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핸드 - 민음의 시 310 (양장)

세컨드핸드 - 민음의 시 310 (양장)

$12.00
Description
나의 매일에 태연히 스미어
일상의 소란을 삼키는 초월적 순간들
2019년 《중앙일보》 ‘중앙신인문학상’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인 조용우의 첫 시집 『세컨드핸드』가 ‘민음의 시’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들뜸이나 과장이 없이 자기의 세계를 거머쥐고 들여다보는 시선의 깊이”가 놀랍다는 데뷔 당시 심사평처럼 조용우는 그만의 깨끗하고 묵묵한 시 세계로 첫 시집 출간 전부터 2022년 ‘문지문학상’ 후보로 선정되는 등 평단의 주목을 받아 왔다. “조용우는 스스로를 최대한 기꺼이 작게 만든다. 요란과 과장 같은 건 절대 금물이다.”(임솔아 시인)라는 추천의 말은 조용우의 시 세계가 데뷔 당시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얼굴로 오래도록 쌓여 왔음을 예상케 한다.
조용우 시는 미동조차 없을 만큼 완벽에 가까운 고요로 오히려 이목을 끈다. 모두 바삐 오가는 거리 위에 우뚝 서 있는 한 사람이 있다면 한 번씩 돌아보기 마련이듯 그의 고요는 가만히 들여다보게 하는 힘이 있다. 무엇에 대해 침묵하는지, 무엇을 기다리는지, 무슨 생각을 하며 그렇게 서 있는 것인지 어느새 먼저 묻게 만든다. 마침내 신중히 말을 고르던 자가 입을 연다. 『세컨드핸드』는 그 첫 번째 이야기다.
저자

조용우

1993년대구에서태어났다.2019년중앙신인문학상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1부
영원한미소13
천사는여름에도따듯한물을마신다15
마뜨료나와같이18
세컨드핸드21
삼익뉴타운24
뉴타운28
하우스30
지난가을33
미드소마34
지나가는마음36
유원지38
남아있는나날40

2부
인수공통43
하나님하늘에계시고44
저지대47
사천48
가까운미래50
스테인리스52
새서울54
점령기55
계열화56
적막강산58
자나깨나60
그때62
간밤에꾼꿈64

3부
해피아워69
매일아침견과73
일요일타르트74
누가가짜새를우리에두고76
인식론78
시에80
경제적인문제81
스포일러82
우리들의유산84
젊었을때쓴시85
양화답설88
어려운시90

4부
테라스95
빛을버리는부분96
새로운생활98
영원맨션100
메시지102
스웨터는해변으로돌아가고싶다104
온누리약국106
목재혹은무명의부스러기108
겨울방향110
버드워칭112
여름소설114
엘리자베스스트라우트116
사람의시118

추천의말?강성은(시인)122
임솔아(시인·소설가)

출판사 서평

■초월적순간이일상적인현실

시장에서오래된코트를사입었다

안주머니에손을넣자
다른나라말이적힌쪽지가나왔다
누런종이에검고반듯한글씨가여전히선명했고

양파다섯,감자작은것으로,밀가루,오일(가장싼것),달걀한판,사과주스,요거트,구름,구름들
―「세컨드핸드」에서

『세컨드핸드』의제목을직역하면‘두번째손’이되듯,조용우의시적화자는어느행렬의가운데들어와있다.첫번째에서서행렬을이끌지도않고,그렇다고너무뒤로처져전체를가늠해보기어렵지도않은두번째의자리.먹고살기위해서는일상의행렬을한시도멈출수가없기에,그는앞으로쉼없이걸으면서도자신의앞과뒤를살피기를게을리하지않는다.그렇게내민손에때때로이상한것이포착된다.시장에서사입은오래된중고코트에들어있던식료품쇼핑목록끝에천연덕스럽게“구름,구름들”이적힌것을목격하거나,식당에서국수를먹다고개를드니“유리문바깥식당안을들여다보는/키가큰천사몇몇”을발견하는식이다.도무지이곳에속한것으로는보이지않는존재들은그렇게화자의앞과뒤에슬며시자리한다.침투의방식이무척이나고요한덕분에화자는,그리고우리는이미그것을하나의일상으로이해하게된다.초월적순간들을일상의바로곁에두기.이는조용우가지난한현실을구성하고겪어내는방법이다.

■고요하고뜨거운기다림

우리는발소리를죽이고
기다린다

이럴때마다우리는
이런생활이익숙하다생각한다

그렇지않은이가있다면그에게는더
잘드는도끼가필요할것이다
―「가까운미래」에서

조용우는시를통해미래에대한단서를여럿제공한다.미래는가까이에있으며,“배가홀쭉”하다.또한미래는다가가면“그르렁소리를”내며,계속“끓고있는소리”를낸다.끓는소리로존재의기미를끊임없이내비치면서도그르렁소리로접근을막는미래에대해서라면,어떤태도를취할수있을까?조용우의화자들은끈기있게,한편으로는별수없이기다리기로한다.미래가너무놀라지않도록“발소리를죽이고”이제는익숙해진기다림을지속해나간다.오래이어질기다림이결코풍족하고안락할리없으므로화자들에게는“잘드는도끼”가한자루씩쥐어진다.시인강성은이조용우의시를두고“소리도미동도없”으며“여전히뜨겁”다고평한지점은미래에대한시인의이와같은태도에있다.우리는다소사납게끓고있는미래곁에서숨을죽이며,마침내미래가다끓고완성되어우리에게도래하기를기다리는중이다.기다림의과정속에서우리를해하려는것들에게는도끼날을세워가면서,초월적인존재들과어깨동무를한채로.

추천사

조용우의시는조용하다.그의시를읽는일은소리도미동도없는영원속으로밀려들어가는일이다.천사와모르는사람과하나님과고양이와죽은이가낡은옷을입고우리를바라보는순간,최저임금과기도의밤들이통과해간다.시인은무덤덤한손으로영원이스친빈자리를만져본다.그곳은여전히뜨겁다.시작되지도끝나지도않는시적상태다.조용히끓고있는세계다.때때로시와삶은구별되지않는다.익숙한것과낯선것이구별되지않듯.영원과순간이그렇듯.
-강성은(시인)

조용우는탐조를하는시인이다.새들을지켜보려면“큰소리와동작은금물”이지않은가.조용우는스스로를최대한기꺼이작게만든다.요란과과장같은건절대금물이다.작아진조용우가멀리서이세계를관찰한다.“어떤사람이탐조를하게되는것인가.”당연히새를사랑하는일이우선이지않은가.조용우의시세계에서는먼지마저도새다.
-임솔아(소설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