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겨우 손톱만큼의 조각 - 창비시선 491

슬픔은 겨우 손톱만큼의 조각 - 창비시선 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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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슬픔으로 싸워서 이길 수 없다면
사람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싶었다”

오늘도 출근하는 당신을 응원하는 다정한 시편들
사라지고 잊히는 존재들을 보듬는 위로의 목소리
2006년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들의 아픔을 대변해온 유현아 시인의 두번째 시집 「슬픔은 겨우 손톱만큼의 조각」이 창비시선으로 출간되었다. “우리의 현실을 또다른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 여지를 주었다는 데 큰 장점이 있다”는 평을 받았던 첫 시집 이후 십년 만에 펴내는 시집이다. 세월의 무게만큼 더욱 예리해진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불합리하고 불평등한 노동 현실과 자본의 굴레 속에서 안간힘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실상을 삶의 체험에서 우러나는 생생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자본의 위력에 밀려 그림자처럼 사라지는 것들의 쓸쓸한 풍경과 노동하는 삶의 비애와 고통을 노래하면서도 절망의 그늘에서 희망을 이야기하는 견결한 마음과 “오래된 것을 오래도록 끌어안는”(정원, 추천사) 따뜻한 인간애가 깃든 시편들이 뭉클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자아낸다.
저자

유현아

2006년전태일문학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아무나회사원,그밖에여러분』,청소년시집『주눅이사라지는방법』,미술에세이『여기에있었지』등이있다.조영관문학창작기금,아름다운작가상을받았다.

목차

제1부멀리빛들이찾아오면
오늘의달력/안녕과함께/식상/반쪼가리태양/어느지긋지긋한날의행복/어쩌다버스정류장/토요일에도일해요/웅크린집/소풍/당고개역2번출구로나오세요/2년/거리의공무원을생각하는일/표절

제2부숨소리를따라가던
질문들/질문들/질문들/질문들/질문들/질문들/질문들/질문들/질문들/질문들/질문들/질문들

제3부날아다니는꿈
매뉴얼스토리2/상강/뼈에대한예의/어림반푼어치영역/신경질씨를찾아서/어떤검은/이것은의문형으로쓰였다/숨/안녕의옥상/××캐피탈빌딩에사는천사에대한짧은보고서/명랑한밤/열여덟봄은날아가지않고/실은꿈에관한이야기/자전하는버스/사람의시/물음표의시간들/P는그림을걸고싶었다

제4부하늘을걷는레드에게
다정한총잡이에게/사라지고있는어느계절에사직서를쓰고싶었다/또다시,사춘기/구체적인밤/대문이자라는/요새/아버지는판타지를꿈꿨다/어떤검은2/하늘을걷는레드에게/우기/안녕의노래

해설|양경언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절망하기보다는불타오르기를,
씩씩하고명랑하게이야기하는슬픔

유현아의시에는“저녁이사라진삶”의바닥에“엎드려희망을이야기하는우울의통증들”(?어느지긋지긋한날의행복?)과상실과슬픔의조각들이촘촘히박혀있다.차별과억압에짓눌려마음조차마음대로할수없는‘지금-여기’의삶이란폐허속에사는것이나다름없다.시인은“바닥밑에바닥,바닥밑에바닥이있을뿐”(?오늘의달력?)인비참한일상을그려내며무엇으로도위로할수없는절망뿐인바닥을들여다보지만,그바닥앞에속절없이주저앉지않는다.오히려그바닥을발판삼아“분노에서포기로,무기력에서허무로소멸하는계단”(?안녕과함께?)을성큼뛰어오르며“절망하기보다불타오르기를선언한다”(?식상?).“우리에게일어나는슬픔은겨우손톱만큼의조각”(?오늘의달력?)일뿐,시인은‘지금-여기’의현실에꿋꿋이발을딛고살아가는것이가장강력한투쟁이자희망이라여기며하루하루주어지는나날들을충실히살아내고자한다.

시인은삶다운삶을온전히살아간다기보다는그저“버티고견디는것이일상이된사람들”(?질문들-청계천공구상가앞에서?)에게서시선을떼지않는다.하루하루를힘겹게살아가면서도“씩씩하게명랑하게아픔을이야기하는”(?토요일에도일해요?)목소리에귀를기울인다.그러면서“사라져버린구두와슬리퍼와운동화의생사따윈”(?2년?)아예아랑곳하지않는비인간적인사회구조의실상을낱낱이드러낸다.“노동의최전선에서싸웠다는희미한명예만을가지고”(?매뉴얼스토리2?)기득권을누리려는비열한세태에서노동의가치와존엄성이훼손되고,자본주의체제의매뉴얼대로쓰이지않은“진실의서류뭉치들은쓰레기통에서소각”(?질문들-매뉴얼스토리?)되고마는모순투성이의부조리한현실을낱낱이드러낸다.우리가살아가는세상이과연제대로된세상인지를물으며(?질문들?연작),소외된자들을더욱소외시키는세상앞에잊힌사람들의이름을호명하며정면으로맞선다.

삶의구체적인체험이고스란히녹아있는유현아의시는매일출근하고매일퇴사를꿈꾸며평범한직장인으로살아가는시인자신의삶과도맞닿아있다.시인은“출근하지못해안달난사람처럼”매일매일“출근하면서시를쓰는일은/저항을담보로앞으로나아가는것”(?식상?)이라말하며자신을다독인다.한편으로는“예술이세상을바꿀수있다고믿는사람의말을뿌리쳤”(?질문들-숨소리를따라가던?)던지난날의아픔을떠올리며,오늘의현실에서“시를듣는다한들/어렴풋한희망이되살아나는것도아니고/우울의힘에서빠져나올수있는것도아닌데”(?질문들-쓸모없는시에대한?)시가무슨쓸모가있을까회의에젖기도한다.하지만여전히쉬지못하고일을하는사람들이있고,여전히“산꼭대기같은굴뚝”에서“구부러진잠을자는사람들”(?질문들-옹호?)이있기에시인은희망과용기의언어를다시금가다듬는다.쓸모없다고느껴지는시한편일지라도그속에서“슬픔을빛이라고말”(?사람의시?)할수있게되는힘을얻을수도있다는단단한위로를전한다.“다정한사람들덕분에”오늘을살아갈수있고“그래서슬픔은겨우손톱만큼”(시인의말)이라는믿음으로“사라지는세상을위한시”(양경언,해설)를계속해서써나갈시인이지금우리곁에있어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