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이라면 - 창비시선 434

내가 정말이라면 - 창비시선 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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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풍경이 창문을 회복하듯이
우리는 낯선 평화를 볼 것입니다
알려진 적 없는 방식으로, 알려진 적 없는 세계를 증명하는 시인의 탄생
2014년 중앙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유이우 시인의 첫 시집 『내가 정말이라면』이 출간되었다. 등단 이후로 “수식과 수사의 그늘이 사라진 피부 언어” “상상과 풍경의 드넓은 교호 작용”으로 주목을 받았던 시인은 가볍고 탄성 있는 언어를 구사하며 상상과 풍경이 어우러진 개성적인 시세계를 꾸려왔다. 화려한 수사를 앞세워 대상을 직설적으로 묘사하기보다는 한발 물러서 세상의 풍경을 관찰하면서 단어 하나하나에 자신만의 감정을 쏟아내는 그의 시는 신인으로서의 참신함을 넘어서는 견고한 시 정신과 기발한 언어적 상상력이 돋보인다. “벽을 알아내자고/벽에 부딪”(「모서리」)치듯 기존의 언어를 갱신하고 재구성해온 시인은 “사람처럼 구는/바람”(「맹인」)처럼 상상의 세계를 마음껏 비행하며 ‘정말 쓰고 싶은 시’를 쓰는 듯하다.

등단 5년 만에 펴내는 첫 시집에서 시인은 풍요롭고 무한한 언어의 가능성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언어에 대한 자의식이 깊은 만큼 말을 부리는 솜씨가 남다르고, 남다른 만큼 그의 시는 낯설다. 기존의 시 문법을 벗어난 과감한 행갈이, 성큼성큼 건너뛰는 행과 행 사이의 여백, 툭툭 던져놓는 듯한 감각적인 문장들, 상식을 뛰어넘는 모호한 단어의 조합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새에게 나무라고 하고/나무에게 새라고”(「놀이」) 불러보는 시인은 “다른 사람인 듯 자신을 여”(「그 자신의 여름」)기며 마치 놀이하듯 세계를 뒤집어보고 사물의 내면을 촘촘히 파고들어간다.

유이우의 시를 읽다보면 마치 “해석되지 않는”(「구멍」), 해석할 수 없는 세상에 와 있는 듯하다. 세상을 억지로 풀거나 해결하려고 하지 않으려는 그 마음이, 어쩌면 세상과 우리의 ‘정말’을 증명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무가 비키지 않으면 세상이 나무를 돌아”(「비행」)가는 모습까지 세심하게 관찰하는 시인이 펼쳐 보이는 낯선 풍경은 실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진짜 모습일는지 모른다.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과 “알려진 적 없는 방식으로 알려진 적 없는 인간의 고유성을 드러내는”(김소연, 추천사) 이 재기발랄한 젊은 시인의 첫 시집에서 우리는 “풍경이 창문을 회복”(「창문」)하듯,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또다른 세계와 “완전히 다른/좋은 날들이 계속되”(「이루지 못한 것들」)는 삶을 경험하는 색다른 경이로움을 맛보게 된다.
저자

유이우

저자:유이우
1988년경기도송탄에서출생,2014년중앙신인문학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창문
이루지못한것들
옥상빨래
이제집으로돌아가야할때
우기
맹인
풍선들
오래전의기린1
비행
그자신의여름
모서리
햇빛
구구
구두
오래전의기린2
모르는마음
성장
어린우리가
거실깨닫기
층계참
빌딩
커다란새
조율
미생물
침묵에대하여
마을
망치
지속력
그모든비행기들
여행
오래전의기린3
카프카는카프카에게로가려고했다
속력들
들판
비극성
풍경
모래
흐르는밤
위로
초점
한개인의의자
놀이
장난
시선
전봇대
소묘
운명
잊혀지는것
외계
구멍
오래전의기린4
전해지지않는전할수없는말

발문|이우성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등단5년만에펴내는첫시집에서시인은풍요롭고무한한언어의가능성을선명하게보여준다.언어에대한자의식이깊은만큼말을부리는솜씨가남다르고,남다른만큼그의시는낯설다.기존의시문법을벗어난과감한행갈이,성큼성큼건너뛰는행과행사이의여백,툭툭던져놓는듯한감각적인문장들,상식을뛰어넘는모호한단어의조합이묘한분위기를자아낸다.“새에게나무라고하고/나무에게새라고”(「놀이」)불러보는시인은“다른사람인듯자신을여”(「그자신의여름」)기며마치놀이하듯세계를뒤집어보고사물의내면을촘촘히파고들어간다.

