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일기

바깥 일기

$14.80
Description
집단의 일상을 채집해
자신과 사회를 탐구한 8년의 기록
동시대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2022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아니 에르노의 또 다른 대표작이 국내 초역되었다. 『바깥 일기』는 1985년부터 1992년까지 외부 세계를 관찰하며 자신과 사회를 탐구한 기록으로, 같은 줄기의 작품인 『밖의 삶』과 더불어 사회를 향하는 그의 날카로운 글쓰기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여러 해에 걸쳐 쓰인 일기라는 형식과 〈집단의 일상을 포착한 수많은 스냅 사진을 통해 한 시대의 현상에 가닿으려는 시도〉(서문)라는 뚜렷한 목적의식을 공유하는 『바깥 일기』와 『밖의 삶』은 내면이 아닌 주변과 타인을 관찰하고 증언하는 〈외면 일기〉라는 독자적인 영역을 이룬다.

에르노는 곳곳에서 보이지 않게 작동하는 권력 관계와 사회 문화적 불평등, 착취와 욕망을 연료 삼아 작동하는 자본주의 메커니즘을 읽어 내고, 그 내용을 단순함, 간결함, 평이한 단어 사용을 특징으로 하는 독보적 문체인 〈밋밋한 글쓰기〉를 통해 전달한다. 그럼으로써 지배 계급의 정돈되고 상식적인 질서 바깥에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자고, 일견 안정되어 보이는 일상에 파묻힌 변화의 가능성을 발굴하자고 목소리를 낸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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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아니에르노

1940년9월1일프랑스릴본에서태어나노르망디이브토에서성장했다.프랑스작가이자문학교수이다.루앙대학교에서문학을공부한뒤중등학교교사,대학교원등의자리를거쳐문학교수자격을획득했다.자전적요소가강한그녀의작품들은사회학과밀접한관계를이루고있다.유년시절과청소년기를노르망디의소읍이브토Yvetot에서보냈고,노동자에서소상인이된부모를둔소박한가정에서태어났다....

출판사 서평


노벨문학상수상작가아니에르노
집단의일상을채집해
자신과사회를탐구한8년의기록

이제,내면일기를쓰면서자아를성찰하기보다는외부세계에자신을투영하면서더욱더자기자신을발견한다는확신이선다.―『바깥일기』서문중에서

동시대프랑스문학을대표하는작가로2022년노벨문학상을수상한아니에르노의『바깥일기』가번역가정혜용의번역으로열린책들에서국내초역되었다.『바깥일기』는1985년부터1992년까지외부세계를관찰하며자신과사회를탐구한기록으로,독립적인작품이면서도7년뒤에발표한『밖의삶』과뿌리가같다.여러해에걸쳐쓰인일기라는형식과<집단의일상을포착한수많은스냅사진을통해한시대의현상에가닿으려는시도>(서문)라는목적의식을공유하기때문이다.이러한특징은개인의체험을통해집단의체험을이야기하는에르노의사회적-자전적작품들과구분되며,『바깥일기』와『밖의삶』은주변과타인을들여다보고증언하는<외면일기>라는독자적인영역을이룬다.옮긴이의표현에따르면두작품에서<작가의눈은자기안의심연이아닌바깥세상을바라보고작가의귀는내면의목소리가아닌타인의목소리를향해활짝열린다>.

무엇을보고들을것인가?
전철역,슈퍼마켓,쇼핑몰…익숙한일상속구체적장면들
그이면에서은밀히작동하는구조적불평등

집단의일상을포착하기위해무엇을보고들을것인가?에르노가선택한대상은<너무익숙하거나흔해서,하찮고의미가결여된듯보이는그모든것>(서문)이다.그는우리가매일그안에잠겨살기에눈에보이지않는일상의구체적인장소와사건,사물과인물을끈질기게채집해펼쳐놓는다.그가운데는전철역이나열차에서각자의방식으로구걸하는노숙인,개성이제거된채멸시를견디며일하는노동자,저마다끊임없이뭔가를사는소비자,화려한수사로유혹하는광고가있고,우아하게계급정체성을풍기는부르주아,우월감에취해사는작가집단,미디어에서시민을향해모욕적인발언을내뱉는정치인도있다.스스로를<계급이탈자>로칭하며자기부류의목소리를내고자글쓰기를시작한에르노의계급적인식이그의시선을주로피지배계급의면면으로이끈다면,그는곳곳에서보이지않게작동하는권력관계와사회문화적불평등,착취와욕망을연료삼아작동하는자본주의메커니즘을읽어내고,그이면에소외된사람들과더소외된사람들이있음을말한다.

