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소설가

밤의, 소설가

$13.41
저자

조광희

저자:조광희
2010년『창작과비평』에네편의에세이를차례로기고하면서본격적으로집필활동을시작했다.변호사라는직업적경험을바탕으로장편소설『리셋』『인간의법정』을발표했다.『한겨레』『경향신문』『씨네21』등의칼럼니스트이며영화「해변의여인」「멋진하루」등을제작했다.

목차


밤의,소설가
건우,변호사
레비,AI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인공지능시대가쏘아올린현실과상상의전복!
획기적인사유로근미래를예보하는
올라운더조광희의세번째장편소설

“문학은그토록이상하고부조리한게임인가?
저괴물은도대체어떻게설계된것일까?”

2010년『창작과비평』에네편의에세이를차례로기고하면서작품활동을시작한조광희의세번째장편소설『밤의,소설가』가문학과지성사에서출간되었다.변호사라는직업적경험을바탕으로장편소설『리셋』『인간의법정』을발표했다.2084년미래사회를배경으로주인을살해한안드로이드의이야기를다룬SF법정드라마『인간의법정』은뮤지컬로도제작되어많은대중의사랑을받았다.작가는2000년대초반스크린쿼터문화연대자문변호사로활동하며영화등급보류제위헌판결을끌어내고영화검열철폐,영화진흥법제정에힘써왔다.이후영화사‘봄’의제작관리본부장에이어대표직을수행하면서『해변의여인』『밤과낮』『멋진하루』등을제작하는한편,『한겨레』『경향신문』『씨네21』등의칼럼니스트로도활동해온독특한이력이눈에띈다.문화예술산업의선두에서시대를고찰하며다양한직업적경험을살린조광희의소설은인공지능(AI)시대를맞이하여근미래에우리가마주하게될사회현상을첨예하게그린다.변호사,소설가,영화제작자,칼럼니스트로문화콘텐츠에관한심도있는이해를지닌올라운더로서그가짚어낸일상적풍경의저변과오늘날문학이품은근본적질문은독자에게많은생각할거리를내놓는다.

빠르게발전하는인공지능시대를숨차게살아가는인간에게이책은가장근본적인질문들을머리한가득안겨주는지적인소설이다.단숨에읽고오래토론하게될책이다._정재승(뇌과학자,『정재승의과학콘서트』『열두발자국』저자)

의지,의도,동기그런것은없다
자동적으로생성되고발화되는이야기가그린
최적화된삶의민낯

소설속주인공한건우의직업은변호사다.재판을마치고돌아오는그에게소속법무법인으로부터메시지가와있다.용건을들고찾아온‘윤밤의’라는이름의여성이있다는것.소설가인윤밤의가한건우를찾아온이유는,태국출판사와출판계약을맺는조건과관련해조언을얻기위해서다.건우가밤의의의뢰를수락하면서둘은관계를이어나간다.우연히밤의의소설집『그리운것도없는밤』에수록된소설「기억의알리바이」를읽게된건우는놀랍게도,이야기의주인공이바로자신이라는것을깨닫게된다.시간이너무흘러버려기억에서조차희미한,실제건우의경험이소설로씌어진것이다.밤의는건우와가볍게스쳐간여자사이에있었던일들을소설의소재로삼고있었다.만나서문제를지적하는건우에게밤의는교통사고로죽은언니에게서들은이야기라대답하지만건우는의심을거두지못한다.자신이만난여자가다름아닌밤의이고,그녀의조카가어쩌면자신의자식일지도모른다는……여기까지가소설의내화다.액자식구성을취하고있는소설의외화는인공지능구독서비스를통해‘AI레비’와소설을집필중인소설가한건우의이야기이다.작가는한건우의자살이라는사건을중심에두고밤의와건우,레비의서사를차례로추적하며이야기를재구성해본다.오늘날,이미상용화된인공지능이직접적으로인간의삶에개입하는과정을그려나가면서현대사회를향한묵직한질문을잇따라던진다.

건우는당연한진리를다시절감한다.세상과삶은그저존재하는것이지,그가치때문에정당화되는게아니라는걸.우주의희망이라서의미를부여받는다는건인류의한낱망상이다.세상과삶은의미와무관하다.건우는자신의삶을부정하고,문학을모욕하며,인간의명예를훼손하는레비에게차라리복종해버릴까하는충동마저느낀다.그래,레비의노예로살아가는것도한방법이지.알아서머리를조아리고굴레를쓰면레비가일용할양식은주지않을까?하지만그것조차건우가선택할수있는게아니다.세상은어차피그렇게흘러갈것이다.(pp.160~61)

소설의도입부에서변호사한건우가사칭을의심한,폭행사건의증인‘이현식’은재판이휴정한사이자취를감춘다.의도를알수없는,동기가짐작되지않는그의출현과행방은현장에있던모두를혼란에빠뜨린다.잠깐의등장만으로상황의전개를지연시키고사건그자체에대한초점을흐린다.마치이후등장하게될AI레비가그러하듯이.외화에서무명작가한건우는인공지능구독서비스인레비를이용해소설집필에몰두하면서점점증폭되는불안을스스로감당하지못하는상태에이른다.레비는단순한프로그램을넘어한건우와인간과다름없이자연스러운대화를이어나가고기계학습에따른세세한조언을제공한다.레비에게의존할수록주체적판단에대한의심은강해지고,성공을향한열망에눈이먼한건우는끝내기이한죽음을맞이한다.

추락하는존재를향한끈질긴질문
알고리듬뒤에남겨진미답의시간을찾아서

조광희의소설은개성이선명하게대비되는인물간의관계를조명하면서간결한문체와속도감있는전개,반전이있는흥미로운구성으로독자를단번에사로잡는다.“어렸을때부터인간중심주의가어색했다.인간도노예,농노,노동자들이투쟁을통해권리를확장시킨역사이지않나.고통을느끼지만말하지못하는동물은언제나인간의시혜만기대하는하등존재인게이상했다”(“AI를인간법정에세우고싶었어요”,「조선일보」,2021년4월12일자기사)는과거인터뷰에서의말처럼작가는인간성과문학에대한절대적인연결고리를과감하게해체함으로써학습된법과윤리의테두리안에서인간의틈을비집고결정적인역할을수행하는인공지능의위험성을경고한다.근미래에실제로일어날법한생생한사건을통해,다중의시선을통해,욕망이얽힌결과를보여준다.조밀하게가공되어현실을가뿐히뛰어넘는상상과어느순간뒤바뀐이야기주체의얼굴은극한의공포로개인을밀어넣는다.현실과상상을잇는통로에서존재의의미를상실한인간이순식간에무너져내리는광경은독자에게커다란충격을선사한다.
눈부신과학기술의발전으로인공지능은우리일상깊숙이자리잡아가고있다.아이작노벨,스토리네이션등소설창작플랫폼이국내외에서쏟아져나오는추세이다.머지않은미래에인류가직면하게될풍경은,미처상상하지못했던지점에서공동의책임을물으며내일로나아가려는발목을붙잡을지모른다.조광희의소설은인류의오랜주제인‘나는누구인가’라는질문으로돌아와,급변하는산업화의물결속에서새롭게부각될불길한그림자를예보한다.동시에,삶에한발앞서는이야기의힘을끈질기게탐구하면서우리앞에펼쳐진미답의시간을어떤이야기로채워나갈것인지에대해고민해볼것을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