유이우의시를읽다보면마치“해석되지않는”(「구멍」),해석할수없는세상에와있는듯하다.세상을억지로풀거나해결하려고하지않으려는그마음이,어쩌면세상과우리의‘정말’을증명하고있는것은아닐까.“나무가비키지않으면세상이나무를돌아”(「비행」)가는모습까지세심하게관찰하는시인이펼쳐보이는낯선풍경은실은우리가살아가는세상의진짜모습일는지모른다.세상을바라보는독특한시선과“알려진적없는방식으로알려진적없는인간의고유성을드러내는”(김소연,추천사)이재기발랄한젊은시인의첫시집에서우리는“풍경이창문을회복”(「창문」)하듯,우리가미처알지못했던또다른세계와“완전히다른/좋은날들이계속되”(「이루지못한것들」)는삶을경험하는색다른경이로움을맛보게된다.

유이우시인과의짧은인터뷰(질의:편집자)

-2014년중앙신인문학상으로작품활동을시작한지약5년만의첫시집이다.소회를듣고싶다.
:등단한지는5년이되었지만,시는2010년부터썼다.원고를묶는데지난9년동안의일이파노라마처럼지나갔다.이시를쓸때는내가어땠지,아,이시는그때쓰였지.아그날……하면서내가자꾸만순간이동을했다.어떤노래를들으면그시절과순간이생각나는것처럼,나는내삶의어떤시간들을시집속에묶어둔것같다.나는이제마음만먹으면어떤날들을언제든지펼쳐볼수있게되었다.9년전으로갈수도있다.그러니이시집은내가나에게주는가장큰선물인것이다.

-등단후첫시집을내기까지,생계와시쓰기를병행하는것이쉽지만은않았을것같다.시인의생활이궁금하다.
: 회사원이되어야겠다는생각은일찌감치포기했다.지금은주말에도서관에서아르바이트를하며최소한의용돈벌이를하고있다.도서관에서내가시인인것을세분정도가아는데,그중한분이“그래도본인이선택한삶이잖아요”라고하셨다.그래서나는이렇게대답했다.“저는선택하지않았어요.선택할수도없었고……저는그냥이렇게태어난것뿐이에요.시인은만들어지는게아니라태어나는거니까요.”너무열정적으로말을하는바람에얼굴이붉어지기도했지만,절대허세는아니었다.정말그렇게생각하면서나는내삶을여태껏살았고,이건사실이니까.그런데노후가슬슬걱정이되기는한다.그렇지만뭐어떻게든되겠지,라고생각하고늘넘어가는편이다.

-첫시집을엮으며가장중요하게생각한부분이나특징이있다면?
:특별히중요하게생각한것은없다.다만,시의순서를배치하면서,앞의좋은시가뒤의좋은시를죽일까봐걱정이됐었다.순서를조금만틀어도그런일이발생했다.출판사편집부분들의의견을많이수용했고,그결과시집에어떤흐름이생겼다.나는고집이센편인데,어쩐지이번에는여러사람들의의견이맞는것같다고느껴졌다.너무나감사하다.나이가들어가는것같다.그래서너무일찍시집을내지않은것이정말다행이라고생각했다.

-이번시집에서시인이가장애착을느끼는작품이있다면소개와이유를부탁드린다.
:「층계참」이라는시인데,아주어릴때부터,그러니까시를쓰기이전부터나는층계참이라는공간에대해말로설명할수없는에테르가있었던것같다.그곳에서어떤사건도없고,아무일도없었지만,항상그장소를몸으로감각하곤했다.시를쓰면몇번이나자연스레층계참의느낌이튀어나왔는데,매번시가다른방향으로가더라.그런데어느날,그러니까시를쓴지8년째되던해에갑자기이시가쓰여졌다.내가몸으로감각한8년동안의층계참이마구튀어나왔고나도놀랐다.나는시를쓸때어떤의도도갖지않는데,그러니까내손가락이쓰고싶은대로가게놔두는편이라서,이시가쓰여졌을때에는나조차깜짝놀랐다.내속에있던층계참이드디어몸밖으로나왔구나!싶었다.그밖에도「풍경」이라는시에애착이가는데,그시는낭독하기에좋아서좋다.그래서친구들에게많이읽어주곤한다.

-앞으로의계획은?
:멀리가고싶다.더,더,멀리가고싶다.

책속에서

발자국을숨쉬는
계단이다

걸음이떠나면

언제나우리의
흐릿한박자가남아있어

올라가면서
내려가면서

우리들은자기자신으로날아가면서
창문을한번바라보았다

-「층계참」부분

자유에게자세를가르쳐주자

바다를본적이없는데도자유가첨벙거린다
발라드의속도로
가짜처럼
맑게

넘어지는자유
―「이제집으로돌아가야할때」부분

청바지같은하늘속으로
기적이걸어나가지않아도

산책이많은몸이었습니다

도착할거라믿었던발도없이
우리들은늘세상속이었고

커지며사라지며
세상을
고요하게

살아내기시작했다
―「햇빛」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