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가는 기분 박영란 장편소설 | 함께 있어 외롭지 않았던 어느 따듯한 겨울 이야기

편의점 가는 기분 - 창비청소년문학 75

$13.00
저자

박영란

경상북도영양에서태어나열두살때부터서울에서살았다.중앙대학교예술대학원문예창작전문가과정을수료했고,영문학을공부했다.장편『서울역』으로한국문화예술위원회창작기금을받았다.소설집『라구나이야기외전』,장편소설『쉿,고요히』(『나의고독한두리안나무』개정판),『영우한테잘해줘』,『서울역』,『못된정신의확산』,『편의점가는기분』,『게스트하우스Q』,『다정한마음으로』,『가짜인간』,동화『옥상정원의비밀』등을펴냈다.마음이쓰이는곳에내소설역시머물고있다.

목차

목차
프롤로그
1부
2부
3부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출판사서평
어서오세요
지친마음을위로해주는특별한편의점으로
박영란장편소설『편의점가는기분』이창비청소년문학75번으로출간되었다.야간에편의점에서일하는열여덟살소년‘나’를중심으?로도시변두리의삶과이웃간의연대를핍진하게그려내깊은울림을전하는작품이다.박영란작가는그동안『라구나이야기외전』『서울역』『못된정신의확산』등다수의청소년소설을발표하며청소년의소외와방황을사실적이고도가슴시리게묘사해왔다.이번작품에서는주인공소년과편의점을찾는여러인물들의사연을담담하게펼...
어서오세요
지친마음을위로해주는특별한편의점으로
박영란장편소설『편의점가는기분』이창비청소년문학75번으로출간되었다.야간에편의점에서일하는열여덟살소년‘나’를중심으로도시변두리의삶과이웃간의연대를핍진하게그려내깊은울림을전하는작품이다.박영란작가는그동안『라구나이야기외전』『서울역』『못된정신의확산』등다수의청소년소설을발표하며청소년의소외와방황을사실적이고도가슴시리게묘사해왔다.이번작품에서는주인공소년과편의점을찾는여러인물들의사연을담담하게펼쳐보인다.인생사의굴곡을투시하는예리한관찰력과소외된이들을향한온기어린시선을드러내한층무르익은작가의문학적역량을만날수있다.특히‘한밤의편의점’이라는시공간이신비롭고서정적인분위기를연출하는가운데외롭고가난한인물들이서로보듬고연대해가는과정을담아가슴뭉클한감동을전한다.
깊은밤,가난한도시의변두리편의점에는누가찾아올까?
작품은주인공소년‘나’가편의점손님들과함께보내는겨울한철의이야기를담고있다.소년은재개발이예정된오래된마을에서외할아버지의마트일을도왔다.외조부모와살고고등학교마저자퇴한소년에게마음을나눌친구라고는한동네에사는장애인소녀수지뿐이다.소년에게는밤마다수지를뒤에태우고스쿠터를모는것이소중한일상인데,어느날수지가감쪽같이자취를감추어버린다.그리고할아버지는마트를접고새로생긴원룸가에24시편의점을연다.이제소년은밤새편의점을지켜야한다.
깊은밤편의점에는누가찾아올까?소년은계산대를지키며다양한손님들을만난다.아픈엄마를데리고와서유통기한이지난도시락을얻어먹으며밤을지새우는꼬마수지,주민들몰래길고양이밥을주러다니는캣맘,비밀리에동거중인고등학생커플,불쑥나타났다가훅사라지는정체모를청년‘훅’등이그들이다.소년은그들과가까워지고아픈사연을하나씩알게되면서,그리고자신을버린엄마와떠나간수지에대해고민하면서조금씩성장해간다.
추위를피하려는소녀와엄마,캣맘,여고생…
함께있어외롭지않았던따뜻한겨울이야기
소설속에서편의점은새로운인연의가능성을열어주는,따뜻한이웃집과같은공간이다.주인공소년은반복되는노동속에서묵묵히삶을일구는법을배우고,여러손님들과가까워진다.‘한밤의편의점’이라는시공간은비밀스럽고신비로운정취를자아내독자들을흠뻑빠져들게한다.
특히실어증에걸린엄마곁을지키며부러더명랑하고씩씩하게구는열한살꼬마수지의모습이생생하고강렬하다.꼬마수지는중국으로떠난아빠와조금이라도가까이있고싶은마음에공항을찾아가기도하는독특한아이다.원룸의보일러가고장나추위를견딜수없어지자아픈엄마를이끌고와편의점에서밤을보낸다.소년은모녀를차마내쫓지못하고유통기한이지난도시락이나마말없이건넨다.누군가골목한구석에놓아둔사료한그릇이배곯은길고양이에게큰힘이되듯,꼬마수지와엄마에게는원룸가편의점이추위와배고픔을더는소중한안식처이다.이는캣맘아줌마와꼬마수지의대화에서잘드러난다.
“그럼여기주변에사는고양이들은이제편의점고양이가되는거네.”
“편의점고양이요?”
“편의점에서단골로밥먹는고양이.단골로밥먹을곳있는애들은겨울나기가그래도수월해.”
그러자꼬마수지가골똘하게생각하더니뭐가우스운지까르르웃으며말했다.
“맞아요.저도알아요.”―본문122면
편의점을중심으로모인인물들은서로상처를보듬으며서서히허무와체념을떨쳐낸다.그리고새로운삶을일굴방안을찾기시작한다.청년‘훅’은“모두가지금의방식에서동시에손을뗀다면어떨것같나?”라고물으며(215면)다른방식으로사는법을고민한다.주인공소년은‘갑을관계’의전형으로꼽히는편의점본사와가맹점문제를알게되고,외할아버지의걱정을함께나눈다.이인물들이무심한듯툭툭내뱉는간결한대사속에는삶에대한통찰과진심이담겨있어긴여운을남긴다.
소외된곳,상처입은사람들을향하는온기어린시선
박영란작가는그간여러작품을통해변두리지역의삶과청소년의소외문제를깊이천착해왔다.이작품에서도작가자신이‘구지구’라고이름붙인오래된마을의풍경이중요하게그려진다.주인공소년은자기마을을구질구질하고더러운,싸구려동네라고말한다.새로개발된옆동네는다를것같지만,소년은원룸가편의점에서일하면서그러한기대도헛된것임을깨닫는다.
밤에편의점을지키면서알게된사실은그거였다.가난은구지구에만있는게아니다.어디에나있다.―본문29면
흔히재개발광풍과같은자본주의의일면은청소년의생활과는동떨어진,어른만의문제로이해된다.그러나작품속청소년들의고민은이와결코무관하지않다.장애를가진수지는“난구지구도싫고,너도싫고,다싫어.”라고말하며(95면)기댈곳없는심정을드러내고,철거가예정된건물에서내쫓기듯떠난다.겉보기엔번드르르한원룸가의아이들사이에는불을질러야저주를피할수있다는‘행운의편지’가돌며작은화재사건이일어나기도한다.
그러나“나쁜맘들은더러먹어도진짜로나쁜짓을하는사람은많지않아.사람들은나쁜것보다는좋은일에더쉽게마음을내주니까.”라는캣맘아줌마의말처럼(125면)각박한현실속에서도인물들은다시꿈꿀희망을찾는다.그리고서로아끼며살아갈힘을회복해간다.삶의비극성과그것을극복하려는의지를애절하게담아내가슴을촉촉이물들일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