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닦아서, 그 마음을 밝게 하여 다시 컴컴해지지 않는 법”
독창적인 시각과 해석이 돋보이는 백성욱 박사의 《금강경》 해설서
불교의 기원과 의미, 부처님의 일생부터 시작하여 한국 불교의 소의경전인 《금강경》을 입체적으로 해설한 백성욱 박사의 독창적인 금강경 강화講話를 한 권에 담았다.
“오직 네 마음이 밝아야 하겠다. 너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형상 있는 것은 다 아니다. 그것은 네 마음을 가린 것이다. 오직 모든 것이 실상이 없는 줄 알 때, 네 마음이 밝을 것이다.”
3,000년 전 부처님이 솔직하고 간단하게 말씀하신 바를, ‘시대의 활불活佛’이라 불렸던 선지식 백성욱 박사가 일반 대중을 위해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한다.
1959년 백성욱 박사의 동국대학교 강의를 바탕으로, 문도들의 사가에서 설한 추가 강의까지 정리하여 함께 실었다. 난해하고 현학적인 경전 해석이 아니라, 내 마음을 밝히고 그 마음을 바르게 쓰는 법, 즉 ‘《금강경》을 실행하는 법’에 온전히 초점을 맞추고,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들과 함께 오늘을 살아가는 독자에게 일상의 실천을 권면한다.
가장 널리 유통되는 구마라집의 봉조역奉詔譯에 백성욱 박사가 현토懸吐를 달고 정리한 《금강반야바라밀경》을 저본으로 육성 강의의 현장 느낌을 충실히 살리되, 필요한 부분에는 풍부한 설명을 추가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시대의 활불, 백성욱 박사의 동국대 금강경 강화
‘반야’라는 것은 ‘지혜’라는 말이고 ‘바라밀다’라는 것은 ‘고생의 이쪽 언덕에서 고생을 여의는 저 언덕에 간다’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이 경 이름을 다시 말하자면 ‘마음을 닦아서, 그 마음을 밝게 하여 다시 컴컴해지지 않는 법’입니다. (168쪽)
1924년, 27세의 나이에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원 철학과에서 〈불교순전철학〉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인준받은 한국인 최초 독일 철학박사. 1919년 한용운과 함께 3·1 독립선언서를 배포하고 상해임시정부와 한반도를 오가며 〈독립신문〉 제작에도 참여했던 독립운동가, 귀국 후 동국대학교 전신인 불교 전수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쳤던 교육자, 1929년 금강산에 입산하여 10년을 정진한 수도자, 해방과 함께 민중 계몽운동과 건국운동을 실천한 제4대 내무부장관, 6·25 전쟁 직후 8년에 걸쳐 동국대 중흥의 기틀을 마련한 제2대 동국대학교 총장. 그리고 1962년, 65세에 경기도 부천군 소사의 야트막한 산을 개간하여 ‘백성목장白性牧場’을 경영하면서 20년 가까이 《금강경》을 강화하고 인연 있는 후학을 지도했던, ‘시대의 활불’이라 불린 선지식善知識. 백성욱 박사를 일컫는 말은 이처럼 다양하고 특별하다.
조계종 초대 종정에 추대된 방한암 선사가 오대산 적멸보궁에서 수행하던 그를 위해 친히 끼니를 나르며 격려했고, 춘원 이광수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금강산까지 찾아와서 마음을 터놓았으며, 미당 서정주가 “한반도 5,000년 역사 가운데 여자로서는 선덕여왕이 가장 매력적이고, 남자로서는 백성욱 총장이 가장 매력적인 남자”라고 회고했던 인물.
