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랑내가갖고싶은단어”
지워지고또지워져도하고싶은말
엄마가내집에와서말했다
이머리카락은길어서네것같지않구나
당연한말이었다아무리잡아당겨도내머리카락은저렇게길어질수없다
이머리카락도길어서네것같지않은데
너무길어아까그것같지도않구나
[……]
그래서사랑에관해조언하자면
거실소파밑을들추지말자
거기아직기억하는무엇인가있다
-「아직자란다」부분
엄마가찾아온‘나’의집에는서로다른길이의머리카락이떨어져있다.그것이내집에다녀간타인의것인지,혼자자라난머리카락인지알수없다.“거실소파밑”이가장가깝지만좀처럼살펴보지않게되는공간이란점을염두에둘때,“나도모르는”사이에“불현듯나타”나는머리카락은가까운곳에있기에더종잡을수없는,손에쥐려고해도잡히지않는‘비밀’같은것이다.
숲으로가는길은좁고선명했는데친구는그길을비밀이라고불렀다친구의머리위로형상이어렴풋이피어났다
소외감이라고
발음해보았다친구가지워졌다
-「영원」부분
‘나’와함께비밀의숲으로향하던친구가어느덧지워진다.친구가사라진자리에서‘나’는친구의“가방을둘러메고다시걷는다”.비밀에대한정보를누설한순간없어지는친구는다른시에도등장한다(“슬픔을만드는공장에서비밀을만들거야/얼굴을지우며친구가말했다”,「열매와노래」).그러나이시의뒷부분에서“사라지기싫어서”“입을닫”은‘나’는되려“부서져버”린다.존재하기위해말할수밖에없는시인의숙명이다.
비밀을탐구할수록자꾸만지워지는존재에대한의문은그것을구분하는것이의미없다는깨달음,“지우는사람이었니그리는사람이었니”(「빛이오는건빛의일」)하는자문에이르러비로소해소된다.이우성이탄생시킨‘나’들의감각은수시로변하고,그렇기에스스로의의식을끊임없이회의한다.‘나’는이렇듯스스로를세계에서소외시키는방식으로,자기부정을통해자신을긍정하는방식으로존재한다.
“가자궁금한것들을모으러”
끈질기게‘나-너’를탐구하는시
빛이흩어지고있다잡으려고손을대니투명해진다
눈이부신건슬픈것이아니다
-「소멸을이해하는항해」부분
이번시집에는“구름”“빛”“새”“양떼”와같은자연물이자주언급된다.이들은분명존재하지만쉽사리잡히지않는다는공통점을갖는다.기록의주체와객체모두점멸한다는점에서현실을살아간다는것은“소멸을이해하는항해”와같다.
이우성시에서마주하게되는‘나’의이러한속성은이시대의수많은청년을떠올리게한다.취업준비생이나비정규직노동자처럼“타인의기준을제삶의것으로취해살아가는”“현재를담보로잡힌채망연히흘러가는인생”(문학평론가김나영)을연상시킨다.비단청년들뿐일까.지난10년사이한국사회가답보해온혐오와불신의경험은공동체로부터고립된개인을양산해왔다.
이같은압박에도불구하고그는오래도록끈질기게‘나’에대해말한다(“머릿속에떠오르는이우성을지웠다이우성을지우자다른이우성이떠오른다지겨운놈”,「부끄러워서그래」),앞으로도역시계속해서‘나’에대해말할것같다(“다음엔나는,으로시작하는시를써야지”,「날개와시」).그가알고자하는대상,가닿고자하는슬픔은‘나’에서‘너’로,다시‘우리’로움직인다.이제그와함께떠날차례이다.“가자궁금한것들을모으러”(「무덤과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