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하이 -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86

러닝 하이 -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86

$13.00
Description
“누구나 한번쯤은 달려 나가야 한다!”
사계절문학상 수상작가 탁경은 신작
있는 그대로의 나를 향한 오늘의 레이스
『싸이퍼』로 제14회 사계절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십대의 마음을 섬세하게 표현한 작품들로 독자에게 꾸준히 사랑받아 온 탁경은 작가가 청량한 ‘러닝 소설’로 돌아왔다. 『러닝 하이』는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해 고민하는 두 소녀가 달리기를 통해 ‘나’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민희는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을 싫어한다. 요리, 청소 같은 집안일에 시달려 집에 있을 때면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해진다. 하빈은 자신이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완벽한 가족에 자신이 끼어든 것만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러닝 크루에서 만난 두 소녀는 함께 공원을 달리며 마음의 짐을 조금씩 덜어 낸다. 자신을 오롯이 느끼는 순간을 만끽하며 조금씩 성장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두 소녀의 시점이 번갈아 가며 서술되는 병렬식 구성을 통해 인물들의 심리를 세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 이들의 레이스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저자

탁경은

서울에서태어나대학에서국문학을전공했다.청소년소설『싸이퍼』로제14회사계절문학상을받으며등단했다.지은책으로『사랑에빠질때나누는말들』,그리고『러닝하이』등이있고,함께지은책으로『열다섯,그럴나이』,『앙상블』,『소녀를위한페미니즘』등이있다.글쓰기를더즐기고싶고,글쓰기를통해더괜찮은인간이되고싶다.

목차

러닝하이…하빈
내인생의봄날은?…민희
나홀로집에…하빈
일몰사냥꾼…민희
입학거부통지서…하빈
그어디에도나는…민희
나한테넘어온공…하빈
개나줘버려…민희
네잘못이아니야…하빈
말할수없는비밀…민희
갭이어…하빈
아직닿지않은미래…민희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내가누구인지잘안다는건어떤기분일까?”
나를찾고싶은이들이러닝크루에모였다!
땀방울로빚어낸단단한연대의이야기

민희는가족과함께있는시간을싫어한다.요리,청소등늘집안일에시달려집에있을때면항상스트레스를받고우울해진다.하빈은1년전자신이입양되었다는사실을듣는다.당시겉으로아무렇지않은척했지만그날이후로하빈은완벽한가족에자신이끼어든것만같다는느낌을계속해서받는다.
‘러닝하이’라는달리기모임을통해좋은인연을만난두소녀는조금씩세상과소통하고,다른사람과연대하는법을배우면서성장한다.두소녀의시점이번갈아가며서술되는병렬식구성으로이루어져있어인물들의심리를세세하게살펴볼수있다.두소녀의레이스를따라가다보면독자들도‘있는그대로의나’를찾아갈수있을것이다.



<책속에서>

"달리기말이야.”
대교위로바람이넘실거렸지만그녀가어찌나꼿꼿이서있는지바람한자락없는곳에홀로서있는것같았다.
“달리기요?”
그녀가팔짱을꼈다.단단한몸과자신만만한표정에왠지주눅이들었다.
“모임나오기전에잘달릴수있는몸을먼저만들면좋을것같아서.어떻게생각해?”
“아니,뭐…….”
나는어안이벙벙했다.내게하고싶은말이무엇인지짐작조차되지않았다.그녀는고개를갸웃거리며곰곰이생각에잠겼다.
“다음주부터방학이지?”
“네.”
“일주일만나랑달리자.”
그녀가내어깨에손을척올리며제안했다.아니,그건제안이라기보다는명령에가까웠다.열정으로활활타오르는그녀의커다란눈동자가나를압도했다.
“세린공원어때?”
아니,별로인데…….벌써폭염주의보가심심찮게뜨고있는데.올여름진짜덥다는데.한여름뙤약볕아래에서매일달리자는말인가요?진심으로요?
“좋아,월요일10시공원정문에서봐.오케이?”
_24쪽

