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원 - 을유세계문학전집 125 (양장)

점원 - 을유세계문학전집 125 (양장)

$15.00
Description
20세기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유대 문학의 르네상스를 이끈 거장 버나드 맬러머드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점원』이 을유세계문학전집 125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특히 이번 작품은 을유문화사에서 1979년부터 1984년까지 간행했던 해외 걸작선에 포함된 작품을 재발굴해 새롭게 번역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
20세기 미국 문학을 이끈 거장
버나드 맬러머드의 대표작

버나드 맬러머드는 근현대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자 유대 문학의 르네상스를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점원』은 이런 그의 문학 세계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맬러머드는 “모두가 유대인입니다. 비록 그걸 아는 사람은 드물지만”이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유대인 작가로 불리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그의 다른 작품을 봐도 이러한 성향은 잘 나타나 있다. 첫 소설이자 가장 미국적인 운동이라고 할 수 있는 야구가 주요 소재로 사용되는 『내추럴』에서는 특별히 눈에 띄는 유대인이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작품에서 백인 주인공인 로이 홉스는 기독교의 성배 신화를 떠올리게 하는 여정을 경험한다. 이외에도 유대교를 믿지 않거나 유대 관습을 따르지 않는 인물이 여러 작품에 등장한다. 『점원』에서도 주인공인 모리스는 유대인이지만 또 다른 주요 인물인 프랭크는 이탈리아인이다.
이처럼 특정 집단을 대표하는 작가로서 평가받기를 거부했던 버나드 맬러머드가 유독 모두를 유대인으로 지칭했다는 점은 일견 모순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가 말한 유대인이란 인종적 의미가 아니라 은유적 표현이며, 보편적이고 윤리적인 기준에서 정의하는 유대인의 경험을 뜻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제2차 세계 대전 동안 자행된 유대인의 홀로코스트는 특정한 민족을 향한 폭력이 아니라 인류에 대한 범죄였고, 이로 인해 보편성을 지니게 된 것이다. 버나드 맬러머드의 대표작인 『점원』은 이러한 윤리의 보편성에 관한 의문에서 출발한 걸작이다.
특히 이 소설은 1979년부터 간행되었던 을유문화사의 해외 걸작선에 포함되어 있던 작품을 재발굴해 새로운 번역으로 다시 선보였다는 데 의의가 깊다. 이는 고전 중에서 재조명해야 할 우리 시대의 작품을 엄선해 새롭게 선보인다는 을유세계문학전집의 기획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윤리적 보편성이란 철학적인 주제를
섬세하게 표현해 낸 걸작

『점원』은 등장인물의 수가 적고 공간도 비교적 제한되어 있어 스케일이 작은 편에 속하지만 인물들의 내면과 이해관계가 그물망처럼 얽혀 독자를 사로잡는다. 혼자서는 좀처럼 변화할 수 없는 개인이 다른 종류의 결점을 가진 타인과 퍼즐 조각처럼 맞물리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으며 맬러머드의 작품 가운데 심리 묘사가 가장 잘 이루어진 소설로 꼽히기도 한다. 특히 이 작품은 윤리의 보편성이라는 철학적 주제를 다루면서도 소시민을 등장시켜 우리가 겪을 수 있을 일상의 일부로서 풀어낸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모리스는 윤리적 기준에서 보자면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없다. 그의 윤리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지만 그렇다고 굳이 그 기준에 따라 삶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그의 아내는 윤리적이기에 모리스가 피해를 보고 건강을 해친다고 불평한다. 딸인 헬렌은 아버지를 존경하고 사랑하지만 그처럼 살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이웃이나 손님도 마찬가지다. 모리스와 여러모로 대척점에 서 있는 카프는 주인공의 윤리적 삶을 존중하면서도 때때로 비웃는다. 종종 방문하는 브라이바트 같은 판매상은 별다른 감흥 없이 모리스와 관계를 이어 간다. 그 외 다른 인물들도 대부분 그를 선한 사람으로 생각하지만 모리스의 생활 방식을 따르지는 않는다.
모리스의 윤리적 면모에 감응하는 단 한 사람이 바로 복면을 쓰고 그의 가게를 털었지만 죄책감과 경제적 이유로 모리스의 식료품점에 머물게 된 점원인 프랭크 알파인이다. 프랭크가 보기에 모리스의 삶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이를 통해 모리스와 프랭크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타자인 서로를 향해 열려 있는 윤리적 관계로 발전한다. 버나드 맬러머드는 유대인인 모리스와 비유대인인 프랭크를 통해 윤리의 보편성을 다루면서 두 인물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해 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보여 준다. 이를 통해 『점원』은 특정 시대와 사회를 뛰어넘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철학적 주제를 문학적으로 그려 낸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줄거리]
허름한 거리에서 작은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모리스는 자신의 불운을 한탄하면서도 묵묵히 가게를 지켜 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강도가 모리스를 때려눕히고 돈을 훔치는 사건이 일어난다. 의사의 만류에도 꿋꿋이 다시 가게를 연 모리스에게 직업을 찾아 전전하던 프랭크가 찾아오는데…….
저자

