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트램펄린 - 창비시선 497

한밤의 트램펄린 - 창비시선 497

$10.00
Description
“영원이 시작되는 지점처럼
환하게 뚫려 있는”

삶과 사랑이 흐르는 언어의 은하수
별처럼 많은 ‘너’를 잇는 ‘나’의 이야기들
2012년 『시로 여는 세상』 신인상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남길순 시인의 두번째 시집 『한밤의 트램펄린』이 창비시선으로 출간되었다. 굴곡진 동시에 생명력으로 가득한 “여성의 역사를 환기”(이경수)하며 삶과 존재의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어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첫 시집 『분홍의 시작』(파란 2018) 이후 6년 만에 펴내는 시집이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가족과 이웃, 과거와 현재, 개인과 역사, 설화적 세계와 현대적 일상, 기억의 삶과 망각의 삶”(김수이, 해설) 등 시공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지금-여기’의 세상을 성찰한다. 웅숭깊은 사유와 풍부한 상상력을 통해 과거와 현재, 타자와 자아의 교감 속에서 삶의 본질을 탐구하고 역사의 진실을 찾아가는 수많은 ‘나’들의 ‘몸-삶’의 현장으로 독자들을 안내하기도 한다. 섬세한 감수성과 함축적인 언어들이 문장과 문장 사이의 풍부한 여백 속에서 극대화되며, 선명한 묘사와 세련된 은유와 상징 등이 어우러진 시편들이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울림을 준다.
저자

남길순

저자:남길순

남길순(南吉順)시인은전남순천에서태어나2012년『시로여는세상』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분홍의시작』,합동시집『시골시인-Q』등이있다.

목차


제1부-문학을쓸고문학을닦고
복희
갈등의구조
낮동안의일
구례
이번생(生)은기린입니다
처서
살구
조용한가족
인간적인너무나인간적인
순례
세상에서가장큰바위이야기
맥락
잠든양들이걸어다녔다
한밤의트램펄린

제2부-소나무아래종이비행기를묻고
비행운
웨이터의나라
보아뱀과오후
집밥은왜질리지않는가
평화로운천국
사라오름
물의때
흰까마귀가있는죽음의시퀀스
살아남은여자
김연*씨보호자님
푸르고투명한
검은짐승의눈빛과마주칠때

제3부-타투안으로들어온새
타투안으로들어온새
위치와좌표
바람의바람
또하나의머리
멀고외로운
여행의목적
두꺼비
튀어라벼룩
저울음도약이된다고
그리운눈사람
초파일에비
빨갱이
동행
그새는하늘로날아갔다

제4부-맑은종소리가천천히네번울린다
아무생각
처음의아이
상관숲
템플스테이일주일
히말라야
장호항갈매기
오늘의갈대
거울의이데아
축제
고양이는다알고있어
새벽네시를알리는맑은종소리가천천히네번울린다
개와손님
운주사
곰이다

해설|김수이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영원이시작되는지점처럼
환하게뚫려있는”

삶과사랑이흐르는언어의은하수
별처럼많은‘너’를잇는‘나’의이야기들

생사가명멸하는깊고아득한시적세계
첫시집에서“뭇생명들의실상”을탐색하며탄생과성장의서사를전개했던시인은이번시집에서는성장이면의세상으로서사를확장시키며“몸-삶의흐름이끊기고성장이정지된세계”의실상과“고통스러운죽음과소멸”(해설)에직면한현대인의삶을다양한측면에서포착한다.지난시절의“모든/기억은와르르”“잊어버리는게생존의기술”(「웨이터의나라」)이되어버린냉혹한자본사회의인간을시인은“아무도없는공터”에서홀로,살기위해필사적으로“트램펄린을뛰는사람들”(「한밤의트램펄린」)에비유한다.그러나비상과추락을반복하며도달하는곳은결국제자리일뿐,시인은이러한제자리걸음을“어느날불편한자세로물을먹다가사자에게심장을바치”고난후“숨을멈추고보이지않는곳을바라보는버릇”(「이번생(生)은기린입니다」)이생긴‘기린’의생(生)과다름없음을직시하고,“서로의말을알아들을수없게”(「조용한가족」)된소통부재의현실과불화하는존재들의고통을정밀하게투시한다.
시인은뭇생명들이서로에게고통혹은죽음으로전이되는비애의순간을감각적인이미지와직설적인표현으로그려낸다.“갯벌위생명들온데간데없이사라”(「물의때」)지고,“돼지가멀쩡하던돼지를/소가/젖을문송아지와뿔이솟은성난소를끌고가//산채로/구덩이를파고묻어버”리고,급기야“사람이사람을/자동차가자동차를”(「인간적인너무나인간적인」)덮치고짓이기는참혹한실상을적나라하게보여준다.자연이붕괴되고죽음과소멸로황폐화된세계에서“죽음은죽음이덮쳐오는줄도모른다”(「인간적인너무나인간적인」).그럼에도시인은“죽음을무릅쓰고/누가나를낳고있는”(「처서」)죽음과탄생의역설적전이,서로“다른시간을반짝이며/태어나고사라지기를멈추지않는”(「그리운눈사람」)존재들의생멸(生滅)의시간을차분히응시한다.“수년째아이가태어나지않은마을”에서두돌을맞은아기가“꽃을가리키며꽃나무속으로빨려들어”(「살구」)가는장면에서는생과사의절묘한공존이뿜어내는그윽한꽃내음에흠뻑취하게되기도한다.

상처의시간을통과해다다른삶의경이
한국현대사의비극적사건에대한통찰과냉철한역사인식또한시집에서주목해야할부분이다.특히순천출신인시인에게‘여순사건’에관한시편들은각별하다.시인은“온천지에사람이울고개구리가울고난리도그런난리가없었”(「초파일에비」)던그날,“포승에엮인/청년여섯이/총부리앞에서있”(「흰까마귀가있는죽음의시퀀스」)던현장을좀처럼떠나지못한다.평범한일상속에서도곧잘“묵직한어떤사건”이떠오르고“어디서스무발이나서른발쯤/총소리가들려”(「구례」)오는환각에빠지기도한다.이때시인은과거의‘몸’에자신을대입해상황을적확하게묘사하는한편,동시에현실의‘몸’으로각성해상처를보듬어안는독특한문법을구사한다.예컨대과거로거슬러올라가역사의비극적현장을돌아보면서“아버지가슴에총알이파고드는것을보고있”는소년이되어“한마디변명도/자비를바라는중얼거림도없는침묵”속에서스러져간무고한죽음들의넋을기리는해원의노래를부르고,“시신무더기를뒤집으며아들을찾고있”(「평화로운천국」)는어미가되어“죽다가살아난사람”(「사라오름」)들의고통과함께하는치유의노래를부른다.
시인은삶의고통과불안속에서도“아름다운무지개를만들수있는세계를궁리”(「보아뱀과오후」)하며“여전히나는기다리는것이있”(「그리운눈사람」)다고말한다.시인은무엇을기다리는것일까.아마뭇생명들이공존하는상생의나라,“생명과사랑이흐르는,흘러야하는”(해설)세상아닐까.“세상의모든말이/잘익은복숭아속으로들어가/옹알옹알/꿀물처럼미끄러”(「처음의아이」)지는영원한세상아닐까.“새로운이야기가시작되지않는세상은//죽은세상”(「오늘의갈대」)과다를바없기에시인은앞으로도팽팽한침묵과생명의언어를벼려‘새로운이야기’를써나갈것이다.그러기위해‘사랑’의“품을더늘려야겠다”(시인의말)는시인의순정한마음이오래도록가슴속에여울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