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홍범도다 (양장)

내가 홍범도다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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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민족의 장군 홍범도 테마 시집 『내가 홍범도다』가 홍범도 장군 순국 80주기인 10월 25일에 맞추어 출간되었다. 또한 10월 26일은 청산리대첩이 대승전으로 통쾌하게 끝난 지 103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이 시집에는 홍범도 장군의 모든 생애와 생로병사는 물론 장군의 육성이 들리는 듯한 시가 담겨 있다. 2023년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으로 불거진 민족독립운동사 훼손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문제작이다.

이동순 시인은 스스로를 ‘의병시인’(義兵詩人)이라고 일컬으며 투쟁한다. 붓 한 자루의 무기로 모든 불의와 싸우는 시인이다. 시인은 1980년대부터 홍범도 장군을 연구해 2003년 민족서사시 『홍범도』(전 5부작 10권)를 완간했고, 2023년 3·1절을 맞아 평전 『민족의 장군 홍범도』를 발간했다. 시인이 홍범도 장군에 천착하게 된 계기는 조부이신 독립투사 이명균 의사 덕분이다. 이명균 의사는 ‘의용단’ 사건으로 대구형무소에서 순국하셨다. 조부가 시인에게 남긴 화두는 민족 독립운동사 깊이 읽기였고, 시인은 이에 몰입하다 홍범도 장군을 알게 되어 그 생애를 총체적으로 정리하고자 하는 꿈을 갖게 되었다.

홍범도 장군은 국권 패망 전부터 함경도에서 의병활동을 했다. 독립운동사에서 최대 전과를 얻은 청산리대첩의 중심인물 중 하나가 바로 홍범도 장군이었다. 그는 만주를 거쳐 연해주로, 또 중앙아시아 크즐오르다로 강제이주되어 유랑해 다녔다. 애달픈 디아스포라의 삶 속에서도 목표는 오로지 구국 일념뿐이었다.

타국에 묻혔던 홍범도 장군이 2021년 국민의 환호 속에 78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2년도 되지 않아 갖은 모욕과 조롱, 시련과 능멸을 겪으면서 역사부정의 흐름 속에 놓였다. 만약 홍범도 장군의 흉상이 철거된다면 홍범도 장군은 두 번째 강제이주를 당하는 셈이다. 시인 이동순은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철거하는 건 우리 독립운동사를 부정하려는 불순한 짓”이라고 단정짓는다.

문예평론가 김미옥은 “살아서 모든 것을 잃은 홍범도의 영혼이 무덤에서 일어났다”며 이 시집은 “육탈(肉脫)을 알리며 시인의 입을 통해 공수(貢壽)하는 영혼의 언어”라고 평했다. 이 시집은 홍범도 장군에 대한 하나의 속죄이며, 홍범도 장군의 정신을 다시 듣는 경청의 장(場)이다.


■ 홍범도 장군의 간절한 염원을 듣다

오, 그들은 누구인가
눈보라 속으로 더딘 소달구지 끌며
시름없이 시름없이
두만강 넘어온 사람들
나루터에서 왜놈 순사에게 뺨 맞고
손등으로 눈물 씻고 간 사람들
바로 그들이 아닌가
-「유랑민」 부분

이동순 시인이 홍범도 장군에게 빙의되어 말하는 것은 ‘동포’ ‘가족’ ‘유랑민’ ‘후손’ ‘조국’ 등이다. 홍범도 장군은 무장투쟁 지도자였음에도 병사들과 함께 낡고 추레한 모습으로 지내며 그들의 처지와 속마음을 헤아려 부하들의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을 받았다. 이 시집에는 서민 출신 의병장으로서 동포들을 향한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시가 많이 담겨 있다. “1933년생 고려인 할아버지/김아파나시”는 “봄날 운동회”에서 홍범도 장군을 만난다. “달리기에 우승한 소년에게 다가오시어 / 장군은 품에 꼭 안아주며 / 직접 연필 공책을 상으로 주셨단다”(「김아파나시」).
중앙아시아 홍범도 축제에서 고려인들이 “민요도 부르고 토막 연기”도 하며 축제를 즐긴다. “북춤 사물놀이에 / 긴 상모 돌리는 청년”, “금발에 눈이 푸른 카자흐족”, “케이팝 흉내 내는 / 고려인 아이돌” 등의 공연을 “현수막 속 계신 장군께서 / 흐뭇하게” 웃으며 지켜보는 장면도 그려진다(「홍범도 축제」). 이동순의 시집 『내가 홍범도다』에서는 동포와 후손을 향한 홍범도 장군의 깊은 애정과 간절한 염원을 느낄 수 있다.