버나드맬러머드

제2차세계대전이후‘유대문학의르네상스’를이끌며20세기를대표하는미국의현대작가가운데한명으로평가받는버나드맬러머드는1914년뉴욕의브루클린에서러시아계유대인이민자인맥스맬러머드와버사맬러머드사이에서태어났다.뉴욕시립대학교를졸업한뒤콜럼비아대학교에서토머스하디에대한논문으로석사학위를취득한맬러머드는1952년첫번째소설인『내추럴(TheNatural)』을출간했다.이작품은1984년에영화화되기도했다.이후소설집『마술통(TheMagicBarrel)』을발표했으며,1966년『수선공(TheFixer)』으로전미도서상과퓰리처상을수상했다.여러작품을선보이며왕성한활동을보이던맬러머드는1986년3월18일에작고했다.

주요작품으로는자전적인소설인『새로운인생(ANewLife)』,『최고의백치(IdiotsFirst)』,『피델만의그림들(PicturesofFidelman:AnExhibition)』,『세입자들(TheTenants)』,『렘브란트의모자(Rembrandt’sHat)』,『더빈의인생(Dubin’sLife)』,『신의은총(God’sGrace)』등이있다.특히그의대표작가운데하나인『점원(TheAssistant)』은버나드맬러머드가오랫동안탐구해온윤리적보편성에관한주제를깊이있게다룬걸작으로평가받고있다.

목차

점원

해설:모두가윤리적으로사는방법
판본소개
버나드맬러머드연보

출판사 서평

윤리적보편성이란철학적인주제를
섬세하게표현해낸걸작

『점원』은등장인물의수가적고공간도비교적제한되어있어스케일이작은편에속하지만인물들의내면과이해관계가그물망처럼얽혀독자를사로잡는다.혼자서는좀처럼변화할수없는개인이다른종류의결점을가진타인과퍼즐조각처럼맞물리면서성장하는과정을그리고있으며맬러머드의작품가운데심리묘사가가장잘이루어진소설로꼽히기도한다.특히이작품은윤리의보편성이라는철학적주제를다루면서도소시민을등장시켜우리가겪을수있을일상의일부로서풀어낸다는점에서독특하다.이작품의주인공인모리스는윤리적기준에서보자면보편성을지니고있다고할수없다.그의윤리성을의심하는사람은없지만그렇다고굳이그기준에따라삶을바꾸고자하는사람도없기때문이다.그의아내는윤리적이기에모리스가피해를보고건강을해친다고불평한다.딸인헬렌은아버지를존경하고사랑하지만그처럼살고싶어하지는않는다.이웃이나손님도마찬가지다.모리스와여러모로대척점에서있는카프는주인공의윤리적삶을존중하면서도때때로비웃는다.종종방문하는브라이바트같은판매상은별다른감흥없이모리스와관계를이어간다.그외다른인물들도대부분그를선한사람으로생각하지만모리스의생활방식을따르지는않는다.