백성욱 박사가 근현대 역사에 남긴 발자취는 이처럼 넓고 다채롭지만, 불교를 잘 모르는 일반 대중들까지도 《금강경》을 손에 들고 독송하도록 이끈 그의 영향력은 남달랐다. 1945년 광복 무렵부터 생활 속의 수행법으로써 《금강경》 독송을 강조했던 백 박사는 동국대학교 총장 시절, 학생들을 비롯해 누구라도 와서 들을 수 있는 〈금강경 강화〉를 교내에 개설했다. 딱딱하고 어려운 경전 강독이 아니라 이웃집 할아버지의 이야기보따리와도 같았던 그의 강의는 그래서 ‘강화講話(쉽게 풀어서 이야기하는 강의)’라고 불렀고, 그중 1959년 동국대학교 서울 캠퍼스에서 1,200여 명의 청중을 대상으로 했던 여러 번의 〈금강경 강화〉가 이 책의 모태가 되었다.
《금강경》을 읽고 공부하는 또 다른 방법
“오직 네 마음이 밝아야 하겠다. 또 심지어 너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형상 있는 것은 다 아니다. 그것은 네 마음을 가린 것이다. 오직 모든 것이 실상이 없는 줄 알 때, 네 마음이 밝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곧 밝은 이를 구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얘기들은 아마 이 세상 인류가 창조된 이래 참 듣기 어려운 말이었고, 앞으로도 그런 말이 없을 것이고, 현재에도 그런 말은 거의 없습니다.
우레가 치고 비가 오면 모두 하느님의 장난이라고 그랬지 “네 마음의 소산이다”라는 말을 한 이도 없었고, 또 그러려고 하지도 않았고, 지금 이 시대에도 여러 사람이 그런 거 잘 믿지 않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금강경》의 골자라고 할 수 있겠지요. (18쪽)
1959년 동국대 강의와 개인이 소장 중이던 다양한 추가 강의의 릴 테이프를 녹취한 다음, 여러 명의 학인(제자)이 반복 청취하며 다듬고 보강한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1) 부처님과 금강경에 대하여: 부처님의 일생과 불교의 큰 흐름을 살피고, 《금강경》이 나오게 된 시대적·지리적·교리적 배경을 밝힌다.
(2) 금강경 32분 해설: 1959년 동국대 대중강연 내용으로, 32분 순서에 따라 대의를 짚어가며 《금강경》 원문을 해설한다.
(3) 금강경 추가 강의: 학인들에게 별도 강의한 내용으로, 《금강경》 공부를 위한 조언과 경 전반에 걸친 심화 설명을 담았다.
《백성욱 박사의 금강경 강화》는 그동안 나온 수많은 금강경 해설서와는 다른 몇 가지 차별점을 지닌다.
(1) 문자적 해석을 포함하되, 마음을 밝히고 어떻게 그 마음을 쓸 것인지에 대한 참신한 비유와 사례, 설명이 풍부하다. 경전의 문자적 독해보다는 ‘마음 닦는 법의 실행’에 초점을 맞추어 내용을 풀어간다. 《금강경》의 한문과 논법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금강경》의 여러 말씀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러나 이게 마음 닦는 것인 줄 알면 여러분들도 해석이 잘 될 것입니다.”(294쪽)
(2) 문화·지리·경제·정치·종교·철학·역사·문학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 종합 인문 교양서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시야를 불교 경전 바깥으로까지 확장하는 다양한 주제를 두루 담고 있어서, 백성욱 박사의 강의가 왜 일반 대중에게도 인기를 끌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현대에 와서 새롭게 밝혀진 사실들까지 조사·보강하여 내용의 신뢰도를 한층 높였다.
(3) 불교 기초 및 전반에 관한 광범위한 내용을 포괄하여, 불교 입문서로도 손색이 없다. 붓다·보살·보시·아수라·육바라밀 등 자주 듣는 용어들의 어원뿐만 아니라 4향4과四向四果·오시팔교五時八敎·육사성취·차제설법次第說法 등 한층 깊은 내용도 다루며, 그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들이 함께 펼쳐지면서 독자를 불교의 새로운 세계로 안내한다.