쓰러지면 그대로 잠시 쉬었다가
다시 힘 모아 일어나게
가장 두려운 적은 자기 속에 있으니
늘 마음 다스리고 단련해서
부디 빛나는 겨레의 땅 만들어가야 하네
이게 내 간절한 염원일세
-「신 유고문」 부분


■ 절망과 분노 속에서 피어난 희망

포수의 총기 부당하게 몰수한 죄
단발령 가혹하게 강요한 죄
왜놈 앞잡이로 백성 재산 약탈하고
그들 터무니없이 억압한 죄

이런 악행 저지른
매국노에게 사형을 선고하노라
홍 대장 굵은 눈에서
불덩이 펄펄 떨어졌다
잠시 후 한 발의 총성 울렸다
-「의병장 홍범도」 부분

이 시집이 담고 있는 또 하나의 정조는 ‘분노’다. 이는 앞서 언급한 ‘동포’ ‘겨레’ ‘조국’의 평화와 통일을 위협하는 세력에 대한 분노다. 의병활동 당시 일본군이나 매국노에게 분노하는 시들을 볼 수 있다. 또 다른 분노는 진정한 독립의 길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것에 대한 분노다. 김미옥 문예평론가는 “『내가 홍범도다』의 묘미는 절망과 분노 속에서 희망이 분출되며 민중의 화답을 절묘하게 끌어내는 데 있다”며 “아무리 지우려 해도 결코 지울 수 없는 것이 가슴속에 각인된 역사”라고 말한다.
시인 이동순은 홍범도 장군이 그토록 바라던 ‘대한독립’이 과연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반성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하는 듯하다. 마침내 홍범도 장군은 절규한다.

내 어쩐지
오고 싶지 않더라니
갈라진 땅 마음 서로 쪼개진 곳에
-「홍범도 편지」 부분

내가 오지 말았어야 할 곳을 왔네
나, 지금 당장 보내주게
원래 묻혔던 곳으로 돌려보내 주게
나, 어서 되돌아가고 싶네
-「홍범도 장군의 절규」 부분

이 시집은 특히 “나라 구한 독립투사”의 “공적 뒤집으며 빨갱이라 유린”하는 형국을 정면으로 다룬다. “나는 철거되려고 오지 않았다”며 “이런 것들 잘살라고 / 내가 온 생애 바쳤던가”(「홍범도 장군의 탄식」) 한탄할 때는 저절로 숙연해진다.
그럼에도 “모두가 살고 싶은 나라”, 진정한 “독립국”(「홍범도 편지」)을 포기하지 않는 듯한 홍범도 장군의 목소리는 울림이 깊다. “네놈들 없애려는 건 / 고작 구리 덩이 한 줌이지만 / 되살아나는 건 눈부신 나라꽃이야 / 겨레 가슴에 피어날 거야”(「피어나는 꽃」)라고 조국의 새로운 부활을 꿈꾼다. “아무쪼록 이 은혜와 이익 / 제대로 써서 / 너희의 몸과 마음 / 넉넉해지거라 / 넉넉해지거라”(「백두산의 말씀」)라며 축복의 말씀을 전한다. 모든 불의와 기꺼이 싸우라는 당부의 말씀과 함께.
저자

이동순

李東洵
시인.문학평론가.경북대학교인문대국문학과및동대학원에서한국현대문학사를공부하여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동아일보』신춘문예시(1973),문학평론(1989)부문에당선했다.
시집『개밥풀』『물의노래』『지금그리운사람은』『꿈에오신그대』『가시연꽃』『마음의사막』『미스사이공』『묵호』『멍게먹는법』『마을올레』『독도의푸른밤』『신종족』『고요의이유』등21권을발간했다.
시선집으로는『맨드라미의하늘』『그대가별이라면』『쇠기러기의깃털』『숲의정신』『생각만해도신나는꿈』등이있다.2003년민족서사시『홍범도』(전5부작10권)를완간했다.2023년평전『민족의장군홍범도』를출간했다.
평론집『민족시의정신사』『시정신을찾아서』『우리시의얼굴찾기』『잃어버린문학사의복원과현장』『달고맛있는비평』등을발간했다.
산문집으로는『시가있는미국기행』『실크로드에서의600시간』『번지없는주막:한국가요사의잃어버린번지를찾아서』『마음의자유천지:가수방운아와한국가요사』『노래따라동해기행』『노래따라영남을걷다』『한국근대가수열전』『나에게보내는격려』등이있다.
1987년매몰시인백석의시작품을수집정리하여분단이후최초로백석시인의시전집으로시인을민족문학사에복원시키고백석연구의길을열었다.
편저『백석시전집』『권환시전집』『조명암시전집』『이찬시전집』『조벽암시전집』『박세영시전집』등을포함하여각종저서도합78권을발간했다.
신동엽문학상,김삿갓문학상,시와시학상,정지용문학상등을받았다.