“나는일몰이너무좋아.”
그녀가옥상가장자리난간에올린손에턱을괴며말했다.
“이렇게멋진노을은처음봐요.”
“내가좋아하는배우별명이일몰사냥꾼이거든.그래서나도노을을좋아하게됐어.보면볼수록빠져든다고나할까.그냥하염없이바라보게돼.온도,습도,구름양,계절,시간에따라노을이매번다르다는걸알고는완전히사랑에빠져버렸어.”
그렇구나.그녀는자신이무엇을왜좋아하는지정확히알고있는사람이구나.신기하다.나는내가뭘좋아하고뭘싫어하는지전혀모르는데.나자신을생각하면여전히깜깜할뿐인데.
그건어떤기분일까.내가어떤사람이고누구인지잘알고있는느낌이란.선택의순간에주저없이결정할수있을정도로자신과친하다는건어떤걸까.잘까지는아니어도어렴풋하게라도좋으니나를좀알고싶다.그게힘들다면뭐라도좋으니사랑해보고싶다.
_72쪽


문틈으로가족의모습을훔쳐봤다.환하게웃으며쉴새없이이야기를나누는그들은완벽해보였다.그리고더할나위없이행복해보였다.내가없는데도,아니내가없기에더완전해보였다.혈연으로연결된사람끼리알수있는친밀함과끈끈함.내가죽었다깨나도이해할수없는그뜨거운연결고리가훤히들여다보였다.내눈은그모습을사진으로찍어뇌리에새겨넣었다.앞으로이이미지가시도때도없이나를괴롭힐거라는사실을누구보다도잘알면서도그렇게했다.
가방을멘채그대로집을나왔다.정처없이발길닿는대로떠돌아다녔다.왠지집에들어가고싶지않았다.내가빠져도완벽한가족,내가없어도행복한가족을한번더본다면견딜수없을것같았다.그동안이를악물고버텨오던멘탈이와르르무너질것같았다.
_113쪽

“졸업하면고생끝인줄알았지.웬걸.취준생이돼보니까더빡세.아주캄캄한터널이야.아무것도안보여.뭐가보여야앞으로걸어갈거아니냐고.아,씨.욕나올뻔했다.”
나도언니를따라얼음하나를물었다.사탕을깨물듯오도독얼음을깼다.
“하루는전여사를붙들고하소연을했어.‘엄마,사는건언제쯤쉬워져’그랬더니진여사왈.‘죽을때까지안쉬워져.이번파도가지나서휴,안도하면또다음파도가몰려와.계속몰려와.’이러는거야.나는실망했지.그래서또질문을했어.‘그럼엄마,나이들면좀현명해지는건가’그랬더니전여사가이렇게말해.‘아니던데?더멍청해지던데’나는정말정말실망했어.몸이낡으면머리라도좋아져야공평한건데지금보다더멍청해지다니.구원은없는거구나싶었지.”
언니가자못비장해진얼굴로나를골똘히바라봤다.
“그래서달리기를시작했어.”
언니가유리컵을소리나게탁자에내려놓았다.
“달려보니까좋더라고.머리도맑아지고.인생장난아니구나.삶은원래힘든거구나.그걸내가받아들이는유일한순간이달리기를할때야.”
_147쪽

“친부모찾기를그만두면서스스로와약속한게있어.”
언니가혼잣말을하듯낮게읊조렸다.
“나스스로를잘대해주기로했어.그래야남들도날소중하게대할테니까.”
그말을듣고뜨끔했다.나는누구에게도1순위가아니었다.가족안에서도,하나뿐인친구시영이한테도,선생님이나선배사이에서도한번도1순위였던적이없었다.그게늘불만이었다.가까운사람들한테기대하다가실망하는걸반복하는사이내안에는서운함만쌓였다.마음가득쌓인서운함은화가되었고그건누가건드리기만해도쉽게폭발하는다이너마이트였다.
언니의말을듣고곰곰이생각해봤다.꼭누구에게1순위여야만하나?나스스로에게내가1순위면되지않나?언니가예전에말했지.아무도날칭찬해주지않으면나스스로칭찬해주면된다고.그러고싶다.나자신을내가아껴주면서칭찬해주고싶다.그러다보면부당한대우를받을때도묵묵부답으로일관하거나답답하게참지않고,부당한건부당하다고잘못된건잘못되었다고말할수있는사람이될수있지않을까?언젠가는그럴수있지않을까?
_194쪽