다른 사람을 미워하면 왜 자기가 다치는가 하면, 다른 사람이라고 하는 그 생각은, 그게 자기自己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 말입니다. 남을 미워하는 것은 곧 자기를 자꾸 미워하는 것이거든. 이런 것을 ‘미迷한 짓’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제(자기)를 아무리 좋게 하려고 해도 곧이들리지 않고 안 될 적에는, “모든 세상 사람이 이렇게 이렇게 하길 발원” 이러면 마음이 선[立]다 그 말이에요. (398쪽)
《금강경》 읽는 사람들은, 첫째 그것을 믿어서 의심치 말 것. 둘째는 자신이 그 석가여래 제자들 틈에 끼어서 석가여래 말씀을 듣되 그 내용을 알려고 노력할 것. 셋째는 안 것을 실행하도록 노력할 것.
남의 얘기를 들으면 다 아는 것 같아요. 다 아는 것 같지만, 글로 받아 써 보면 우리가 들어서 아는 것하고는 엄청나게 거리가 멉니다. 또 글로 써 봤다가도 실제로 실행해 보지 않으면 그 내용을 잘 모르는 겁니다. 처음엔 알려고 하고, 알고 나거든 실행을 해 봐야 합니다. 실행해 봐야 자기가 어떤 위치에 있었으며, 《금강경》 말씀이 어떻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371쪽)
밝은 마음 실행할 수 있어야 곧 반야바라밀
한국인 최초의 독일 철학박사이면서도, 백성욱은 난해한 불교 이론을 언급하기보다는 오히려 내 마음을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언제나 강조한다. 탐·진·치 삼독을 자기 마음 들여다보는 도구이자 마음 밝히는 도구로 쓰면서, 일상의 언어로 이를 설명하는 내용은 지금 들어도 여전히 신선하다.
어리석은 마음[癡心]이란, 제 잘난 생각입니다. 제 잘난 생각이면 우주가 정지되니까, 항상 자기가 못난 줄 알고, 자기가 자꾸 배우려고 들면, 지혜가 무한대로 발전이 돼요. 자기가 배우는 마음을 가지려면, 남이 무슨 말을 하든지 탓하지 말아야 되겠다. 그것이 욕된 것을 참는 방법, 즉 치심을 닦는 인욕바라밀입니다. (121쪽)
여기서 ‘모신다’는 것은 그이 시중을 들어서 그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니까 진심嗔心(성내는 마음)을 닦는 것이죠. ‘공연히 지낸 것이 없다’는 것은 자기의 그 제 잘난 생각(어리석은 마음)을 없앴다는 말입니다. 공양供養(음식과 예를 바침), 승사承事(받들어 섬김), 무공과無空過(헛되이 지냄이 없음), 이것은 탐ㆍ진ㆍ치 삼독[의 수행]을 말하는 거예요. (244쪽)
자기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 이 순간 무엇을 증證(새김)하는지에 따라 ‘밝은 이’가 되기도 하고 ‘캄캄한 이’가 되기도 하며, 결국 ‘생활 속의 수행’이란 자기 마음을 닦는 동시에 일상의 어려움을 스스로 해결해가는 과정이라는 그의 설명과 다양한 사례들은 기존의 난해한 《금강경》 해석들을 뛰어넘어 듣는 이의 가슴에 단순명쾌한 울림을 남긴다.
‘부처님의 마음을 즐겁게 하려고’ 모르는 이를 가르쳐 줄 것 같으면, 제 마음에 ‘밝은 이’를 증證(새김)할 것입니다. 그러나 ‘모르는 이를 자기가 가르쳐 주겠다’ 할 것 같으면, 제 마음에 ‘모르는 이’를 증하니까, 결국은 자기가 모르는 사람이 되게 됩니다. 남을 제도한다는 생각을 일으키면, 저는 모르는 사람이 되게 되니까, 부처님 국토는 장엄할 수가 없어요.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