨고르기
그리운시장기
그리하여그리움속에
그림자를남겨놓고
잔설?雪을밟았는데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
어디로한없이
강풍이불면
산책
벌써삼월이고
천지를다기울여매화가
나날이생생한몸을
고요는씨앗이니
이제시간을벗어났으니
고독
너슬픔이여
어쩌자고
개구리들의합창이여
공부
마음의과잉을어쩔줄모르겠네
걸음걸음마다슬픔이
무슨말씀
단어들,세상의낙원
널리널리
봄노래
십이월
태풍속을걸으면
있기도전에사라지는구나

가없는마음
그가울까봐걱정이다
나세상떠날때
열심히
꽃한송이보내며
그런있음에서저런부드러움이흘러나온다
꿈결과같이
어디선가눈물은발원하여
극히굉장히
시간의위엄
봄날
마음꽃피리니
항심일가恒心一家
오디오천사
마음이꽃밭이니
극진한마음
철학의맑은얼굴
놀다

산문
시를찾아서

출판사 서평

“제어할길없는본능적생기”로
세상을흠뻑감각하기

지성은탁월하게
덕성은원만하게
감성은아름답게
감각은생생하게
항상그렇도록하면
희망은저절로샘솟고
의욕은저절로넘치며
사랑에도저절로물들터이니,
나날이맑은정신
나날이뜨거운가슴
나날이생생한몸을
어쩌지못하리
샘과꽃과하늘에기대어
노래하는수밖에는.
―「나날이생생한몸을」전문

정현종은그야말로‘감각하는’시인이다.생동하는자연을흠씬탐미하고(「개구리들의합창이여」「마음의과잉을어쩔줄모르겠네」),고아한예술작품에한껏탄복하며(「가없는마음」「그런있음에서저런부드러움이흘러나온다」),아끼는사람들로부터얻는기쁨을담뿍표현한다(「항심일가恒心一家」「오디오천사」「마음이꽃밭이니」「극진한마음」「철학의맑은얼굴」).세상구석구석에깃들어있는생명력을벅차도록느끼고,생기가“몸과마음에감돌고살과피에흘러”넘치니,시인은노래하지않을수없다.그리하여시인은맑은눈과싱그러운가슴으로지은노래를소리높여부른다.그의시를읽고나면새삼스럽게‘살아있는’기분이드는까닭이여기에있다.

울어서싹틔우고껴안아서꽃피운
아름답고쾌적한정현종의정원

남을창조하기위해
나는있느니.
남이곧나,
남을잘살아야
내가잘사는것.
내가곧만인이니
만인의목소리
만인의그림자에
울고웃는사람!
―「배우를기리는노래」부분

정현종의감각중가장예민하게발동하는것은바로통각이다.“녹아들지않으면그럴듯하지않고즐겁지도않”(「녹아들다」)으므로,그는마치남을녹여내는배우처럼타인의삶을살며그아픔과비참마저충실하게감각한다.“하루가멀다하고눈물은어디선가발원하여강을이루”(「어디선가눈물은발원하여」)는이터전에서기꺼이함께울고,삼월하순의매화두송이처럼“천지를다기울여”(「천지를다기울여매화가」)전언한다.
온갖슬픔에울어본시인에게이세상은애틋할수밖에없다.시인은언어와노래로세상을껴안고,그의“포옹속에서”(「포옹」)모든것은싹트며지구는꽃핀다.이렇게생겨난시의정원은“그무슨말무더기무슨이름그무슨기념관같은거”(「나세상떠날때」)대신따사로운태양과그것이뿜어내는“눈부신날빛”(「봄날」)으로가득하다.“거기앉아있고싶을만큼아름”답고“거기서쉬고싶을만큼쾌적”(「세상의구석들」)하도록정성껏가꿔진정현종의정원을어떻게사랑하지않을수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