목차

1.내가홍범도다
고려독립/큰별떨어지다/홍범도부고/내가홍범도다/홍범도장군의절규/비오는밤/피어나는꽃/홍범도평전/만년의홍범도/홍범도장군의심정/역사테러/내가돌아오지말걸/홍범도편지

2.홍범도장군의탄식
안중근/배은망덕/부관참시(剖棺斬屍)/홍범도장군의꾸중/쓰레기청소/양반타령/홍범도장군의탄식/스보보드니/후레자식/홍범도장군의발길/풍찬노숙/매국노에게

3.하늘에서만난홍범도부부
김아파나시/홍범도축제/크즐오르다에서/연극「의병들」/고려극장/바자르/
하늘에서만난홍범도부부/아,홍범도장군:카자흐스탄크즐오르다홍범도장군영전에서/신유고문(新諭告文):대한독립군총대장홍범도가팔천만겨레에게이글을보내노라/홍범도장군묘소에서/홍범도통첩/모스크바에서

4.날개달린장군
백두산의말씀/나의길/길주장날/유랑민/날개달린장군/홍대장타령/간도학살/자유시참변/항일유격대/백두산에오른홍범도부자/밀정/아들이의병대로떠나고/의병장홍범도

의병시인(義兵詩人)이되어│시인의말
‘의병시인’이동순과함께홍범도장군의정신을읽는다│김미옥

출판사 서평

■홍범도장군의간절한염원을듣다

오,그들은누구인가
눈보라속으로더딘소달구지끌며
시름없이시름없이
두만강넘어온사람들
나루터에서왜놈순사에게뺨맞고
손등으로눈물씻고간사람들
바로그들이아닌가
-「유랑민」부분

이동순시인이홍범도장군에게빙의되어말하는것은‘동포’‘가족’‘유랑민’‘후손’‘조국’등이다.홍범도장군은무장투쟁지도자였음에도병사들과함께낡고추레한모습으로지내며그들의처지와속마음을헤아려부하들의가슴속에서우러나오는존경을받았다.이시집에는서민출신의병장으로서동포들을향한따뜻한마음을느낄수있는시가많이담겨있다.“1933년생고려인할아버지/김아파나시”는“봄날운동회”에서홍범도장군을만난다.“달리기에우승한소년에게다가오시어/장군은품에꼭안아주며/직접연필공책을상으로주셨단다”(「김아파나시」).
중앙아시아홍범도축제에서고려인들이“민요도부르고토막연기”도하며축제를즐긴다.“북춤사물놀이에/긴상모돌리는청년”,“금발에눈이푸른카자흐족”,“케이팝흉내내는/고려인아이돌”등의공연을“현수막속계신장군께서/흐뭇하게”웃으며지켜보는장면도그려진다(「홍범도축제」).이동순의시집『내가홍범도다』에서는동포와후손을향한홍범도장군의깊은애정과간절한염원을느낄수있다.

쓰러지면그대로잠시쉬었다가
다시힘모아일어나게
가장두려운적은자기속에있으니
늘마음다스리고단련해서
부디빛나는겨레의땅만들어가야하네
이게내간절한염원일세
-「신유고문」부분

■절망과분노속에서피어난희망

포수의총기부당하게몰수한죄
단발령가혹하게강요한죄
왜놈앞잡이로백성재산약탈하고
그들터무니없이억압한죄

이런악행저지른
매국노에게사형을선고하노라
홍대장굵은눈에서
불덩이펄펄떨어졌다
잠시후한발의총성울렸다
-「의병장홍범도」부분

이시집이담고있는또하나의정조는‘분노’다.이는앞서언급한‘동포’‘겨레’‘조국’의평화와통일을위협하는세력에대한분노다.의병활동당시일본군이나매국노에게분노하는시들을볼수있다.또다른분노는진정한독립의길을이루지못하게하는것에대한분노다.김미옥문예평론가는“『내가홍범도다』의묘미는절망과분노속에서희망이분출되며민중의화답을절묘하게끌어내는데있다”며“아무리지우려해도결코지울수없는것이가슴속에각인된역사”라고말한다.
시인이동순은홍범도장군이그토록바라던‘대한독립’이과연제대로이루어졌는지반성하는것이과제라고말하는듯하다.마침내홍범도장군은절규한다.

내어쩐지
오고싶지않더라니
갈라진땅마음서로쪼개진곳에
-「홍범도편지」부분

내가오지말았어야할곳을왔네
나,지금당장보내주게
원래묻혔던곳으로돌려보내주게
나,어서되돌아가고싶네
-「홍범도장군의절규」부분

이시집은특히“나라구한독립투사”의“공적뒤집으며빨갱이라유린”하는형국을정면으로다룬다.“나는철거되려고오지않았다”며“이런것들잘살라고/내가온생애바쳤던가”(「홍범도장군의탄식」)한탄할때는저절로숙연해진다.
그럼에도“모두가살고싶은나라”,진정한“독립국”(「홍범도편지」)을포기하지않는듯한홍범도장군의목소리는울림이깊다.“네놈들없애려는건/고작구리덩이한줌이지만/되살아나는건눈부신나라꽃이야/겨레가슴에피어날거야”(「피어나는꽃」)라고조국의새로운부활을꿈꾼다.“아무쪼록이은혜와이익/제대로써서/너희의몸과마음/넉넉해지거라/넉넉해지거라”(「백두산의말씀」)라며축복의말씀을전한다.모든불의와기꺼이싸우라는당부의말씀과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