모리스의윤리적면모에감응하는단한사람이바로복면을쓰고그의가게를털었지만죄책감과경제적이유로모리스의식료품점에머물게된점원인프랭크알파인이다.프랭크가보기에모리스의삶에는특별한무언가가있다.이를통해모리스와프랭크는의도하지는않았지만타자인서로를향해열려있는윤리적관계로발전한다.버나드맬러머드는유대인인모리스와비유대인인프랭크를통해윤리의보편성을다루면서두인물이서로영향을주고받으며변화해가는과정을섬세하게보여준다.이를통해『점원』은특정시대와사회를뛰어넘어오늘날에도여전히유효한철학적주제를문학적으로그려낸걸작으로평가받고있다.

추천사

독자의머릿속에서명료한올바름을둘러싼가치와운명,거대한진리에대한의미가모이고자라면서신비롭게확장된다.바로여기에『점원』이란작품의무게와아름다움이있다.-윌리엄고옌

버나드맬러머드는인간이된다는것,그리고인간적이라는명제에대해깊이고민하는작가다.-필립로스

책전반에걸쳐밀도있는주제,평범한사람들의일상적인기복과즐거움,고통에관한탐구를통해근본적인진실을좇는다.-「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

줄거리

허름한거리에서작은식료품점을운영하는모리스는자신의불운을한탄하면서도묵묵히가게를지켜나간다.그러던어느날,강도가모리스를때려눕히고돈을훔치는사건이일어난다.의사의만류에도꿋꿋이다시가게를연모리스에게직업을찾아전전하던프랭크가찾아오는데…….

책속에서

이따금갑자기예상치못한손님들이찾아왔다.대부분여자였고,그는이런저런일을얘기하며,신경써서그들을대했다.배달원들도그의사교성과쾌활한태도를좋아했기에잡담을하러머물렀다.한번은오토보겔이그가햄의무게를재고있을때,낮은목소리로경고했다.“이봐,유대인밑에서일하지마.이자들은네가앉아있는동안에도엉덩이를훔쳐갈놈들이야.”오래있을생각은없다고말했지만,그는거기있는것만으로창피한느낌이들었다.그러곤놀랍게도항상미안해하는종이제품판매원인유대인에게또다른경고를들었다.부자였지만심하게아프면서도일하는걸멈추지않는신실한사람인알마커스였다.“이런가게는죽음의무덤이야,분명해.”알마커스가말했다.“할수있을때도망치게.내말을믿어.만일6개월동안있게되면,자넨영원히여기있게될거야.”
-90~91쪽

“하지만모리스씨,설명해주세요,도대체유대인은왜그리심하게고통받아야하는거죠?제가보기엔고통받는걸좋아하는것만같아요,그런가요?”
“자네는고통받는걸좋아해?그사람들은유대인이기때문에고통받는거야.”
“그게바로제말이라니까요.그사람들이필요이상으로고통을받고있다고요.”
“살아있다면고통받을수밖에없어.어떤사람은좀더고통을받지만,그들이원해서는아니야.하지만내생각엔,유대인이율법을위해고통받지않는다면그사람은쓸데없이고통받는거야.”
“모리스씨,아저씨는무엇을위해서고통을받으세요?”프랭크가말했다.
“난자네를위해서고통을받지.”모리스가조용히말했다.
프랭크가칼을탁자에내려놓았다.입이욱신거렸다.“무슨말씀이세요?”
“내말은자네가나를위해고통받는다는뜻이야.”
-184~185쪽

유대인이되는방법은여러가지가있습니다.그래서누군가저한테와서‘랍비,만약에비유대인들하고같이살고일하며그들에게우리는먹지않는돼지고기와트레이페를팔고,20년동안한번도회당에오지않은사람이있다면,그런사람이유대인인가요?’라고묻는다면그에게저는이렇게말할겁니다.‘그렇지,모리스보버는내게진정한유대인이네.왜냐하면그가유대인의경험을기억하며,그안에살았기때문이지.그리고유대인의심장을지니고살았기때문이야.’
-337~33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