어떻게쓸것인가?
지배계급의언어를해체하고자한<밋밋한글쓰기>
작품에생동감과풍성함을더한<나>의목소리

관찰한다음에는어떻게기록할것인지가문제가된다.에르노는그의독보적인문체인<밋밋한글쓰기>를이번에도전략적으로사용한다.일명<음슴체>를남발하고,불필요한수사를최대한깎아내며,쉬운단어로간결하게서술한다.이는지배계급의유려한언어를해체하며자신의언어를만들어가기위한에르노의정치적,문학적실천으로,사소하게여겨지는것들을통해시대를증언하려는두작품의기획의도와긴밀히연결되어있다.타인들의대화,그라피티,노랫말,방송대사,걸인이바닥에쓴글귀등의다양한기록을거의그대로따온대목도자주눈에띄며,에르노는그날것의조각조각을이어붙여<한시대의정신적풍속도>(옮긴이의말)를그려내려는듯하다.한편으로그러한직접인용은가능한한자신을지우고있는그대로보여주려는의도를표현한하나의방식이기도하다.그러나그의도는어느정도실패로끝나는데,애초의계획과달리에르노는<텍스트안에훨씬더많이나자신을투여>하고만것이다.그가인정한바모든기록은기록주체의<강박과기억>에따른선택으로이뤄져있기때문이고(서문),어쩌면하고싶었던말이글쓰기여정을거치며점차더뚜렷한형상을띠게되었기때문일것이다.그결과<때로는웃지않을수없게엉뚱하고때로는감당이안되게솔직하며때로는아플정도로예리한작가의목소리가더해지면서,작품에생동감과풍성함이더해지는효과가생겨났다>.(옮긴이의말)

이를테면『바깥일기』에서1987년어느날의에르노는광장을지나다아이두명이노는모습을목격한다.아이들은비행기놀이를하는중이다.<둘중한아이가외친다.흥분한어조로,《난다,날아!》.그러다가피할수없는필연을확인하듯숙명론자같은또다른어조로덧붙인다.「처박힌다,처박혀.」여러번,점점더빠르게,아이는뱅글뱅글돌면서만족스럽게그법칙을되뇐다.>(58면)그장면이엉뚱해웃음이나고,인간사에대한은유처럼읽혀소름이끼치기도하며,동시에덧없고도생생한순간에깃든아름다움또한전해져온다면,그것은에르노가의도와달리텍스트에끼어들고만덕분일것이다.

정돈된질서바깥에있는것을살펴보기
일상에파묻힌변화의가능성을발굴하기

곳곳에서암담한소식이밀려오고모욕하는말과왜곡하는말과욕망을부추기는말과호소하는말이쏟아져뒤섞인다.어떤목소리는너무커서다른목소리들을집어삼키고,어떤목소리는너무작아서들리지못하거나순식간에잊힌다.걸인이<정말로돈이없는데>라고중얼거리는말같은것.뉴스에출연한유족의몸짓같은것.늘같은자리를지키면서서서히지워져가는낙서같은것.에르노가15년에걸쳐보고들은대상은대부분그런것들이다.때로우리를불편하게하고심지어위협한다고느끼게하여도우리는그(것)들을봐야하고,함께겪어야하고,불편함과위협감이어디서비롯하는지알아봐야한다고그는말한다.지배계급이요구하는정돈되고상식적인질서바깥에무엇이있는지살펴보자고,일견안정되어보이는일상에파묻힌변화의가능성을발굴하자고목소리를낸다.

옮긴이의한마디

문학실천에서작동하는기존의그어떤권위도당연시하지않는작가답게,에르노는2세기전에탄생한뒤일기라는장르의주류형식이된내면일기가왜계속확고한위치를누려야하는지물으며내면일기를비튼다.그렇게외면일기와에트노텍스트사이의경계에자리한글들이태어났다.거기에서작가의눈은자기안의심연이아닌바깥세상을바라보고작가의귀는내면의목소리가아닌타인의목소리를향해활짝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